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7일 일요일

리뷰 : RAY GUN(1990/9/22,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 한정으로 지금 플레이할 요소가 딱히 없습니다.
특별히 이 게임 및 제작사에 큰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시라면 우연으로라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일이 거의 없으며, 리뷰를 감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발매일 순서대로 리뷰한다면 이번 리뷰는 <드래곤나이트>를 리뷰할 차례이지만
<드래곤 나이트4>를 리뷰할 때로 미루기로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FOXY>와 <DE JA>도 <FOXY2>와 <DE JA2>로 미뤄져
이번 차례는 <RAY GUN>입니다.



<RAY GUN>은 광선총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게임 내에 최종 무기가 RAY GUN입니다.

레이건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89년도까지 미국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을 떠올렸지만 별 관계는 없는 듯 합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이 사는 마을, 레이크사이드>

주인공은 레이크사이드라는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스테로이드라는 괴물이 여자를 납치하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주인공의 약혼녀, 미리아>

주인공은 약혼녀 미리아와 호수를 탐색하던 중 스테로이드 잔해와 수정구슬을 발견하게 됩니다.


<수리중인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에게 납치당하는 미리아>

주인공은 발견한 스테로이드 잔해를 수리합니다.
수리가 끝나자 스테로이드가 나타나서 미리아를 납치해갑니다.



주인공이 스테로이드 잔해와 같이 발견한 수정구슬에서 
스테로이드를 조종할 수 있는 루피아라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루피아와 함께 수리한 스테로이드를 이용해서 약혼녀를 구출하러 가는 것이 
이 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입니다.


SF물로써 납치된 약혼녀를 구하러 간다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무리수를 많이 두었던 <엔젤 하츠>보다는
훨씬 깔끔한 스토리입니다.


<맵 화면>

처음에는 푸른 녹지에서 시작하여 SF적인 느낌을 받을 수는 없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SF물이 되어 갑니다.

필드형 RPG입니다.
<드래곤나이트>가 던전형 RPG이기 때문에
<엔젤하츠>에 이은 엘프의 두 번째 필드형 RPG라고 할 수 있습니다.



RPG 게임으로서 난이도는 괴상합니다.
시작하고 나서 제일 처음 만난 몬스터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바로 게임 오버를 당하게 됩니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몬스터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절대 우연히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일반 공격으로 계속 싸워 본 결과 열 번 싸우면 열 번 다 집니다.
고작 첫 필드 몬스터부터 고전을 하게 됩니다.
첫 몬스터도 못 이기기 때문에 레벨이나 돈 노가다를 할 수도 없습니다.
뭐라도 이겨야 경험치나 돈을 받기 때문이죠.

답은, 특수 공격입니다.
주인공은 일정 턴마다 특수 공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수 공격을 사용해서 적에게 큰 대미지를 줘야만
보스 몬스터도 아닌 첫 필드 몬스터를 격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두 번 연속해서 싸우기 힘이 듭니다.
특수 공격을 써도 적을 간단하게 이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치열한 전투 끝에 겨우 적을 이기고 나면 HP가 거의 남지 않아서 
두 번째 전투에는 특수 공격을 사용해도 패배할 수가 있습니다.

시작은 어느 정도 널럴하게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굉장히 골치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전투를 한 번 하면 바로 회복을 하러 가야 합니다.
전투 한 번, 회복 한 번 반복으로 노가다를 하며 레벨2를 만들면
그때부터 그나마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회복을 시켜주는 샘입니다.
회복 뿐만 아니라 몬스터를 쓰러뜨릴 때마다 얻는 Gil을 통해서
무기를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무기가 Ray Gun입니다.
이 게임의 제목인데도 
전설의 무기도 아니고, 얻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며,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고작 8000 Gil이면 얻을 수 있습니다.
초반에 8000 Gil은 싸지 않지만 후반으로 가면 넘쳐 나는 것이 돈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난이도는 초반 뿐만 아니라 중, 후반까지 이상합니다.
적을 손쉽게 무찌르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강해져서 플레이어를 당황시킵니다.
이는 RAY GUN 뿐만 아니라 이 시기 엘프 RPG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게임 중간 중간에는 당연히 CG가 나옵니다.
CG 역시 초반에는 중세 판타지스러운 느낌을 주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SF 느낌을 줍니다.

