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3일 일요일

리뷰 : 귀작(3)(2001/3/30,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귀작 진엔딩 소개에 들어가기 전에 앞서,
이 게임의 기본적인 파라미터를 살펴 보겠습니다.
'귀축도'. '수집력', '영업력' 세 가지 파라미터가 있죠.

이 중 '수집력'과 '영업력'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했는데
'귀축도'는 대체 무슨 스탯일까요?
아시다시피 키사쿠는 완벽한 귀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만큼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이미 귀축 그 자체죠.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귀축도는 상당히 높은 수치이며,
웬만해서는 하락하지 않는 수치입니다.

게임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면, 
귀축도 수치가 모자라서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전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신경쓸 필요도 없는 스탯입니다.

이 귀축도 수치를 확연히 떨어뜨리는 방법은
게임에서 특정한 엔딩을 보면 얻을 수 있는 책 '선악표리일체론'을 읽는 것입니다.
800~900선에서 떨어지지 않는 귀축도 수치를
정확히 500으로 맞출 수 있는 책이죠.

 

귀축도를 500미만으로 만들고 H씬을 시도하려고 하면,
키사쿠가 갑자기 '아, 오늘은 왠지 안 땡기는데.'라고 합니다.
본인은 할 마음이 없으니 플레이어가 직접 할 건지를 물어 보게 됩니다.
키사쿠 대신 플레이어가 하는 1인칭의 H씬을 볼 수 있는 거죠.
이 점은 <취작>의 경우와 비슷한데,
진엔딩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제 키사쿠를 구원하는 귀작의 진엔딩을 살펴 봅시다.
스기모토 제약 회장님에 이끌려 억지로 교회로 간 키사쿠가
성모상 앞에서 불평을 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죠.
키사쿠는 신이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사랑한다면,
자신같은 인간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라고 불평합니다.

이 장면은 통상 루트에서도 초반에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만,
진엔딩 루트에서는 키사쿠의 불평 이후 성모상의 얼굴을 보여주는데
성모상이 키사쿠 몰래 눈을 뜨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 키사쿠의 방에서 갑자기 어린 여자 애가 튀어 나옵니다.
변태인 키사쿠이지만, 이런 어린 여자애에게는 관심도 없기 때문에
욕을 하며 냉정하게 쫓아 냅니다.

하지만, 여자애는 어느 순간 다시 방에 있습니다.
키사쿠에게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도 하죠.



집없는 고아인지, 지박령인지는 모르겠지만
키사쿠가 아무리 구박해도 여자애는 떠날 생각을 안 합니다.
키사쿠는 그냥 무시해 버리기로 하고
하던 짓이나 계속 하려고 합니다.

사실, 쫓아내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통상루트의 H씬입니다.
키사쿠가 통상루트처럼 다른 여자를 협박하고 ㄴㅇ하게 되면
여자애는 아무 얘기없이 떠나 버리죠.
키사쿠를 구원하기 위해서 키사쿠는 나쁜짓을 해선 안 되는 거죠.

여자애가 떠나게 되면, 진엔딩을 보는 건 실패하는 겁니다.
키사쿠의 귀축도를 500미만으로 맞춰놓고
키사쿠가 직접 하는 게 아닌, 플레이어가 대신하는 H씬은 허용됩니다.
키사쿠의 나쁜 짓을 플레이어가 대신 해 주는 개념이죠.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계속 키사쿠 눈에 거슬리는 여자애입니다.
설거지나 세탁같은 걸 해 주려고 하죠.
키사쿠가 맞선 보기 전날에는 억지로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키사쿠 등을 밀어줍니다.

키사쿠는 세탁이나 목욕을 귀찮아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은 추잡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안 하는 거죠.
여자애의 그런 태도에 키사쿠는 굉장히 화를 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동거하는 나날이 계속되면
소녀의 순수함에 감화된 탓인지 점점 키사쿠는 인간성을 되찾게 되고,
여자애의 응석을 받아줄 때도 있죠.

<취작>과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진엔딩이지만
좋아하는 분들께는 꽤 감동적인 스토리로 회자되는 엔딩입니다.
귀작이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게임이었으나
진엔딩은 꽤 잘 뽑혔다고 생각해요.
여자애의 정체와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는
직접 플레이하시는 분들을 위해 남겨 놓겠습니다.



<유작>에 팬디스크로 <도작>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귀작에도 팬디스크가 있는데
바로 <귀축탐정 하게사쿠>라는 게임입니다.

하게사쿠는 삼형제의 숙부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완전히 똑같은 얼굴에 대머리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죠.
하게사쿠는 탐정업을 하고 있으며
스기모토 제약의 소중한 물건을 찾으라는 의뢰를 받아
스기모토 제약의 관련 인물들을 조사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살인 사건이 터지기도 하죠.

