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2일 일요일

리뷰 : 레슬엔젤스3(1993/10/15, Grea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슬엔젤스 시리즈는 90년대초반 일본 여자프로레슬링의 붐을 타고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2008년에 플레이스테이션2용 <레슬엔젤스 서바이버2>를 마지막으로
콘솔, PC 쪽 게임으로는 전혀 소식이 없고,
모바일게임으로는 좀 더 나중까지 서비스를 한 것 같지만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3편에 대해 소개를 하기 전에 우선 1편 <레슬엔젤스>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편은 Great의 이전 작품인 <두근 두근 카드 리그>의 시스템을 가져온
카드 게임 시스템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기본적인 레슬링 시합 카드 게임 시스템은 92년에 나온 1편부터
2008년에 나온 <레슬엔젤스 서바이버2>에 이르기까지 비슷합니다.

또한 마이티 유키코, 뷰티 이치가야, 팬서 리사코, 봄버 키시마 등,
레슬엔젤스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들의 상당수가 데뷔한 게임입니다.

수영복 벗기기 데스매치같은 3류스러운 시스템도 있었고,
시대가 시대다보니 어설픈 점도 많았지만
레슬엔젤스 시리즈의 기본 골격은 1편부터 이미 짜여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이어 나온 <레슬엔젤스2>는 무토 메구미와 유우키 치구사를 비롯한
신 캐릭터를 추가하고, 시스템 및 스토리를 보완하여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레슬엔젤스 시리즈의 오랜 역사 속에서
주축이 되는 캐릭터들은 1과 2에서 전부 등장했다고 봐도 됩니다.



93년도에 <레슬엔젤스3>는 1편과 2편의 외전격의 작품입니다.
2편까지의 카드 게임+육성 시뮬레이션에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까지 더한 작품이죠.



이런 저런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마음에 드는 1,2편의 캐릭터를 누구나 영입할 수 있고,
은퇴한 선수를 복귀시킬 수도 있으며, 신인선수를 육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체력 관리나 부상관리를 위해 바캉스를 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전토를 돌아다니며 레슬링 경기를 열 수 있습니다.
인기 선수나 해당 지역 출신의 선수를 기용하거나,
타이틀 매치같은 이벤트를 통해 인기를 올릴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3000명 수준의 경기장에서 시작하지만
인기를 올리면 63500명을 수용가능한 도쿄돔을 꽉 채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레슬엔젤스3는 한국어판도 있다고 하며, 은근히 매니아들이 많은 게임입니다.
레슬엔젤스 V시리즈를 제외한 이후 모든 콘솔판 시리즈는
이 게임의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레슬엔젤스 시리즈의 기초를 완성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게임입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제가 프로레슬링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점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프로레슬링이라고는 예능프로그램 '무X도전'에서 본 게 다에요.
프로레슬링 기술도 잘 모릅니다.

레슬엔젤스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는 '폴'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시합을 압도해서 상대방의 HP를 다 깎았는데도 도무지 게임이 끝나지 않았고,
역습 몇 번 당해서 오히려 제가 패배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레슬엔젤스 시리즈를 많이 플레이해서
이제는 기본적인 시스템은 마스터했지만,
그래도 거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다른 문제인 거죠.

선수에게 마스크를 씌운다든가, 선수를 해외로 원정보낸다든가,
다른 협회랑 제휴를 맺는다든가, 타이틀 매치라든가, 반란군이라든가
게임 내에서 기능 자체를 어떻게 쓰는지는 알고 있지만
이게 왜 재미있는지는 잘 모르는 겁니다.

레슬엔젤스3은 자유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거의 없어요.
게임에서 메인 스트림이 없다 보니,
레슬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저는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겁니다.



저는 레슬엔젤스 시리즈를 레슬링 게임으로서가 아니라, 캐릭터 게임으로 좋아합니다.
근데 레슬엔젤스3는 거시적으로 경영하는 게임이다보니,
무수히 많은 시합 하나하나에 대해 소홀해지고,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마이티 유키코의 경우는 카레 먹는 장면빼고는 전혀 개성이 없습니다.
영입할 때와 사진집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캐릭터가 특별한 캐릭터성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영입한다고 해도
그 캐릭터랑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각자 레슬링 특기적인 면에서 개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그렇게 개성이 많지 않습니다.
마이티 유키코나 팬서 리사코같은 경우는 압도적인 스펙을 부여해서
레슬링 선수로서의 개성이라도 부여했으면 좋잖아요.

근데 오히려 마이티 유키코의 경우처럼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선수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초반부터 제가 키울 수 있는 신인 캐릭터가 더 스탯이 좋게 육성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대부분 이미 완성되어 있는데,
육성하다보면 다들 듣보잡 캐릭터들한테 밀립니다.



총평하자면, 이렇게 골수팬이 많은 작품에 아쉬운 평가를 내리는 건, 좀 겁이 납니다.
높은 자유도와 시대를 고려하면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게임인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지향하는 방향과는 좀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프리 모드 이외에 스토리 모드가 있었다면 제가 더 좋아하는 게임이 됐을 것 같습니다.
93년도의 게임에 그 정도까지를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
08년도 게임에까지 스토리 모드가 안 나왔다는 사실은 제쳐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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