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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8일 일요일

리뷰 :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Re:BIRTH-(2023/9/29,Navel)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Tactics 사의 <ONE ~빛나는 계절로~> 1998년 6월 26일 발매
Marron 사의 <코스모스의 하늘에> 2001년 07년 27일 발매
BasiL 사의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2002년 6월 28일 발매


저는 제 에로게 인생 초창기를 장식했던 이 세 개의 게임들을 
같이 묶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말하지 않겠지만,
스토리나 구성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게임이죠.

하지만, 제가 이 게임들을 묶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게임들을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로게의 순위를 매긴다면,
세 게임 전부 20위 안에 들어올 정도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임들입니다.

에로게 여신의 가호에 의해,
2023년 저 셋 중 두 게임이 리메이크가 되는 행운이 찾아 왔습니다.
BasiL 사를 계승한 격인 Navel 사에서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통칭 소레치루를 리메이크 했죠.



소레치루는 당대의 인기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특별히 스토리가 인상적인 게임은 아니었지만,
유려한 그래픽과 잘 만들어진 캐릭터,
무엇보다도 탁월한 개그가 어우러져 
여러 게임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게임이었죠.

저는 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파르페 ~쇼콜라 세컨드 브류~>의 한국어 패치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어 패치된 에로게를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이 게임을 가장 먼저 추천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발매한 Basil 사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오래 활동하지 못했습니다.
이 인기 게임의 팬디스크도 못 내보고
사실상 끝장나고 말았죠.


문제는 이 게임이 후속작의 떡밥을 신나게 뿌려댔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는 미완성에 가까울 정도로 뭔가 부족했던 게임이었다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후속작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속작은 개뿔, 회사 자체가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원작 발매 후 6년이 지난 어느날,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완전판>이 발매됩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그렇게 소문이 좋지는 않았어요.
기다려 왔던 게임이지만 정작 발매되자 
플레이해야 할지 말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큰 기대가 없던 게임이었습니다.

어쨌든 정말 좋아하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결국 완전판도 플레이했고,
막상 플레이하니까 재미는 있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마음에 들었던 건 결국 원작의 힘이었을 뿐 
추가된 요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죠.
뭔가 이것저것 추가하긴 했고, 마음에 드는 게 없지는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었죠.
부실했던 스토리를 보완했을 줄 알았는데 스토리는 
여전히 완결성이 없이 부실했습니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고서도
'이게 완전판인가?'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있었죠. 



아무튼, 이 정도가 소레치루에 관한 제 간략한 추억입니다.
그리고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2023년에 발매된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Re:BIRTH->입니다.



기본적으로는 2002년판을 베이스로
그래픽을 일신한 게임입니다.
추가 요소가 없지는 않은데 그렇게 많지도 않죠.
스토리는 큰 수정없이 부실한 상태 그대로죠.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원래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캐릭터였죠.



다수의 의견과 달리
옛날부터 제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노조미였습니다.
성우가 바뀌어서 느낌이 다를 줄 알았는데
리버스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했던 그 노조미 그대로였죠.

진심으로 제가 아직도 게임 하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미연시를 플레이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진짜 너무 좋았어요.



이 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코마치입니다.
스토리도 가장 좋은 캐릭터이고, 저도 많이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노조미만큼이 아닐 뿐이죠.

이 캐릭터의 옛날 성우는 고토 유코라고 제가 엄청 좋아하던 성우였습니다.
에로게에서는 사실 활약이 많지 않은 성우였는데
애니를 잘 안 보던 제가 오로지 이 성우 때문에 애니를 두 개 정도 봤을 정도였죠.


리버스를 플레이하며 이 캐릭터와 처음 대면했을 때
저는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코마치의 보이스가 고토 유코 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느낌을 잘 살렸거든요.

첫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저는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요새는 성우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성우에게 흥미를 안 가질 수 없었던 거죠.

검색 결과, 고토 유코가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목소리를 지닌 이 성우의 정체는
고토 유코 본인이었습니다.
마술의 비법이라는 게 알고 나면 허무한 법입니다.
생각해 보니 고토 유코는 안 죽었죠.
 


