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일요일

리뷰 : SEEK ~지하실의 X노예들~(1995/3/31, PIL)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PC-98시절의 에로게 회사 중 하드코어 계열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PIL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PIL이 발매한 게임들의 과감한 SM 묘사는
다른 회사가 감히 범접하기 힘든 오오라가 있었습니다.

PIL의 모회사는 스톤헤즈라는 이름으로, 95년도에 F&C에서 독립한 회사입니다.
스톤헤즈의 계열사 중 90년대에 가장 잘 나갔던 회사는 PIL인데,
정작 이 PIL은 2000년이 되자마자 몰락하고 맙니다.

뭐, PC-98시절의 많은 회사들이 21세기를 넘어가며 힘을 못 썼기 때문에,
PIL의 경우가 특별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뭔가 복합적으로 안 풀렸던 다른 회사들과 달리
PIL이 몰락한 이유는 명백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불란서 소녀 ~Une fille blanche~>입니다.
99년도에 제작 발표를 한 이 게임은
강산이 한 번 바뀐 후, 2009년도에 발매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발매했으면 잘 만들기라도 하지
10년의 세월동안 만들어낸 게임의 그릇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쓸데없이 컸으며,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하찮았습니다.

아무튼 PIL은 아직 홈페이지도 살아있는 회사지만,
<불란서 소녀 ~Une fille blanche~> 이후로 10년간 게임을 발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톤헤즈의 계열사에서 BL게임을 14년까지는 발매했지만
어쨌든 PIL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진 회사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리뷰할 게임은 <SEEK ~지하실의 X노예들~>이라는 게임입니다.
PIL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조교 시뮬레이션의 원조라고 불리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과 D.O.의 <토리코>, 셀렌의 <DEEP>은
3대 조교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불립니다.

SEEK은 PIL사의 간판 게임이며, 실사판도 있고
후일담 식으로 <AFTER SEEK>이 옴니버스 게임에 수록되어 있으며,
후속작으로 <지옥 SEEK>, <SEEK2 -SADISTIC BABYLON->도 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주인공이 오랫동안 의절하고 지냈던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아버지의 애인인 사키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유명 화가인 아버지의 유산은 무려 10억엔으로
주인공이 10억엔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남몰래 하던 진짜 직업인
조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10억을 상속받기 위해 의뢰받은 세 여성을 조교한다는 내용입니다.

시스템은 당시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비슷합니다.
대화나 조교행위등을 통해, 여성 캐릭터들의 파라미터를 조정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파라미터의 결과값에 따른 엔딩을 보는 게임입니다.

기간 도중에도 파라미터에 따라 이벤트를 볼 수 있으며,
조교 행위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행위도 추가되는 등,
시대를 고려하면 시스템 측면에서 꽤 완성도가 높은 게임입니다.

다만, 많은 엔딩을 다 보기 위해서 반복플레이를 하기에는 다소 지루합니다.
텍스트 스킵 기능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채찍같은 경우에는 포인트 클릭 방식으로 게이머가 직접 조작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SEEK는 조교 시뮬레이션의 길을 제시한 게임이고,
PC-98시절의 에로게 스타일과 한계를 고려하면 그렇게 큰 단점은 아닙니다.
또한, 조교 시뮬레이션치고 지루함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게임은
지금까지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장르 자체가 지금은 거의 사장된 상태고요.



총평하자면, 원조이면서도 완성도도 최고급인 조교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에로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입니다만,
내용 자체가 강렬한 H씬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보니
블로그에 올릴 CG도, 할 말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꽤 재미있는 게임으로 추천할 만합니다.
SM 조교 시뮬레이션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후대의 어중이떠중이들보다는 초창기의 SEEK나 <토리코>를 플레이하시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2019년 6월 23일 일요일

리뷰 : Angel Halo ~엔젤 하이로~(1996/10/17, Activ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ctive의 PC-98 시절 마지막 게임, <Angel Halo ~엔젤 하이로~>입니다.
개인적으로 성소녀 씨의 원화가 가장 빛을 발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윈도우 시절을 포함해서요.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기독교 스타일의 천사, 악마와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기말 종말 예언을 섞어놓았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 앞에 갑작스럽게 외국인 미소녀 교환학생 둘이 나타납니다.
천사 소피아와 악마 리리스입니다.
주인공의 정체는 사실 루시퍼로 크리스마스에 인류를 멸망시키는 장본인입니다.
루시퍼를 각성시키려는 악마와 그것을 막으려는 천사들의 항쟁이라기에는
사실 그렇게 흥미진진한 전투 한 번 나오지 않습니다.
감탄할만한 모략조차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전부 배드엔딩입니다.
주인공이 먼저 사망하는 것이 세계가 무사한 유일한 방법이고,
나머지는 지구멸망 혹은 반파엔딩입니다.
해피엔딩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게임입니다.



