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9일 월요일

리뷰 : Rance6 ~제스 붕괴~(1)(2004/8/27,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파괴와 혼란의 시대...
시대는 영웅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영웅의 자질을 갖춘 인물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굉장히 호색한이고
굉장히 난폭하고
너무나 정의와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제가 란스 시리즈에 처음 매력을 느끼게 되었던 게임,
<Rance6 ~제스 붕괴~>입니다.
제가 플레이할 당시에는 이 게임이 시리즈 최신작이었죠.

보통 제가 최고라고 한 번 결론 내린 게임은 1위에서 내려 오는 경우가 흔치 않으며,
이 게임 역시 아직까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란스 게임입니다.
그에 걸맞게 지금 플레이해도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게임의 무대는 리자스, 헬만과 인간 세계를 삼분하고 있는
제스라는 나라입니다.
모험가인 란스는 제스 지방의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죠.

제스는 엄격한 계급 사회로 마법사만이 1등시민이고,
나머지는 노예로 취급당합니다.
란스의 노예인 실은 대접받고,
란스는 하층민 취급받는 주종역전세계인 거죠.



노예가 된 란스는 몬스터와 싸우는 투기장 같은 곳에 감금됩니다.
일반 노예들이나 상대하는 몬스터가 란스의 상대가 될리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탈출 방법이 보이지도 않는 노예생활이 시작됩니다.
실은 관람석에서 란스를 지켜 보고 있지만, 
란스를 도와줄 수가 없는 형편이라 전전긍긍하고 있죠.

란스는 로키라는 땅딸한 남자를 부하로 삼아 어찌어찌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아벨트라는 남성이 접근합니다.
아벨트는 사실 '아이스플레임'이라는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실력있는 동료를 모집하기 위해 일부러 이곳으로 잠입했으며,
탈출할 수 있는 비밀통로를 알고 있다고 합니다.
란스와 로키는 아벨트를 따라 탈출하게 되죠.



아이스플레임의 리더인 우르자는
불행한 과거로 모든 의욕을 잃어 버리고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최근 다른 레지스탕스에 비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인데
우르자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란스와 4편부터 악연이 있는 사나키아 역시 아이스플레임에서 활동 중입니다.
란스 영입을 격하게 반대하지만 결국 란스는 아이스플레임에 들어 갑니다.

아이스플레임의 활동 목적은 제스의 불평등 사회 타파입니다.
란스는 아이스플레임의 한 부대인 그린대의 대장이 되어
레지스탕스 활동을 시작합니다.
란스의 목적은 물론 제스의 미녀들이죠.
계급 사회의 모순 그런 건 관심도 없습니다.



시스템은 던전형 RPG입니다.
일단 거점 화면에서 이벤트를 선택할 수 있죠.
공짜로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지만 의미없는 이벤트나 반복 이벤트이며,
일반적으로는 던전에서 모을 수 있는 적옥, 황옥, 청옥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벤트를 통해 플레이할 퀘스트를 선택할 수도 있고,
파티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도 있죠.



던전으로 돌입하면 1인칭 RPG가 시작됩니다.
에로게에 많이 사용되었던 시스템으로
저는 이런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지쳤다고 리뷰에 적었던 적도 있습니다.
90년대 PC-98 에로게에서 유행했던 낡은 방식이기는 한데,
개발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탓인지
란스6 이후로도 많은 게임들이 이런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1인칭 맵을 돌아다니면 몬스터들이 등장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한 번에 6명씩, 6대6으로 전투를 하게 됩니다.
다만 한 번의 전투에서 싸우는 인원이 최대 여섯인 건 아닙니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그 자리에 다른 몬스터가 보충될 때고 있고,
아군 파티 역시 전투 도중에 다른 캐릭터로 교체가 가능하죠.



한 번에 같이 돌아다니는 파티원은 최대 16명입니다.
이 캐릭터들 중에 여섯 캐릭터를 전투에 세울 수 있는 거죠.

란스 시리즈의 게임들은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이 많은 캐릭터들이 전투에서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제작됩니다.
란스6도 마찬가지로 그런 고민을 해야 했는데
어쨌든 전투에 세울 수 있는 인원이 6명 밖에 없다면,
교체할 필요없이 딱 6명만 사용하면 되니까요.



그런 쓸놈쓸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든 시스템이 바로 SP입니다. 전투 회수 제한이죠.
란스의 SP는 12로 되어 있는데,
이는 한 번의 탐험에서 12번밖에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고작 12번의 전투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전력을 잘 배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퀘스트의 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강력한 캐릭터들은 아껴둘 필요가 있죠.



이 게임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두 캐릭터,
시즈카와 마리아는 이번에도 강력합니다.
시즈카는 후반에 매직과 비교해서 힘이 빠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장 어려운 초중반에 후방을 든든히 받쳐 주는 소중한 마법사 캐릭터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스토리도 엄청난 푸쉬를 받아
염원의 복수를 이루고, 새로운 삶의 목적까지 찾게 되죠.

<귀축왕 란스>에서 그냥 강력하던 마리아는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하게 강력합니다.
원호사격에 작렬탄에 연막탄에 온갖 사기를 다 칠 수가 있죠.

남들 필살기 쓴다고 두 턴에 한 번, 세 턴에 한 번 공격하고 그럴 때,
한 턴에 여러 번 적을 두들기는 캐릭터이며,
일정 확률로 적의 공격까지 차단해 버리는 최강의 캐릭터입니다.
워낙 혼자 다 해 먹어서 다른 파티원들이 조금 약해도
마리아와 함께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죠. 



역시 란스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카나미입니다.
저는 화력 우선주의이기 때문에 카나미를 주력으로 쓰지는 않지만
스피드와 회피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1.5군 캐릭터입니다.
무조건 선빵을 치기 때문에 운만 따라주면 적을 신나게 마비시킬 수 있죠.



