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4일 일요일

리뷰 : 천신란마(1992/3/18,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제목은 <천신란마>입니다.
유즈소프트의 <천신란만>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두 게임 모두 고사성어인 천진난만에서 유래된 제목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입니다.

오래되기도 하였고 번역되지도 않았으며 엘프사 게임치고 딱히 유명하지도 않기 때문에
유즈소프트 사의 게임보다 인지도가 한참 부족합니다.
주요 포탈사이트에 천신란마를 검색하면 '천신란만'으로 수정되거나, 심지어 '전신안마'(...)로 수정되는 굴욕을 겪는 게임입니다.


성인버전과 일반버전이 따로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스토리 상 에로 이벤트의 비중은 많지 않기 때문에
H씬을 삭제하고 일반버전으로 나와도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에로적인 부분을 버리고 발매하다니
RPG게임으로서의 완성도에 그렇게 자신이 있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장르는 3D 던전형 RPG입니다.
엘프사는 천신란마 이전 <드래곤나이트>와 <드래곤나이트2>를
같은 방식으로 만든 바 있습니다.
확실히 이전 엘프사의 던전형 RPG보다는 조작이 편리합니다.

드래곤나이트2에 비해 가장 발전한 부분은 왼쪽의 미니맵입니다.
미니맵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와 가야할 길을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고
이미 갔던 길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맵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으며
전체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미로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전체맵을 볼 수 없다는 점은
꽤 불편한 점입니다.


이 게임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멀티 시점'입니다.
게임 시작시 '타카미'와 '유이마', 이 두 주인공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게임을 시작합니다.

당시로서는 참신한 방법이기는 한데 실제 플레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둘은 모험 중 거의 대부분 헤어지지 않고 같이 다닙니다.
기껏해야 이벤트 몇 개가 다를 뿐인데
이건 굳이 멀티 시점으로 만들지 않아도 상관없을 정도입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정도 볼륨의 게임을 만들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는 천사와 악마가 인간을 존속시킬지 멸망시킬지를 논의하며
인간을 시험하기로 합니다.
지하에 있는 '지저세계'를 인간계에 출현시키고
그냥 적당히 선택한 인간 타카미에게 지저왕을 쓰러뜨리라고 합니다.



주인공 타카미입니다. 그냥 등교하다가 선택받았습니다.



선택받은 타카미는 30일 후에 깨어나 지저왕을 쓰러뜨리는 모험을 떠납니다.



유이마는 마족입니다. 평범하게 지내던 중 인간계에 갑자기 이변이 일어납니다.




유이마는 정령에게서 사정을 전해 듣고 선택받은 인간 타카미를 30일 동안 찾아다닙니다.



도중에 합류하는 천족 아마노입니다.
점프라는 마법으로 전장에서 여관으로 순간이동하는 마법을 할 수 있고
힐도 사용할 줄 압니다.
아마노가 합류하고 나서야 게임이 비로소 할 만해 집니다.



카오루입니다. 전투원은 아니지만 주인공과 같이 모험을 다니는 타카미의 친구입니다.
초반에는 타카미 편의 튜토리얼, 중반에는 납치를 당하는 포지션,
후반에는 H씬 이외에 잉여를 맡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다른 주인공이자 더욱 매력적인 유이마가 있다 보니
주인공 타카미의 히로인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영 대우가 좋지 않습니다.


어쨌든 황폐화된 인간계, 인류 멸망을 건 싸움이라는 긴장되는 소재로
시작된 이 게임의 단점은...



초반부터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저 표정들을 좀 보세요.
누가 봐도 저건 인류 멸망을 건 싸움을 하는 표정이 아닙니다.

게임 자체가 진지하지 않고, 비교적 개그 노선으로 스토리가 쭈욱 진행됩니다.
물론 진지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스토리의 분위기 자체는 이미 망가진 후입니다.
좀 더 게임을 긴박하게 만드는 편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악당 간부격인 모쿠렌(위, 옆에 있는 건 연인 유키코)과 케이마(아래)입니다.
저마다의 깊은 사정도 있고 악당으로서의 카리스마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시기 엘프사 게임의 악역 중에서는 꽤 인상 깊습니다.



다만 지저왕은 흉물스럽습니다.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다는 결말이기는 한데
간부들에 비해 카리스마도 떨어지고 마지막에 만나기 전까지 존재감도 없어서 아쉽습니다.


 
 

몬스터들은 흉물스러운 몬스터도 있고 매력적인 몬스터도 있습니다.
주로 보스급 몬스터들이 매력적입니다.



악당들에게 세뇌된 인간 메구미입니다.
이 게임을 통틀어 가장 비쥬얼이 훌륭한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뇌가 풀린 이후에 주인공 일행이 여관에서 묵게 되면 찾아옵니다.
물론, 성인버전에서만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천신란마의 모든 에로이벤트는 여관에서 묵을 때 일어납니다.
스토리와 전혀 연관이 없는 캐릭터도 찾아오는데
<FOXY2>와 마찬가지로 H씬의 수가 꽤 적습니다.
일반버전도 있는 만큼 RPG 게임에 더 주력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RPG 게임으로서 천신란마에 정말 불만이 많습니다.

처음으로 느끼는 불만인 점은 지나치게 복잡한 미로입니다.
사실 던전을 몇 번 쏘다니다 보면 길을 쉽게 외울 수 있고
무엇보다도 미니맵이 있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릴 걱정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작인 드래곤나이트1,2가 더 헤멨습니다.

