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4일 일요일

리뷰 : 카와라자키가 일족2(2)(2003/6/6,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두 번째 편입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2는 호러 스릴러+저택물+루프물의 구성입니다.
에로와 광기가 넘쳐 흐르는 카와라자키 저택에서 탈출하기 위해 
플레이어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플레이어는 그 선택지를 여러 방법으로 조합해 보지만
탈출은커녕 무수한 배드엔딩만을 보게 됩니다.
수도 없이 저택의 비극을 보며 루프한 이후에야
겨우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2가 플레이어에게 체험시켜 주려는 내용은
원래 1편인 <카와라자키가 일족>에서 실키즈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은 도스 시절 환경에서 분량 및 시스템이 다소 제한적이었으나,
2편에서는 좀 더 많은 H씬, 화려한 연출, 다양한 엔딩 등을 적극적으로 추가하였습니다.


다만,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단점이 많이 보입니다.
전작이 시대의 제한 속에서도 최대한의 시스템 활용도를 보인 반면에,
2편은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



일단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점은 쓸데없는 장면과 분기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플로우 차트에서
빨간색은 아직 가지 못한 곳, 노란색은 모든 장면을 회수하지 못한 곳,
그리고 녹색은 모든 장면을 회수한 곳입니다.



노란색이나 녹색 부분을 클릭하면 나오는 씬 섬네일입니다.
한 위치에 장면만 일곱 개가 들어있습니다.
Now printing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이 아직 보지 못한 장면인 거죠.
100프로 클리어를 노린다면 이런 모든 장면을 수집하여
저 차트 전체를 녹색으로 바꿔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이걸 다 녹색으로 만드는 건 전혀 쉽지 않습니다.



게임 내에서 나오는 선택지입니다.
'안나의 방에 간다', '마키의 방에 간다', '현관 홀에 간다', '주방에 간다',
'나와츠나의 방에 간다', '자신의 방에 간다' 등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선택지가 나오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플로우 차트가 정신이 없습니다.
이걸 다 모으기 위해서는 위의 선택지를 온갖 방법으로 조합해야 합니다.

'안나의 방에 간다' 후에 '마키의 방에 간다'와
'마키의 방에 간다' 후에 '안나의 방에 간다'는 단순히 순서의 문제일 뿐이지만
플로우 차트를 전부 모으기 위해서는 이 모든 조합을 다 실험해봐야 하는 겁니다.
선택지가 6개나 되는데 순서까지 다르게 하면서 하나하나 다 해봐야 한다고요.
이게 무슨 비밀번호인가요?

그렇게 이 조합, 저 조합을 힘들게 실험한다고 결과가 딱히 다르지도 않습니다.
사실 그도 그럴게 이 상황 이후 주인공이 납치당하는데
안나의 방을 먼저 방문하든, 마키의 방을 먼저 방문하든 차이가 있는 게 더 이상합니다.
게임 제작자 측면에서도 조합마다 전부 결과를 다르게 만드려면
스토리를 수 백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그럼 스토리 차이도 없고, 모으는 방법은 더럽게 힘든
장면들을 왜 이렇게 많이 만든 걸까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게임 진행에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이 장면들을 다 모으지 않아도 엔딩을 보는 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 장면들을 다 모은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요.

따라서, 쓸데없는 장면들이 많지만 안 모으면 그만입니다.
골수 엘프빠가 아닌 이상 누가 이런 중복 장면들을 하나하나 다 모으려고 하겠습니까?
문제는 제가 바로 골수 엘프빠였다는 거죠.
2000년대 초중반의 엘프사는 독특하게도 골수팬일수록 더욱
의미없는 고통을 받게 하는 회사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실 루프물로서의 구성에 있습니다.
이 게임은 각 부를 시작하면서 기차를 탄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잠에서 깨기 직전, 주인공을 '유마'라고 부르는 안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역할도 하며,
게임의 전체 스토리를 생각하면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장면입니다.
이 게임은 루프물이기 때문에 만일 주인공이 사망하는 배드 엔딩을 봤다면,
각 부의 첫 장면인 이 장면으로 돌아오도록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대부분의 경우에 겨우 얼마 전의 선택지로 돌려 보낼 뿐입니다.



