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1일 일요일

리뷰 :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3)(1996/12/26,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 리뷰 3편입니다.
이전 리뷰에서 설명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ADMS라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ADMS의 맵이 얼마나 채워졌는지
그 진행도가 퍼센티지로 표시됩니다.

착실하게 여려 분기를 돌아다니며 맵을 채웠다면,
보옥을 전부 모은 시점에서는 진행도가 97~98%정도로 표시되며  
보통은 이쯤되면 이 게임을 전부 클리어했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러나 아직도 게임은 한참 남았습니다.
97%정도의 진행도는 현세편의 진행도였을 뿐이며
아직 이세계편이 남아 있었던 거죠.

보옥을 전부 모은 후 삼각산의 비밀 동굴에서
주인공은 다른 차원의 세계로 전이하게 됩니다.
'데라 그란트'라는 이름의 세계죠.

초원, 밀림, 사막, 절벽 등의 대자연이 펼쳐져 있는 세상에서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사람은 두 사람입니다.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은 세레스라는 이름으로
안타깝게도 말을 못합니다.
뜬금없이 이상한 세계로 전이한 주인공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 줄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온갖 수를 써 가며 열심히 의사소통을 해 보지만 
겨우 세레스라는 이름 석 자만 알아 냅니다.



다음으로 만나는 사람은 아이리아입니다.
이쪽 세계에 대해서 대략적인 설명을 해 주죠.
주인공이 있는 곳은 데라 그란트의 '보더(경계)'라는 곳이고
아이리아는 보더에서 괴물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안 그래도 병 때문에 오늘 내일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세레스를 지키기 위해 괴물과 싸우다 부상을 입고 
얼마 안 가 죽게 됩니다.

어디를 돌아봐도 다른 사람은 없고,
주인공은 아이리아를 이어 보더의 파수꾼으로써
세레스와 단 둘이 살게 됩니다.



주인공과 세레스는 알콩달콩 살면서 딸까지 낳게 됩니다.
그 딸의 이름이 바로 '유노'입니다.

놀라운 반전이죠.
게임을 한참 플레이하여 플레이어가 게임 제목을 까먹을 정도가 되어서야
겨우 유노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겁니다.



데라 그란트의 사람들은 빨리 성장하여 유년기가 굉장히 짧고
젊음은 오래도록 유지됩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나중에 합당한 이유가 밝혀지긴 하지만
에로게에서 참 편리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로게 캐릭터로서 적합한 연령대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거죠.
아무튼 갓난아기이던 유노는 쑥쑥 큽니다.


그렇게 세 명이서 즐겁게 살아가던 어느 날,
제도에서 근위병이 쳐들어 와 세레스를 습격합니다.
불행하게도, 그 과정에서 세레스는 사망하게 되죠.



주인공은 기어이 따라가겠다는 유노와 함께
거대한 사막을 건너 제도로 향합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고초, 치밀한 복선회수,
어마어마한 반전 등을 소개하자면 리뷰가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제 리뷰는 여기까집니다.

당대 에로게에서 가장 압도적이고 장대한 규모의 
스토리가 펼쳐진다는 점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세계편을 끝낸 후에는 현세편에 아유미, 미오, 칸나의 진엔딩이 나타납니다.
엔딩 자체에 그렇게 대단한 내용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세계편을 클리어한 후, 2회차를 한다는 느낌으로 각 루트를 플레이하면
첫 회차에서는 미처 보지 못 했던 놀라운 반전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겠죠.
설명충처럼 반전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은근히 드러내는 고급스러운 방식입니다.



YU-NO의 서비스팩에는 대부분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소레유케! 세레스'라는 유치한 제목의 에피소드는 플레이할만 합니다.

이세계편은 당대 게임의 기술적인 한계로
칸노 히로유키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못했다는 게 보이는 편이기도 한데
특히, 세레스와의 스토리가 너무 부실했죠.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주인공이 이세계로 넘어 온 직후,
세레스와 어떻게 가까워지는가를 그려냈죠.
본편을 보강하는 내용이기 때문인지 
세가 새턴판과 리메이크에서는 이 에피소드가 본편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97년도에 발매된 세가 새턴판입니다.
뛰어난 이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기도 했었죠.

CG는 가정용 게임기답게 좀 순화된 편입니다.
H씬은 아예 잘라냈지만 도저히 잘라 낼 수 없는 장면같은 경우는
아예 CG를 다시 그린 경우도 있습니다.