그러나 천신란마가 더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이벤트가 어디서 터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니맵입니다.
노란선이 벽, 보라색선이 문, 연두색이 이미 갔던 길, 검정색이 아직 가지 않은 길입니다.

문은 그 장소로 직접 갔을 때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가지 않은 곳은 막다른 벽인지 문인지 알 수 없고 
직접 가봐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저 맵 중의 어딘가에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대부분은 막다른 곳에서 일어나죠.
이벤트가 일어나는 막다른 곳의 좌표를 밟기 전에는 이벤트가 일어나는지 일어나지 않는지
알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을 찾든 이벤트를 찾든 막다른 길마다 하나하나 들러야 합니다.
근데 막다른 길 하나하나에는 꼭 보통보다 강한 몬스터가 있습니다.


 

우연히 만나는 몬스터와 막다른 길의 몬스터는
같은 그래픽인데 색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게임 시스템상 막다른 길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데
그 하나하나에 보통보다 강력한 몬스터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더더욱 문제인 점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장소에 딱히 표시가 없어 한 번 갔다왔어도 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A지점의 이벤트 다음에 B지점에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A지점과 B지점 중 어디를 먼저 가야한다는 힌트따위는 없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무작위로 찾아가 볼 수 밖에 없죠.
복잡한 맵을 하나하나 둘러보던 중 B지점에 먼저 도착합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나중에 이벤트가 일어난다는 어떠한 표시도 없습니다.
그 후, A지점으로 가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남은 맵을 전부 뒤져봐도 다음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B지점은 이미 한 번 갔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B지점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이미 한 번 훑어본 맵을 처음부터 다시 전부 훑어봐야 합니다.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죠?

심지어 던전을 나갔다 들어오면 막다른 길의 몬스터는 전부 부활합니다.
다시 막다른 길을 갈 때마다 싸워야 됩니다.

한 번에 모든 맵을 둘러 볼 수 있다면 막다른 길의 몬스터과 다시 싸울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적이 그정도로 약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약이 있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지만 물약은 종류당 다섯 개를 가지는 게 한계입니다.


거기에다가 몬스터는 대부분 HP가 엄청 높습니다.
아무리 레벨을 올려서 가도 한, 두방에 죽일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 파티는 세 명이고 몬스터는 한 마리인데 다굴을 계속 쳐야합니다.
대신 난이도 조절을 위해 몬스터의 공격력은 낮습니다.

문제는 게임 특성상 몬스터를 자주 만나는 데 몬스터는 쉽게 죽일 수도 없다는 점이죠.
만렙 가까이 가서도 필드 몬스터 한 마리조차 시원시원하게 처치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또, 또 던전과 회복시켜주는 여관과의 거리는 쓸데없이 멉니다.
아마노가 파티에 합류하면 여관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하지만
어쨌든 여관에서 다시 던전으로 향할 때는 의미없이 거리가 너무 멀어요.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여관, 무기가게, 약국, 술집 사이의 거리까지 쓸데없이 멉니다.
아니, 마을끼리는 좀 뭉쳐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심지어 그 사이에 몬스터가 나옵니다.
마을의 몬스터는 극초반부의 약한 몬스터라 쉽게 죽일 수 있지만
보상도 적은데 굳이 안 나와도 되잖아요.
나중에 전부 이사가면서 가까워지긴 합니다만 초중반까지 불편한 건 변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이 귀찮다기 보다는 힘이 듭니다. 고통스럽습니다.

사실 고전 RPG에는 공통적으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 본 것 중에서는 천신란마가 가장 심합니다.

제가 해본 엘프 사의 RPG를 넘고, 에로게의 RPG 넘어
고전 RPG 게임 전부를 통틀어 가장 힘들었습니다.
현대 RPG까지 넣어도 당연히 최악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
아까 말했듯이 이 게임은 시작할 때 '타카미'와 '유이마'를 고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올클리어 하기 위해서는 이 힘든 게임을 각 캐릭터로 두 번 해야합니다.
요즘 게임에나 있는 레벨이나 장비 승계시스템따윈 없습니다.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만이 승계될 뿐입니다.

올클리어를 위해 두 번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이벤트가 일어나는 좌표는 반드시 외워두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셋이 힘을 합쳐 지저왕을 물리치면 대망의 엔딩입니다.
이 시기의 엘프식 마무리로 셋이서 도시를 바라 보면서 끝이 납니다. 야경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죠.


마무리 장면입니다.
어게인의 스펠링이 틀렸습니다.(...)


총평하자면, 여러 모로 힘든 게임에 보상으로 스토리나 H씬도 변변치 않습니다.
평범한 게임입니다. 엘프사 게임 중에서는 단연 하위권입니다.
유이마와 메구미가 유일한 위안입니다.

다만, <드래곤나이트2>에 비하면 전투 시스템 면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 게임으로 축적한 노하우로 <WORDS WORTH>라는 명작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댓글 2개:

  1. 여기 마지막 엔딩롤에도 나오는 TAMTAM의 정체에 대해 혹시 아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 시절 대부분의 엘프 게임에 "copyright (c)elf (c)TAM・TAM"와 같은 문구가 들어 있던데 어떤 관계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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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omyun//
    탐탐은 엘프의 창립멤버 중 하나인 프로그래머 카나오 아츠시가 독립해서 세운 회사입니다.
    독립했지만 당시 엘프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고,
    프로그램 쪽을 위탁받아서 작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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