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1일 일요일

리뷰 : 노노무라병원사람들(2)(1994/6/3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로 나뉘어져 있으며 두 번째 편입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고전 게임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게임으로서
단점이 거의 없는 게임입니다.

이 리뷰에서 꼽는 단점은
굳이 억지로 단점을 찾자면, 아니면 다른 명작 게임과 비교하자면
조금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유념하고 단점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카마이타치의 밤>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눈보라로 고립된 별장에서의 살육극을 다룬 추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하고는 공통점이 많지는 않지만
멀티 엔딩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저는 <카마이타치의 밤>을 상당히 재미없게 플레이했는데
그 이유는 스포일러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게임 자체한테요.

게임 플레이하고 처음으로 본 엔딩이 
살육극이 제대로 일어나기도 전에 범인을 잡는 해피 엔딩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놀라운 추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고
선택지를 대충 선택하다가 운으로 맞춰버린 거죠.

어쨌든 운으로 범인을 잡는 엔딩을 보고 나서
살육극을 구경했지만, 저는 범인을 다 알고 있으니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엔딩은 첫 플레이에는 운으로라도
볼 수 없게 했어야 하는데, <카마이타치의 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도 저에겐 마찬가지였습니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최종적인 엔딩이 두 번째 플레이만에 나온 것입니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첫번째로 본 엔딩은 거의 마지막까지 가서, 에이사쿠의 활을 맞는 엔딩이었습니다.
그리고 엔딩의 힌트로, 전혀 모르는 휠체어 소녀가 나와서
'모모코를 소중히 대해줘.'하고 끝났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플레이에서 답을 찾은 거죠.



미호 엔딩을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 역시 다소 운으로 빨리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어드벤처 게임 실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원기가일족>이나 <유작>에서는 엔딩 한 번 보겠다고 개고생을 했죠.

요즘 게임 같으면, 선택지를 아예 막아버리더라도
이런 중요한 엔딩을 두 번째에 볼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근데, 사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 아닙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멀티 엔딩 시스템입니다.
비록 해피 엔딩을 봤다고 하더라도 다른 엔딩이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게임이 다른 엔딩을 보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범인의 정체가 나온 엔딩에서 플레이어는
노노무라병원 사건의 진실의 90프로 이상을 알 수 있습니다.
웬만한 복선은 다 회수하고 의문점따윈 없죠.

에이사쿠가 마지막에 아키코를 죽인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이런 흉한 남자 캐릭터의 얀데레스러운 동기따위 누가 궁금해 하겠습니까?


엔딩 번호를 9번까지 매겨 놨지만 5번 엔딩과 9번 엔딩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열 몇 개의 엔딩이 있는 셈이죠.
하지만, 엔딩의 패턴은 성공과 실패 밖에 없습니다.
실패를 나눈다면 죽음과 떠난다가 있겠죠.

<하원기가 일족>에서는 주인공이 죽기도 하고, 감금되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오히려 타락해 버리는 엔딩도 존재합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하원기가일족>에 비해 각 엔딩의 충격이 덜한 편입니다. 

주인공인 타쿠마로는 가벼워 보이기는 해도
탐정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타락해서 아키코와 야합한다거나 하는 엔딩은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료코, 미호, 리에의 캐릭터별 엔딩이 있지만
이조차도 스토리의 변화가 크지 않고,
CG나 서비스신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 세 개의 엔딩을 전부 보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살짝 선택지를 달리 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다 보기가 꽤 귀찮죠.
난이도를 조금 높인 엔딩으로 하렘 엔딩이라도 넣어줬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각 엔딩에 개별 H씬이 많이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열 몇 개의 엔딩 중에서 그 엔딩을 꼭 봐야만 볼 수 있는 H씬은 단 두 개뿐입니다.
게다가 치명적이게도 옛날 게임이다보니 읽은 문장 자동 스킵 기능이 없습니다.

