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리뷰 : 귀축왕 란스(1)(1996/12/19,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란스 시리즈의 외전 작품인 <귀축왕 란스>입니다.
귀축왕 란스를 기점으로 란스 시리즈는 도스 게임에서 윈도우 게임으로 진입했고,
그에 맞춰 이 시리즈의 전체 세계관을 대충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귀축왕 란스의 스토리는 본편의 스토리와는 관계가 없고,
4편까지 끝난 시점에서 란스가 세계관 내 전세계를 무대로 
정복 활동을 벌이는 if 스토리입니다.
외전이니, if 스토리니 별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의 수식어에 비해
이 게임이 부여받은 역할은 굉장히 많았는데
이제까지의 스토리, 세계관, 캐릭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했고,
앞으로 풀어낼 더 넓은 세계와 더 많은 캐릭터들을 소개해야 했죠.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앨리스소프트가 선택한
귀축왕 란스의 시스템은 거점 점거형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습니다.
<삼국지>시리즈나 <노부나가의 야망>시리즈와 비슷한 스타일이죠.

귀축왕 란스가 부여받은 역할을 생각하면 타당한 선택이었지만,
문제는 에로게에서 이 장르를 만들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점입니다.
중국 삼국시대나 일본 전국시대 같은 역사적인 기반 없이
판타지 세계를 통째로 기획하고 수많은 캐릭터를 창조해 내야 하는 일이죠.
더군다나, 에로게라면 재미있는 전투가 전부가 아니라
그 안에서 농염한 에로를 보여줘야 하는데 엄청난 작업임에 틀림없습니다.
일개 에로게 회사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스케일이었죠.

에로게에서 수많은 게임들이 시도했었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안타까운 결과를 낸 채로 패퇴했고,
제 기준으로 이런 장르의 게임을 똑바로 만든 에로게 회사는 단 한 곳뿐입니다.



귀축왕 란스는 이렇듯 어마어마한 욕심을 한 번에 우겨 넣은 게임인 겁니다. 
이런 게임이 터무니없이 방대한 세계관과 셀 수 없이 많은 캐릭터들을 제대로 활용하고도
전략 시뮬레이션으로서 게임의 재미도 잃지 않았다면
그 절반만 실현했더라도 저는 이 게임을 명작으로 꼽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귀축왕 란스는 그것의 3배 이상은 더 훌륭한 명작입니다.




이 게임의 초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북쪽의 나라 헬만의 변두리에서 산적 두목을 쓰러뜨린 란스는
그 도적떼를 접수하고 도적패의 두목이 됩니다.
주변 마을을 약탈하고 마을 여성들을 납치하는데
마을 경비대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규모로서
헬만에서도 더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헬만의 유적 경비대가 도적을 토벌하러 군사를 900명이나 끌고 왔고,
기껏해야 100명남짓한 란스의 도적단은 질과 양에서 밀려 대패하게 됩니다.

란스는 도적 부하들과 무려 노예 실까지 잃어 버리고,
혼자서 리자스 국경까지 도망치는 것에 성공합니다.
다행히도 마침 헬만군의 이변을 살피기 위해 국경으로 온 카나미가 
란스를 발견해 리자스 성으로 란스를 데려 가죠.



란스는 실을 구해서라고는 말하지 않고,
헬만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리아 공주에게 병력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리아 공주는 그건 안 되고 자신과 결혼해서 란스가 왕이 되면
리자스 군대를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실을 구한다는 사적인 동기로 전쟁을 일으키려는 란스와
란스와 맺어지기 위해 나라까지 파는 리아공주는 결혼을 하게 되고,
그렇게 귀축왕 란스가 탄생하게 됩니다.



새로운 왕인 란스가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취임 연설 한 방만에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란스의 실을 구하기 위한 목적은
반대세력을 진압하고 전 세계를 점령하며,
세상의 모든 미녀를 손에 넣는 정복활동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게임은 일주일 단위로 1턴이 진행됩니다.
1턴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일단은 거액의 비용과 몇개월의 기간이 걸리는 '건축'을 해야 합니다.
여자사관학교, 거대도서관, 천재병원, SM탑, 튤립연구소, 마법연구소를 건설할 수 있죠.
사실 건설에 드는 비용에 비해서는 그렇게 큰 이득은 없고, 대체로 이벤트용입니다.
정석은 시작하자마자 병원부터 짓는 겁니다.



