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95년도에 HERVEST에서 발매된 육성 시뮬레이션 <Sela>입니다.
90년대는 이런 스타일과 비슷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전성기였고,
그 중심에는 93년도에 발매된 <프린세스메이커2>가 있었습니다.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 발매되면 장점도 단점도
<프린세스메이커2>와 비교당하던 시절이었죠.
Sela는 시스템이나 진행 스타일을 볼 때,
<프린세스메이커2>의 영향을 받은 게임이 틀림없었고
볼륨이나 완성도 면에서 냉정하게 평가하면 <프린세스메이커2>의 하위호환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암흑의 마도사를 쓰러뜨린 기사단의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주인공을 지휘하던 기사단장은 마도사를 쓰러뜨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였으며,
그 직전에 주인공에게 딸을 부탁합니다.
주인공이 돌아왔으니 아빠도 돌아왔겠다며 기뻐하는 소녀에게
너희 아빠는 죽었다고 말하는 건 참 마음 아픈 일입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세계를 구한 일원으로서 얻게 된 부귀영화를 모두 버리고,
기사단장의 딸 세라와 함께 시골로 내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세라를 육성하는데 굳이 부귀영화를 버릴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녀교육비에 치이며 살아본 적이 없는 미혼 주인공의 한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게임 시작 시점에서 세라는 이미 다 컸습니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부터 육성하는 걸 기대한 플레이어에게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플레이어가 세라를 육성하는 기간은 단 1년뿐입니다.
<프린세스메이커2>와 같이 세라에게 아르바이트나 교육을 시킬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이 <프린세스메이커2>와 가장 차이나는 부분은
이벤트의 주체가 세라가 아닌 주인공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건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 마을 아가씨도 있습니다.
세라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 마을 청년도 있지만,
주인공이 대화하고 직접 견제합니다.
주인공이 모험을 나가서 돈을 벌어오며,
세라의 아르바이트보다 이쪽이 더 돈이 잘 벌립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세라를 열심히 키우기 전에
주인공 장비부터 잘 맞춰줘야 됩니다.
주인공이 열심히 모험해서 벌어 온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험해서 벌어온 돈+아르바이트 평균 소득에 비해
장비값이나 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자꾸 주인공이 버리고 온 부귀영화가 생각납니다.
엔딩에 필요한 대관석을 수색하는 이벤트도 주인공이 다 합니다.
대관석을 얻는 스토리는 나름 재미있습니다.
근데, 그럼 세라는 대체 하는 게 뭘까요?
주인공이 모험을 나가 있는 동안
세라에게는 아르바이트 혹은 교육을 시켜 주고,
주인공이 모험에서 돌아온 이후 그에 대한 결과만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이<프린세스메이커2>와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주인공이 활약하는 어드벤처 파트에 힘을 많이 실어 주고,
세라의 육성 파트는 다소 후순위로 밀려 있습니다.
<프린세스메이커2>와는 다른 재미를 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육성 시뮬레이션이 너무 뒷전으로 밀려있고,
세라의 캐릭터가 너무 수동적이라 아쉽습니다.
앞서 말한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고,
이 게임의 명확한 단점은 게임 전개가 너무 단조롭다는 점입니다.
이 게임은 8가지 엔딩이 있습니다.
세라의 파라미터인 건강, 교양, 상냥함, 감수성, 기품, 색기, 미모, 애정 등의
수치가 엔딩에 영향을 줍니다.
근데 정작 베스트 엔딩의 조건은 모든 수치가 150이상,
그 다음 엔딩은 모든 수치가 130이상 이런 식입니다.
각각의 능력치가 엔딩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고,
모든 능력치가 총체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오로지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거나, 교양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도
다른 능력치를 등한시하면 그냥 배드엔딩을 보는 시스템인 겁니다.
<프린세스메이커2>처럼 다양한 직업으로 키울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육성하면서 등장하는 이벤트도 다양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여러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비슷비슷한 이벤트를 반복적으로 보는 귀찮은 작업을 견뎌야 한다는 거죠.
총평하자면, 나름 재미있는 게임입니다만
여러 번 즐기기 보다는 단 한 번 즐기기에 적합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멀티 엔딩 방식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에 이런 말은
칭찬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군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