특이하게도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상당 수가 의미도 없이 벗고 있습니다.
에로 이벤트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컷이라도 많이 주려는 것 같습니다.




특색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 할 것은 많지 않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드래곤나이트>가 시리즈물로서 계속 명맥을 이어나간 반면
RAY GUN은 이 한 편으로 끝났기 때문에 더더욱 할 얘기가 없습니다.


총평하자면, 평범한 스토리의 평범한 RPG입니다.
성인용 게임으로서도 약간 모자라는 편입니다.

이정도의 고전 RPG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성인용 RPG를 꼭 하고 싶더라도 다른 게임을 하길 권유합니다.

2015년 12월 20일 일요일

리뷰 : RUN RUN 광주곡(1989/9/15,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 한정으로 지금 플레이할 요소가 딱히 없습니다.
특별히 이 게임 및 제작사에 큰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시라면 우연으로라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일이 거의 없으며, 리뷰를 감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번에 리뷰한 <핑키퐁키>가 고전 엘프 게임 중 가장 현대 미연시와 비슷한 느낌의 게임이었다면
두 달 후 발매된 <RUN RUN 광주곡>은 역대 엘프 게임 중 가장 이질적인 느낌의 게임입니다.


첫번째 특이한 점은 무려 '아케이드 형식의 액션 레이싱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엘프는 RPG나 어드벤처 게임만을 발매했습니다.
<두근두근 셔터찬스!!>가 액션 RPG이기는 했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는 탑뷰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다른 RPG들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RUN RUN 광주곡 같은 횡스크롤 방식 액션 게임은 엘프사에서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거기에 레이싱 게임이라니 에로게 역사 전체를 통틀어봐도 상당히 드문 방식입니다.



각 경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캐릭터를 세 명 고를 수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각각 점프, 스피드, 체력, 스태미너 등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점프와 스피드는 무슨 능력치인지 알기 쉽지만
체력과 스태미너는 정확히 어떤 능력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스피드가 높을 수록 좋다고 하는데
막상 플레이해보니 그 차이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제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계속 플레이 했습니다.



캐릭터를 고르면 적이 등장합니다.
적은 각 스테이지마다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 스테이지를 깨더라도 적 캐릭터는 고를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로 특이한 점은 2인용이 된다는 점입니다.



나름 많은 에로게들을 봐 왔지만 2인용은 처음 봤습니다.
대부분의 에로게는 시스템 자체가 2인용으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액션 레이싱 게임이다 보니 2인용을 만든 듯 합니다.

하지만 노하우가 없었는지 이 게임의 2인용은 상당히 이상합니다.



1인용 플레이어는 앞서 설명드린 주인공팀 10명 중에서 3명을 고르게 되는데
2인용 플레이어는 아군 캐릭터를 고를 수 없고 무조건 적 캐릭터를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맵을 따로 고를 수 없고 적 캐릭터를 고르면 그 적이 나온 맵도 같이 따라오는 방식입니다.

여러모로 불완전한 2인용 게임입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2인용을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갑자기 추가한 듯 합니다.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가난한 마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세계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한다는 게 끝입니다.
마을에 큰 빚이 있다거나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거나 하는 배경도 없습니다.
그냥 낙후된 마을에서 돈을 벌고 싶을 뿐입니다.



주인공에게 코치를 부탁합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거드름을 피우지만
촌장이 '세계의 여자를 꼬실 수 있다'고 하자 바로 승낙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게임 플레이 내내 존재감이 전혀 없습니다.
딱히 코치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H씬에서도 대사 한 마디 없는데
엘프 게임 역사상 가장 존재감이 없는 주인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스테이지는 총 일곱 개가 있습니다.

일본 지방대회 -> 일본 전국대회 -> 아시아 예선 -> 아시아 본선 -> 유럽 예선 -> 유럽 결승 -> 미국에서 하는 최종 결승

순서입니다.
아시아에서 결승까지 치르고 왜 유럽에서 다시 예선을 치르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 진행은 단순합니다.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무조건 적보다 빨리 달리는 겁니다.
트라이애슬론이지만 자전거도 수영도 없이 그냥 냅다 달리는 것 뿐입니다.



점프를 굉장히 높이 할 수 있습니다.
점프를 해도 스피드상의 이점은 없지만
건물 지붕 위로 갈 수도 있고 장애물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장애물이 문제인데 그래픽상 장애물을 구별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화면에서 위쪽과 아래쪽 모두 장애물에 걸린 상태입니다.