'하렘'은 각 캐릭터들의 H씬입니다.
세계를 점령하면서 여성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채워 넣을 수 있죠.

H씬 전용 캐릭터도 있고, 전투도 하는 여성 캐릭터도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H를 하지 않으면 죽는 캐릭터도 있고,
H를 너무 많이 하면 죽는 캐릭터도 있죠.
H를 하면 행복해지는 캐릭터도 있고, 불행해지는 캐릭터도 있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캐릭터와의 H씬이라도 조건에 따라 몇 가지 다른 패턴을 보여줄 때도 있죠.

다양한 볼 거리를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전략적으로 소정의 경험치를 제공하는 기능이기도 하죠.



부하 커맨드의 경우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부하 커맨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대화'하는 것과 '병력'에 관한 사항입니다.
부하와 대화하는 것은 소소한 재미도 있고,
중요한 이벤트를 진행할 때도 필요합니다.

병력을 증원하거나 보충하는 것은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일로
게임을 하는 내내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병력이 조금씩 자연 회복되기도 하지만 양은 극히 미미하고
예산이 있다고 병력을 제한없이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각 리자스령의 도시를 클릭해서 실행할 수 있는 커맨드도 있습니다.
중요한 이벤트도 있고, 던전을 탐험할 수도 있으며,
못해도 임시징수로 돈이라도 뽑아낼 수 있으니
매턴 까먹지 말고 실행해야 할 커맨드입니다.



마지막으로 공격 커맨드도 병력이 허용되는 한 꾸준히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적 병력이 많을 때도 있고, 시가전이라 이기기 힘들 때도 있지만,
우월한 교환비로 적 병력을 줄여 놓으면 결국은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대충 이 정도입니다.
매턴 하렘, 부하, 지역, 전쟁 등을 꾸준히 하고,
가끔 상인이나 건축 등을 하면서 정복전쟁을 하는 게임이죠.

자세히 이야기하면 끝도 없어서 제 리뷰에서 다 소개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좀 더 상세한 부분은 다음 리뷰에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5개:

  1. 안녕하십니까...
    항상 리뷰를 잘 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혹시 란스 시리즈 리뷰가 끝나면 GIGA의 발더 시리즈와 듀엘 세이버 시리즈 리뷰를 요청드려도 될까요...?
    오늘 GIGA의 브랜드 해산 소식이 들려온 김에 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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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귀축왕 란스는 진짜 초반만 깨고 말았는데 글 읽고나니 간만에 귀축왕 란스 찐하게 달려보고싶어졌네요...
      언제나 좋은 리뷰 써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ㅠㅠ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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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칠공//
    란스 시리즈 리뷰는 제 계산으로 한참 남았습니다.
    4개월 이상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아마도 GIGA 해산일이 더 빠를 것 같습니다.

    발드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몇 작품을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고,
    시리즈를 다 리뷰한다면 너무 오래 걸려서 아마도 이번에 리뷰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언젠가 GIGA사의 게임들을 리뷰하게 된다면 당연히 리뷰하겠지만
    지금 밀린 것들이 많아서 오래 걸리는 시리즈를 리뷰하기는 부담스럽네요.
    일단 고민은 해보겠지만 안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듀엘 세이버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란스 시리즈가 끝나고 바로 리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관련 시리즈까지는 아니고 듀얼 세이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게임까지만 리뷰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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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유도가 높은 만큼 플래그 관리가 굉장히 복잡해서 턴마다 우선순위 낮은 이벤트는 씹히는 등 꼬이는 문제가 많았는데, TADA씨도 어디선가 인터뷰에서 이런 터무니없는 스케일의 게임은 두번다시 못만들거 같다고 했었죠ㅋㅋ 이후에 나왔던 거점정복형 장르의 게임들은 시스템이 간소화되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야말로 야겜역사에 길이 남을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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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noname//

    사실 아스카 같은 캐릭터는 쓸모도 없고 서두 이벤트를 말리게 하기 때문에
    빨리 죽이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리뷰에 적으려다가
    너무 냉혹한 것 같아서 안 적었습니다.

    제대로 리뷰를 썼다면 한참 더 걸렸을 정도로 방대한 게임입니다.
    리뷰도 이런데 게임을 이렇게 만든 건 정말 대단한 업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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