1999년 세기말의 종말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게임이니만큼
분위기가 꾸준하게 음울합니다.
해피엔딩이 없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충실히 구현하려는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해피엔딩보다는 배드엔딩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미소녀 게임의 장르적 특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잘 흘러가던 스토리가 마지막에 훅 꺾여서 해피엔딩이 된다거나,
굳이 배드엔딩으로 잘 마무리된 스토리에 완성도 낮은 해피엔딩을 진엔딩으로 끼얹는다든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다만, 대다수 게이머의 수요가 해피엔딩을 선호하고 배드엔딩을 찝찝해하니
제작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합니다.
팬디스크가 나올 수도 있고, 속편도 나올 수 있으니까
캐릭터를 함부로 죽일 수 없는 것도 이해하고요.



엔젤 하이로의 얘기로 돌아와서,
사실 이 게임은 오히려 해피엔딩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내내, 우중충한 분위기를 끌고가며 단 한 번도 분위기를 환기시킬만한 장면이 없었다는 점,
선택지형 멀티 엔딩 게임으로서 엔딩이 다섯 개나 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변칙이 없었다는 점,
이 두 가지 문제점이 게임 플레이내내 저를 지치게 만들었죠.
해피엔딩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가 다소 완화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총평하자면, 유려한 그래픽을 제외하면 이 게임의 장점은
종말 직전의 우중충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점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년도인 99년도가 다가오면서 이런 작품이 여럿 나왔죠.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이고 우리는 세계가 멸망 안 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그 시절 기억으로는 당시에 우려했던 건,
외환 위기라든가 밀레니엄버그, Y2K였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아니었습니다.

21세기에 이걸 플레이한 저로서는 별로 인상깊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발매 당시에 플레이했다면, 좀 더 게임의 분위기가 와 닿았을 것이고
해피엔딩이 없는 것도 소름끼치는 연출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년 6월 16일 일요일

리뷰 : 약지의 교과서(1996/4/5, Activ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약지의 교과서>입니다.



오프닝 영상에서 세피아톤의 CG와 함께 잔잔하게 깔리는 오르골풍 BGM이
참 마음에 듭니다.
오프닝만 보면 순수하고 정석적인 연애 스토리 게임을 기대하게 됩니다.



직접 플레이해보면 실제로도 정통파 스타일의 연애 게임입니다.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으로 13개의 멀티 엔딩 중 하나에 골인하는 방식이죠.
선택지에 따라 캐릭터와 잘 맺어지는 엔딩도 있고, 망하는 엔딩도 있습니다.
각 캐릭터 엔딩의 경우, 스토리는 짧아도 대체로 괜찮습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학교 친구의 연애상담을 해주는 장면입니다.
학교 친구는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 주인공에게 말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합니다.

주인공은 고민 끝에 친구가 짝사랑하는 대상은
자신의 소꿉친구인 토모미라는 결론을 내리고, 둘을 맺어주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소동 끝에 역시나 친구의 짝사랑은 토모미가 아니었고,
계속 추궁해 보니 사실 친구는 주인공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엔딩은 그 친구가 몇 달 후, 성전환하고 나타나서 주인공을 덮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엔딩을 13개의 엔딩 중 세 번째로 보았으며,
간만에 순수한 연애 게임을 하리라는 제 기대는 여기서 박살이 났습니다.

사실 90년대 감성의 순수한 게임이 유행하는 시기는
이 게임 발매보다 약간 이후입니다.
PC-98 게임 시절에는, 멀티 엔딩 시스템이라면
이런 반전을 하나, 둘 정도 넣어주는 것이 제작자의 유머감각과 교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엔딩 이외에도 소꿉친구 어머니와 어찌어찌되는 전개도 있습니다.



저로서는 아쉬운 것이 제대로 된 엔딩들은 참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억속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막장 엔딩들이라는 점입니다.
성전환 엔딩을 너무 빨리 봤습니다.
그 엔딩을 가장 마지막에 봤더라면 제가 아직 기대하고 있는 동안
이 게임의 따스한 분위기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총평하자면, 냉정함을 잃지 않고 평가한다면 괜찮은 게임입니다.
분량은 시대를 고려하더라도 짧은 편입니다.
막장 엔딩들을 없애고 각 캐릭터들의 분량을 충실히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90년대후반쯤부터는 순수하고 풋풋한 연애 게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이 게임은 시대를 앞선 순애 게임인 거죠.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성전환류도 시대를 앞섰던 것 같기도 합니다.