다른 캐릭터도 안 좋아하지는 않는데 할 말이 많지는 않네요.
서브 캐릭터도 좋아할 정도로 저로서는 애정이 많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콩깍지가 씌였던 옛날의 저에 비해서 지금의 저는 확실히 냉정해졌는데
기억에 관련된 메인 스토리가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도 훨씬 안 좋았습니다.
갈등도 갈등 해소도 억지로 전개하는 티가 너무 났어요.
그래도 마냥 실망스러운 건 아니고
메인 줄거리를 빼면 좋은 부분도 꽤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발전한 부분이라고는 그래픽 뿐이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지금 플레이해도 손색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억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만 변한 과거 그대로의 리메이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엔 만족스럽게 플레이했습니다.
그만큼 추억의 한 가운데 있는 게임 중 하나라는 거죠.

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리뷰 : WHITE ALBUM(1998/5/1,Lea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거 <WHITE ALBUM>은 인기있는 미연시의 대명사와도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에로게를 한창 하던 시기에
에로게에서 마약이란 백색마약 밖에 없었죠.
분홍마약이니 주황마약이니 하는 건 한참 후에나 들어본 용어였습니다.
다만 저는 화이트앨범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남들이 다 좋다고 하면 왠지 청개구리짓을 하고 싶었던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죠.



독특하게도 주인공은 게임 시작 시점부터 
유키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애인과 교제하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유키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사귀던 사이로
지금은 대학생입니다.



가수를 꿈꾸던 유키는 게임 시점에서는 탑급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바쁜 스케쥴로 인해 주인공과 연애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만 가죠.
점점 주인공은 유키와의 관계에서 벽을 느끼게 되고,
다른 여성들과 인연을 맺는다는 게 이 게임의 기본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비록 서로 잘 만나지 못하더라도,
착하고 순수하고 귀여운 탑급 아이돌 여자친구를 두고
굳이 다른 여성을 만날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가 여기 있네요.
이 캐릭터의 이름은 리나입니다.
유키의 친구로서 유키 이상의 탑급 아이돌이죠.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만 저도 유키보다 리나에 더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사실 죄책감이야 주인공만 느끼면 되는 거고,
저는 그냥 게이머로서 다른 캐릭터를 마음에 둬도 되지 않을까요?



이 게임의 시스템은 주인공의 스케쥴을 짜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대학에 갈지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할지를 결정하는 거죠.
예를 들어, 리나를 공략하려면
리나가 자주 오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니면 방송국 AD 아르바이트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리나가 등장할지말지는 완전히 랜덤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옛날에 제가 이 게임에 짜증을 냈던 이유도 이 랜덤 시스템 때문이었죠.



다행히 이제는 굳이 랜덤 시스템에 속을 썩이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면, 랜덤 시스템 따위는 치워 버린 리메이크가 이미 나왔거든요.
리메이크에서는 생각한 캐릭터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스템으로 바뀌었죠.

다만 스토리에 큰 보강이 없었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비어있는 시간이 꽤 많습니다.
일상 대화라도 좀 보강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스토리 보강이 아쉬웠던 것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잘 된 리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이 깔끔해 진 것이 마음에 듭니다.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가늘어져서
유키의 푸근한 느낌이 줄어든 듯한 인상을 받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매력이 있었어요.



또한 사요코라는 공략 캐릭터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기존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옛날 게임에 보충이 없다 보니 다소 부실하게 느껴지지만,
사요코의 스토리는 풍부하죠.

이렇게 매력적인 포니테일이 옛날에도 있었다면,
제가 화이트 앨범에 부정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화이트앨범의 스토리 자체는 크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옛날 게임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량이 적고
분위기를 고조시켜 줄 부분에서 최근의 게임들에 비해 묘사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이 게임의 스토리는 훨씬 좋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잘 쌓은 캐릭터 때문입니다.
잘 구축해 놓은 캐릭터들의 관계에 그에 따른 행동 하나하나가
간결하게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하죠.



