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REVIVE... ~소생~>은 1999년에 드림캐스트용으로 발매되었습니다.
<통곡 그리고...>의 후속작으로서
시스템은 큰 틀에서 그대로 계승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흡사하지만
스토리상으로는 연관성이 거의 없는 게임이죠.
높은 난이도로 유명한 게임입니다.
이전에 <통곡 그리고...>를 리뷰할 때도 그 난이도가 높다고 불평했었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게임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났어요.
높은 난이도에 고통 받았던 기억이 있는 게임은 바로 이 게임, 소생입니다.
이 게임도 기억이 거의 안 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뭐 플레이하다 보면 그 때의 기억과 고통이 소생할 수도 있겠죠.
이 게임은 2003년에 HARVEST에 의해 PC로 이식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도 PC판이죠.
이 시기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드림캐스트 등 게임기로 먼저 발매되었던
어드벤처류나 비주얼 노벨 게임들이 PC로 많이 이식되었죠.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게임기와 PC의 차이를 조정하지 않고
무지성으로 이식되었습니다.
이 게임뿐만 아니라 <통곡 그리고...>도 <유작>에 비해서 시스템이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게임기와 PC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불편한 시스템도 있었지만
그래도 참았습니다.
게임기에는 마우스가 없고, 제한된 게임패드 버튼으로 조작해야 하니
제작자들도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이 있었겠죠. 이해합니다.
이 게임도 드림캐스트판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근데 PC로 이식했잖아요. 그것도 4년이나 지나서요.
마우스도 생겼고, 키보드에 버튼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이걸 활용하지 않냐고요.
그냥 마우스로 포인트만 움직이게 했을 뿐,
'패드의 A버튼은 키보드의 Z키, B버튼은 X키' 이런 식으로
딱 에뮬레이터로 하는 수준으로 이식했습니다.
마우스 놓고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할 정도로 불편합니다.
뭐, 이 시기에는 이런 방식으로 이식하는 경우가 많았죠.
요즘은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신경써서 이식합니다.
한참 옛날 게임에나 있었고 요즘은 해결된 문제를
굳이 욕해서 뭐하겠습니까.
<통곡 그리고...>에 비해 제가 짜증났던 결정적인 이유는
<통곡 그리고...>는 최근에 나온 리마스터가 있고,
이 게임은 리마스터가 없다는 점 때문이겠죠.
자동 스킵과 편의성을 개선하여 새로운 리메이크 작품이 나온다면
이 게임에 대한 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부모님을 잃고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 키하루와
단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키하루는 '네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편지를 받고
주인공 몰래 동네에 있는 '해양진흥개발연구소'로 갑니다.
주인공의 소꿉친구 나오가 다급하게 와서 주인공에게 그 사실을 말해 줍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연구소가 폐쇄된 연구소도 아니고
연구소 이름으로 봤을 때 수상한 연구를 하는 곳도 아닌데
그렇게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여동생이 말도 없이 가출했으니 찾으러는 가야겠죠.
나오와 함께 연구소 앞에 가보니
연구소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옵니다.
핑계도 생겼겠다 주인공은 환기구를 뜯어 버리고 연구소로 잠입하죠.
연구소 안에서는 직원인 미스미가 셔터 아래에 끼어 있었습니다.
미스미를 구하기 위해 ID카드를 받아서 여러 방을 수색합니다.
다행히 차고 사물함에 잭이 있었고 그걸로 셔터를 올릴 수가 있죠.
'생각해 보니, 뒤로 빠져 나오면 됐네요'라고 합니다. 정말 재밌군요.
좀 멍청해 보이는 첫 인상이지만,
사실 조별과제하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다른 캐릭터는 연구소에 갇히든 말든 별 관심도 없어 보이죠.
연구소 제어장치가 맛이 갔는지 연구소에 갇혀 버린 주인공 일행입니다.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출입구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실들 문이 닫혀 있죠.
<유작>, <통곡 그리고...>와 마찬가지로
그 문을 여는 건 주인공의 몫인데 이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폐쇄된 구교사가 무대인 <유작>,
아무도 안 사는 저택이 무대인 <통곡 그리고...>와 달리
이 게임은 직원들이 다 근무하고 있는 연구소인데요?
