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일 일요일

리뷰 : 속 미카구라 소녀탐정단 ~완결편~(1999/10/7,휴먼)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속 미카구라 소녀탐정단 ~완결편~>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지만
사실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은 처음부터 속편까지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으로는 시스템적으로 많은 변경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캐릭터나 스토리적으로 살펴 보면 확 달라졌다고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속편이라고 새로운 레귤러 캐릭터 같은 건 안 나옵니다.
그냥 여러 에피소드를 다룬 옴니버스 시리즈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리즈의 주인공 3인방입니다.
왼쪽에서 부터 히가키 치즈루, 카노세 토모에, 쿠미야마 시게노죠.



쾌활한 행동파인 카노세 토모에입니다.
설정이 많이 활용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는 카페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죠.

셋 중에 추리력이 떨어지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왠지 두뇌 면에서 무시당하는 포지션입니다.
무력 면에서는 가장 쎈데 실탄이 들어 있는 총을 소지하고 다니기 때문이죠.



귀족 아가씨인 쿠미야마 시게노입니다.
높은 신분답게 자존심 강한 면도 있지만
대체로 동료들과 잘 지내는 편이죠.
미카구라 탐정을 열렬히 사모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스토리 진행을 수월하게 해주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시게노의 존재로 인해 탐정단이 수사할 때 어디서도 안 꿀리고 수사할 수 있게 되죠.  
오만하고 재수없는 아저씨도 시게노한테는 숙이고 들어옵니다.



얌전하고 침착한 스타일의 히가키 치즈루입니다.
글도 쓰고 예술적 소양도 갖고 있으며,
추리 외에는 엉성한 면이 있는 미카구라 탐정의 사무를 대신 처리해 주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캐릭터입니다.
다른 두 사람이 폭주하려고 할 때 말리는 역할을 맡고 있죠.

액션 면에서는 다른 두 사람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나름 활약을 보여 줄 때도 있습니다.



사무소 소장이자 이름난 명탐정인 미카구라 토키토와
고아 출신으로 미카구라에게 거둬져 조수를 맡고 있는 란마루입니다.

미카구라 탐정은 주로 에피소드 내내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주인공 삼인방이 증거를 모아 오면 해결편에서 활약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안락의자 탐정은 아니고 발로 많이 뛰는 스타일인데
맡은 사건이 많아서 일부 사건은 조수들에게 수사를 완전히 일임하는 거죠.
중간중간에 나와서 힌트라도 줄 법한데 꼭 찾으면 없는 캐릭터입니다.

란마루 같은 경우는 특정 에피소드 외에는 맡은 역할이 한정적입니다.
그냥 집 지키기 당번 같은 캐릭터죠.



캐릭터가 약했다는 평가가 가끔 있는데
비슷한 게임이라고 소개했던 <역전재판>, <단간론파> 시리즈와
비교할 때는 확실히 약한 편입니다.
<역전재판>, <단간론파> 시리즈의 캐릭터는
별 비중없는 캐릭터조차도 과장되고 강렬한 캐릭터성을 보여주죠.

반면에,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은 게임적 과장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정통파 스타일의 추리물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 스타일의 추리물이죠.
사실 둘이 워낙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이기 때문에
일본 고전풍 추리물 아무거나를 란포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면 얼추 맞습니다.

이 게임의 연습 시나리오 제목이 '오전동화'인 걸로 볼 때
작가가 란포를 많이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던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스토리 역시, 기상천외한 트릭보다는
복잡한 인간 관계나 숨겨진 동기를 찾는 드라마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반전없이 대충 맞고,
시대적 배경이 한참 옛날이라 과학적 분석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해결보다는 수사과정에 집중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해결편의 역할을 많이 축소하려고 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런 고전적 감성의 작품 스타일 때문에
요즘 세대가 플레이하기에는 <역전재판> 시리즈나 <단간론파> 시리즈보다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취향의 문제기는 하지만요.



어쨌든 게임이기 때문에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려는 시도도 하긴 했습니다.
위의 캐릭터는 여장한 란마루입니다.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해 저택에 메이드로 잠입한 거죠.



여성 탐정이 셋이나 있는데 굳이 멀쩡한 남자애를 여장시킵니다.
각자 사정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저 표정을 보면 사심이 더 커 보입니다.
란마루만 불쌍하죠.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나오는 에피소드에서는
'여장 좋아하는 조수'라고 동네에 소문이 다 났습니다. 

이외에도 별 의미없이 화려한 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괜찮은 논리로 짜여진 게임인데
아쉽게도 논리를 희생해서라도 멋진 영상을 넣을 수 있는 장면을 택한 경우가 있었죠.
스토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한 정도는 아니고,
어찌됐든 게임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화려한 장면이 없다면 게임이 너무 심심하겠죠.



아무튼 이 게임은 엘프 사의 <신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에 포함되어서 나왔습니다.
PS판은 저도 플레이 안 해봤지만
윈도우 용으로 발매하면서 인터페이스를 바꿨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마우스 친화적 시스템으로 바뀌었는데
사실 <신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의 틀을 약간 수정해서 사용했죠.

가장 좋아진 점은 트리거 시스템입니다.
정답을 맞추거나 틀렸을 때의 효과음 및 이펙트가 상당히 좋아졌어요.
특히 정답을 맞췄을 때, PS판에서는 심심한 '띵동' 소리였는데
윈도우판에서는 '탕'하고 총쏘는 소리로 상당히 타격감이 좋습니다.
축포를 쏘는 느낌이에요.

또한, PS판 1편에서는 틀렸을 때의 효과음이 불쾌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시끄러운 부저음이었는데 윈도우판에서는 수정되었습니다.



외전 에피소드 하나는 삭제되기도 했지만
전체 에피소드가 깔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윈도우용 에피소드를 살펴 보면,
속편의 에피소드로 '엽기동맹'과 '속 엽기동맹'이 있는데
사실 PS판에서 '엽기동맹'은 1편에 있던 에피소드입니다.
1편에 미완성 에피소드인 '엽기동맹'만을 수록한 후에
'다음편에 계속'이라는 문구를 마지막에 넣었던 거죠.
예고 없이 미완성 게임을 팔아 먹은 거냐고 욕을 좀 먹었다고 합니다.

<신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에서는 이런 복잡한 사정들을
깔끔하게 정리한 이식판을 발매했습니다.
그런 욕을 먹었던 역사따윈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죠.

옛날에는 최적화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요즘 컴퓨터 사양으로는 그런 문제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훌륭한 이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엘프 사 게임도 좀 이렇게 이식하지 그랬나요.


아무튼 여기까지가 <신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을 소개하기 위한 예습입니다.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게임이기는 했지만
제 전문 분야는 아니었죠. 제 전문 분야는 에로게입니다.

과연 에로게가 된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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