 

물론 피는 못 속이기 때문에 하게사쿠가 성실한 탐정일은 하지는 않습니다.
조사도중 많은 캐릭터의 약점을 잡으며,
협박하여 변태적인 일을 시키기도 하죠.

몇몇 CG에서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대체로 귀작의 CG를 사용한 개그 게임입니다.
H씬과 CG가 추가되기도 했지만 에로게로서는 별 거 없는 게임이죠.

다만, 추리물로 보면 스토리가 의외로 괜찮습니다.
주인공 캐릭터 특성상 억지로 전개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승전결이 잘 구성되어 있어요.
마지막 반전도 놀라웠습니다.



2011년에는 애니메이션을 추가한 완전판이 발매되었습니다.
과거 엘프 사는 움직이는 H씬 개발에 누구보다도 열을 올렸던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그런 행보에 비판적이었습니다만 
결국 <미육의 향기>를 시작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보게 되었고 
당시 엘프 사는 이 기술에서 앞서 나가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기술 자체는 훌륭했던 것을 저도 인정합니다.

그 이후 <카와라자키가 일족2>, <새댁만화경>이나 귀작처럼
기존 엘프 사 계열 게임들의 H씬을 움직이는 CG로 수정한 게임들을 발매했습니다.

저는 모든 움직이는 CG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입니다만
귀작은 그 중에서 가장 좋지 않았던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귀작 완전판같은 경우는 모든 H씬을 움직이는 CG로 바꾸었습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을 전제로 만든 게임이 아니다 보니,
애니메이션 기술을 적용하기 적절하지 않은 CG가 있는데
그런 CG까지 모두 억지로 바꾸었죠.

적합한 CG를 엄선해서 움직이는 CG로 바꾸거나, 
아니면 그래픽 전체를 애니메이션에 맞게 바꿨어야 했는데
전체를 바꿔 버리니 몇몇 CG가 너무 어색했습니다.
H씬을 굳이 고생해서 거슬리게 만들었어요.



그 후, 엘프 사는 망해 버렸고 귀작의 IP는 FANZA쪽으로 넘어 갔습니다.
귀작의 캐릭터를 활용한 콜라보 에로게라든가
웹게임을 발매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소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총평하자면, 이전작들과 많이 다른 게임이었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다른 면에서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사쿠의 코믹하고 양면적인 캐릭터성은
삼형제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었고,
키사쿠가 가장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죠.

<유작>, <취작>과 달리 한국어 패치가 안 나온 점은 아쉽지만
두 작품을 재미있게 하신 분들이라면 귀작도 해 보실 것을 권하고 싶네요.

댓글 7개:

  1. 애니메이션 완전판이 당연히 더 좋을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요. 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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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ick//
    애니메이션은 별로였다고 생각하지만
    이벤트 감상 모드나 미니게임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같은
    완전판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굳이 선택하자면 지금 플레이하기에는 어쨌든 완전판이 더 낫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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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슈사쿠보다는 조금 재미있어졌지만 여전히 예전의 재미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 키사쿠에 대한 저의 감상입니다. 물론 시스템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관한 것입니다. 갑자기 등장하는 여자애 관련 엔딩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카와라자키가 일족2를 했는데 이제야 예전 엘프작품을 하던 느낌이 나더군요. 하지만 엔딩을 본 후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이 많아 다시 대사를 천천히 씹어보며 파악중입니다. 백개먼님은 카와라자키가2의 전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시간되실때 알려주면 의문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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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hityou2//
    카와라자키가 일족2 같은 경우는 앞으로도 플레이하실 분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장 암시적이라고 생각하는 한 장면만을 소개했습니다.

    제가 지금 밀려있는 리뷰가 많기 때문에 당장 제 의견을 말씀드리긴 힘들 것 같고
    제 생각과 완전 같지는 않지만 나무위키의 항목을 보시면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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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나무위키의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그들의 정체를 유령 또는 혼이라고 파악하는 듯 한데 그렇게 되면 유마가 실제하는 물체를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장면들이 전혀 설명이 되지가 않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닌듯 합니다.(마지막에 삽으로 땅을 파보는 장면 등)
      처음부터 한번 더 플레이하고, 완전판에 들어있는 팬클럽 회보 수록작품을 한 후 저 나름대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공식적으로 히루타 마사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젠 도텐메이카이의 작품을 해 보려고 합니다. 백개먼님도 재미있게 게임하시고, 다양한 게임들의 리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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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hityou2//
    hityou2님의 생각도 저와 많이 다를 듯하네요.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시간되면 제 생각도 한 번 써보고 싶습니다.

    도텐메이카이의 게임은 제 리뷰로 따지면 한참 후가 될 것 같네요.
    원래 계획은 엘프 사 게임은 올해 안에 마무리지으려고 했는데
    자꾸 미뤄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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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최근에 귀작 애니메이션 완전판의 한국어 패치가 나왔더군요.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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