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리뷰 : Rance ~빛을 찾아서~(1989/7/15,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앨리스소프트의 핵심 프랜차이즈이자
에로게 역사상 가장 유서깊은 란스 시리즈의 첫 작품
<Rance ~빛을 찾아서~>입니다.

정식 넘버링만 무려 10편에 명작 외전까지 있는 이 시리즈는
유구한 역사의 앨리스소프트의 게임 중에서도 핵심에 속하는 게임입니다.
란스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는 건,
앨리스소프트 역사의 개요를 살펴 보는 것과 마찬가지죠. 

시리즈 중에서 좋아하는 게임도 많았고, 약간 의아했던 게임도 더러 있었지만
일단은 란스 시리즈 모든 게임을 리뷰할 계획이고,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아직 어느 정도 걸릴지 계산이 안 되는 정도에요.



그런 최고의 시리즈의 1편은
사실 별로 좋은 평가를 내릴 게임은 아닙니다.
89년도 게임이라는 건 감안해야겠지만
전반적으로 어중간했죠.



게임 디자인부터가 엉성했어요.
RPG와 어드벤처를 접목시킨 방법이었는데
어드벤처는 불편하긴 했지만 시대를 고려하면 무난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RPG 요소는 불필요한 수준이었어요. 별로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마을 이동에서도 애매하게 RPG를 적용하는 바람에
이동이 불편하기만 하고 얻은 이득은 크지 않았습니다.

이후 시리즈를 감안하고 생각한다면 RPG요소가 전혀 의미없지는 않았지만,
이 게임 하나만 놓고 본다면 매우 별로였습니다.



스토리는 란스라는 전사가
행방불명된 소녀 히카리를 찾는 의뢰를 수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으나,
왕가의 높으신 분들까지 엮이며 점점 스케일이 커지게 되는 스토리죠.

이 게임의 발매시기를 생각한다면,
스토리는 특출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무난한 정도의 스토리입니다.



여러 모로 당시에 평범한 정도였던 이 게임을
지금 플레이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바로 후속작과의 연결성을 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토리적으로 1편은 대단한 세계관 등을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주로 캐릭터가 되겠죠.
이후 시리즈를 알고 있다면 반가운 얼굴들 말입니다.



이 닌자 캐릭터를 보세요.
1편에서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는 조연 중의 조연입니다.
하지만 왠지 그 이름을 알 것 같고, 앞으로 자주 볼 것 같고
굉장히 불행한 일을 많이 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죠.
이 캐릭터는 옛날에 이런 식으로 등장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다만, 캐릭터 측면에서 봐도 1편은 플레이하기 아쉬운 작품입니다.
이후 등장하는 중요 캐릭터들의 등장이 너무 적어요.
심지어 실 플라인조차 비중이 아쉽습니다.

1편에서 유일하게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캐릭터라면 주인공인 란스입니다.
특히, 란스는 에로게 주인공 중에서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의 막나가는 행적을 볼 가치는 있습니다.
비록, 1편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후속작에서 등장을 거의 안 하는 캐릭터들이지만 말이죠.

란스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비중이 너무 적어서
봐도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이 캐릭터만 빼고 말이죠.
보는 순간 육성으로 '헉'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미키라는 이름의 캐릭터인데
1편에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모니터 밖에 있는 제가 굳이 긴장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이 캐릭터만 보면 살이 떨립니다.

어쨌든 1편에서는 비중이 적으니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죠.



뭐, 대충 이 정도의 게임입니다.
스토리나 캐릭터 면에서 관심이 끌리는 부분은 적고
그래픽과 시스템은 너무 구식이죠.

지금 시점에서 굳이 플레이할 필요가 없는 게임임에 틀림없습니다.



무엇보다 리메이크가 2013년도에 발매되었습니다.
그래픽도 좋고 시스템도 쾌적하죠.
1980년대의 게임을 할 필요가 없어요.



발매 당시에는 리메이크의 전투 시스템이 좀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뭐가 재밌는지도 잘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함정이 너무 많아서 짜증났죠.

앨리스소프트는 정통 RPG도 잘 만들지만
캐주얼한 전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던 회사였는데
이 게임에 적용된 방식도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마음에 드는 시스템은 아닙니다만,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니 적당적당히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에서 칭찬해야할 부분은 캐릭터의 재정립입니다.
이후 시리즈에서 비중있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특징만 살린 것이 아니라
그 외 조연들의 캐릭터도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성격이 변한 캐릭터도 있고, 외관이 변한 캐릭터도 있고,
아예 해당 역할의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로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잘 정립된 캐릭터들을 3편 리메이크에서 다시 써먹기도 했죠.



리메이크에서 가장 잘 활용했던 캐릭터는 이 캐릭터입니다.
메나드라는 캐릭터로 첫 등장은 <귀축왕 란스>였죠.



원작에도 문지기 캐릭터는 있었습니다.
이 캐릭터가 <귀축왕 란스> 메나드의 모델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 캐릭터와 메나드는 명백히 다른 사람입니다.
<귀축왕 란스>에서 란스와 메나드가 초면이라는 장면이 틀림없이 있으니까요.

메나드가 그렇게까지 인기 캐릭터도 아니었고
란스 시리즈가 워낙에 등장인물이 많은 게임이다 보니,
<귀축왕 란스> 이후 발매된 란스 시리즈에서는
메나드가 등장할 여지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1편 리메이크부터 등장시키기로 한 거죠.



<귀축왕 란스>의 메나드는 쓰레기같은 남자에게 반해서 
지나치게 호구인 캐릭터였습니다.
란스가 그 쓰레기같은 남자를 처벌하고 메나드를 구해주는 스토리였죠.
짧은 스토리였지만 그 이후 메나드가 충격을 극복하는 인상 깊은 장면도 있었죠.

다만, 그 스토리를 1편 리메이크에 담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리메이크에서는 그런 사정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고,
쓰레기같은 남자에게 반해서 지나치게 호구라는 설정만 유지되었는데
바로, 란스에게 호구가 되었죠.
1편 리메이크의 메나드 스토리는 전에 비해 좋지 않았지만 
캐릭터는 더 매력적이 된 것 같아요

이렇게 비중을 주기 애매한 캐릭터들을
리메이크에서 살려준 아이디어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메나드 이외에는 이렇게 잘 된 케이스가 거의 없었죠.



이 게임의 최종보스 위치에 있는 캐릭터 위치에 있는
리아 파라파라 리자스입니다.
1편에서 란스에게 참교육을 당하고
란스에게 반해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계속 등장하는 캐릭터죠.

나름 중요한 포지션에 있는 캐릭터이니만큼
1편에서의 지나치게 흉악했던 만행이
리메이크에서는 약간 미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런 건 없었습니다.
이후, 시리즈와의 연결성을 중시하려고 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리메이크는 절대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엄청난 명작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원작을 굳이 찾을 필요를 못 느끼게 하는 완벽한 상위호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란스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해 보고 싶다는 분들은
리메이크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네요.



총평하자면, 게임 수준이야 어쨌든 시리즈의 처음을 쏘아 올린 게임으로서
이 게임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후 시리즈 감상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지는 않습니다.
원작은 물론 리메이크도 꼭 플레이할 필요가 있는 수준은 아니고
이후와 연결되는 스토리는 단 몇 문장으로도 정리 가능하죠.

리메이크는 추천하나,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댓글 1개:

  1. 앨리스소프트 게임들이 쭉 이어지는 거군요. 명작들이 워낙 많아서 어떤 게임을 어느정도나 다루실지 초이스 자체가 흥미진진할 듯 합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