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8일 일요일

리뷰 : 워즈 워스(1)(1993/7/22,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워즈 워스>입니다.
리메이크가 괜찮게 되었고, 애니메이션까지 나온 탓인지
번역이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좀 되는 게임입니다.
위키에도 이 게임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참고로 위에 타이틀 화면은 리메이크 판 타이틀 화면입니다.
PC-98판의 타이틀 화면은 이렇습니다.



푸른 하늘 배경이 상징적이기는 한데 싼티가 너무 납니다.


아무튼 엘프 사의 고전 RPG 게임 중에서도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번역판이 있는 <드래곤나이트3> 다음으로
인지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1999년도에 나온 리메이크는 더 멋집니다.


<PC-98 버전의 샤론과 리메이크 판의 샤론>

주인공의 약혼녀인 샤론입니다. 일단, 진히로인의 포지션이죠.
딱 이 두 CG만 봐도 리메이크가 잘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LLE> 리메이크와 함께 그래픽이 가장 향상된 게임입니다.
다른 캐릭터도 괜찮지만 샤론을 금발로 바꾼 것은 신의 한 수라고 하겠습니다.



PC-98판 워즈 워스는 3D 던전 RPG입니다.
<천신란마>와 비슷한데
전반적으로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는 시스템인 <천신란마>보다는
워즈 워스가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중앙 하단에 있는 버튼을 선택하면 미니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 다녀간 곳은
비승석이라는 텔레포트 아이템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노란색이 비승석으로 갈 수 있는 장소,
빨간색이 비승석으로 갈 수 없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전투 화면입니다.
'싸운다', '도망친다', '아이템을 사용한다'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이상이 워즈 워스의 기본 시스템입니다.
복잡하지 않고 쉬운 RPG를 목표로 만든 건지
시스템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이것이 워즈 워스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일단 전투 화면을 다시 살펴봅시다.
'싸운다', '도망친다', '아이템을 사용한다'입니다.

'싸운다'를 선택하면 통상 공격을 합니다.
'도망친다'를 선택하면 도망칩니다.
'아이템을 사용한다'를 선택하면 아이템을 사용합니다.
뭐, 당연한 얘기입니다.

문제는 이것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싸운다'는 통상공격입니다.
필살기도 마법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때리는 것 뿐입니다.

'아이템을 사용한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단 두 개 뿐입니다.
황금과 비승석은 전투에서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나머지 두 개는 회복량 차이 밖에 없는 회복 아이템입니다.
공격 아이템도 없고, 버프나 디버프 아이템도 없습니다.

적이 보스이건 일반 몬스터건 상관없습니다.
주인공이 적을 잡을 정도가 되면 이깁니다.
주인공이 적을 잡을 정도가 안 되거나
회복 아이템쓰는 타이밍을 실수하면 집니다.
전략이고 나발이고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욕했던 <천신란마>는 주인공 파티가 세 명이라서
셋이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동료는 공격 마법과 회복 마법도 쓸 수 있습니다.
전투를 이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거죠.
워즈 워스에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엘프사 초기 RPG 게임인 <드래곤나이트>에도 마법이 있고
<레이건>에도 특수 공격이라는 게 있으며
<엔젤 하츠>에도 오의가 있습니다.
워즈 워스는 통상 공격 하나 뿐입니다.

주인공의 능력치도 공격력과 방어력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민첩성도 능력치로 있긴 하지만 이벤트 몬스터 외에 선빵 날린 적은
딱 한 번 있습니다. 아무 의미가 없는 능력치입니다.

엘프 사 RPG는 전통적으로 장비가 돈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게임 내내 아무 것도 구매하지 않고 초기 장비를 마지막까지 쓰다가
최후의 장비로 바로 갈아 끼우면 체감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게임동안 꼬박꼬박 장비해도 이게 강해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이 게임은 전략도 없고, 특수 능력치도 없고, 장비도 소용없습니다.
싸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높은 레벨 뿐입니다.

