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5일 일요일

리뷰 : 이스케이프!(1996/2/29, May-Be SOF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메이비 소프트의 <이스케이프!>는 제목 그대로 탈출에 관련된 게임입니다.
PC98시절의 메이비 소프트 게임 중에서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윈도우판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는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며 지하미궁으로 빠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스케이프라는 제목답게 지하미궁에서 탈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미궁을 헤메게 된다는 게임이지만,
이 시절 메이비 소프트 게임이 그렇듯이 탈출보다는 H씬 목적으로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 게임이 다른 게임에 비해 인상깊은 이유는 역시 시스템 때문입니다.
탑뷰 방식의 필드 이동 방식의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레벨이나 몬스터같은 것도 없이 미궁을 돌아다니면서
이벤트를 보러 다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처음에 이 게임을 보았을 때는 당연히 RPG 스타일의 게임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색다른 매력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텍스트 상의 선택지로 어디어디로 이동하는 방식에 비해
미궁을 헤멘다는 분위기를 잘 살린 시스템이죠.
스토리에 어울리는 시스템을 채택한 것은 칭찬할만한 점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겁니다.
레벨도 없고 몬스터도 없으니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퍼즐도 없고, 아이템 선택 사용도 없고, 시간 경과 개념도 없습니다.
맵도 미로라기보다는 그냥 갈림길에 가깝습니다.
플레이하는 거라고는 보물상자나 찾아다니면서 캐릭터나 만나고 h씬이나 보고
계속 돌아다니는 것뿐입니다.

간단히 말해, 독특한 시스템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용면에서 텍스트 어드벤쳐와 전혀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는 거죠.
단순히 반복해서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기만 하니 더 귀찮기만 합니다.
차라리 RPG로 만드는 편이 더 재미있었을 겁니다.



총평하자면, 색다른 시도가 바로 색다른 재미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작품입니다.
시스템을 도입만 했을 뿐, 그 후에 어떻게 만들어야 재미있겠다는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부실할 뿐더러 캐릭터도 숫자만 많을 뿐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최근의 쯔꾸르 게임들을 플레이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댓글 1개:

  1. np21//

    배드엔딩을 두 개 봤는데 둘 다 타이밍이 뜬금없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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