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6일 일요일

리뷰 : 엔젤 하츠(1989/6/20,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 한정으로 지금 플레이할 요소가 딱히 없습니다.
 특별히 이 게임 및 제작사에 큰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시라면 우연으로라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일이 거의 없으며, 리뷰를 감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리뷰는 엘프사의 세번째 작품인 <엔젤 하츠>입니다.
<프라이빗 스쿨> 발매 후 3개월 후인 1989년 6월에 출시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미이' 입니다.
화상통화로 본부에서 일의 의뢰를 받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명문 학교인 '성 스토카이크 학원'에서 신문부 부장이 의뢰한 일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이 학원에 스파이로 잠입해서
학생들을 지배하려는 비밀조직 '생도회'를 파괴시켜달라는 의뢰입니다.
성 스토카이크 학원은 여학교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용무원으로 잠입하기로 합니다.


스토리가 너무 엉망이라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작부터 상당히 불안한 출발입니다.

주인공이 속한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상전화까지 있고(참고로 대화내용 중 '시차'라는 말이 나옵니다. 본부는 최소 외국에 있습니다.)
여학교에 조직원을 손쉽게 잠입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조직입니다. 
그런데 고작 일개 학교의 신문부의 의뢰나 받고 있습니다.
의뢰비용이나 챙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게다가 대체 고작 학교 학생회가 얼마나 큰일을 저지르겠다고
괴멸까지 시켜야한단 말입니까.



아무튼 다음 장면은 학교에서 시작됩니다.
턴제 전투방식의 RPG 게임입니다.

지금 엘프는 RPG게임을 10년 넘게 내지 않고 있고
<드래곤나이트>시리즈 외에 모든 작품이 국내에서는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엘프에서 내놓은 턴제 RPG게임은 특이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기점으로 <드래곤나이트>, <레이건>, <천신란마>, <메탈아이> 등
이 시기의 엘프는 무수한 RPG 게임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엘프 최초의 어드벤쳐인 <프라이빗 스쿨>과 마찬가지로
엔젤하츠는 엘프 최초의 턴제 RPG라는 의의를 지닌 작품입니다.



이동하다보면 전투가 발생합니다.
딱보기에도 야구소녀인 마야코가 등장해서

"네가 이 학원에 잠입한 미이로군. 유감이지만, 힘으로라도 네가 이 학원에서 손을 떼게 해 주겠어."

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단순한 용무원으로 고용됐을텐데 왜 이렇게 대놓고 스파이인 걸 알고 있을까요?
정체를 비밀로 하고 잠입했으면 손쉽게 생도회의 음모를 파헤칠 수 있지 않을까요?


뭐, 어쨌든 전투를 합니다.

야구소녀 마야코는 '구슬을 잡기', '방망이를 잡기'(말장난 개그인것 같습니다.), '공을 던지기' 등의 공격을 해옵니다.
주인공의 전투방식은 '가슴만지기', '키스', '음란한 말하기' 입니다.
주인공이 승리하면 성인 게임답게 야시시한 장면이 나옵니다.
아무리 여자쪽이 먼저 공격해 왔다지만 이래도 될까 싶습니다.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의뢰를 완수하기도 전에 체포당할 것입니다.


<기타 필드 몬스터 격의 학생들>

야구소녀 마야코 이외에도 다양한 학생들이 적으로 나옵니다.
각자의 공격방식이 있고 전투에서 이기면 소소하게 에로한 CG가 나옵니다.

다만 적 엔카운트율이 게임내내 높은 편인데
적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보니 빠르게 질리기도 합니다.
여학생들도 한 번 호되게 혼났으면 다시는 덤비지 않을 법도 한데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옵니다.



가장 큰 건물인 1층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대부분의 교실이 텅텅 비어있어 딱히 이벤트가 없습니다.



여자 화장실 앞에 서 있는 불량 학생입니다.
최종보스처럼 보이는 생김새와 달리 전투 하나 없는 NPC입니다.
불량학생답게 돈이 될만한 물건을 요구합니다.
나중에 시계를 주워서 건네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갈 때 중간보스를 만납니다.
지금까지 만난 여학생들 중 가장 보스같이 생기지 않은 학생이 보스입니다.
하지만, 레벨이 낮을 때 상대하기엔 정말 강해서 순식간에 게임오버를 당하게 됩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때의 중간보스입니다.