아래쪽의 캐릭터는 장애물에 걸렸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위쪽의 캐릭터는 기둥에 걸린 것도 아니고 기둥 밑의 대들보에 걸린 상황입니다.
살짝 점프해서 넘어가면 기둥 뒤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원근법 상으로 말이 안됩니다.
이런 식의 장애물이 너무 많아서 레이싱에 방해가 됩니다.


레이싱 중간중간에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붉은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놓은 H를 건드리면 상대방이 넘어집니다.
능력치에 따라 넘어져 있는 시간이 다른데
어떤 캐릭터의 경우는 한참을 넘어져 있어서 이 아이템만으로도 엄청난 차이를 벌릴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S라던가 J라던가 해골 등의 아이템을 봤는데
무슨 효과가 있는지 전혀 느낌이 오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액션 게임으로서의 RUN RUN 광주곡은 수준 이하의 게임입니다.

물론 옛날 게임인 것을 감안해야 겠지만
이 게임이 나오기 전년도에는 닌텐도에서 <슈퍼 마리오3>가 발매되었습니다.
RUN RUN 광주곡은 <슈퍼 마리오> 1편과 비교해도 나을 것이 없는 정도입니다.
굳이 전설적인 게임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당시에 발매된 횡스크롤 액션 게임 들과 비교해보면 그래픽과 조작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기종의 차이입니다.
RUN RUN 광주곡의 기종인 PC-88과 PC-98은 빠른 그래픽 변화 효과에서 
콘솔 게임기, 특히 당시를 풍미했던 닌텐도의 '패미콤'에 한참 밀렸습니다.

따라서, PC-88, PC-98 게임은 액션, 슈팅 게임이 많지 않으며,
패미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한자를 사용하는 RPG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마우스를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그리고 닌텐도에서는 엄격히 규제한 성인 에로게 등이 많이 있을 뿐입니다.

결국, 성인 에로게인 RUN RUN 광주곡을
PC-88, PC-98 기종으로
액션 게임으로 만들었을 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RUN RUN 광주곡이 엘프의 유일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당시 엘프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액션 게임을 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엘프가 '다음부터는 액션게임을 만들지 말자'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던 건 알겠습니다.



레이싱은 3판 2선승제로 승리하면 살짝 H씬이 나옵니다.
무조건 승리만 한다고 좋은 게 아니고
얼마만큼 큰 차이로 이겼느냐에 따라서 분량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승리 후의 서비스 씬 그래픽 자체는 당시로서는 훌륭했으며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듭니다만
H씬은 CG 하나당 한, 두문장 정도로 휙휙 지나갈 정도로 빈약합니다.
이 게임이 풍부한 에로씬을 가지고 있던 <핑키퐁키> 직후에 나온 게임이라 더더욱 아쉽습니다. 



대사 하나 없는 허무한 엔딩입니다.
프롤로그 이후 코빼기도 안 보이던 주인공이 갑자기 나타나서 헹가레를 받고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RUN RUN 광주곡은 하필 액션 게임으로 만들어져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게임입니다.
제대로 된 고전 액션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닌텐도 계열의 게임을 추천하고
제대로 된 고전 에로게를 즐기고 싶다면 RPG나 어드벤처류 에로게를 추천합니다.

제대로 된 고전 액션 에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포기하는게 낫습니다.

2015년 12월 13일 일요일

리뷰 : 핑키 퐁키(1989/7/13,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핑키퐁키>는 고전 엘프 게임 중에서 가장 현대 미연시와 비슷한 형식의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지금 미연시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단순한 선택지형 게임은 당시 엘프로서는 매우 희귀한 케이스에 속합니다.


헌팅 게임입니다.
타이틀 화면에
<이것은 헌팅 게임이니까, 아무리 잘 되더라도, 진짜인 줄 알고 헌팅 같은 걸 한다면 분명히 잘 안될 것입니다.  그런 경우, 엘프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옴니버스 방식의 순차적인 스토리 전개로 한 권당 다섯 에피소드가 들어있습니다.
3권까지 있으므로 총 15개의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순차적인 옴니버스식의 에로게는 최근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르입니다.
대부분 분기를 이용해서 스토리를 나누거나 아예 저가형으로 짧은 게임을 여러 개 내놓는 쪽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절에는 <If>나 <CRESCENT> 등의 옴니버스 에로게가 자주 보입니다.