결국, 저처럼 해피 엔딩을 빨리 봐 버린 사람은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엔딩을 다 모아야겠다는 의욕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기껏 멀티 엔딩 시스템인데 다양한 분위기의 엔딩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이래서 차라리 멀티 엔딩이 아닌 단일 엔딩으로
선굵은 스토리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충분히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허름한 건물에 사무소를 차리고 있는
카이바라 타쿠마로입니다.
<EVE ~ burst error>나 <불확정세계의 탐정신사>에서도 그랬지만,
90년대의 에로게 탐정들은 이런 창고 같은 분위기에
사무실을 차리길 좋아합니다.

엘프 계열에서 늘 있는 주인공 유형인 능력있는 호색한입니다.
실력도 있고, 배짱도 있고, 유머감각도 있어서 꽤 좋아하는 탐정 유형입니다.
다만, 너무 막나가는 스타일이라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어느날, 주인공의 사무실에 이토 료코라는 탐정이 찾아 옵니다.
료코와 옥신각신하던 주인공은
료코를 덮치려다 오히려 다리가 부러지게 되고 병원으로 실려갑니다.
그곳이 바로, 사건의 무대인 노노무라병원이죠.



주인공은 간호사에게서 원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흥미를 느낍니다.
현장 상황으로 볼 때, 원장의 자살은 틀림없어 보였지만
수상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죠.



간호사들에게 이 질문, 저 질문을 해봅니다만
간호사들은 좀처럼 입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원장 부인에게 입막음되어 있습니다.



그러던 중, 원장 부인과 만나 정식으로 의뢰를 받게 됩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원장이 자살한 것이 아닌 타살이라는 것을 밝혀 달라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간호사인 마키노 리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간호사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중대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간호사인 노기와 미호입니다.
과거 연인이었던 의사에게 속아서 차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젊은 남성을 싫어하며, 주인공에게도 가장 큰 반감을 내비칩니다.



간호사인 마미야 치사토입니다.
병원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는 정보가 없습니다.
동음이의어 이용한 개그가 인상적입니다.



환자인 이츠키 모모코입니다.
원래도 조용한 성격이지만, 주인공과는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한데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죽은 원장의 부인인 아키코입니다.
주인공에게 사건을 의뢰한 장본인이지만 악역 포지션입니다.

꽤 매력적인 악역입니다.
주인공이 아키코를 동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해 보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카리스마있게 받아 넘깁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에 의해 모든 계획이 망쳐진 이후에도
자신의 패배를 쿨하게 인정하면서 주인공에게
"남편은... 역시 자살은 아니었죠?"
라고 냉정하게 묻는 장면, 그리고 그 후에 주인공을 인정하는 장면은
상당히 멋있는 장면입니다.



주인공을 병원으로 보낸 장본인인 탐정 이토 료코입니다.
처음에는 괴팍한 주인공을 탐정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만
주인공의 긍지를 보고 이후 조력자로 변화하는 캐릭터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다른 버전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고 가겠습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이식판의 변화가 적은 편입니다.
이런 저런 스토리와 캐릭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추리물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함부로 수정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세가 새턴판 노노무라병원사람들입니다.
텍스트의 양 때문인지 선택지가 다소 간략하게 변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스토리 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래픽은 좀 아쉽습니다.
같은 세가 새턴 기종인 <동급생>때는 훨씬 나은 그래픽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요.

CG는 변화한 부분이 상당하고, 어느 정도 수위가 약해진 CG도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19금 게임이라고 해도 가정용 게임기인데
믿을 수 없을만큼 많이 보여 줍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윈도우즈판은 엘프 사에서 나왔습니다.
95용으로 한 번, XP용으로 <하원기가일족>과 함께 한 번, 총 두 번 나왔습니다.

이 시기의 엘프 이식이 그렇듯이 그다지 큰 변화는 없습니다만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경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지금 플레이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스토리의 추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저는 늘 고전 명작의 첫 번째 조건으로 훌륭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데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이야말로 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게임입니다.

치밀한 스토리를 갖춘 명작추리게임이 하고 싶은 분에게
강력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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