*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워즈 워스>입니다.
리메이크가 괜찮게 되었고, 애니메이션까지 나온 탓인지
번역이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좀 되는 게임입니다.
위키에도 이 게임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참고로 위에 타이틀 화면은 리메이크 판 타이틀 화면입니다.
PC-98판의 타이틀 화면은 이렇습니다.
푸른 하늘 배경이 상징적이기는 한데 싼티가 너무 납니다.
아무튼 엘프 사의 고전 RPG 게임 중에서도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번역판이 있는 <드래곤나이트3> 다음으로
인지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1999년도에 나온 리메이크는 더 멋집니다.
<PC-98 버전의 샤론과 리메이크 판의 샤론>
주인공의 약혼녀인 샤론입니다. 일단, 진히로인의 포지션이죠.
딱 이 두 CG만 봐도 리메이크가 잘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LLE> 리메이크와 함께 그래픽이 가장 향상된 게임입니다.
다른 캐릭터도 괜찮지만 샤론을 금발로 바꾼 것은 신의 한 수라고 하겠습니다.
PC-98판 워즈 워스는 3D 던전 RPG입니다.
<천신란마>와 비슷한데
전반적으로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는 시스템인 <천신란마>보다는
워즈 워스가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중앙 하단에 있는 버튼을 선택하면 미니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 다녀간 곳은
비승석이라는 텔레포트 아이템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노란색이 비승석으로 갈 수 있는 장소,
빨간색이 비승석으로 갈 수 없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전투 화면입니다.
'싸운다', '도망친다', '아이템을 사용한다'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이상이 워즈 워스의 기본 시스템입니다.
복잡하지 않고 쉬운 RPG를 목표로 만든 건지
시스템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이것이 워즈 워스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일단 전투 화면을 다시 살펴봅시다.
'싸운다', '도망친다', '아이템을 사용한다'입니다.
'싸운다'를 선택하면 통상 공격을 합니다.
'도망친다'를 선택하면 도망칩니다.
'아이템을 사용한다'를 선택하면 아이템을 사용합니다.
뭐, 당연한 얘기입니다.
문제는 이것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싸운다'는 통상공격입니다.
필살기도 마법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때리는 것 뿐입니다.
'아이템을 사용한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단 두 개 뿐입니다.
황금과 비승석은 전투에서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나머지 두 개는 회복량 차이 밖에 없는 회복 아이템입니다.
공격 아이템도 없고, 버프나 디버프 아이템도 없습니다.
적이 보스이건 일반 몬스터건 상관없습니다.
주인공이 적을 잡을 정도가 되면 이깁니다.
주인공이 적을 잡을 정도가 안 되거나
회복 아이템쓰는 타이밍을 실수하면 집니다.
전략이고 나발이고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욕했던 <천신란마>는 주인공 파티가 세 명이라서
셋이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동료는 공격 마법과 회복 마법도 쓸 수 있습니다.
전투를 이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거죠.
워즈 워스에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엘프사 초기 RPG 게임인 <드래곤나이트>에도 마법이 있고
<레이건>에도 특수 공격이라는 게 있으며
<엔젤 하츠>에도 오의가 있습니다.
워즈 워스는 통상 공격 하나 뿐입니다.
주인공의 능력치도 공격력과 방어력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민첩성도 능력치로 있긴 하지만 이벤트 몬스터 외에 선빵 날린 적은
딱 한 번 있습니다. 아무 의미가 없는 능력치입니다.
엘프 사 RPG는 전통적으로 장비가 돈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게임 내내 아무 것도 구매하지 않고 초기 장비를 마지막까지 쓰다가
최후의 장비로 바로 갈아 끼우면 체감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게임동안 꼬박꼬박 장비해도 이게 강해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이 게임은 전략도 없고, 특수 능력치도 없고, 장비도 소용없습니다.
싸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높은 레벨 뿐입니다.
그에 반해 적은 보스급 캐릭터들이 자주 나옵니다.
일반 몬스터라도 다른 층으로 갈 때마다
적의 레벨이 갑자기 올라버려서 골치 아픕니다.
결국 강한 적이 나타날 때마다 레벨 노가다를 해야합니다.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많지 않아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그래도 레벨 노가다를 자주 해야한다는 점은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세이브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정된 장소는 1부 기준으로 최하층에 있는 주인공 방 하나 뿐입니다.
그리고 2부에도 하나 밖에 없습니다.
세이브를 하려면 어디에 있던지 간에 최하층까지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텔레포트하는 비승석은 정말 어이없게도
같은 층에서 밖에 쓸 수 없습니다.
지하 1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비승석을 쓰고
계단을 내려가 2층으로 간 후에 3층으로 가는 계단까지 비승석을 쓰고
3층으로 내려간 후에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비승석을...
뭐 이딴 방식이 다 있답니까?
특정한 곳에는 최하층으로 직행하는 워프존도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가야 하니 귀찮습니다.
세이브 포인트 문제도 비승석 문제도 리메이크 판에서조차 수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보스급 캐릭터들이 자주 나옵니다.
다행히도 그런 전투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도망칠 것인지 한 번 물어봅니다.
하지만, 레벨이 낮으면 절대 이길 방법이 없죠.
그렇다면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세이브를 하고 싶어집니다.
힘들게 최하층으로 돌아가서 말이죠.
세이브를 하고 돌아와서 보스급 캐릭터를 만나 전투를 시작합니다.
이긴다면, 세이브를 하느라고 낭비한 시간이 아깝습니다.
진다면, 레벨 노가다의 시작입니다.
이런 전투 시스템이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합니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리메이크 판은 12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12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1인칭 액션 RPG이기 때문입니다.
워즈 워스 리메이크는 처음에 세가 새턴용으로 발매할 계획이었다는데
전투 시스템에서 확실히 느껴집니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몬스터의 그래픽이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은 한손검, 양손검, 도끼, 활 등을 무기로 쓸 수 있습니다.
한손검과 양손검은 성능 이외에도 사정거리가 다릅니다.
양손검이 더 멀리서 때릴 수 있는 무기죠.
물론, 양손 무기를 들면 방패를 들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활은 쓰레기입니다. 대부분 평야가 아니라 좁은 길목에서 싸우기 때문에
도망치면서 때리는 게 불가능합니다.
위력도 명중률도 형편없습니다.
도끼는 사실 딱히 검에 비해 좋은 건 없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손맛이 있습니다.
초반, 후반 적을 제외하면 적은 상당수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데 보고 있을 때 등뒤로 접근해서 도끼로 찍으면
상당히 위험한 쾌감이 느껴지죠. 싸이코패스가 되는 기분입니다.
그래픽이 좋았다면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픽이 안 좋아서 별 생각없이 찍을 수 있습니다.
도끼를 너무 많이 쓰면 중독될 것 같아서, 한 번 쓴 다음 계속 검을 썼습니다.
제가 액션 RPG류는 많이 안 해봤기 때문에
동시대 다른 게임과 비교는 못하겠지만
워즈 워스의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리메이크판에 대해 얘기를 더 하자면,
상당수의 H씬이 삭제되었습니다.
세가 새턴용으로 전연령판으로 발매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좀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위에 장면같은 경우는 후반부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워즈 워스의 스토리와 기타 남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