그에 반해 적은 보스급 캐릭터들이 자주 나옵니다.
일반 몬스터라도 다른 층으로 갈 때마다
적의 레벨이 갑자기 올라버려서 골치 아픕니다.
결국 강한 적이 나타날 때마다 레벨 노가다를 해야합니다.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많지 않아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그래도 레벨 노가다를 자주 해야한다는 점은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세이브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정된 장소는 1부 기준으로 최하층에 있는 주인공 방 하나 뿐입니다.
그리고 2부에도 하나 밖에 없습니다. 
세이브를 하려면 어디에 있던지 간에 최하층까지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텔레포트하는 비승석은 정말 어이없게도 
같은 층에서 밖에 쓸 수 없습니다.
지하 1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비승석을 쓰고
계단을 내려가 2층으로 간 후에 3층으로 가는 계단까지 비승석을 쓰고
3층으로 내려간 후에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비승석을...
뭐 이딴 방식이 다 있답니까?
특정한 곳에는 최하층으로 직행하는 워프존도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가야 하니 귀찮습니다.
세이브 포인트 문제도 비승석 문제도 리메이크 판에서조차 수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보스급 캐릭터들이 자주 나옵니다.
다행히도 그런 전투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도망칠 것인지 한 번 물어봅니다.
하지만, 레벨이 낮으면 절대 이길 방법이 없죠.
그렇다면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세이브를 하고 싶어집니다.
힘들게 최하층으로 돌아가서 말이죠.

세이브를 하고 돌아와서 보스급 캐릭터를 만나 전투를 시작합니다.
이긴다면, 세이브를 하느라고 낭비한 시간이 아깝습니다.
진다면, 레벨 노가다의 시작입니다.

이런 전투 시스템이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합니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리메이크 판은 12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12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1인칭 액션 RPG이기 때문입니다.
워즈 워스 리메이크는 처음에 세가 새턴용으로 발매할 계획이었다는데
전투 시스템에서 확실히 느껴집니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몬스터의 그래픽이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은 한손검, 양손검, 도끼, 활 등을 무기로 쓸 수 있습니다.

한손검과 양손검은 성능 이외에도 사정거리가 다릅니다.
양손검이 더 멀리서 때릴 수 있는 무기죠.
물론, 양손 무기를 들면 방패를 들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활은 쓰레기입니다. 대부분 평야가 아니라 좁은 길목에서 싸우기 때문에
도망치면서 때리는 게 불가능합니다.
위력도 명중률도 형편없습니다.

도끼는 사실 딱히 검에 비해 좋은 건 없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손맛이 있습니다.
초반, 후반 적을 제외하면 적은 상당수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데 보고 있을 때 등뒤로 접근해서 도끼로 찍으면
상당히 위험한 쾌감이 느껴지죠. 싸이코패스가 되는 기분입니다.
그래픽이 좋았다면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픽이 안 좋아서 별 생각없이 찍을 수 있습니다.
도끼를 너무 많이 쓰면 중독될 것 같아서, 한 번 쓴 다음 계속 검을 썼습니다.

제가 액션 RPG류는 많이 안 해봤기 때문에
동시대 다른 게임과 비교는 못하겠지만 
워즈 워스의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리메이크판에 대해 얘기를 더 하자면,
상당수의 H씬이 삭제되었습니다.
세가 새턴용으로 전연령판으로 발매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좀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위에 장면같은 경우는 후반부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워즈 워스의 스토리와 기타 남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2016년 2월 21일 일요일

리뷰 : 쟝JAKA쟝(1992/11/13,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쟝JAKA쟝>은 탈의마작 게임입니다.
엘프사는 <엘프 올스타즈 탈의마작>시리즈를 중심으로
많은 탈의마작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쟝JAKA쟝은 엘프사 최초의 탈의마작이라는 의의를 지닌 작품입니다.

제목부터 마작을 의미하는 雀이
일본에서 쟝이라고 읽히는 것을 이용한 언어유희입니다.


이 게임은 리뷰하기에 정말 재미없는 게임입니다.
게임이 흥미로우면 이야기할 것도 많고
게임이 이상하다면 그것대로 비판을 하는 재미라도 있는데
쟝JAKA쟝은 둘 다 아닙니다.



무대는 <동급생>과 비슷한 도시형 RPG맵입니다.

왼쪽의 붉은 게이지가 기력,
오른쪽의 붉은 게이지가 체력입니다.
그리고 위의 50000엔은 돈을 의미합니다.
기력과 체력은 각각 MP, HP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패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약국과 호텔입니다.
체력과 기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기타 아이템을 파는 가게입니다.

