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4일 일요일

리뷰 : 세계에서 제일 네가 좋아!(1990/7/28,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네가 좋아!>는 당시 방송했던 일본 드라마에서 제목을
그대로 가져 온 에로게입니다.
평범한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이죠.



연예부 기자인 주인공은 편집장에게서
아이돌 카스미의 심야 데이트에 대해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카스미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동일 소속사의 여러 여자 연예인들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합니다.
수많은 캐릭터가 각 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구성은
제가 리뷰했던 게임 중에서는 엘프 사의 <프라이빗 스쿨>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프라이빗 스쿨>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1년정도 후에 나온 게임답게 여러 면에서 더 발전된 형태입니다.

<프라이빗 스쿨>이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고도
거의 대부분을 제대로 소화 못 시킨 것에 비해서,
이 게임은 등장한 많은 캐릭터들이 H씬을 하나정도는 갖추고 있죠.
스토리의 질도 <프라이빗 스쿨>에 비해 훨씬 괜찮습니다.

시대를 고려하면 CG의 질과 양도 괜찮은 편이고,
그 외의 장점으로는 마구잡이로 개그를 연발하는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요즘 게임들의 주인공 캐릭터는 비교적 밋밋한 느낌이지만
옛날 게임에는 맥락도 없이 헛소리를 하는 주인공이 상당히 많았죠.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저는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딱 한 가지 문제점을 꼽아보자면, 바로 제목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네가 좋아!라는 제목은
가벼운 주인공이나, 수많은 캐릭터들과의 H씬이 있는 게임에는 안 어울리잖아요.
그런 제목은 순수한 사랑을 다룬 게임에나 붙여야죠.

어쨌든 에로게니까 내용상 사랑도 들어 있고,
세계에서 제일 네가 좋아라고 해도 완전히 틀렸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세일러복도 안 입고 싸우면서 <세일러복 전사 페리스>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보다는 훨씬 정직하죠.
하지만 제목에서 받을 수 있는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좀 과장해서 예를 들면, 치X을 소재로 다룬 게임이 있다고 칩시다.
<최종치X전차>나 <X한전용차량> 이런 제목이 일반적이고,
<치X는 범죄> 이런 제목을 붙여 역설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겠죠.
근데 <세계에서 제일 전철이 좋아>,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생각해보세요.
주인공이 전철을 많이 타니까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느낌이 다르잖아요.
뭔가 순수한 철도 매니아의 게임이 되어 버렸잖아요.



총평하자면, 시대를 고려할 때, 잘 만든 캐릭터 게임입니다.
당시 칵테일소프트는 좋은 작품을 많이 냈고,
이 게임은 그 중에서는 눈에 띄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게임이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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