2부 플로우 차트입니다.
배드엔딩을 보면 되돌려 주는 포인트가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표시된 위치에 되돌려 줍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는 저 위치보다 아래의 장면에서밖에 루프를 할 수 없다는 얘기죠.

목표로 하는 엔딩에 도달하는데는 편한 방법이죠.
루프하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까요. 
근데 이런 방식으로 루프하면 저 포인트보다 위에 있는 대부분의 장면을 못 보잖아요.
게다가, 플레이어에게 어느 선택지가 잘못된 건지 사실상 답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루프 구간이 너무 길면, 불편하고 긴장감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이 나오던 시기는 이미 자유자재로 세이브/로드가 가능하던 시기입니다.
루프 반환 포인트를 플레이어가 세이브/로드를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3부입니다.
무수히 비극을 루프하며 나와츠나의 음모를 모두 꿰고 있는 주인공이
그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이죠.
나와츠나가 훔쳐보지 못하도록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이 난입한다거나
여성 캐릭터들이 함부로 납치당하지 않도록 모아놓고 지키는 행동 등을 합니다.

하지만, 흐름이 다소 어색합니다.
주인공은 이전까지 루프에서 경험한 일에 대해서는 꿈정도로 생각할 뿐입니다.
1부와 2부에서 이전의 루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던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근데, 3부에 이르러서 이렇다 할 계기도 없이
이 저택의 사람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확신에 차서 행동한다는 건 어색하잖아요.
지나가던 손님인 나츠코를 쫓아내겠다고 
초면에 싸대기 한 대 때리거나 성추행을 하는 방법까지 씁니다.
만일 주인공의 기억이 진짜로 꿈이었으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죠?

물론, 나츠코의 경우에는 평소 알지도 못하고 꿈에서나 봤던 사람이
진짜로 저택에 왔으니 확신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게임 내에서 그런 묘사는 많지 않았죠.
주인공이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풀었어야 합니다.



3부의 또다른 아쉬운 점은, 3부에 진입하면 이미 배드엔딩따위는 없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설령 나와츠나 일당이 나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그 음모를 막을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잖아요.

실제로도 주인공의 생각대로 되지 않은 부분은 꽤 많습니다.
켄고의 납치를 막으려고 했는데 안나를 도와주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미 납치가 된 이후라는 식이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일이 잘 풀려서
나와츠나의 음모가 실패하는 엔딩이 됩니다.

3부에도 여전히 선택지가 많고, 스토리 분기도 있습니다.
선택지를 이용해서 3부에만 있는 배드엔딩이나, 
아니면 1,2부로 전환되는 장면이 있었다면,
루프를 이용한 시행착오를 표현할 수 있었겠죠.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모두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성공해버렸습니다.
저는 루프물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2의 루프는 저택의 호러를 강조하는 역할로는 성공했지만,
시행착오 요소는 부족했습니다.



마지막 4부는 옆자리의 안나가 사라져 있는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루프의 이유와 여러 가지 진실이 밝혀지는 내용입니다.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고 암시적인 내용이 많은 편이지만
전반적인 진실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안나를 찾기 위해 카와라자키 저택으로 향하지만
매번 역앞에서 나타나던 오지랖 엑스트라 노인조차 안 보입니다.
노인이 늘 자랑하던 마누라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낼 뿐이죠.

아무튼 주인공은 안나를 찾기 위해 카와라자키 저택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 이후의 내용에 대해서 관심있는 분께서는 직접 플레이하시길 권장합니다.



총평하자면, 루프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엘프는 이 게임 이전에 걸작 루프물을 두 개나 만들었던 회사였습니다.
그 때의 노하우를 쏟아 부었다면 훨씬 좋은 게임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전체적으로는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 잔인함, 에로, 캐릭터, 스토리 대부분의 면에서
전작의 우수함을 계승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후에 나온 몇몇 게임들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죠.

틀에 박힌 에로게가 아닌 독특한 스타일의 성인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는 분께는
지금도 추천할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11월 17일 일요일

리뷰 : 카와라자키가 일족2(1)(2003/6/6,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첫 번째 편입니다.



3년 3개월만의 엘프사 게임 리뷰입니다.
오랜 엘프빠로서 흥분되는 순간입니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은 엘프빠로서 그렇게 신나는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엘프사의 게임들이 대체로 뭔가 빠져있는 듯한 게임들이 많이 나왔던 시기였죠.
게임의 재미에 비해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게임도 있었고,
저조차도 차마 실드치는 게 불가능했던 망한 게임도 있었습니다.