 


왼쪽 아래에 있는 여자와 그 위에 있는 점수가 게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저 점수가 모자라면 다음 장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선택지의 정답을 맞추는 것은 은근히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여성의 성격을 빨리 파악하여 그에 맞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으로 해결되지만
전혀 뜬금없는 선택지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핑키퐁키 1권의 첫번째 에피소드의 타코야키녀 미우라 치사토를 예로 들어봅시다.

치사토는 체조부 선배들에 의해 학교 축제에서 타코야키를 모두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주인공은 그런 치사토를 헌팅하기 위해 타코야키를 모두 사서(!) 
치사토와 함께 축제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주인공은 치사토에게 어디로 같이 가자고 해야 할까요?
맞춰 보시죠.


1. 단 둘이 될 수 있는 장소
2. 돈이 벌리는 장소
3. H한 일이 가능한 장소
4. 니 얼굴이 안 보이는 장소 <- 고르면 한 방에 게임오버 당합니다.
5. 체육관의 뒤
6. 체조부 부실
7. 타코야키 가게


정답은 단 하나입니다.
정답과 한방에 게임오버 당하는 4번을 제외하고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감점을 당합니다.
2번과 3번은 아닌 걸 확실히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도 딱히 정답같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로맨틱한 말이라서 가장 정답 같은 1번은 정답이 아닙니다.


답은 7번입니다.  
타코야키 가게에서 타코야키 강제로 팔다 겨우 해방된 여자한테 타코야키 가게로 가자니 이게 무슨 개소리입니까?
하지만 7번을 고르면 치사토가 '재밌는 농담이네'하면서 웃으면서 받아줍니다.
다른 건 전혀 농담으로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감점이나 시키는 데 이걸 어떻게 맞추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선택지에서 엘프식 개그가 많이 나와서 재밌기도 하지만, 게임을 클리어 하는 데에는 상당히 난항을 겪습니다.


진행방식도 불편한데 한 번 실패하면 실패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다시 플레이 할 수 없습니다.
강제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갑니다.


<실패하면 게임오버 화면과 함께 다음 에피소드로 강제 진입>


실패한 에피소드를 다시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세이브조차 없습니다.
선택지도 많아서 하나의 에피소드에 수십 개의 선택 장면과 많게는 6-8개의 선택지가 나옵니다. 방금 말했듯이, 정답을 맞추기도 힘듭니다. 


이정도 되면, 판정이 어느정도 느슨해서 어느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쉽게 클리어할 수 있게 만들었을 법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선택지가 많더라도, 정답을 고르기가 힘들더라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필요한 점수가 적다면 여유있고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데 굉장히 빡빡합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 번도 점수가 깎이지 않고 계속 점수가 오르기만 했는데도
점수가 덜 올라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실패는 쉽고 다시 플레이하기는 어려운 게임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과 기억력만이 에피소드를 클리어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론, 꼭 부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점수형 선택지 게임으로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한 부분이 종종 보입니다.




핑키퐁키 1권의 네번째 에피소드, 가정교사 아사야 히토미 편입니다.
이 편은 특이하게도 990점부터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공부하기 싫어하고 삐뚤어진 대답을 하며 계속 점수를 깎아야 합니다.



또한, 핑키퐁키 2권의 첫번째 에피소드인 치한에게서 미사코를 도와주는 편에서는
호감도가 깎이는 대답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선택하면 갑자기 호감도가 확 오르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물론, 찾아내기는 굉장히 힘들고 불편한 선택지입니다만 단조로운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15개의 에피소드가 지루하지 않도록 상당히 많은 상황을 설정해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경, 삼각관계, 캬바쿠라, 간호사, 해변의 서양녀, 엘리베이터걸, 햄버거가게 점원 등등이 수많은 직업이 등장하며 각양각색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RPG같이 신경쓸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지금까지 리뷰한 게임 중에서 가장 에로한 장면이 풍부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도 당시로서는 훌륭하기 때문에 성인 게임으로서는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총평하자면, 핑키퐁키는 시대를 고려하면 훌륭한 에로게입니다.
게임 전개 자체는 상당히 귀찮지만 동시대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쉬운 편이고 
개그, 그래픽, 에로 모든 면에서 엘프사 특유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랜 옛날의 게임이므로 최근의 누키게와 비교하면 당연히 허술합니다.
에로 목적의 플레이는 거의 불가능하고
80년대의 고전 에로게는 과연 어땠을까라는 호기심에서 플레이한다면 만족스러운 게임이 될 것같습니다.

