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9일 일요일

리뷰 :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2013/4/25,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엘프 사가 망하기 직전, 최후의 게임 시리즈인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 시리즈입니다.
엘프 사는 저를 만족시켰던 적도 있고, 실망시켰던 적도 많았지만
어쨌든 제 에로게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회사였습니다.
에로게 리뷰 블로그를 만들었던 것도,
이 시리즈 3편에서 나온 엘프 사의 사실상 폐업선언 때문에 
제 감성이 폭발했기 때문이었죠.

그런 사정이 있는 것치고 
이 시리즈에 대한 제 평가는 상당히 박합니다.
게임 외적인 요인으로
<내 애인은 가텐계>로 인해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분할 상법에 실망했던 탓도 있었죠.

게임들 자체의 문제점도 꽤 있었지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망하기 직전에 희한한 도전과 고전적인 개그를 다 쏟아냈던
게임 시리즈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독특한 요소들로 무장한 게임들이었죠.



우선 1편 리뷰입니다.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단 하나, 유부녀인 사키미입니다.
이전 작품에서 노가다 캐릭터에 꽃히기라도 했는지
다시 한 번 노가다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켰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 자체가 <내 애인은 가텐계>의 패러디격 게임인 이유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돌팔이 산부인과 의사인 히코마로, 통칭 마로입니다.
언제나 일본 시대극의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딱 봐도 정상적인 캐릭터가 아닙니다.

엘프 사는 이 게임이 전작만큼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유쾌한 코미디물이기를 바랐으며 
그로 인해 주인공 얼굴을 이렇게 설정했습니다.
NTR물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얼굴때문에
뭘하든 진지하게 느껴지지가 않죠.



전반부의 게임 전개는 의료행위를 빙자한 희롱입니다.
촉진을 핑계로 가슴을 만지는 식이죠.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나오고 잘못된 선택을 하면 배드엔딩이 뜹니다.
선택지 하나하나가 바로 채점되는 형식이 아니라
무수한 선택지 중에 하나라도 틀린다면 배드엔딩이 뜨는 식이라
난이도는 꽤 어려운 편입니다.

'자신은 의사이며, 당신같은 환자는 수도 없이 많았고
이 행위는 자신에게 아무런 감흥이 없는 단순한 치료행위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사키미에게 계속 주입해야 합니다.
사실은 흑심밖에 없는 변태적인 행위일 뿐이지만요.



나중에는 아예 남편까지 옆에 두고 희롱을 합니다.
거듭 가스라이팅 당한 사키미와 달리
남편은 왜 이렇게 의사가 사키미를 당당하게 만지는지 이해를 못하죠.

처음에는 도저히 못 참고 진료 도중 뛰쳐나가 버리는데,
사키미가 남편을 설득해서 다시 진료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의 미친 짓을 참지 못하고 양손을 부러뜨리고 말죠.
이 사건을 계기로 남편도 가스라이팅 당하게 됩니다.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의 비정상적인 희롱 행위가 원인이었는데
어쨌든 의사의 밥벌이 수단인 양손을 부러뜨렸으니까요.
오히려 남편 쪽에서 주인공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되죠.



그렇게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는 주인공의 개심 과정을 다루게 됩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던 주인공은
양손 부상으로 의료 행위는커녕 밥도 못 먹는 처지가 됩니다.
이대로 꼼짝없이 죽는구나 하는 주인공에게
사키미가 등장해서 수발을 들어줍니다.
 


사키미는 남편의 행위로 인한 사과도 겸해서 매일같이 찾아오죠.
주인공은 그런 사키미에게 진심으로 반하게 되고
나름의 개심을 하게 됩니다.

다만, 양손이 완치된 결말부분에서는
결국 사키미를 잊지 못하고 밤에 사키미 집에 잠입해서 사키미를 덮치게 되죠.
그 후, 신 캐릭터의 등장과 함께 다음 편을 예고하고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뭔가 많은 시도를 하려고 했던 이후 작품들에 비해서
1편은 대체로 스토리가 깔끔하게 나뉘어 떨어집니다.
사키미의 캐릭터도 꽤 괜찮았죠.

다만, 짧은 게임임을 감안하더라도 H씬의 분량은 적은 편입니다.
1부는 의료행위 빙자 희롱 장면으로 꽉 채웠고,
2부는 사키미가 요염한 장면을 나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것뿐이었죠.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많아서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사이즈는 딱 1편에서 끝냈어야 할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망한 적도 있지만,
<미육의 향기>, <인간데브리>, <내 애인은 가텐계>로 이어지는
엘프 사의 시리어스 노선은 상당히 좋았어요.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 엘프 사 고유의 특색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죠.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도 다른 에로게 회사들과는 많이 달랐지만,
긍정적이지 않은 의미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의 To be continue를 보고 여기서 대체 뭘 더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
그 때는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죠.

걱정하고 있던 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2편의 발매는 시일을 오래 끌지 않았고
4개월 후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2>가 발매됩니다.

댓글 2개:

  1. 저는 1편이 나왔을 때는 그냥 스페셜 디스크 느낌의 패러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어요. 엘프 마지막 시리즈라는 것 때문에 나중에 완결 후 이 시리즈만 따로 해봤는데 유쾌한 분위기 덕에 가벼운 기분으로 즐긴 기억이 있네요. 다만 그 기억도 3편까지 쭉 즐겼기 때문에 그나마 텐션이 있던 것이고, 실제로는 한편 한편 너무 짧은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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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everiot//
    1편의 분량은 특히 짧게 느껴졌습니다.
    가격을 생각해도 이건 너무했다 싶을 정도였죠.
    2편은 1편보다는 분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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