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PC-98의 시리즈물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이었던 시리즈물 중 하나인
<GAOGAO!> 시리즈는 총 네 편이 발매되었습니다.
GAOGAO! 1st 래디컬 시퀀스(1994/01/07 발매)
GAOGAO! 2nd 판도라의 숲(1994/04/16 발매)
GAOGAO! 3rd 와일드 포스(1994/10/29 발매)
카난 ~약속의 땅~(1997/04/16 발매)
이렇게 네 작품입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첫 작품인 래디컬 시퀀스에서
이미 1st라는 수식어를 붙여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래디컬 시퀀스가 인기가 있어서 속편이 나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시리즈물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거죠.
하나의 작품을 여러 개로 나누어서 낸 경우는 아닙니다.
굉장히 장대한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시리즈죠.
이 시리즈의 공통적인 요소는 동물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인간,
게임 내의 표현으로는 '변이체'라는 존재입니다.
포나인은 데뷔작부터 동물귀같은 걸 좋아하는 회사였습니다만
GAOGAO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기로 한 것 같습니다.
1편 래디컬 시퀀스의 스토리는
대학생인 주인공이 밤에 편의점 가다가 고양이귀 소녀 '미'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유기견 줍듯이 버려져 있던 미를 데려가는데
수인계열 작품에서 상당히 자주 사용되는 클리셰입니다.
장대한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서는 놀라울만큼 사소한 스타트입니다.
주인공은 뜬금없이 나타난 고양이귀 소녀의 정체를 궁금해합니다만
만족스러운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미'라는 이름조차 주인공이 붙여준 것으로
미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주인공은 미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마을을 돌아 다니고,
그 와중에 수수께끼의 집단의 습격을 받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시리즈물의 첫스타트임에도 불구하고 1편은 다소 낮은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애초에 시리즈물로 기획되지 않았다면 속편은 나오지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명령 선택식 시스템이 너무 귀찮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시리즈 내내 완벽하게 수정되지 못한 부분입니다만
1편이 가장 심각합니다.
방문할 수 있는 장소, 선택할 수 있는 커맨드가 쓸데없이 많고
별 필요도 없이 모든 장소를 다 둘러보고 모든 커맨드를 다 눌러봐야 합니다.
그에 비해서, 스토리는 지지부진하게 전개됩니다.
후반부에 가서야 겨우 급전개를 보여줄 뿐이죠.
단독 작품으로서는 평범한 스토리와 아쉬운 시스템을 가진 작품입니다.
결말에서 미는 마지막에 사라지지만 안 좋게 헤어진 건 아닙니다.
대체로 갈등은 잘 해소되었고,
주인공은 평범한 세계의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1편을 힘겹게 클리어하고 난 이후의 감상은 그럭저럭이었습니다.
작품 자체의 재미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속편에 대한 기대도 주지 못했습니다.
1편이 딱히 특이한 사건이 없는 채로 끝났으니
2편에서도 별로 대단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GAOGAO! 시리즈 2편 <판도라의 숲>입니다.
오프닝에서 1편 스토리와 그 이후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가 나옵니다.
변이체를 만들어낸 과학자 프리츠 워렌이 사망한 이후,
이쥬인재단이라는 곳에서 그 연구를 이어받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면...
갑자기 급발진합니다.
때는 2014년, 바이오해저드가 발생하여
포유류 사망률 98%의 '클럽HT1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퍼지게 됩니다.
인류는 전멸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클럽HT1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인류는 돔시티를 건설하게 됩니다.
판도라의 숲에서 다루고 있는 시대는 1편으로부터 수백년 후의 미래입니다.
인류는 좁은 돔시티에서만 살고 나머지 공간은 숲으로 뒤덮이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돔시티 외부의 공기를 마신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입니다.
빈약하고 한심한 성격입니다.
게임 진행 내내 누구한테 맞고, 도망치고, 붙잡히고, 인질이 되는 게 특기입니다.
주인공은 어릴 적 이후로 만나지 못했던 사촌 루시아와 오랜만에 재회하게 됩니다.
재회한 루시아와 재키는 지나가던 로이라는 남자의 차를 얻어 타게 됩니다.
하지만, 로이는 사실 쓰레기같은 악당이었고 갑자기 루시아를 덮치려고 합니다.
루시아와 재키는 로이에게서 간신히 도망쳤으나
차 바깥은 사망률 98%, 생존자도 끔찍하게 신체가 변형된다는
'클럽HT1 바이러스'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돔시티 외부였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숲속에서 오래 헤메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에게는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둘은 숲속에서 '리아'라는 변이체를 만나게 됩니다.
'클럽HT1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끔찍한 괴물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리아는 모습은 이상하지만 전혀 괴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리아의 정체는 궁금하지만 리아는 전작의 '미'와 달리 사람말을 할 줄 모릅니다.
주인공과 루시아는 리아의 안내로 돔시티로 무사히 되돌아 갈 수 있었습니다.
근데 루시아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숲속에 잘 살고 있는 리아를
돔시티로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루시아가 쓸데없는 오지랖 부릴 때, 이럴 줄 알았습니다.
리아는 어딘가로 끌려가고,
재키와 루시아는 돔시티 외부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채로,
루시아의 집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우연히 기억을 되찾은 재키와 루시아는
루시아의 친구이자 해킹에 소질이 있는 메구의 도움을 받아
리아가 잡혀 있는 연구소로 잠입합니다.
2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라이라라는 캐릭터입니다.
리아와 달리 말을 할 줄 아는 변이체입니다.
처음에는 연구소에 침입한 주인공을 습격하는 악역같지만
나중에는 주인공의 친절함에 감복하여 아군이 됩니다.
전투계열 아군이 없어서 주인공 일행은 계속 붙잡히고 도망치고만 반복했으나
라이라가 합류하고 나서야 비로소 게임이 어느 정도 시원하게 전개됩니다.
시스템면에서는 전작에 비해서는 괜찮아졌으나 아직도 아쉽습니다.
나름대로 방문할 장소를 제한했지만
여전히 쓸데없이 방문해야할 장소가 너무 많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스토리가 연구소 내에서 진행되는데
연구소가 너무 넓고, 배경이 다 똑같이 생겨서
게임을 하는 데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GAOGAO! 시리즈는 3편부터 흥행하기 시작했고
1편, 2편은 다소 저평가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추천하시는 분 중에서는
'1편, 2편은 뛰어넘고 3편부터 플레이해도 무방하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작품 각각이 완성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꼭 전 시리즈를 다 플레이할 필요는 없고,
재미있는 3편, 4편만, 아니면 그냥 4편만 플레이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1편은 제끼더라도 2편은 플레이하는 걸 추천합니다.
2편을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속작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메시지가 많이 들어있는 작품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후속작은 GAOGAO! 시리즈 3편 <와일드 포스>,
또 다시 2편 시점에서 수백 년이 흐른 이후의 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