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일 일요일

리뷰 : Es의 방정식(1996/9/13, 아보가도파워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즈사키탐정사무소파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Es의 방정식입니다.
다음 편인 <인공 실낙원>이 결국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탐정인 스즈사키의 시점과 동업자인 쿠사나기의 시점이
계속 바뀌면서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스즈사키의 스탠딩 CG는 전작보다 멋있게 뽑혔고,
쿠사나기는 여전히 스탠딩 CG가 없는 상태입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번작에서는 쿠사나기의 분량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전작에서는 왜 등장해서 시점에 혼란만 주는 건지 의문이었는데
이번에는 쿠사나기의 과거 이야기가 스토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지스럽게 스즈사키에게 비중을 넘기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초반에 쿠사나기는 길가다 양아치에게 쫓기는 소녀를 도와주게 됩니다.
나중에 그 소녀가 찾아와 감사의 표시로 자기 집에서 같이 저녁식사나 하자고 초대하죠.

근데, 쿠사나기가 자기는 피곤하니까 스즈사키 혼자 다녀오라고 합니다.
도와준 건 쿠사나기인데 스즈사키가 왜 혼자 답례를 받으러 갑니까?
나중에 가면 나중에 가고, 안 가면 안 가는 거지
다른 사람을 보내는 건 스토리상 좀 이상하잖아요.
근데, 진짜로 스즈사키 혼자서 저녁식사하러 갑니다.

전개상 스즈사키 혼자 가고, 쿠사나기가 남아야할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을 좀 자연스럽게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쿠사나기가 나서야 할 부분에서, 어색하게 스즈사키가 튀어나오는 느낌입니다.
멀티 시점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쿠사나기와 3년전에 일하던 동료인 사토미입니다.
갑자기 쿠사나기의 눈 앞에서 충격적인 할복자살쇼를 보여줍니다.
할복 자체가 충격적인 게 아니라 자살에 이르는 상황, 대사 등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게다가 또다른 동료가 사토미의 자살한 시각과 같은 시각에 자살합니다.



의심스러운 건 당시 쿠사나기와 동료들이 담당하던 자폐증 환자 누에노입니다.
최근에 퇴원했다고 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추리물적인 초반부에
결국은 추리물이 아니었다는 스토리가 되지만 호러게임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장면들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요소를 차용하기도 했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크툴루 신화, 특히 <인스머스의 그림자> 요소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미쳐가지고 주인공일행을 추격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별 긴장감 고조없이 금방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스토리가 후반부에 힘이 빠진다는 단점은 정말 치명적입니다.
중간중간에 임팩트있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런 장면들을 마무리지어 줄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작품 전체의 질이 떨어질 뿐이죠.

전작에서는 개인적으로 아스카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아스카 비중이 확 줄어버려서 더더욱 아쉬웠습니다.



총평하자면, 전작과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한 게임입니다.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 같지만, 너무 충격적이라서 인상 깊은 장면이 꽤 있어요.
처음에 플레이했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전반적인 스토리에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다 보니,
할 때는 충격적인데 세월이 지나면 기억이 안나는 부류의 게임입니다.
좋은 후속작이 계속 나왔더라면 같이 평가가 올라갈 수 있었던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댓글 3개:

  1. 어린 시절 이 게임의 프롤로그에 충격을 받아 전개가 넘 궁금했던 게임입니다. 에뮬로 시도해보고서도 일본어를 몰라 여전히 내용은 알수가 없었지만 리뷰 덕분에 어느정도 감은 잡혔네요. 사이코스릴러이지 않을까 했지만 결국에는 전작처럼 오컬트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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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everiot//

    굳이 크툴루 신화 요소를 넣지 않더라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재미있는 초중반이었습니다.
    마지막때문에 오히려 게임이 애매해진 것 같네요.
    사이코스릴러로 즐기기에도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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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최근 일본 추리 소설 중에 도구라 마구라라는 작품이 있다는 걸 알게됐는데 이 소설의 프롤로그가 이 게임의 프롤로그랑 비슷한 점이 있더군요. 게임도 소설도 다 경험하지도 못했지만 소설이 워낙 예전에 나왔다고 하니 이건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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