보옥도 여덟 개가 아닌 열 개로 늘렸습니다.
세이브 포인트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거죠.

아쉬운 점은 게임 CD가 세 장이라는 점입니다.
음성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지만
그 때문에 ADMS를 사용하여 루트에서 루트로 이동할 때
CD를 갈아끼워 줘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죠.
자유롭게 이동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 이외에는 이렇다 할 단점이 없는,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입니다.
할 말이 많지는 않군요.



엘프는 DOS시절 최고의 에로게 회사였으며,
WINDOWS시절에는 DOS시절의 영광을 WINDOWS 버전로 리메이크하는 작업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최고였던 YU-NO만큼은
웬일인지 리메이크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00년도에 원작을 있는 그대로 이식만을 했을 뿐이었죠.

하락세에 있던 엘프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했지만
엘프는 어째서인지 리메이크를 하지 않았죠.
저는 당시에 저작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엘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엘프가 2016년도에 망하고 불과 1년만에 리메이크가 만들어지죠.
걸림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엘프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도 듭니다.



2017년도에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4판입니다.
공개되자마자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는데
디자인이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있어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에로게를 리메이크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 나오는 반응이기도 하죠.

에로게 이외의 게임이나 애니에 대해서는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잘 아는 에로게 계열 쪽에서만 말씀드리자면,
이쪽 계열에는 '리메이크의 그래픽 변화에서 오는 위화감을 무조건 거부하며
어떤 그래픽으로 변경되었든 일단 비판하고 보는 근본주의자'가 있고,
'원작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라도 옛날 그래픽이 괜찮다고 하면 
안목이 더 높다고 쳐 주는 경향'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에로게 리메이크의 원화는 엄청 까입니다.
리메이크 작품 중 십중팔구는 비판받는 것 같아요.
심지어 원작이고 리메이크고 하나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말이죠.

저는 이런 흐름에 있어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세월에 맞는 트렌드라는 것도 있고,
20년쯤 지나면 은퇴하거나 고인이 된 원화가도 많습니다.
원작의 그래픽만 고집하는 건 리메이크를 아예 하지 말자는 소리죠.

사람들이 좀 더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옛날 원화가 더 좋았다고 하더라도 꼭 우열을 가릴 필요도 없잖아요.
원화라는 게 취향이 갈리는 부분도 있고요.


YU-NO 리메이크 역시 전반적인 디자인에서 심하게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번만큼은 저도 비난의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네요.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대체 누굽니까? 이렇게 리메이크할 생각을 한 사람이.
원작의 육감적이던 느낌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에로게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인지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래픽 지적을 거의 안 하는 사람입니다만
이번엔 좀 안타깝네요.

전반적으로는 세가 새턴판의 CG를 참고한 것 같고,
CG가 몇 개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또 사람들이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게임 편의성 위해서 각 포인트마다 보조해주는 표시가 있는데
그게 비주얼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표시가 포인트를 특정하기에도 편했고,
이미 선택한 포인트를 구분하기도 편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옵션으로 모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었겠지만
개발하는 일은 말만큼 쉽지는 않겠죠.


개인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4판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건 ADMS의 조작법입니다.
보옥을 사용하는 것도 원작보다 힘들게 느껴지고,
세이브를 권장하는 분기에서 리플렉터가 반짝이면서
세이브 타이밍을 알려주는 기능도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게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저말고는 아무도 이걸 문제삼지 않더라고요.
저 혼자 무언가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옵션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설정은 없었습니다.



ADMS의 맵을 더 화려하게 만든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보옥으로 세이브하면 해당 장면의 CG와 간단한 설명도 볼 수 있는데
ADMS의 장점을 더 극대화시킨 시스템이죠.

빨강색이 미츠키루트, 보라색이 아유미루트, 주황색이 미오루트,
파란색이 칸나루트, 초록색이 카오리루트로 색으로 구분한 점도 훌륭합니다.



특히, 최종엔딩을 본 후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노란색이 마음에 듭니다.


그 외의 특이점으로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각 장면이 짧고, 개수도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장점은 아닙니다만
특이점이 있습니다.

라이브러리에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고,
제가 특별히 세어 본 것도 아닌지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제 기억으로 애니메이션 씬은 총 여섯 개가 있습니다. 