2019년 6월 9일 일요일

리뷰 : 마작환상곡3(1995/9/14, Activ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작환상곡>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탈의마작입니다.
총 세 편이 발매되었으며, 세 작품 모두 북유럽 신화 스타일의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스토리도 탈의마작 게임치고는 충실한 편인데,
정작 마작하고는 그다지 관계없는 스토리입니다.
다른 게임이었으면 전투가 벌어져야 할 타이밍에,
마작이 전투 시스템을 대신하는 것 뿐이죠.



1편과 2편의 스토리는 정통 판타지입니다.
스토리가 나쁜 건 아닌데, 20년도 넘은 게임인만큼 전개가 굉장히 식상합니다.
1편 첫 장면부터가 노예상인으로부터 엘프를 구해줬더니,
엘프가 주인공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마작 게임이고 스토리는 양념정도로 생각한다면
그럭저럭 할 만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려도 될 것 같습니다.



2편 이후, 2년만에 발매된 속편 <마작환상곡3>입니다.
그래픽이 상당히 괜찮은데, H씬 그래픽에 특히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리기 부적절한 CG가 더 훌륭하다보니,
이 게임 그래픽의 훌륭함을 보여드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쨌든 3편에서도 전작의 주요인물들은 대부분 등장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3편 역시, 1,2편과 비슷한 정통 판타지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전작 인물들은 대부분 조역이나 까메오 수준의 출연이었고
작품 분위기가 엄청나게 변화했습니다.



주인공인 오르트립 공주와 호위기사인 크리스입니다.
이교도에 의해 나라가 멸망한 후, 추격도 피할겸
'니벨룽의 반지'의 인도에 따라 고대문명의 땅 '디멘시아'로 여행을 떠납니다.



오르트립 공주는 청순해 보이는 외관과 망국의 공주라는 지위를 생각하면
일단은 전형적인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도도하고, 상냥하고, 하지만 내면에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으며,
호위기사인 크리스가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로서
여행 도중 크리스와 연애감정으로 발전한다는 이런 설정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이 분이야말로 PC-98 게임 여주인공 중 역대급으로 악랄한 존재,
전설의 귀축공주님입니다.

귀축공주의 행동 패턴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패배자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패배자에게 굴욕을 준 후,
그 비참함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그 구경료마저 갈취합니다.

패배자가 진짜로 사악한 인물인지,
아니면 평범하게 본인의 직무를 수행하는 마을사람인지는
귀축공주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앞길을 막으면,
호위기사를 앞세워 마작 승부를 하고, 그 승부에서 이기면
패배자는 얼마든지 공주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귀축공주도 추격자들에게 잡혀 역으로 심한 짓을 당할 때도 있습니다.
나중에 호위기사 크리스가 구해줬을 때,
당연하게도 귀축공주는 그들의 간부에게 두 배의 복수를 하며,
그 비참한 모습을 부하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간부와 부하 모두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선사합니다.

뒤에 같이 잡힌 캐릭터는 우연히 주인공 파티에 합류한 잭스라는 조연인데,
1,2,3편 개근하는 캐릭터입니다.
1편과 2편에서는 엑스트라급 비중이지만 비열한 양아치인데,
방금 말했던 1편 첫 장면의 엘프 노예상인이 바로 잭스입니다.
그런 잭스조차 귀축공주의 행위를 보며 위축될 정도로,
귀축공주의 만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귀축공주님덕분에 이 게임이 좋은 겁니다.
스토리가 식상한 판타지인 1,2편과 달리
3편은 온갖 에로와 개그로 점철된 막장 스토리라서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고,
그 중심에 귀축공주님이 존재하는 거죠.



마작게임이잖아요.
고생고생해서 마작을 이겼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고 싶습니다.
한 판 이기고, 옷 벗은 CG 한 번 보여주고 이런 거 시시합니다.
귀축공주처럼 패자에게 이런 짓, 저런 짓을 하면서 즐기고 싶어요.


말 나온 김에, 마작게임으로서 이 게임은 난이도가 엄청 쉽습니다.
패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꽤 유리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팀전일 때 난이도가 장난아니게 쉬운데
호위기사 크리스+우리편 하나 VS 적 두 명식으로 마작을 합니다.