추억 얘기는 언젠가 엘프 게임을 다시 리뷰하게 될 때로 미루고,
<카와라자키가 일족2>는 그 시기에 나온 게임 중에서는
최상급이라고 생각되는 게임입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있고, 전작과 비교되는 부분도 있지만요.
전반적으로는 모에가 득세하던 시절에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엘프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스토리는 전작하고 이어지는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문제가 되는 가족도 카와라자키 일가이지만,
전작의 가문과 전혀 관계가 없는 생판 남이죠.

주인공인 유마가 연인인 안나와 함께 기차에 타고 있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둘은 안나의 양할아버지인 나와츠나의 생일에 참석하기 위해
숲속 한 가운데에 있는 카와라자키가 저택으로 향합니다.



기차역에 도착했지만 카와라자키 저택까지 가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시골 엑스트라 어르신이 등장해서 마누라 자랑을 합니다.
카와라자키 저택에 간다고 하자, TV 방송국에서 취재를 올 정도로
이상한 장소라는 암시를 합니다.



주인공과 안나를 데리러 차를 가지고 온 토모키입니다.
동생인 마키와 함께 고아원 출신인데 카와라자키가에 입양되었습니다.

토모키는 안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주인공보다 자신이 안나의 연인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주인공에게 쌀쌀 맞고 폭언을 내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원래 성격이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에게 재수없게 대하는 사람입니다.
동생인 마키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그 마키에게조차 말투가 냉랭할 정도입니다.

고전 엘프사 게임에 꼭 등장했던 재수없는 라이벌 포지션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외모때문에 라이벌일 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무슨 주치의인줄 알았습니다.



주인공의 연인인 안나입니다.
이 게임 캐릭터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모에 게임스러운 개성은 없습니다.
단순히 착하고 얌전한 스타일입니다.

다만, 미쳐돌아가는 저택 분위기 내에서,
게다가 가끔 주인공조차 약에 취해서 제정신을 잃어버리는 스토리에서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는 캐릭터라서 나름 마음에 듭니다.



토모키의 동생인 마키입니다.
주인공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갖고 있지만,
주인공보다 나이도 적고, 정신연령은 한참 더 어립니다.
애초에 주인공에게는 안나라는 애인이 이미 있기 때문에
딱히 마키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만찬에서 모습을 드러낸 저택의 주인 카와라자키 나와츠나입니다.
만악의 근원이자 제대로 미친 영감인데 첫 등장에서 여장을 하고 나와
첫인상은 마치 가짜 광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이 노인의 광기는 진짜입니다.
악역들의 광기가 희박했던 전작에 비해 훨씬 악랄한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집사인 이나가키입니다. 충신형 악역입니다.
이나가키가 끼는 에로 이벤트도 많지 않고,
딱히 여자를 밝히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와츠나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모습이 소름끼치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위의 두 악역을 가소롭게 여기며,
'이 구역의 미친 X은 나야'를 외치는 메이드 미카입니다.
평면적인 여캐들뿐인 이 게임에서 개성이 과하게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평소에는 무언가 재수없는 메이드 스타일입니다.
메이드로서의 예의를 안 지키는 것도 아니고, 하는 말이 틀린 것도 아닌데
대화할 때마다 묘하게 기분 나쁩니다.



제대로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그야말로 이 게임의 시키입니다.
틈만 나면 등 뒤에서 등장해서 주인공 목을 식칼로 그어 버립니다.
전작에서 가위 들고 애매하게 설치던 슌스케따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공포스럽습니다.

주인공도 매번 당하고만 있지는 않고 가끔 반격도 하는데
과하게 반격하면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입니다.



또다른 메이드인 스즈네입니다.
아버지의 빚때문에 메이드를 하고 있는 불쌍한 메이드 캐릭터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나와츠나, 이나가키, 미카의 명령을 받아 나쁜 짓을 돕기도 하고,
배신하고 착한 쪽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츠코입니다.
정말 억울하게도 카와라자키가와 전혀 관계없는 지나가던 행인입니다.
연인과 함께 놀러나왔다가 저택 촬영하고 싶어서 잠깐 방문한 것 뿐입니다.
근데 가장 험한 꼴을 당합니다.