3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갈 때의 중간보스 링링입니다.
이 링링이 엄청나게 강합니다.
근성으로 레벨을 올려 계속 도전해본 결과 겨우 이길 수 있었습니다.



옥상에 한 번 올라오면 다시 내려가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몇 걸음 걷지도 않아 중간보스를 만납니다.



학생회의 서기 유미 입니다.
몇 번이고 레벨을 올려 도전해 봤지만 계속 패배만 할 뿐이었습니다.
레벨을 올리면 방어력으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되는데
공격이 거의 들어가지가 않습니다.

훗날 알아본 결과, 이 게임은 레벨 17정도면 끝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레벨을 24까지 만들어서 갔지만 유미에게 패배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입니다.
학교 옥상은 최종 보스가 있는 곳으로서 가장 마지막에 가야하는 곳입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아무 힌트도 없는 상황에서
학교건물이 아주 크게 보입니다.
운동장을 대충 둘러보면 체육관이나 수영장이 보이지만
근처를 돌아다녀도 아무런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결국 난이도가 높더라도 어떻게든 진도가 나가는 학교 내에서 결판을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 2층으로 올라가는 건 후반부에나 해야할 일입니다.
게임 내에서 어느정도 힌트를 줬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NPC들은 전혀 쓸모없는 소리들만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학교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중간보스들을 무찌르고
납치된 신문부원들을 구출해 내야합니다.


 <중간보스인 체조부원>


<중간보스인 선생들>


<NPC인 미술교사>


<금도끼 은도끼를 패러디한 수영장의 요정>



<붙잡혀 있는 신문부원들>

신문부원들을 구출해 내면 오의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의서 세 개를 모두 모으면 생도회의 서기도 금방 격파할 수 있습니다.


 <옥탑방에서 주인공을 맞이하는 생도회의 회장>

서기와 부회장을 차례로 격파하면 옥탑방에서 회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종보스답게 한 번 격파하면 변신해서 다시 싸웁니다.
회장을 쓰러뜨리면 성인 게임다운 수법으로
회장에게서 학교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겠다는 다짐을 받게 됩니다.



신문부원들은 주인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지만
정작 의뢰비용은 없다고 대놓고 먹튀를 시전합니다.
주인공이 당연히 화를 내는 장면으로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엔젤하츠는 엘프사 최초의 RPG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한 괴작입니다.
게임 밸런스도 불만족스럽고 스토리도 빈약합니다.

스토리가 빈약한 것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사실 이 시기에는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한 게임들이 많았지만
엔젤하츠는 특히 그렇습니다.

이렇게 개연성이 없는 이유는 엔젤하츠가 당대 유행했던 판타지 RPG들과 달리 학원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인 게임에 어울리는 교복물을 만들려고 한 건지
독특한 RPG를 만들려는 생각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존의 RPG 스토리에 학교라는 배경을 덧씌웠을 뿐
전혀 학교 RPG만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스토리가 용사가 출발하여 마왕을 무찌르는 게임들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토리를 전개하려다 보니, 여러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개연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도회가 왜 학교를 지배하려고 할까요?
신문부는 왜 이걸 반대하며 주인공에게 생도회의 격파를 의뢰할까요?
신문부는 왜 납치되었고 왜 오의서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외에도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만
사실 세세하게 신경쓸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냥 성인 게임이잖아. 야한 거나 봐'

이렇게 생각하면 끝입니다.
하지만, 그냥 판타지물로 만들었더라면 이런 문제점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학원물로 만들어 스토리를 엉성하게 만들었는지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총평하자면, 엔젤하츠는 몬스터들이 교복만 입었지 판타지물과 전혀 다를게 없는 학원 RPG입니다.
여러 면에서, 지금 즐기기에는 불편하고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엘프사의 다른 RPG 게임들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엔젤하츠가 시도한 학원물 RPG는 당시로서는 특이하고 신선한 장르였습니다.
학원물 RPG를 만들겠다는 이런 엘프의 도전이 훗날 <동급생>과 <하급생>이라는 명작 시리즈 제작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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