2015년 12월 6일 일요일

리뷰 : 엔젤 하츠(1989/6/20,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 한정으로 지금 플레이할 요소가 딱히 없습니다.
 특별히 이 게임 및 제작사에 큰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시라면 우연으로라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일이 거의 없으며, 리뷰를 감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리뷰는 엘프사의 세번째 작품인 <엔젤 하츠>입니다.
<프라이빗 스쿨> 발매 후 3개월 후인 1989년 6월에 출시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미이' 입니다.
화상통화로 본부에서 일의 의뢰를 받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명문 학교인 '성 스토카이크 학원'에서 신문부 부장이 의뢰한 일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이 학원에 스파이로 잠입해서
학생들을 지배하려는 비밀조직 '생도회'를 파괴시켜달라는 의뢰입니다.
성 스토카이크 학원은 여학교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용무원으로 잠입하기로 합니다.


스토리가 너무 엉망이라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작부터 상당히 불안한 출발입니다.

주인공이 속한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상전화까지 있고(참고로 대화내용 중 '시차'라는 말이 나옵니다. 본부는 최소 외국에 있습니다.)
여학교에 조직원을 손쉽게 잠입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조직입니다. 
그런데 고작 일개 학교의 신문부의 의뢰나 받고 있습니다.
의뢰비용이나 챙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게다가 대체 고작 학교 학생회가 얼마나 큰일을 저지르겠다고
괴멸까지 시켜야한단 말입니까.



아무튼 다음 장면은 학교에서 시작됩니다.
턴제 전투방식의 RPG 게임입니다.

지금 엘프는 RPG게임을 10년 넘게 내지 않고 있고
<드래곤나이트>시리즈 외에 모든 작품이 국내에서는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엘프에서 내놓은 턴제 RPG게임은 특이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기점으로 <드래곤나이트>, <레이건>, <천신란마>, <메탈아이> 등
이 시기의 엘프는 무수한 RPG 게임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엘프 최초의 어드벤쳐인 <프라이빗 스쿨>과 마찬가지로
엔젤하츠는 엘프 최초의 턴제 RPG라는 의의를 지닌 작품입니다.



이동하다보면 전투가 발생합니다.
딱보기에도 야구소녀인 마야코가 등장해서

"네가 이 학원에 잠입한 미이로군. 유감이지만, 힘으로라도 네가 이 학원에서 손을 떼게 해 주겠어."

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단순한 용무원으로 고용됐을텐데 왜 이렇게 대놓고 스파이인 걸 알고 있을까요?
정체를 비밀로 하고 잠입했으면 손쉽게 생도회의 음모를 파헤칠 수 있지 않을까요?


뭐, 어쨌든 전투를 합니다.

야구소녀 마야코는 '구슬을 잡기', '방망이를 잡기'(말장난 개그인것 같습니다.), '공을 던지기' 등의 공격을 해옵니다.
주인공의 전투방식은 '가슴만지기', '키스', '음란한 말하기' 입니다.
주인공이 승리하면 성인 게임답게 야시시한 장면이 나옵니다.
아무리 여자쪽이 먼저 공격해 왔다지만 이래도 될까 싶습니다.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의뢰를 완수하기도 전에 체포당할 것입니다.


<기타 필드 몬스터 격의 학생들>

야구소녀 마야코 이외에도 다양한 학생들이 적으로 나옵니다.
각자의 공격방식이 있고 전투에서 이기면 소소하게 에로한 CG가 나옵니다.

다만 적 엔카운트율이 게임내내 높은 편인데
적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보니 빠르게 질리기도 합니다.
여학생들도 한 번 호되게 혼났으면 다시는 덤비지 않을 법도 한데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옵니다.



가장 큰 건물인 1층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대부분의 교실이 텅텅 비어있어 딱히 이벤트가 없습니다.