연인인 켄고가 납치당해서 협박당하는 대로 행동하는데
정작 켄고도 정상이 아닙니다.
나츠코는 켄고를 구하려고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 애를 쓰는데
켄고는 그런 짓을 하느니 차라리 혀깨물고 자살하라는 소리나 합니다.


아무튼 이런 캐릭터들과 카와라자키 저택에서 벌어지는 참극이
이 게임의 주요 스토리입니다.



네비 맵이라는 이름으로 플로우 차트가 존재합니다.
빨간색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고,
노란색은 가보기는 했지만 모든 장면을 회수하지는 못한 곳,
녹색은 모든 장면을 회수한 곳입니다.

플로우 차트의 장면을 선택해서 그 장면을 다시 보는 건 가능하지만,
그 장면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아쉬운 시스템입니다. 시스템에 대해서는 2편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네비 맵 상으로 본다면, 이 게임은 4부 구성이 됩니다.



1부 초반부에는 그다지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카와라자키 저택에서 하룻밤을 지낸 주인공은
노인이 추한 여장을 하고 나오는 장면을 시작으로 기분 나쁜 상황을 여러 가지 겪게 됩니다.
저녁식사로 나온 고기는 양념을 너무 많이 해서 개뿔 맛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안나와 함께 생일 파티를 불참하고 저택을 나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토모키가 나타나서 안나는 자신의 약혼자이니 주인공만 꺼지라고 합니다.
안나도 주인공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토모키쪽으로 가버립니다.
주인공은 크게 당황하는데...



그냥 꿈이었습니다. 안나는 옆에서 잘 자고 있습니다.
둘은 카와라자키 저택에서 별 일없이 나온 겁니다.

네비 맵을 보면 1부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갑자기 분노조절장애 끼를 보이더니
카와라자키 저택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합니다.



분노조절장애 주인공은 다시 데리러 온 토모키 죽빵부터 날리고 시작합니다.
2부 초반부의 주인공이 이렇게 된 이유는 사실 약 때문입니다.
2부에서는 주인공이 온갖 장소를 돌아다니며 분탕치고 다닙니다.



그렇게 활개치고 다니던 주인공은 갑자기 뒤통수를 맞고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나 보니, 마키와 함께 감금당해 있습니다.
스토리에 따라 마키가 함께 감금 안 당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주인공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옵니다.
전통적인 치료법으로 어설픈 분노조절장애에는 역시 매가 약입니다.
사실, 그냥 약 기운이 풀린 것 뿐입니다.



충신형 악역과 이 구역의 미친 X이 전작과 똑같은 구도로 등장합니다.
악역들이 드디어 미친 짓을 벌이기 시작한 겁니다.



2부의 주요 피해자는 마키입니다.
온갖 미친 짓들이 난무하고, 주인공도 가끔 반격하지만
2부에서는 죽었다 깨놔도 해피엔딩을 볼 수 없습니다.
대략적인 배드엔딩 끝에 장면은 다시 1부 중반부로 돌아옵니다.



1부로 돌아와 온갖 피해를 당하는 나츠코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나츠코의 멘탈 붕괴는 피할 수 없습니다.



저택의 대문이 쇠사슬로 막혀있는 와중에 유일한 탈출법은
자동차로 정문 깨부수고 나가는 방법뿐입니다.
근데, 차키는 누가 숨겨놨는지 어디에도 안 보이고,
악역들은 여전히 미쳐 날뛰는 데다가, 토모키까지 약에 중독돼서 주인공을 공격합니다.

스즈네의 도움으로 겨우 차키를 찾았지만,
주인공이 약에 취한 상태라서 도저히 탈출이 안 됩니다.
스즈네가 제 정신이 아닌 주인공을 협박해서라도 탈출해보려고 하지만
분노조절장애 주인공은 아예 일부러 벽에 박아 버립니다.



반격해 보려고 열심히 노력해보지만 도저히 미친 집단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거듭된 배드엔딩 끝에 탈출의 기회를 잡았지만
나와츠나가 이젠 아주 총질까지 하고 난리가 납니다.



결국 안나까지 돕지 못하고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가까쓰로 정문을 자동차로 부수고 혼자 탈출합니다.