크리스가 아닌 우리 편 하나가 파산하면, 그 하나를 빼고 1대2로 다시 게임을 합니다.
점수도 전부 리셋된 상태로요.
그리고 상대편 둘 중 하나가 파산하면, 그냥 완전승리입니다.
파산을 한 상대나, 파산을 안 한 상대나 둘 다 패배처리가 돼요.
근데, 심지어 팀킬을 합니다. 같은 팀에서 론패가 나와도 그냥 론을 해버려요.

간단히 말해서, 2대2로 싸우는데 플레이어의 아군은 하나정도 파산해도 상관없고,
상대편은 둘 중 하나만 파산해도 플레이어가 그냥 승리하는데,
그마저도 상대편끼리 싸운다는 겁니다.
너무나도 쉬워서 조심히만 플레이하면, 패배 한 번 안 하고 클리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작환상곡 시리즈 리뷰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브렌힐드라는 캐릭터입니다. 1편부터 3편까지 개근하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브렌힐드는 과거에 1편의 주인공인 링과 대결한 적이 있는데,
링은 그 대결에서 승리한 후, 알몸으로 실신한 브렌힐드를
길바닥에 방치하고 그 장소를 떠났습니다.
구경꾼들의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린 브렌힐드는
자신에게 굴욕을 준 링에게 복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링과의 재전투에서 다시 한 번 패배하고 맙니다.
이번에도 갑옷이 다 벗겨지는데, 이번에는 링이 망토를 벗어서 몸을 가려줍니다.
이걸 계기로 브렌힐드는 그동안의 원한을 모두 잊고 링에게 반하게 됩니다.


그 후, 링은 이런 저런 사정 끝에 무술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무술대회에서 우승하면, 링과 어릴 적에 결혼을 약속한 타니아 공녀와
결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근데 결승전 상대가 브렌힐드입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원해.'
'하지만, 당신은 여기의 공녀와 맺어지려고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힘으로라도 저지하려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죽여서라도 막을 거야.'
'나는, 지금까지 사람을 사랑해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밖에 사랑을 표현할 수가 없어...'
'안심해. 만약,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을 테니까.'

버릴 것 하나없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입니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여자가 이런 소리를 하니 혼란스러울 만합니다.
사실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너무 갑작스럽게 캐릭터가 변해서 당황스럽습니다.

캐릭터 변화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링이 승리하고 어쨌든 1편에서의 브렌힐드 등장은 마무리지었습니다.
사실, 1편에서 링을 둘러싼 삼각관계의 주역은 타니아 공녀와 엘프 라즈베리로
브렌힐드는 그 사이에 끼지도 못합니다.



2편의 주인공도 링이고 브렌힐드도 재등장합니다.
시리즈 사상 가장 정상적인 브렌힐드입니다. 그래픽도 일취월장했습니다.
주인공을 적당히 짝사랑하는 조력자 조연 역할입니다.

2편의 내용은 1편에서 사망한 라즈베리를 부활시키기 위해
링이 7개의 황금패를 모은다는 내용입니다.
근데, 브렌힐드가 그 황금패 중 하나의 수호자라는 설정입니다.
정말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설정입니다만
그래도 여기까지라면 이정도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3편에서 또 등장한 브렌힐드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3편의 주인공은 귀축공주와 호위기사 크리스이며
링은 잠깐 등장하고 끝납니다.

여기서 브렌힐드는 후반부에 뜬금없이 적군 공주의 동료로 등장합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아군 동료 중 한 명인 스완힐드의 언니이기도 합니다.
적군 공주를 쓰러뜨리면, 귀축공주의 손아귀에 떨어진 적군 공주는 비참한 꼴을 당하지만
브렌힐드는 '사정이 있었어'라고 대충 변명하고
동생 혈연으로 은근슬쩍 아군 파티에 들어옵니다.

파티에 들어온 후에는, 호위기사 크리스와 여동생 스완힐드의 연애를 응원하며
'나도 링하고 저렇게 됐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는
훈훈한 언니 포지션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귀축공주 일행의 목표인 디멘시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최종 보스격인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또 알고 보니, 브렌힐드는 그 여자의 딸이었던 것입니다.


주인공도 아닌 조역 캐릭터 하나에 이 설정, 저 설정, 온갖 설정을 다 몰아줍니다.
그것도 별다른 복선도 없이, 중요한 캐릭터도 아닌
초반에는 단순한 스토커에 불과했던 캐릭터에게 말이죠.