그런 의미에서 유키의 캐릭터가 가장 잘 표현된 것도
유키 본인의 스토리보다도 리나의 스토리에서였다고 봅니다.
단순히 싸대기 때리는 장면이 있어서가 아니라
리나 엔딩 직전에 보여주는 유키의 태도가
제 감정을 폭발시키죠.

생각해 보면, 이런 착한 여자친구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주인공이 괜히 유키에게 벽을 느꼈을 뿐이죠.
리나 스토리 마지막 장면의 유키를 보면
아무 상관없는 게이머에게도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만큼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는 거죠.

아무튼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저는 이미 리나 엔딩을 봤는 걸요.



리나 엔딩 장면입니다.
유키가 누구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리나가 더 좋은 것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스토리로 봐도 이 게임의 진짜 스토리는 리나 스토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총평하자면, 전체적으로는 잘 만든 게임임에 틀림없습니다.
옛날에 플레이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리메이크를 플레이했을 때는 좋은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죠.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야요이 스토리 같은 것도 하나의 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유키와 사요코의 스토리도 괜찮았고, 리나는 좋았습니다.
좋은 리메이크도 나왔고, 리메이크에도 한국어 패치가 있다고 하니
지금 하기에도 손색없는 고전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7월 30일 일요일

리뷰 : 츠요키스 2학기(2008/4/25,캔디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츠요키스>의 히트 이후 3년만에 발매된 속편,
<츠요키스 2학기>입니다.
사실 속편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은데
팬디스크라기에도, 리메이크라기에도 애매한 물건이 나오고 말았죠.

츠요키스의 강점은 스토리보다도 인상 깊은 캐릭터에 있었습니다.
멋진 캐릭터들의 활약을 다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2학기는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겁니다.
<츠요키스> 기획의 핵심이었던 타카히로는 캔디소프트를 떠나 버렸지만
그럼에도 2학기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2학기는 그 어려운 실패를 해내고야 마는데,
그 이유는 무리한 계획과 안일한 실천 때문이었습니다.

2학기에 설정에 따르면 
1편에서 결국 주인공은 아무와도 맺어지지 않았습니다.
1편의 캐릭터들과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2학기의 스토리인 거죠.



이 계획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똑같은 세계관, 똑같은 설정, 똑같은 남성 캐릭터, 똑같은 여성 캐릭터를 이용해서
전혀 다른 스토리를 써야하니까요.
게다가 전작의 스토리를 썼던 타카히로는 떠나기까지 했죠.
캔디소프트는 이 어려운 계획을 어떻게 실천했을까요?



그냥 스토리를 1편하고 비슷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처음에 속편인지 팬디스크인지 리메이크인지 애매하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죠.

완전히 똑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캐릭터마다 비슷한 플롯과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똑같은 스토리가 계절만 달라져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전작과 다른 장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바뀐 장면의 구성이 전작에 비해 좋지 못했다는 겁니다.

나고미의 스토리를 살펴 봅시다.
전작에서 요리에 대한 정열을 보여줬던
주인공에게 도시락 심사를 부탁하는 장면,
무인도에서 요리를 소중히 여기던 장면,
카레 수행 장면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꿈에 대해서 고민하는 장면도 전작에 비해 약해졌죠.



중요한 장면이 다 잘려나갔음에도 플롯만은 전작과 똑같아서
결말부에서 나고미가 '난 요리인이 될 거야'라고 선언합니다.
전작을 플레이해 본 저조차 '갑자기?'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스토리 구성이 엉망이었어요.

플롯를 유지할 거였다면 복선도 유지했어야죠.
장면을 바꾸더라도 요리라는 틀은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예 딴 이야기만 하다가 갑자기 전작의 엔딩하고 똑같이 끝나 버리니
전체적인 스토리가 이상해집니다.