ID카드가 안 맞고, 비밀번호가 바뀌는 문제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직원들 몫이잖아요.
왜 직원들은 거의 도움이 안 되고
여기 처음 와 본 주인공이 조별과제 조장을 하는 건데요.
아무튼 여동생도 탈출구도 안 보이는 와중에 시체가 발견됩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죠.
그 후로의 흐름은 전작과 비슷하게 흘러가며,
방 탈출 게임을 하는 와중에 각 캐릭터들이 생명의 위기를 겪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전작에서는 심리적으로 사람을 급하게 만들었을 뿐 실질적인 시간 제한은 없었지만,
이 게임은 물리적으로 제한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생명의 위기에 처한 캐릭터를 구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간제한도 빡빡하다 보니,
처음 플레이에서는 손도 못 써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전작만큼의 아쉬움을 느낄 수는 없네요.
좀 더 절묘하게 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난이도를 맞췄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렵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첫 번째 플레이에서도 모두를 구할 수는 있었던 전작에 비해
이 게임은 첫 번째 플레이에서 모두를 구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미흡하나마 힌트가 있었던 전작에 비해
이 게임의 치히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암호를 푸는 코드가 아예 없고 죽은 이후에나 힌트가 나와요.
하필 치히로의 사망장면이 특히 잔인하기 때문에
제작자의 고약한 심보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첫 플레이에서 전부 구하는 게 불가능하게 하려는 설계였겠지만
전작의 치밀한 설계에 비해 다소 직접적이었습니다.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시체의 일부가 담긴 CG가 나옵니다.
그 장면을 텍스트로 묘사하는 것에 그쳤던 전작에 비해
이 게임은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죠.
그로테스크한 CG가 있는 건 아니고,
손만 보여 주는 정도의 소프트한 묘사지만 사람에 따라 불쾌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퍼즐은 전작에 비해 확실히 어려워 졌습니다.
필요한 아이템도 잘 안 보이고, 사용해야 하는 위치도 찾기 어려워졌죠.
사용하는 아이템에 관해서도 애매한 부분이 보이는데
누가 낚시바늘하고 목걸이 가지고 곰인형을 수리합니까?
저는 당연히 어딘가에 재봉도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이 정도도 진짜 어려운 어드벤처 게임에 비하면
최상위 난이도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고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다만, 행성 기호같은 건 난생 처음 봤고,
처음 본 사람을 위한 힌트가 부족했습니다.
화음 퍼즐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죠.
행성 기호에 비해 아는 사람이 많고,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걸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런 퍼즐에서 한 번 막혀 버리면
게임 내에서 해결하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넷 공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죠.
전작이나 이 게임이나 에로게는 아니지만,
전작에서는 H씬만 없을 뿐 상당한 노출이 있었죠.
이 게임에서는 그런 요소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가슴 크고 요염한 레이코가 등장해서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생각보다는 별 볼일 없었습니다.
연구실 이동도 아쉬웠는데 지름길을 만들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한 엘리베이터 이용을 계속 강요당해야 했습니다.
지름길로 할 만한 문이 뻔히 보이는데도 끝까지 열리지 않았죠.
<유작>과 마찬가지로 너무 넓어진 무대를 좁히기 위해
닫히는 벽을 만들어 놓은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넓다고 생각하고 스토리상으로 무슨 이유인지도 잘 납득이 안 가지만
아무튼 무작정 난이도를 높이는 와중에 유일한 구원이었죠.
오히려 퇴보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 게임이었습니다.
시스템은 전작에서 제가 짜증났던 부분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고
스토리, 캐릭터 등은 전작이 더 괜찮았죠.
나아진 거라고는 오프닝 노래뿐입니다.
퍼즐에 관해서는 단순히 난이도만 높아진 건 아니고
나름 참신한 시도가 보였습니다.
작정하고 풀어 보시면 의외로 괜찮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 난이도면 아마도 인터넷 공략 보고 플레이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군요.
한없는 인내심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딱히 추천하고 싶은 게임은 아니지만
관심있으신 분이라도 리메이크를 기다려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