체력, 기력, 아이템을 파는 가게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쟝JAKA쟝은 순수하게 마작으로만 승부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여러 스킬과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마작게임입니다.

이것이 <엘프 올스타즈 탈의마작>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주인공이 마작승부 관계로
야쿠자에게 쫓기면서 시작됩니다.



으슥한 골목길에서 추격전을 벌이던 중
여대생을 발견합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다짜고짜 키스를 해서 연인으로 위장을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성공할 리 없습니다.
애초에 사람이 거의 없는 골목길이었기 때문에
연인으로 위장하더라도 지나칠 이유가 없습니다.

여대생은 졸지에 주인공의 관련인물로 의심받습니다.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주인공이 나서서
그 여자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감싸 줘야 정상입니다.
실제로 아무 관련도 없고 오히려 주인공 때문에 봉변을 당했으니까요.



그러나, 놀랍게도 여자가 잡혀가는 사이 주인공은 도망칩니다.

엘프사의 고전 게임 중에서도 손꼽히는 충격적인 오프닝입니다.
주인공은 자신때문에 타인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죄책감을 느끼긴 커녕 여대생을 미끼로 도망칠 생각이나 하고 있습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1998년도에 <취작>이 발매되기 전까지 
엘프사 게임에서 가장 악랄한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도시 밖으로 피해있다가 2년 후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2년만에 돌아온 도시는 마작의 마을이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5만엔이나 가지고 있었지만 
소매치기에 걸려 빈털털이가 됩니다.
주인공은 돈을 벌기 위해서 동서남북, 사방에 있는 도장에 도장깨기를 하고 다닙니다.


 
 
 

동서남북 마작도장과
돈 만 엔을 내고 즐길 수 있는 유료 마작도장입니다.
엘프사의 게임답게 그래픽은 상당히 화려합니다.

이들을 모두 클리어하면 최종보스가 등장합니다.



바로 주인공 때문에 인생이 망한 여대생 미즈키입니다.
여기서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동서남북의 여성들 역시
미즈키가 심어 놓은 부하들이었습니다.



미즈키가 납치되어 마작사가 되기까지의 아픈 과거 회상도 나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며 주인공에게 복수의 불꽃을 태우는 미즈키입니다.
스토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분노는 지극히 정당합니다.

주인공은 미즈키와 목숨을 건 마작승부를 해야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이기는 건 주인공입니다.
정말 추악한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의는 죽은 걸까요?

그리고 엔딩이 나옵니다만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주인공이 끝까지 쓰레기짓을 하다가 끝난다고만 아시면 됩니다.


스토리는 단순하면서도 안 좋은 쪽으로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마작게임에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쟝JAKA쟝은 스토리는 허술하지만
탈의마작에 꼭 필요한 훌륭한 그래픽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작 게임으로서 편의성도,
후에 나오는 마작 게임들에 비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동시대 PC, 콘솔 게임들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편리한 축에 속합니다.


이렇게 잘 만든 게임이지만, 20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전혀 할 가치가 없는 게임입니다.
그 이유는 마작 게임의 바로 완벽한 상위호환인
<엘프 올스타즈 탈의작>시리즈가 있기 때문입니다.

<엘프 올스타즈 탈의작>에는 쟝JAKA쟝의 여성 캐릭터 전부가 등장합니다.
게임도 더 편리하고, 윈도우에서 실행이 가능하며, 그래픽도 좋고,
보이스까지 있습니다.

<엘프 올스타즈 탈의작>시리즈는 3편이나 있고, 
엘프사에서는 다른 마작 게임도 만들었으며,
굳이 엘프사의 게임이 아니라도 아니라도 마작 에로게는 엄청 많습니다.
쟝JAKA쟝을 누가 하겠습니까?


총평하자면, 쟝JAKA쟝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당시 엘프사의 높은 기술력을 증명하는 게임이죠.

지금 플레이할 가치가 없다는 문제를 제쳐두면
엘프사 최초의 마작 게임이라는 것 이외에도
여러 의미가 있는 게임이라고 하겠습니다.

