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Tactics 사의 <ONE ~빛나는 계절로~> 1998년 6월 26일 발매
Marron 사의 <코스모스의 하늘에> 2001년 07년 27일 발매
BasiL 사의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2002년 6월 28일 발매
저는 제 에로게 인생 초창기를 장식했던 이 세 개의 게임들을
같이 묶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말하지 않겠지만,
스토리나 구성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게임이죠.
하지만, 제가 이 게임들을 묶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게임들을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로게의 순위를 매긴다면,
세 게임 전부 20위 안에 들어올 정도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임들입니다.
에로게 여신의 가호에 의해,
2023년 저 셋 중 두 게임이 리메이크가 되는 행운이 찾아 왔습니다.
BasiL 사를 계승한 격인 Navel 사에서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통칭 소레치루를 리메이크 했죠.
특별히 스토리가 인상적인 게임은 아니었지만,
유려한 그래픽과 잘 만들어진 캐릭터,
무엇보다도 탁월한 개그가 어우러져
여러 게임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게임이었죠.
저는 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파르페 ~쇼콜라 세컨드 브류~>의 한국어 패치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어 패치된 에로게를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이 게임을 가장 먼저 추천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발매한 Basil 사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오래 활동하지 못했습니다.
이 인기 게임의 팬디스크도 못 내보고
사실상 끝장나고 말았죠.
문제는 이 게임이 후속작의 떡밥을 신나게 뿌려댔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는 미완성에 가까울 정도로 뭔가 부족했던 게임이었다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후속작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속작은 개뿔, 회사 자체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완전판>이 발매됩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그렇게 소문이 좋지는 않았어요.
기다려 왔던 게임이지만 정작 발매되자
플레이해야 할지 말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큰 기대가 없던 게임이었습니다.
어쨌든 정말 좋아하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결국 완전판도 플레이했고,
막상 플레이하니까 재미는 있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마음에 들었던 건 결국 원작의 힘이었을 뿐
추가된 요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죠.
뭔가 이것저것 추가하긴 했고, 마음에 드는 게 없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었죠.
부실했던 스토리를 보완했을 줄 알았는데 스토리는
여전히 완결성이 없이 부실했습니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고서도
'이게 완전판인가?'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있었죠.
아무튼, 이 정도가 소레치루에 관한 제 간략한 추억입니다.
그리고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2023년에 발매된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Re:BIRTH->입니다.
그래픽을 일신한 게임입니다.
다수의 의견과 달리
추가 요소가 없지는 않은데 그렇게 많지도 않죠.
스토리는 큰 수정없이 부실한 상태 그대로죠.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원래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캐릭터였죠.
옛날부터 제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노조미였습니다.
성우가 바뀌어서 느낌이 다를 줄 알았는데
리버스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했던 그 노조미 그대로였죠.
진심으로 제가 아직도 게임 하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미연시를 플레이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진짜 너무 좋았어요.
스토리도 가장 좋은 캐릭터이고, 저도 많이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노조미만큼이 아닐 뿐이죠.
이 캐릭터의 옛날 성우는 고토 유코라고 제가 엄청 좋아하던 성우였습니다.
에로게에서는 사실 활약이 많지 않은 성우였는데
애니를 잘 안 보던 제가 오로지 이 성우 때문에 애니를 두 개 정도 봤을 정도였죠.
리버스를 플레이하며 이 캐릭터와 처음 대면했을 때
저는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코마치의 보이스가 고토 유코 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느낌을 잘 살렸거든요.
첫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저는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요새는 성우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성우에게 흥미를 안 가질 수 없었던 거죠.
검색 결과, 고토 유코가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목소리를 지닌 이 성우의 정체는
고토 유코 본인이었습니다.
마술의 비법이라는 게 알고 나면 허무한 법입니다.
생각해 보니 고토 유코는 안 죽었죠.
서브 캐릭터도 좋아할 정도로 저로서는 애정이 많은 게임입니다.
기억에 관련된 메인 스토리가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도 훨씬 안 좋았습니다.
갈등도 갈등 해소도 억지로 전개하는 티가 너무 났어요.
그래도 마냥 실망스러운 건 아니고
메인 줄거리를 빼면 좋은 부분도 꽤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발전한 부분이라고는 그래픽 뿐이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지금 플레이해도 손색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억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만 변한 과거 그대로의 리메이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엔 만족스럽게 플레이했습니다.
그만큼 추억의 한 가운데 있는 게임 중 하나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