그래도 도저히 탈출할 수 없었던 카와라자키 저택을 혼자서라도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전작에서는 배드엔딩이지만 혼자서 탈출하는 건 그런대로 쉬웠는데
이번 작에서는 포위망이 장난 아닙니다.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미카가 나타나 주인공에게 칼을 겨눕니다.
안 그래도 도망치느라 흥분상태였던 주인공은 안전운전을 못하고
나무에 갖다 박아 또 다시 정신을 잃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1부의 마무리이며 다음 장면은 드디어 3부입니다.


이 미친 저택에서 과연 모두 다같이 탈출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 게임의 다음 스토리 및 평가는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11월 10일 일요일

리뷰 : 카와라자키가 일족(하원기가 일족)(2)(1993/12/22,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로 나뉘어져 있으며 두번째 편입니다.


벌써 몇 번이나 언급한 내용입니다만
카와라자키가 일족은 에로게에서
저택물과 멀티엔딩 게임의 원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초는 아니라고 했죠.

저택물+멀티엔딩의 구성도 카와라자키가 일족 이전에 존재했습니다.
바로 RED-ZONE 이름 시리즈 중 하나인 <나오미 ~미소녀들의 관~>입니다.
이름 시리즈를 대충 리뷰할 때, 조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나오미 ~미소녀들의 관~> 역시 H씬도 과격하고, 섬뜩한 엔딩도 충격적입니다.

일본 위키에도 <나오미 ~미소녀들이 관~> 및 그 전의 멀티엔딩 에로게들을 언급하면서
카와라자키가 일족이 원조라는 건 잘못된 사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잘못된 사실이라기보다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한 것과 그 시스템의 활용 방안을 제시한 것과의 차이죠.



카와라자키가 일족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나옵니다.
처음 플레이할 때, 대충 선택지를 고르다가 해피 엔딩을 보는 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시작하고, 그냥 일 안하고 뛰쳐 나오는 초반 엔딩이나
중반부쯤에 아리스를 건드리다 슌스케에게 살해당하는 엔딩을 보지 않는 한
무난하게 카오리가 방에 찾아오는 최후의 밤에 돌입합니다.
차에 치이고, 가위에 찔리고, 감금 당하는 등의 엔딩을 두, 세번만 보게 되면
이 게임의 최종 목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쳐 날뛰는 가짜 가족 일당들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탈출하는 거죠.
저처럼 미사코가 마음에 들어서 미사코와 함께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탈출을 목표로 신중하게 플레이해도 여전히 탈출하는 건 어렵습니다.
왜냐면, 이 게임은 마지막에 선택지 한, 두 개 잘 선택한다고
해피엔딩을 보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죠.

기껏해야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혼자 탈출해서
평생 위협에 시달린다는 찝찝한 내용의 엔딩 뿐입니다.

운이 정말 좋아서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경우는 해피엔딩은 구경도 못하고 배드엔딩만 몇 번씩 보게 됩니다.
레이를 구출하는 엔딩정도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카오리를 구하는 엔딩은 짐작조차 안 가고,
미사코를 구하는 엔딩은 더더욱 오리무중입니다.



배드엔딩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익숙해질 정도가 됩니다.
처음에는 저택이 불타는 엔딩을 보고 소름이 돋은 플레이어들도,
계속해서 보다 보면 그냥 '잘 탄다' 이런 생각이나 들고
나중에는 그런 생각도 안 들 정도로 아무 생각이 안 듭니다.


단순한 선택지 게임인 카와라자키가 일족이 이렇게 난이도가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무의미한 선택지가 꽤 많다는 점입니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마지막 밤에는 선택지가 많아서
마치, 그 수많은 선택지를 잘 조합만 해도 해피엔딩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지 중 상당수가 사실은 뭘 고르든 엔딩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죠.
따라서, 마지막 날 직전에 세이브한 것을 로드해서 이런 저런 조합을 시도해봐도
이전에 길을 잘못 들어 섰다면 절대 미사코 해피엔딩을 볼 수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슨 선택지가 엔딩에 영향을 주고, 뭐가 영향을 안 주는지도
처음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간파하기 힘들게 되어 있습니다.
논리적이나 도덕적으로 무슨 정답이 있는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거의 마지막 부분에 들어서면 비교적 알기 쉬운 선택지가 나오지만
찔려 죽을래, 치여 죽을래, 아니면 타락할래 정도의 차이입니다.
해피엔딩과는 전혀 관계없어요.

