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입니다.
프리미에르는 프랑스어 première로 영어식으로는 프리미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컁컁 바니 프리미어라고 불렀는데,
원제대로 불어 느낌을 살려서 프리미에르로 적겠습니다.
네 번째 편에 들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칵테일 소프트 최고의 인기 캐릭터 스와티의 등장입니다.
바니걸이던 아리스 대신 스와티가 주인공에게 인연을 만들어 줍니다.
컁컁 바니라는 제목과는 이제 완전히 멀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스와티의 인기 앞에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습니다.
스와티에 대해서 더 설명하자면,
주인공 집에 들이닥치는 건 스와티 혼자만이 아니라
칠복신이라는 일본 민간신앙의 복을 가져다주는 일곱 명의 신입니다.
게임 내에서 칠복신은 나머지는 모두 난쟁이에 아저씨들이고,
스와티만이 미소녀입니다.
일본 전승에서 칠복신 중에는 '벤자이텐'이라는 여신이 있고,
전승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인도의 여신인 '사라스와티'입니다.
스와티라는 이름은 사라스와티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스와티는 '캬~룬'이라고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처음에 스와티에게 반해서 스와티의 몸을 요구하지만,
신이기 때문에 인간은 스와티를 일단은 만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스와티는 대신 신통력으로
주인공을 여자에게 인기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일단 프리미에르는 이런 식으로 시작됩니다.
기본적으로는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1편에서 주인공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등장 캐릭터는 아르바이트 동료 유마와 손님 미유키입니다.
데이트 날짜와 소지금을 잘 관리하면 둘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소지금 때문에 계속 고생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날짜입니다.
돈이 많이 드는 유마와의 데이트를 월급날 이후로 미루면
돈을 펑펑 써도 딱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미유키와는 호텔에서, 유마와는 유원지에서 데이트를 하고
그날 당장 H씬까지 도달하면 성공입니다.
실패하면 칠복신들이 날짜를 되돌려줘서 다시 플레이할 수 있고,
성공하면 미유키는 해외유학을 가고, 유마는 오사카로 이사를 간다는
전화통보가 옵니다.
주인공은 누구와도 맺어지지 못하고 2편으로 가게 되는 거죠.
칠복신의 신통력으로 맺어진 관계치고는 참으로 허무한 결말입니다.
아무튼 2편으로 넘어가면 또 다시 두 명의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1편하고 달라진 점은 소지금 스탯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강수 확률이 생겼다는 겁니다.
대놓고 데이트할 날짜 잘 잡으라는 소리입니다.
비오는 날은 데이트를 못해서 실패하게 됩니다.
3편에서는 아예 불멸일, 대안일 이런 게 나옵니다.
<명탐정 코난>에서 이런 거 본 적이 있기는 한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소재입니다.
어차피 게임 플레이와 그다지 관계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데이트 날짜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간에 퀴즈같은 것도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못 맞추는 문제입니다.
1972년도에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마법사 차피>에 관한 문제를
현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맞추겠습니까?
캐릭터가 귀엽고, 그래픽이 좋고 하는 컁컁 바니 시리즈 전 시리즈에
똑같이 할 수 있는 칭찬을 제외하면,
프리미에르 역시 아쉬운 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스와티가 등장하면서 게임이 확 바뀌고,
스토리도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스토리는 좋아졌다고 하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심오하고 감동적이고 거창한 스토리를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스토리는 칵테일 소프트의 게임 중 90퍼센트 이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다다음주 쯤에 발매되는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성과 만나고, 데이트를 하고, H씬을 하는 그 과정이 너무 짧다보니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는 점이 문제입니다.
캐릭터마다의 후일담이 존재하지도 않고,
아쉬움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사 한 마디로 '이제 못 만나, 안녕.'하는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스와티의 스토리와 결말이 있기는 하지만,
이조차도 시시하죠.
삼각관계와 질투를 넣기도 하고, 전작들에 비해서는 나름 내용이 길어지기는 해서
스토리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미흡합니다.
노력의 성과는 <컁컁 바니 엑스트라>에서야 겨우 나왔습니다.
보이스가 있고, 오프닝 영상이 존재합니다.
1,2편에는 특히 바뀐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3편은 아예 모두 갈아 엎어버렸습니다.
PC판에서도 3편은 좀 애매하다고 생각했었는데,
3편을 수정한 게 아니라 삭제해 버리고,
새로운 캐릭터와 전혀 다른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총평하자면, 스와티의 첫 등장만으로 의미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게임이 발매된 게, 지금으로부터 26년전이지만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칵테일소프트가 이제 와서 스와티를 찾는 것만 봐도
스와티의 인기를 알 수 있죠.
하지만, 스와티의 인기가 이 게임에서 나왔는지는 의문입니다.
스와티의 매력은 이 게임이 아닌 <컁컁 바니 엑스트라>에서 폭발했다고 생각되는군요.
프리미에르 1편은 레전드의 데뷔 시즌 정도의 의미를 가진 게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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