- 칸나와 욕실에서 대면 직전의 장면
- 아만다가 채찍으로 맞는 장면
- 주인공이 폐허가 된 채석장을 둘러보는 장면
- 아만다가 주인공에게 죽빵 맞는 장면
- 아만다가 주인공에게 죽빵 맞는 장면2
- 주인공과 유노가 키스하는 장면

아만다는 대체 뭘 밉보인 걸까요?
애초에 주인공과 유노가 키스하는 장면 이외에는 딱히 명장면도 아닙니다.
굳이 애니메이션을 넣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네요.



한국어판 번역 퀄리티는 꽤 괜찮았습니다.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텍스트가 많은 게임에서 그거 몇 개 지적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플레이하기에 쾌적했어요.

읽은 문장 스킵기능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초보자가 플레이하기 가장 괜찮은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로게를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PC-98이지만요.



그 후,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 리메이크는 
닌텐도 스위치와 스팀으로 이식됩니다.
스위치판과 스팀판은 플스4판에 비해 연출이 강화되었다는 설명입니다.

본래 원작과 플스4판까지는
현세편만 포인트 클릭 방식을 사용하고
프롤로그, 이세계편에서는 명령 선택식을 사용합니다.
반면에 스위치판, 스팀판은 프롤로그, 이세계편조차도
포인트 클릭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게다가 옵션을 통해 '힌트를 본다'를 선택하면,
가야 할 장소와 사용할 아이템을 다 보여줍니다.
세이브할 상황 역시 힌트를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되어있죠.

보옥 세이브도 버튼 한 번의 조작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고
스팀판은 특히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팀판도 추천드리고 싶지만 
한국어판이 안 나오는 이상 플스4판이 가장 추천하기 좋은 것 같네요.




총평하자면, 에로게를 넘어 어드벤처 게임으로서도
위대한 게임중 하나입니다.
스토리도 시스템도 극한으로 갈고 닦은
당대 최고들이 모여 만든 명불허전의 역작이죠.

아쉬운 점은 역시 리메이크가 너무 늦게 나왔다는 점입니다.
좀 더 화제가 될 수 있었던 시기를 놓쳐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엘프가 망하기 전이었더라면,
혹은 칸노 히로유키가 살아있을 때였다면 
어떤 게임이 나왔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게 되네요.

댓글 4개:

  1. 리뷰 잘 봤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클래식판, 새턴판, 스팀판을 한꺼번에 클리어해서 더욱 반갑네요.
    리메이크판에 있는 짧은 애니메이션과 이세계편이 포인트 클릭형식으로 되어있는 것은 새턴판을 기준으로 리메이크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새턴판도 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만다가 타쿠야에게 맞는 장면은 아만다가 살아남기 위해 유노의 애완동물을 먹자고 하고, 거기에 대한 타쿠야의 거부감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칸노 히로유키는 정말 히루타 마사토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의 작품 스타일을 집대성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작품을 이제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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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ityou2//
    보완 감사합니다. 확실히 인기있는 게임은 대충 리뷰하면 안 되겠네요.
    세가 새턴판은 옛날에 플레이한 기억만 있을 뿐
    최근 플레이한 건 아직 미츠키 엔딩까지밖에 못 봤습니다.
    딱 저기 맵에 있는 장면까지만 플레이했습니다.
    플스하고 스팀쪽을 열심히 플레이하는 바람에...
    원조는 새턴판이었는데 그걸 소홀히 해서 특히 오류가 많이 나왔네요.

    게임 내 애니씬 개수가 몇 개 없기 때문에
    유독 아만다가 맞는 장면만 세 개나 되는 건 역시 어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니씬이 열 몇 개정도라도 되었다면 이렇게 신경쓰이지 않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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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오류라기 보다는 제가 워낙 꼼꼼하게 게임을 해서 백개먼님이 깜빡하고 지날 수 있는 것을 알려드린 것 뿐입니다. 엘프에서 나온 게임은 게임중 나오는 모든 대사와 이벤트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이 일부분 들어있는 것은 저도 뜬금없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원래 많은 동영상을 넣으려 했으나 용량이나 인력, 비용 등의 문제로 만들다 중단되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예전 엘프에서 나온 게임을 하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또다른 게임을
      이 블로그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계속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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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ityou2//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엘프사의 게임은 전부 리뷰할 때까지 꾸준히 리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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