전작과 연관이 없는 신 캐릭터의 스토리를 보면,
작가의 역량 부족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사실 이보다 더 스토리가 부실한 에로게가 많다고 생각하여
다른 게임에 비해서 크게 딸린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츠요키스 1편에 비해서는 확실히 떨어졌어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를 그냥 우려먹을 뿐인 팬디스크를 만들 것인지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것이 이 게임의 실패 원인입니다.
차라리 각 캐릭터의 애프터 스토리라고 하고 H씬 위주의 게임을 만들었다면 
이렇게 망하지는 않았겠죠.



총평하자면, 1편이 당대의 인기 게임이었던 것만큼이나
2편은 당대의 대표적인 웃음거리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망한 <투하트2> 팬디스크랑 묶여서 욕 먹었죠.

좋은 점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1편과 2편을 비슷한 시기에 플레이해 보니 차이는 명확합니다.
캔디소프트 최고의 흑역사라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2023년 7월 9일 일요일

리뷰 : 츠요키스(2)(2005/8/26,캔디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주인공에게는 세 명의 소꿉친구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신이치, 키누, 스바루죠.
주인공까지 남자 셋에 여자 한 명인 소꿉친구 그룹입니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서도
소꿉친구는 주인공을 깨워주고, 아침밥을 차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스바루가 맡고 있죠. 남자 소꿉친구입니다.



소꿉친구 그룹 중 홍일점인 카니사와 키누는 완전 어린애입니다.
오히려 아침마다 주인공이 깨워줘야 하죠.
본명보다도 카니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립니다.

단순하고 멍청하고 고집도 쎕니다.
어린애같은 면이 유독 두드러지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죠.

특히 지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는데
초반에 오토메와 대립할 때에는,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언젠가 복수할 생각을 품고 있죠.
그렇게 굴복하지 않다가도 
오토메의 칭찬 한 번에 금세 풀어지기도 하는 단순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절대 굽히지 않는 나고미와는 완전 상극인 성격입니다.
이 싸움 역시 주로 당하는 건 카니의 역할이지만
굴복하지 않고 꾸준히 시비를 걸죠.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제일 잘 만든 캐릭터는 
역시 카니라고 생각합니다.
탁월한 말빨과 성우의 열연이
카니를 이 게임에 잘 어울리게 만들었죠.

외모나 체형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성격도 제가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으니까요.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좋아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제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카니는 제가 별로 안 좋아할 만한 캐릭터임에도 인상깊은 캐릭터였죠.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는 카니였습니다.
스토리도 가장 공을 들인 것 같고,
오프닝 노래도 카니에게 가장 적합하죠.
이 게임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주인공의 사촌누나인 오토메입니다.
해외에 있는 주인공의 부모의 부탁으로
주인공과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어릴 적에 오토메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했었지만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서
게임 시작 시점에서는 오토메를 알아 보지도 못합니다.



물리법칙을 무시할 정도로 강한 여성입니다.
굉장히 성실한 성격이라서 주인공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고,
오토메 루트에서는 반항하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주인공의 후배인 나고미입니다.
당시에 굉장히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고,
저는 이번에 알았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캐릭터와 맺어졌다고 하더군요.

츤데레가 많은 이 게임에서도
심리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대화를 제대로 주고 받기가 어려울 정도로 철벽을 치고 있죠.



주인공의 꾸준한 노력 끝에
어찌어찌 대화는 되는 수준까지 도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친해지기는 쉽지는 않죠.

나고미가 이렇게 냉정한 이유는
인간관계에 선을 그어놓고
선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선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놀라울 정도로 헌신적인 나고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 자체가 바뀐 건 아니라서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냉랭한 태도죠.



주인공의 클래스메이트이자 학생회장인 에리카입니다.
옛날의 제가 좋아할 요소가 많은 캐릭터였는데
생각보다 인상적인 캐릭터는 아니었죠.

부자집 아가씨에 능력도 출중하고 야망도 큽니다.
오만하지만 아가씨 특유의 억지 텐션 오만이 아니라
본인이 잘난 것을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계열의 오만이죠.



주인공에게는 게임 시작 시점부터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에리와 사이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죠.
처음에는 장난 반으로 사귀었고,
에리 본인조차도 금방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찌어찌 잘 되었다는 스토리입니다.



