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9일 일요일

잡담 : 에우슈리에 대한 실망

구글이 블로거 인터페이스를 조금씩 수정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글을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쓰는 게 힘든 수준이네요.

소시에르의 <TAXI 환몽담> 리뷰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못 쓰겠습니다.
다음주에는 꼭 올리겠습니다.
이게 버그인지,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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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벼운 잡담식으로 제가 정말 좋아했던 회사인
에우슈리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에우슈리는 2000~2010년도까지 정말 좋은 게임을 많이 발매하던 회사였고
제가 그야말로 사랑하던 회사였습니다.
게임에 노가다 요소가 굉장히 많기는 했지만 질리지 않았어요.

<전여신 ZERO>가 발매되었을 때는
당시 갖고 있던 낡은 컴퓨터에서 제대로 실행이 안 되자,
컴퓨터를 아예 교체해 버리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전여신 ZERO>와 <미육의 향기>, 이 두 게임만을 위해서
컴퓨터를 새로 바꿨던 거죠.


2011년도에 <카미도리 알케미 마이스터>라는 게임을 플레이했고
역시나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 회사가 다시 이 정도로 나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었죠.
앨리스소프트의 <전국란스>를 플레이했을 때 비슷한 걱정을 한 적이 있었고,
실제로 그 후 몇 년간 앨리스소프트의 게임들은 저에게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걱정을 한 때로부터 9년이 지났습니다.
걱정을 좀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일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습니다.

12년도에 발매된 <창각의 아테리얼>은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무난하다고 생각했고,
13년도에 발매된 <마도교각>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임입니다.
14년도에 발매된 <천칭의 La DEA ~전여신 메모리아~>는 재미있게 하긴 했지만,
새로운 게임이 아닌 옛날 게임의 리메이크였죠.

재미있는 점도 있지만 셋 다 약간씩 모자랐고,
이 정도의 부진이 제 예상 범위였던 겁니다.
하지만, 진정한 실망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신의 랩소디> 2015년 4월 24일 발매

*발매 후 평가 : 게임에 제초작업을 넣을 생각을 한 직원은 권고사직시켜야 한다. 

현재까지도 역대 에우슈리 최악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당시에도 비판만 몇 페이지 분량의 장문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제 한 번 제대로 리뷰를 올려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차마 다시 플레이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게임입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한 번 정도는 실수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죠.



<산해왕의 원환> 2016년 4월 28일 발매

* 발매 전 예측 
- 아이디어는 되게 좋아 보이는데 이게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

* 발매 후 평가
- 우리네 사는 세상이 마음먹은 바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이겠냐마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전쟁', '질병', 그리고 '산해왕의 원환'같은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는 이 게임을 '망해왕의 원환'이라고 부릅니다.
이 게임이 망한 이유는 계획이 너무 거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작 에로게 회사의 역량이 그 계획을 따라갈 수가 없었던 거죠.

<신의 랩소디>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새로운 도전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죠.
이 도전을 다신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아마유이 캐슬 마이스터> 2017년 5월 26일 발매

* 발매 전 예측 
- 에로게의 신이 존재한다면, 이번만큼은 에우슈리 한 번 살려줘야 된다.

* 발매 후 평가
- 이 게임을 욕하기 싫은 이유는 <카미도리> 이후 
  6년만에 나온 원하던 스타일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게임을 욕하는 이유는 6년만에 나온 게 고작 이 정도라니...


이 시기에 나온 것들 중 그나마 가장 나았다고 생각하는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는 비교적 무난했죠.
다만, 6년 전에 나온 게임과 비교했을 때,
좋은 점은 하나도 안 보였고 오히려 퇴화된 점만 보였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봉함의 그라세스타> 2018년 11월 30일 발매

* 발매 전 예측 
- 망해왕에 이은 망함의 그라세스타인가 ㅋㅋ

* 발매 후 평가
- 망해왕에 이은 망함의 그라세스타


<신의 랩소디> 이후 가장 열 받았던 게임입니다.
발매 이전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습니다.
제가 했던 예측에서 보이듯이,
제목이 망이라는 글자를 갖다 붙이기에 어울리겠구나라는 생각만 했죠.

아니나다를까 망했습니다.
망함의 그라세스타 이름에 걸맞는 수준이었어요.
뭘 노렸는지도 모르겠고,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만들려면 차라리 <아마유이>처럼 과거의 성공작들을
그냥 복사 붙여넣기하는 게 나았을 텐데요.



<천명의 콩키스타> 2020년 5월 29일 발매

그리고 최근에 발매된 이 게임입니다.
기대도 안 했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마음가짐이었고,
역시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캐쥬얼이라는 목표 하에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초작업같은 눈에 띄는 큰 단점이 보이는 건 없는데
그냥 플레이하기가 싫었어요.
왜 이렇게 하기가 싫은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플레이 후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납득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에우슈리는 이제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오래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하기 힘드네요.


에우슈리에서 신작을 발매하면 늘 관심을 갖고 지켜 봤지만,
이제는 지켜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주위에 하고 다녔던 이야기가
'이번에도 망하면, 이번에야말로 <전여신2> 리메이크가 발매될 거야.'였습니다.
이제는 <전여신2> 리메이크 발매가 아니라면
에우슈리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늘 생각했던 사실인데, 글로 쓰니까 마음이 또 씁쓸해집니다.
좋아했던 게임 회사를 떠나 보내는 건 언제나 슬픈 일이네요.

댓글 1개:

  1. np21//

    독특한 게임들을 내는 회사들이 많이 사라졌는데
    남아 있는 회사들마저도 대부분이 죽쑤고 있죠.
    소프트하우스 캬라도 망한 마당에 에우슈리도 별볼일 없어져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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