2016년 2월 14일 일요일

리뷰 : DE JA2(1992/6/25,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전작 <DE JA>와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DE JA>의 2년 만에 나온 속편 <DE JA2>입니다.
<DE JA>를 리뷰하면서 그 게임의 훌륭함에 대해
계속 얘기한 바 있습니다.
DE JA2는 과연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욱 훌륭합니다.



 
 
 

<DE JA>와 함께 <DE JA 멀티팩>으로 2004년에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DE JA>를 리뷰할 때, 대부분 설명했기 때문에 다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아쉬운 부분은 시스템입니다.



돋보기와 여러가지 손모양, 입모양이 보입니다.
돋보기는 당연히 '보다',
손모양은 여러가지 '손으로 하는 행동',
입모양은 여러가지 '입으로 하는 행동',
그리고 마지막의 로켓모양은 'XXX하다'를 의미합니다.

'보다' 커맨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돋보기 모양을 클릭한 후
화면을 클릭하면 됩니다.
이 방법은 똑같은 픽셀을 클릭하면서도 커맨드에 따라
다른 텍스트가 나오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시스템이 거의 불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단 중간에 있는 입모양에서 오른쪽으로 전부,
그러니까 오른쪽 6개는 H씬에서나 쓰이는 커맨드입니다.

또한, 나머지도 '보다'를 제외하면 한정된 경우에만 쓰입니다.
서랍을 열거나, 초인종을 누르거나, 누군가를 때리거나 할 때 쓰는데
그렇게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고
중복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이정도 시스템도 당시로서는 훌륭하긴 합니다만
문제는 DE JA2는 <ELLE>보다 이후에 나온 작품이라는 겁니다.
<ELLE>에서는 픽셀 단위로 커맨드가 자동으로 변화되어 훨씬 편리합니다.

리메이크에서도 이 문제는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마우스 스크롤을 이용해서 커맨드를 변환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는데
여전히 <ELLE>보다 불편합니다.



스토리를 시작하면 전작에서 사망한 휴우가가 등장하여
전작의 이야기를 요약해줍니다.

DE JA2의 주인공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고고학자 하츠시바 류스케입니다.
전작에서 2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2년동안 많이 성숙해진 가챠코입니다.
고고학자 느낌이 나는 의상에서 섹시한 의상으로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고고학자 느낌이 더 좋습니다.
성격은 그다지 변하지 않아서
여전히 주인공밖에 모르는 바보입니다.



주인공과 가챠코는 전작에서 이어진대로 공식 연인 관계입니다.
주인공은 가챠코 사진이 담긴 펜던트를
늘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2년이 지나도 연인 관계가 순탄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여전히 가챠코 이외의 다른 여자에게 껄덕대고 다니고
(실제로 선은 넘지 않습니다.)
가챠코는 가챠코 대로 그 다음 단계(혼인정도?)로 넘어 가고 싶은데
주인공의 태도가 시큰둥해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조수 키쿠치(왼쪽)와
전작에도 등장한 학회직원 켄지(오른쪽)입니다.
켄지는 주인공과 가챠코가 공식 연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챠코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총무과의 직원 마코입니다.
매력적인 외모를 갖추고 있고
만날 때마다 주인공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표시합니다.
가챠코가 없었다면 더 주인공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속으면 안됩니다. 이 캐릭터에게는 반전이 있습니다.



새로운 고고학 학회장입니다.
학자 타입이 아닌 경영자 타입의 낙하산 학회장입니다.
전작에서는 학회장이 악역이었지만
이번 학회장은 스타 고고학자가 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고고학 학회를 부흥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원자입니다.

실제로 다른 고고학자가 주인공을 괴롭힌다는 소식을 듣자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좋은 사람입니다. 낙하산이지만.


어쨌든, 이렇게 잘나가는 고고학자인 주인공에게 갑자기 어떤 노인이 찾아옵니다.



무단으로 주거침입해서 갑자기 주인공과 고고학을 모욕하고 떠납니다.
주인공은 순간 당황하지만
이윽고 그 노인이 실종된 유명 고고학자인 진구지 박사인 것을 생각해냅니다.