에리와 단짝인 요시미입니다.
강한 여성들이 많은 이 게임에서 치유 계열 캐릭터를 맡고 있죠.
주인공에게 노골적으로 호의를 내비치지만
주인공은 요시미는 누구에게나 이 정도로 친절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시미 루트에서 본색을 드러내는데
사실 얀데레입니다.
주인공이 다른 여성들에게 대화하거나 친절하게 대하는 걸
하나하나 간섭하고 견제하려고 하죠.

다른 루트에서도 복선을 깔아놔서
나고미같은 감이 좋은 캐릭터들은 뭔가 느끼고 있었고,
뭔가 대회같은 걸 하면 의도치 않은 척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캐릭터는 이노리 선생입니다.
학교에 늘 지각하고, 일하는 중에도 과자를 먹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죠.

캐릭터는 나쁘지 않았지만, 스토리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성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총평하자면, 개별 스토리에서는 아쉬움도 꽤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독특한 캐릭터와 탁월한 개그가 돋보이는
당대의 인기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저도 굉장히 좋아했었죠.

거의 20년 가까이 지나서까지 회자될 정도의 명작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부류의 게임의 원조라는 역사적 의미와
개인적인 팬심을 담아 추천하겠습니다.

2023년 7월 2일 일요일

리뷰 : 츠요키스(1)(2005/8/26,캔디소프트)

죄송합니다.
요즘 개인 시간이 부족하고 앨리스소프트 게임 플레이에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한 관계로
원래 계획이었던 앨리스소프트 게임 리뷰는 무기한 보류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아무 게임 리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특별한 신청이 없는 이상 아무 게임이나 리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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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캔디소프트의 <츠요키스>입니다.
이 게임을 리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옛날 일기장을 아무렇게나 펼쳐서 
가장 처음 보이는 게임을 리뷰해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츠요키스가 딱 보였을 때는 꽤 놀랐습니다.
이 게임을 꽤 좋아하거든요.



캔디소프트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입니다.
주요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남, 녀 구분없이 무수한 조연 캐릭터들까지 등장하여,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한 마디씩 던지는 개그 패턴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이 스타일을 제작사인 캔디소프트가 주도했던 건지
아니면 시나리오 라이터인 타카히로가 주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타카히로는 이후 독립해서 미나토소프트라는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미나토소프트의 게임들에도 이런 스타일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캔디소프트 역시 타카히로가 떠난 이후에도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런 이유로 
캔디소프트와 미나토소프트의 게임들을 꽤 좋아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게임으로
저는 츠요키스를 뽑습니다.
<누나, 확실하게 하자> 시리즈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츠요키스만큼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시나리오를 쓴 타카히로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캔디소프트에서 담당했던 게임에서도, 미나토소프트에서 담당했던 게임에서도
타카히로의 취향은 한결같습니다.



바로 '무지하게 쎈 여성'입니다.
츠요키스에서는 제목에 걸맞게 그런 성향의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죠.
과거 제가 봤던 투표에서는
츠요키스가 츤데레 게임 2위로 선정될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그런 좋은 기억만을 갖고 있던
츠요키스를 오랜만에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인상은 <듀얼 세이버> 때와 마찬가지였죠.

무지하게 옛날이네요. 2005년.
츠요키스가 이렇게 옛날 게임이었나요?
제 기억보다 훨씬 낡은 스타일이라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일단 게임의 메인 테마는 강한 여자입니다.
'요즘은 남자들이 약해졌다고 하는데, 사실은 여자들이 강해진 거 아니야?'
주인공의 이 독백이 츠요키스 시리즈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죠.



딱히 초자연적인 설정은 없지만
평범한 학원물이라기에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개그물이기도 합니다.
강렬한 캐릭터와 뛰어난 개그 센스가 츠요키스를 높이 평가할 이유가 되겠죠.



캐릭터별 스토리에서는 추억보다 아쉬운 점도 보이긴 하는데
아직 다 플레이하지 못했습니다.
스토리는 다음 리뷰에서 
캐릭터와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