5편의 주역이었던 리즈나도 등장합니다.
마법 절대 방어가 굳이 없어도 강력한 마법 방어를 갖고 있으며
버프, 필살기가 훌륭하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파티의 전방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주력 캐릭터입니다.



5편에서 리즈나와 함께 활약했던 코판돈도 등장하지만
코판돈은 이번에도 써먹기 애매합니다.

운빨에 많은 의존을 하긴 하지만 아이템을 잘 써주면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닌데
가장 큰 문제는 메인 스토리와 타이밍이 하나도 안 맞는다는 점입니다.
재능한계가 27로 애매한데, 
이 게임에서는 재능한계는 란스와 H를 통해 50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코판돈 H 이벤트가 너무 늦게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코판돈보다 재능한계가 낮은 캐릭터들도 H씬으로 레벨을 계속 올리는데
코판돈은 레벨 27에서 멈춰야 하기 때문에 써먹기가 애매합니다.
이후 H씬이 가능해지고 좀 키워볼까 하는 시점에서 파티를 이탈해 버립니다.
그리고 메인 스토리 최종 보스전까지 사용할 수 없죠.

도전 모드에서는 잘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메인스토리에서는 키울 보람이 없는 수준의 캐릭터이며,
스토리면에서도 다른 캐릭터에 비해 소홀했다고 생각됩니다.
안타깝지만 또 다음을 기약해보도록 하죠.



이번 작품부터 새로 등장하게 된 캐릭터인 카로리아입니다.
몸에 벌레를 키우는 벌레술사인데 벌레술사는 제스에 의해 멸망당해서 
카로리아 외에 딱 한 명 더 있었으나 그마저도 6편에서 사망합니다.

경질변화라는 데미지를 절대 받지 않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카로리아를 전방에 내세우면 근거리 공격밖에 못하는 적은 
어떤 강적이라도 무조건 이길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괜찮은 기술인 독침까지 갖춘 강력한 캐릭터입니다.



팀의 체력을 책임지는 셀입니다.
사실 3편부터 등장하는 유서깊은 캐릭터인데,
딱히 쓸 말이 없어서 지금까지 쓰지 못했죠.

회복마법은 란스6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지만,
안타깝게도 공격력이 없는 수준입니다.
좀비, 유령과 전투할 때는 강력하지만 대체적으로 못 써먹죠.
회복마법만 믿고 쓰든지, 마리아의 원호와 조합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4편부터 란스에게 불행한 일을 당했던 사나키아입니다.
본래 아이스플레임에서 란스와 동급의 대장이었으나,
부대원들이 모두 전멸당하고 란스 밑으로 오게 되었죠.
카오루가 빠진 그린대에서 나름 란스를 보좌하는 부대장의 역할을 맡으려고 합니다.

그런 사나키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냥 약하다는 겁니다. 약해도 너무 약합니다.
란스 세계관은 레벨이 전부가 아닙니다. 
레벨과 별도로 기능레벨 등의 개인 기량이 있죠.
사나키아는 그 개인 기량이 절망적으로 약합니다.

사나키아 스스로도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고,
란스에게 필살기를 배워 보려고 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나중에는 병법을 배워서 전투 시작 시 버프를 주는 토템 역할을 할 수라도 있게 되죠.
메인 스토리 이후의 도전모드에서는 나름 좋은 무기를 쓸 수 있게 됩니다.

게임 성능과는 별개로 6편 시점은 사나키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입니다.
꼽사리 수준이기는 하지만 제스를 구하는 최후의 전투까지 참가하는 공적을 세우게 되죠.
이 최후의 불꽃 이후에도 계속 등장하는 캐릭터지만
제 리뷰에는 다시 기록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강력한 탱커인 패튼입니다.
3편에서 찌질하고 비열한 악당이나 하던 황태자가 듬직하게 성장한 모습이죠.

처음에 란스가 잡혀있던 투기장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신분을 감추고 수행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나중에 란스가 나왔던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패튼을 빼내 옵니다.
헬만의 황태자가 온다는 소식에 란스 주변 여성들이 모두 구경하러 왔지만,
꽃미남이 아니라 다들 실망하고 돌아가게 됩니다.

이후, 란스가 3편에서 얼굴도 못 봤던 자신의 방해자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지만
'그 때 성공했더라면 난 더 쓰레기가 됐을 거다.'라고
오히려 실패한 걸 다행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근육만큼이나 성능도 강력해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죠.



란스 시리즈는 너무 방대해서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리뷰에 다 못 적는 기분이 듭니다.
소개할 캐릭터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만,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생략하도록 하죠.

남은 중요한 캐릭터들은 스토리와 함께 다음 리뷰에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2개:

  1. 저도 6편 7편 9편을 가장 재미나게 했었는데 저번 귀축왕란스를 안해본 탓에 6편이 란스라는 게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그전까지 4.1과 5도 해봤지만... 제겐 영 아니었죠. 이때부터 란스는 게임 자체로 의미가 있게 된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해봤자 입만 아프지만 캐릭터들 하나하나 매력적이고... 전략 게임성과 스토리의 조화 측면에서 성인용 게임 중에선 가장 재밌게 한 전략 게임인 듯 합니다. 사힐 대부분 엔딩을 본 게 없는데 이 게임은 끝을 본 기억이 나구요. 추억이 많네요. 이후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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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everiot//
    앞 내용으로 무려 다섯 게임이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6편을 처음하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겠지만,
    그래도 6편은 시리즈에 입문하기에 적절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캐릭터도 대부분 등장하고
    세계관도 이제 완벽하게 정립돼서
    오프닝 영상에는 방대한 세계관까지 정리해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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