진구지 박사는 주인공을 자신의 연구실로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도발한 것입니다.
진구지 박사는 주인공이 자신의 손녀 히미코와 함께
'수정해골'에 대해 연구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다음에 진구지 박사의 방을 방문했을 때,
진구지 박사는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운 나쁘게도 바로 뒤에 어떤 여자가 나타나서
주인공을 의심합니다.
다행히 의심은 금방 풀립니다.



여성은 자신을 진구지 박사의 손녀 히미코라고 소개합니다.
저는 고고학자의 손녀라길래 좀더 청순한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완전 화려합니다.
성숙한 매력을 지닌 체육교사같은 느낌입니다.

주인공은 시체에서 은행 보관함 열쇠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은행은 열쇠만 가지고 왔다고 물건을 넘겨주는
싸구려 보안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보관 서류에는 히미코의 싸인이 적혀 있습니다.

나중에 히미코와 함께 와서 보관함에서 수정해골을 찾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초반에는 히미코의 비중이 엄청 납니다.
가챠코가 잊혀질 정도는 아니지만 
주인공은 히미코와 더 자주 조사하러 다닙니다.



히미코는 주인공의 연구실에까지 와서 서로 토론하는 사이가 됩니다.
여기까진 아직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도중 가챠코가 찾아오게 됩니다.

히미코가 가챠코가 누구냐고 묻자 
주인공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가챠코를 '그냥 단순한 동료 고고학자'라고 소개합니다.
아니, 애인이잖아.



히미코는 집으로 돌아가고 주인공은 가챠코에게 사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용서와 자애의 여신 가챠코도 드디어 쌓여 왔던 설움이 폭발합니다.
늘 분노하면 한 장면을 못 넘어가고 화가 풀리는 착한 가챠코였지만
이번엔 화난 채로 뛰쳐 나갑니다.



주인공은 가챠코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히미코와 같이 계속 조사를 다닙니다.
그러던 중 켄지와 데이트 중인 가챠코를 발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습니다.
가챠코의 표정은 정말 안타까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히미코와의 관계도 잘 되지 않습니다.
옆집에 이사온 윌리라는 노인이 훼방을 놓습니다.
왼쪽에 히미코가 윌리에게 모욕을 당하고
성질이 뻗쳐서 뛰쳐나가는 모습이 작게 보입니다.

이 노인은 누구일까요?
가챠코가 심어놓은 첩자일까요?


주인공은 수정해골을 조사한 결과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또다시 섬으로 여행을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인공은 가챠코에게 사과의 의미를 겸해서 
같이 가자는 권유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가챠코는 만나지 못했고
그 시대에는 휴대폰은 커녕 자동응답기도 흔하지 않았는지
가챠코 집 문 앞에 종이로 써붙이고 갑니다.

그리고 조수 키쿠치에게 '가챠코와 조사를 위해 여행을 간다'고 말해 둡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또다시 큰 참사가 일어나는데...



여행 당일 날, 가챠코 대신 뜬금없이 히미코가 나타납니다.
히미코는 조수 키쿠치에게 주인공이 여행간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키쿠치는 나름 센스를 발휘한답시고 가챠코와 같이 간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어떤 여자와 같이 여행간다고 들었다'라고 얼버무립니다.
그 얘기를 들은 히미코는 주인공과 여행을 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자신 뿐이라며 여행준비를 하고 온 것입니다.

대체 얼마나 김칫국을 많이 마셔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같이 가자고 말도 안했잖아요.
주인공 인간관계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렇게 적극적인 걸까요?

근데, 더더욱 가관인 건 주인공은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야되는데
가챠코가 나타나지 않자 히미코하고 같이 출발해 버립니다.
이정도면 완전 노골적으로 양다리 아닙니까?
가챠코에게 사과하려고 해놓고 이게 무슨 짓입니까?



비행기가 출발하는데 창밖에 가챠코가 '바보'라는 큰 깃발을 들고 있습니다.
가챠코도 공항으로 왔었는데 히미코와 같이 있던 주인공을 보고
차마 나서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늘 가챠코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만 이 부분은 사실 좀 이상합니다.
저 큰 깃발이 그렇게 금방 준비되는 게 아닐 것이고
그럼 미리 준비해왔다는 뜻이 됩니다.
결국 가챠코는 처음부터 주인공과 같이 갈 생각이 없었던 거 아닌가요?
뭐, 대충 넘어갑시다.