오히려 엔딩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평일의 선택지가
미사코 해피 엔딩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선택지입니다.
평일에 행동을 어떻게 하든, 마지막 밤의 스토리는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평일의 행동은 스토리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해피엔딩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죠.
이 역시, 플레이어를 헷갈리게 하는 점입니다.


처음에 플레이할 때는 굉장히 혼란스럽지만
배드엔딩을 계속 보면서 게임의 전반적인 틀을 파악하다 보면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이 서서히 보이게 됩니다.
게임이 대책없이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생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밤 직전에 저녁식사를 한다/안한다의 선택지가 뜹니다.
저녁식사 정도야 가벼운 마음으로 먹으면 다 먹은 후에,
슌스케에게서 주머니에 담긴 무언가를 빻으라는 지시를 받게 되고
약에 중독되어 주인공이 야수화하고
카오리를 습격하는 전개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약에 중독되지 않기 위해서는 저녁식사를 안 먹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근데 약에 중독되지 않는 루트로 돌입하면 무조건 배드엔딩입니다.
오히려 약에 중독되어야 해피엔딩을 볼 수 있죠. 대표적인 함정 선택지죠.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지뢰를 밟아가며,
다음 플레이에서는 그것을 피해 전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저녁식사 선택지에서 저녁식사를 안 먹는다를 선택하면
슌스케가 주머니를 들고 주인공에게 지시할 타이밍을 놓치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중요한 분기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무슨 결과를 가져왔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거죠.

각각의 선택지를 하나씩만 보면 선택지에 정답은 없습니다.
왜냐면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은 나쁜 짓을 하고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피해를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불쌍한 미나의 경우는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피해를 덜 받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건 엔딩과는 별 관계 없습니다.


선택지 하나로는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없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선택지를 파악하면 해피엔딩으로 가는
정답이 보이는 게 됩니다.

미사코 해피 엔딩을 예로 들어 봅시다.
마지막 밤에 여러 번 죽어가며, 선택지를 이것저것 선택하다 보면,
'미사코를 돕는다/ 카오리를 돕는다/ 레이를 돕는다'
세 가지 선택지가 뜨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사코를 돕는 것을 선택하면 주인공이 '미사코가 있는 장소를 모른다'고 합니다.



미사코가 잡혀간 장소는 최종 흑막인 할아버지가 있는 저택입니다.
난바라와 한 번 가기는 했지만 옆자리에 그냥 타고 있었을 뿐이니 길을 알 수가 없죠.

그 전날 직접 운전해서 저택으로 갈 기회가 있었지만 낮잠 자느라 못 갔습니다.
낮잠은 왜 잤느냐? 그날 낮에 레이와 H씬이 있었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미사코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레이와의 H씬을 거절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낮잠을 자지 않고,
미사코와 함께 할아버지가 있는 저택으로 가게 되고,
주소를 기억하여 마지막에 미사코를 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반복해서 배드엔딩을 보더라도 계속 플레이하게 되면 이런 내용을 파악할 수 있죠.


정리하자면, 카와라자키가 일족의 멀티 엔딩 게임 디자인은
단순히 '엔딩이 여러 개'인 것이 아닙니다.
'A를 선택하면 A루트/ A루트에서 1을 선택하면 A-1엔딩'같은
단순한 분기 시스템이 아니라는 거죠.

여러 배드 엔딩들은 플레이어에게 섬뜩함을 느끼게 하고
해피엔딩을 보고 싶은 욕구를 줍니다.
그와 동시에 반복 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목적을 설정하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을 자세히 플레이하면
이런 부분이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런 게임 디자인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요즘은 이정도 난이도의 게임은 짜증나서 공략집 보고 플레이하는 시대죠.

이런 스타일의 게임은 요즘 대세가 아닙니다.
요즘 게임들은 선택지가 거의 없는, 혹은 상당히 난이도가 쉬운 게임들 뿐이죠.

그런 비쥬얼 노벨 장르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재미있게 한 비쥬얼 노벨이 상당히 많죠.
하지만, 모든 에로게가 그런 스타일로 흘러갈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주인공이 하는 행동을 보고만 있을 뿐만이 아닌
플레이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게임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게임을,
시행착오를 거치며 엔딩에 도달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에로게도
1년에 몇 개쯤은 나와도 괜찮잖아요.