여자 화장실 앞에 서 있는 불량 학생입니다.
최종보스처럼 보이는 생김새와 달리 전투 하나 없는 NPC입니다.
불량학생답게 돈이 될만한 물건을 요구합니다.
나중에 시계를 주워서 건네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갈 때 중간보스를 만납니다.
지금까지 만난 여학생들 중 가장 보스같이 생기지 않은 학생이 보스입니다.
하지만, 레벨이 낮을 때 상대하기엔 정말 강해서 순식간에 게임오버를 당하게 됩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때의 중간보스입니다.



3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갈 때의 중간보스 링링입니다.
이 링링이 엄청나게 강합니다.
근성으로 레벨을 올려 계속 도전해본 결과 겨우 이길 수 있었습니다.



옥상에 한 번 올라오면 다시 내려가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몇 걸음 걷지도 않아 중간보스를 만납니다.



학생회의 서기 유미 입니다.
몇 번이고 레벨을 올려 도전해 봤지만 계속 패배만 할 뿐이었습니다.
레벨을 올리면 방어력으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되는데
공격이 거의 들어가지가 않습니다.

훗날 알아본 결과, 이 게임은 레벨 17정도면 끝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레벨을 24까지 만들어서 갔지만 유미에게 패배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입니다.
학교 옥상은 최종 보스가 있는 곳으로서 가장 마지막에 가야하는 곳입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아무 힌트도 없는 상황에서
학교건물이 아주 크게 보입니다.
운동장을 대충 둘러보면 체육관이나 수영장이 보이지만
근처를 돌아다녀도 아무런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결국 난이도가 높더라도 어떻게든 진도가 나가는 학교 내에서 결판을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 2층으로 올라가는 건 후반부에나 해야할 일입니다.
게임 내에서 어느정도 힌트를 줬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NPC들은 전혀 쓸모없는 소리들만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학교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중간보스들을 무찌르고
납치된 신문부원들을 구출해 내야합니다.


 <중간보스인 체조부원>


<중간보스인 선생들>


<NPC인 미술교사>


<금도끼 은도끼를 패러디한 수영장의 요정>



<붙잡혀 있는 신문부원들>

신문부원들을 구출해 내면 오의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의서 세 개를 모두 모으면 생도회의 서기도 금방 격파할 수 있습니다.


 <옥탑방에서 주인공을 맞이하는 생도회의 회장>

서기와 부회장을 차례로 격파하면 옥탑방에서 회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종보스답게 한 번 격파하면 변신해서 다시 싸웁니다.
회장을 쓰러뜨리면 성인 게임다운 수법으로
회장에게서 학교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겠다는 다짐을 받게 됩니다.



신문부원들은 주인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지만
정작 의뢰비용은 없다고 대놓고 먹튀를 시전합니다.
주인공이 당연히 화를 내는 장면으로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엔젤하츠는 엘프사 최초의 RPG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괴작입니다.
게임 밸런스도 불만족스럽고 스토리도 빈약합니다.

스토리가 빈약한 것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사실 이 시기에는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한 게임들이 많았지만
엔젤하츠는 특히 그렇습니다.

이렇게 개연성이 없는 이유는 엔젤하츠가 당대 유행했던 판타지 RPG들과 달리 학원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인 게임에 어울리는 교복물을 만들려고 한 건지
독특한 RPG를 만들려는 생각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존의 RPG 스토리에 학교라는 배경을 덧씌웠을 뿐
전혀 학교 RPG만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스토리가 용사가 출발하여 마왕을 무찌르는 게임들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토리를 전개하려다 보니, 여러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개연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도회가 왜 학교를 지배하려고 할까요?
신문부는 왜 이걸 반대하며 주인공에게 생도회의 격파를 의뢰할까요?
신문부는 왜 납치되었고 왜 오의서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외에도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만
사실 세세하게 신경쓸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냥 성인 게임이잖아. 야한 거나 봐'

이렇게 생각하면 끝입니다.
하지만, 그냥 판타지물로 만들었더라면 이런 문제점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학원물로 만들어 스토리를 엉성하게 만들었는지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총평하자면, 엔젤하츠는 몬스터들이 교복만 입었지 판타지물과 전혀 다를게 없는 학원 RPG입니다.
여러 면에서, 지금 즐기기에는 불편하고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엘프사의 다른 RPG 게임들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엔젤하츠가 시도한 학원물 RPG는 당시로서는 특이하고 신선한 장르였습니다.
학원물 RPG를 만들겠다는 이런 엘프의 도전이 훗날 <동급생>과 <하급생>이라는 명작 시리즈 제작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