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버디소프트는 90년대 초반에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회사입니다.
한창 에로게 시장이 커지는 시점에 거세게 치고 올라가
거의 정상까지 갔던 회사 중 하나였죠.
하지만, 버디소프트의 전성기는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주요 스탭과의 내분 끝에 갈라선 것을 계기로 점점 힘을 잃어 갔고,
결국은 역사에도, 사람들의 기억에도 별로 남지 않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 때 갈라선 스탭들은 'DISCOVERY'라는 에로게 회사로 이적했고,
버디소프트는 기나긴 고전 끝에 최종적으로 'MAIKA' 회사의 계열로
편입되었습니다.
버디소프트라는 이름으로 마지막으로 게임이 발매된 것이 2002년,
DISCOVERY가 브랜드 폐쇄를 한 것이 2009년,
MAIKA가 에로게 제작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것이 2014년으로
버디소프트를 계승하는 에로게는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버디소프트에는 딱히 좋은 추억이 없습니다.
버디소프트가 잘 나가던 시절에도, 버디소프트의 가장 큰 무기는 그래픽이었기 때문이죠.
많은 게임들을 스킵하겠지만, 어쨌든 한동안은
버디소프트, DISCOVERY, 그리고 DISCOVERY와 연관되는
BLACK PACKAGE의 순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버디소프트 게임 첫번째 리뷰는 <PIAS ~찢겨진 성춘~>입니다.
1990년도에 나온 NTR게임입니다.
게임은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중간중간에 직접 명령어를 타이핑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인공인 히로시와 그의 소꿉친구 마유미는 초, 중,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며
늘 함께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학교를 합격하며 드디어 갈라지게 됩니다.
졸업식 후, 둘은 떨어져야 되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로 약속하게 됩니다.
무르군요. 이런 장르에서는 안 하느니만 못한 약속입니다.
주인공은 마유미를 노리는 양아치의 계략에 휘말려
술김에 바로 당일날 약속을 깨버립니다.
또한, 계략에 의해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마유미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마유미는 정신없는 틈에 그 양아치가 NTR한다는 정석적인 구성입니다.
이 플롯에 H씬만 잘 붙이는 정도였어도,
이 게임은 NTR물의 고전으로 통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날 밤, 그 양아치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고,
마유미는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끌려갑니다.
마유미는 주인공에게 배신당하고, 양아치에게는 강제로 당하고,
이젠 누명까지 썼습니다.
이런 마유미의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주인공은 진범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주인공의 수사를 도와주는 조력자 여성들입니다.
조력자라기 보다는 사실 수사는 이 여성들이 다 하고,
주인공은 여성들이 남겨준 단서를 그냥 쫓아가는 정도입니다.
주인공은 배신말고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본인의 배신 때문에 마유미는 인생이 망했는데,
정작 주인공은 도와주는 척만 하면서 조력자 캐릭터들과 놀아납니다.
게다가 이 여성들마저 NTR 당합니다. 스토리가 아주 난장판입니다.
마지막에는 진범인을 잡아 내는데 성공하고 마유미는 풀려납니다.
재회의 억지 감동으로 게임을 어떻게든 마무리라도 지어야 하는 타이밍에
눈치없는 나레이션이 '그래도 깊은 마음의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커플의 표정이 이렇게 우중충한 노을 엔딩은 처음입니다.
이 게임의 엔딩을 보는 게이머의 표정이기도 합니다.
총평하자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괴작입니다.
수사물로서의 성취감도 없고, 해피엔딩인 것도 아니고, 등장인물 모두가 불행해지며,
에로게나 NTR물로서의 매력도 없습니다.
지금 같으면 양아치가 NTR을 한 시점에서 별다른 스토리없이
H씬이나 주구장창 보여주는 에로 위주의 게임이 되었겠지만,
당시에는 NTR물의 노하우가 그렇게 축적되어 있지 않았던 거죠.
그런 단조로운 플롯으로 분량을 채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스토리에 특별한 변화를 주려다 오히려 뿌리가 흔들려 버린 케이스입니다.
참고로 이 게임 패키지 뒷면에는
'게임에 어려운 한자가 많이 나오니, 한자 공부에 유익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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