저는 카와라자키가 일족을 처음 플레이할 때,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배드엔딩을 봤죠.
개고생도 재미있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사코 해피 엔딩을 봤을 때는
고생이 보답받았다는 성취감정도는 느낄 수 있었죠.
그때의 성취감을 최근에 다시 느꼈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번 리뷰에서의 CG는 PC98판이 아닌 윈도우 이식판입니다.
스토리에서 아무 추가도 없었던 것도 아쉽지만
더더욱 아쉬운 부분은 읽은 문장 스킵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대사인데도 읽은 문장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2017년도에는 뜬금없이 아스트로노츠의 <백화요란의 관>과 콜라보된 게임도 나왔습니다.
내용물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 콜라보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총평하자면, 제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게임 시스템 디자인 부분입니다.
시스템 부분을 살려준 건 이 게임의 소재입니다.
단순한 연애 게임이고 그냥 여자에게 차이는 배드엔딩이었다면
이 시스템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 했겠죠.

사운드, 스토리, 시스템 등이 잘 어울리는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죠.
윈도우로 리메이크할 때, 스토리와 캐릭터 부분을 보완했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그 부분이 보완된 작품은 다음에 리뷰할 <카와라자키가 일족2>입니다.

2019년 11월 3일 일요일

리뷰 : 카와라자키가 일족(하원기가 일족)(1)(1993/12/22,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로 나뉘어져 있으며 첫번째 편입니다.



그동안 미뤄뒀던 게임 중 하나인 <카와라자키가 일족>의 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 <애자매>와 함께 실키즈의 대표적인 3강 중 하나이며,
하원기가일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고전 도스게임입니다.

제 리뷰에서도 자주 언급된 게임인데,
'저택물'과 '멀티엔딩'의 원조격이라고 불리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제 리뷰에서는 늘 '최초'와 '원조'를 구별해서 사용합니다.
하트전자산업이 먼저였지만 <프린세스 메이커>가 육성 시뮬레이션의 원조인 것처럼요.
단순히 가장 먼저가 아닌 당대 혹은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
'원조'라는 칭호를 받게 되는 거죠.
'원조' 칭호는 제가 임의로 붙이는 게 아닙니다.
일본에서 그렇게 불리고 있다고 소개하는 것뿐이죠.

저택물과 멀티엔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택물은 <흑묘관>이나 <금단의 혈족>이 먼저였으며,
멀티엔딩도 카와라자키가 일족 이전에도 엄청 많았습니다.
F&C 게임들을 리뷰하면서 많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와라자키가 일족은 그 이전의 선배들을 전부 깔아뭉개고
두 요소의 원조로 기억되고 있는 겁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 로쿠로는 높은 보수에 혹해서 카와라자키가라는 부자 가문의 대저택에
더부살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카와라자키가의 마님인 쿄코입니다.
주인공이 저택에 오자마자 카와라자키가는 유서깊은 집안이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주인공이 이런 여자가 있는 곳에서는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고
저택을 뛰쳐 나오는 엔딩도 있습니다.

25년이 넘게 세월이 지난 게임이라서 그런지 주인공의 생각에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쿄코 첫인상 정도면 별 문제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죠.
요즘 건방진 부잣집 아가씨 캐릭터에 비하면 정말 양반입니다.



위에서부터 장녀 사치코, 차녀 레이, 장남 슌스케입니다.
첫인상만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캐릭터와
멀리 하고 싶은 캐릭터가 확연히 구분됩니다.



메이드인 미사코입니다.
저택물로서는 특이하게도 메인 히로인이 아가씨가 아니라 메이드입니다.



또다른 메이드인 아리스입니다.



운전기사인 난바라입니다.
얼굴, 말투 등이 <유작>의 이사쿠와 흡사합니다.
윈도우판에서 성우 연기까지 들어보면 그냥 수건 대신 넥타이멘 이사쿠 그 자체입니다.

이 정도에 타이조라는 카와라자키가의 당주정도가 있지만
이 분은 굳이 주인공따위에게 인사하러 나오지 않습니다.