어쨌든 남국의 섬에 도착합니다.
정열적으로 보이는 여관주인 캐서린입니다.

섬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조사한 주인공은 
아직 일본에서 조사할 게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여행에서 남은 건 히미코와의 추억 뿐입니다. H씬도 있습니다.



일본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 드는데
가챠코가 아닌 다른 여성과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문이
고고학 학회에 쫙 퍼져 버린 것입니다.
가챠코에게 대체 어떻게 사과를 해야하는 걸까요?

그리고 가챠코와 만나게 되는데...



화도 안 냅니다. 웃고 있습니다.
솔직히 무섭습니다. 웃는 얼굴이 더 무섭습니다.
처음 플레이 했을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 미소는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요?
너랑은 이제 끝났어. 이런 걸까요?
아니면 얀데레처럼 너도 죽고 나도 죽자. 이런 걸까요?

답은 '용서'입니다.
가챠코는 주인공이 여행 가있는 동안 잘 생각해보니
'역시 자신은 주인공 없이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모든 걸 용서하고 화해하기로 한 것입니다.

역시 주인공밖에 모르는 바보이자 용서와 자애의 여신 가챠코입니다...하고
단순하게 정리하고 싶지만
사실 이 부분은 전작부터 이어져 오던 스토리 상의 문제점이 제대로 터진 부분입니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이상한 소문이 돌며
주인공과 가챠코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그 갈등이 너무나 허무하게 해소된 것입니다.

주인공이 이번에야말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사죄하거나
가챠코가 주인공 싸대기를 시원하게 날렸으면 하는 제 기대가 날아간 것은 둘째칩시다.

하지만, 주인공과 가챠코의 러브라인과 갈등은
고고학의 수수께끼와 함께 DE JA시리즈의 핵심적인 흥미 요소입니다.

전작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갈등과 큰 갈등,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지만
번번이 가챠코의 무한한 사랑으로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이 먼저 잘못했고, 더 잘못했고,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았는데
가챠코의 용서로 갈등이 해소되어 버리니 스토리가 너무 허무해집니다.

아낌없이 주는 가챠코의 캐릭터는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과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가챠코와는 이렇게 화해를 했습니다.



전작에도 등장한 카오리입니다. 이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엿한 성인입니다.
캬바쿠라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카오리는 우연히 히미코와 같이 다니던 주인공을 목격했는데
카오리는 주인공에게 이전에 히미코를 본적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카오리의 직장에 가서 동료 히로코에게 자세한 정보를 듣게 됩니다.
수상한 남자와 히미코가 무언가 작당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히미코라고 알고 있었던 여자는 가짜였던 것입니다.
가짜 히미코는 진구지 박사가 죽은 이후에 나타났기 때문에 
그 여자가 히미코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리뷰에는 다 쓰지 못했지만 복선은 충분했습니다.
쉽게 알아챌 수도 있는 반전입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 플레이 할 때, 이 반전을 늦게 알아챘는데
아무래도 옛날 게임이라서 좀 방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사실을 알아챘던 건, 공항에 히미코가 김칫국을 마시며 찾아왔을 때입니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여자라는 말만 듣고
자기라고 생각하는 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히미코의 정체에 의심이 든 주인공은 가짜 히미코의 방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가짜 히미코는 방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됩니다.

주인공은 진짜 히미코에 대해 조사하기로 합니다.


진짜 히미코의 사진입니다.
제가 예상한 이미지대로 고고학자의 손녀답게 청순해 보입니다.
진짜 히미코는 이미 살해당했습니다.

과연, 가짜 히미코와 작당하고 주인공을 속이려던 범인은 누구일까요?

이후는 뭐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수정해골의 비밀을 풀어낸다는 스토리입니다.
남은 스토리도 절대 뻔하지 않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재미있는 퍼즐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제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직접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총평하자면, DE JA2는 엘프의 수많은 명작 목록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는 충분한 명작입니다.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재미있는 퍼즐,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게임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냅니다.

그래픽과 시스템은 당시로서는 훌륭했지만 20년 이상 지난 지금으로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DE JA2를 보면 세월이 지나도 스토리는 영원하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가챠코는 사랑입니다.
결혼으로 끝나는 엔딩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