마작환상곡4가 없어서 참 다행이군요.
브렌힐데가 4편에서 등장했더라면 주인공의 헤어진 여동생에,
적 중간 보스의 시어머니에, 최종 보스의 연대 보증인에,
세계 창조신의 펜팔친구였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일행에는 별 활약도 없는 잉여 캐릭도 많이 있습니다.
설정을 좀 나눠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브렌힐드 혼자서 독식하고
잉여는 끝까지 잉여로 만드니 캐릭터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총평하자면, 이 게임 평가의 핵심은 오로지 귀축공주입니다.
하드코어류에 어느정도 면역이 있으시다면
귀축공주와 함께 유쾌하게 진행할 수있는 게임입니다.
귀축공주의 폭주에 따라가기 힘드신 분들에게는
그래픽 외에 따로 매력적인 요소가 없는 것 같군요.

마작 게임으로는 별 거 없습니다.
마작 게임이지만, 마작 이외의 이유로 추천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2019년 6월 2일 일요일

리뷰 : 꽃보다 경단(1991/11/8, Activ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ctive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원화가 성소녀의 그림체에 힘입어
나름 인기있던 회사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바이블 X랙>이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바이블 블X> 게임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은 안 보기 때문에 제쳐두더라도,
게임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강점인 그림체가 너무 강렬해서 저에게는 좀 무서웠습니다.
성소녀씨는 지금은 Empress라는 브랜드로 옮겨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림체가 저와 맞지 않기 때문에 별로 관심은 없습니다.

하지만, 6월달에 elf 사의 작품 <귀작>과 콜라보한 게임이 발매됩니다.
약간의 기대감을 담아 PC-98시절의 Active와 성소녀씨의 게임에 대해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윈도우 시절 <바이블 X랙>, <DISCIPLINE> 등의 그래픽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PC-98 시절의 Active의 그래픽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Active도 자신들의 강점이 그래픽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 내용없는 탈의화투나 탈의마작같은 그래픽 위주의 내용없는 게임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탈의화투게임 <꽃보다 경단>입니다.
일본에서 자주 쓰이는 '금강산도 식후경'과 비슷한 뜻의 속담입니다만,
이제는 속담보다도 모 만화 및 드라마가 더 유명하겠지요.



잘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일본 화투는 우리나라 고스톱과 룰이 많이 다릅니다.
이 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화투는 '코이코이'와 '바캇파나' 두 가지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일본 화투는 우리나라 고스톱보다 스릴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화투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는데, 옷 한 번 탈의하는데 12판을 해야합니다.
12판의 점수 증감을 합산해서 대결하는 방식인데,
패배하기라도 하면 12판을 한 번 더 해야합니다.
물론 여성 캐릭터는 옷을 하나만 입고 있는데 아니기 때문에,
최소 36판정도를 해야하는데 화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 많습니다.


스토리는 상권의 토지를 노리는 야쿠자와 시장 상인들의 항쟁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러던 중 야쿠자 두목이 화투 도박장 가게 주인인 주인공에게
토지를 걸고 화투 승부를 제안합니다.



야쿠자 두목은 자신의 다섯 딸에게 '갬블 파이브'라는 낯부끄러운 이름을 붙이고
어릴 적부터 도박 교육을 시켰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키워 온 딸들에게 탈의화투를 시켜서
다른 사람의 토지를 빼앗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야쿠자 두목만 아니었다면 친권 박탈부터 시켰어야 합니다.



화투를 치기 위해 야쿠자 딸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입니다.
학교 앞에서 그래픽이 괜찮은 미소녀를 만났습니다.
당연히 이 캐릭터가 야쿠자 딸일줄 알았는데 그냥 엑스트라입니다.
야쿠자 딸은 저기 있다고 알려줍니다.



엑스트라가 더 괜찮은 것 같지만 어쨌든 이분이 주인공과 대결할 야쿠자 딸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아버지의 쓰레기같은 교육에도 불구하고 딸은 정상입니다.
갬블 파이브라는 호칭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잘도 그런 포즈를 취했지...'라며 흑역사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모든 딸이 아버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기교육은 나름 성과는 있었는지 갬블 파이브 전원이
지금까지 도박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주인공에게는 패배할 운명이지만요.



총평하자면, 초기 Active의 많은 게임이 이런 식이었습니다.
퀴즈나 보드게임+뭔가 하나씩 부족한 스토리로 구성된 게임이죠.

오늘 보여드리지 못한 것은 Active의 훌륭한 그래픽입니다.
꽃보다 경단 1편의 그래픽은 시대를 고려해도 딱히 훌륭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그마저도 퀄리티가 들쑥날쑥합니다.
그래픽의 강점은 다음 리뷰부터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