첫날부터 마당 쓸거나, 창문닦느라 기진맥진한 주인공은 잠자리에 들게 되는데
밤에 갑자기 여성의 비명이 들려옵니다.
비명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면 마님인 쿄코와 당주로 추정되는 인물이
SM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낮의 쿄코는 가문이 유서깊고 예법을 중시하니 행동을 조심하라고 하더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심지어, 비명소리가 나는 쪽으로 안 가고 그냥 침대에 있으면
주인공 방문 앞까지 와서 저 짓을 합니다.
아무리 층간 소음 걱정없는 대저택이라지만 기본적인 매너도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주인공이 카와라자키가 저택에서 일하며,
저택사람들의 음란행위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 저택에는 미스테리한 요소도 많이 있는데
전혀 모르는 가족이 찍혀 있는 사진이나 변태적인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마당에는 땅을 파고 다시 묻은 흔적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장녀 사치코를 자동차로 마중나가면 사치코의 학교 친구 미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미나는 대체 무슨 협박을 당하고 있는 건지
사치코의 변태적인 요구를 전혀 거절하지 않습니다.



차녀 레이의 가정교사인 카오리입니다.
솔직히 여기 아가씨들보다 더 부잣집 아가씨처럼 교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캐릭터가 주인공 방에 찾아오는 시점부터 게임이 급전개되는데
주인공이 약에 취해서 미쳐있거나, 카오리가 약에 취해서 미쳐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황이 전개됩니다.

정신을 차린 주인공 앞에 난바라와 쿄코가 나타납니다.
이 정신없는 집안꼴의 진실은 여러 엔딩에 나뉘어져 소개되는데
굳이 제 블로그에서는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은 2000년대에 플레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입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90년대의 도스 게임이다보니 분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H씬은 적고, 스토리는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악역은 쿄코, 사치코, 난바라, 슌스케, 그리고 수수께끼의 노인입니다.
악역 숫자가 너무 많기는 하지만, 이건 수긍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 전체가 미쳐있는 일족이니까요.

문제는 악역 포스가 분산되어 악역으로서의 매력이 전체적으로 반감된다는 점입니다.
슌스케는 가위들고 설치고 다니는 것에 비해 공포가 별로 없고,
난바라는 일족이 아니라 운전기사 포지션이다보니 한계가 느껴집니다.
수수께끼의 노인은 포지션상 최종보스가 되어야 했지만
분량이 너무 적었습니다.

쿄코정도가 메인 악역이 되어 줬어야 하는데,
정작 제일 활약없는 악역입니다.



같이 탈출하는 히로인 그룹도 다소 아쉽습니다.
미사코, 카오리, 레이 세 명중 하나와 탈출하는 엔딩이 있습니다.
근데, 사실 셋 다 카와라자키 저택에 오고 나서 만난 사실상 생판 남입니다.
대체 왜 같이 탈출해야 하죠? 좀 더 주인공과의 인연을 강화하는 이벤트가 필요했습니다.

레이의 경우는 공부라든가, 모델이라든가로 그나마 이벤트가 있습니다.
주인공을 도와주려고 한 노력도 보여줬고요.

근데 카오리의 경우는 정말로 인사만 하고 다닌 사이입니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 거의 접점이 없는 사이죠.

미사코의 경우도 메인 히로인인데 접점이 너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답답한 부분은 미사코가 자꾸 대화를 걸어오는데
주인공이 일이 힘들다고 미사코와의 대화를 자꾸 건성으로 합니다.
나중에 가서야 주인공이 '미사코를 좋아하는 걸지도'라고 생각하는데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좀 더 미사코와의 일상 이벤트가 많았으면 납득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엔딩도 없었습니다.
슌스케는 자주 사망했지만, 나머지 악당들의 경우는 행방불명될 뿐인
애매한 엔딩을 보여준 거죠.
해피엔딩을 맞았더라도 언제 일족이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스러운 연출에는 성공을 했지만, 조금이라도 쿄코나 사치코가 한 방 먹는 씬을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기한 문제들을 종합하면,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분량이었습니다.
PC98 시절의 게임들은 분량에 한계가 있었고
많은 것들을 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이 시대를 고려하면 충실한 분량, 많은 엔딩을 보여준 게임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플레이하면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는 거죠.

윈도우판으로 리메이크 될 때, 이런 점들을 반영하여
분량을 늘렸다면 좀 더 훌륭한 게임이 됐을 것입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에 대해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를 많이 봤는데
상기한 이유들 때문에, 충분히 수긍할 만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이 게임을 높이 평가합니다.
사람들이 이 게임의 진가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게임을 제가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