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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3일 일요일

리뷰 : 잡음영역(1994, D.O.)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잡음영역>은 저택물이면서 멀티엔딩 시스템을 가진 게임입니다.
PC-98 시절에 그런 특징을 가진 작품은
대표적으로 <카와라자키가 일족>을 들 수 있습니다.
잡음영역은 <카와라자키가 일족>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잡음영역이 <카와라자키가 일족>과 비교할 때,
뛰어난 점은 호러 쪽이라고 생각됩니다.
배드 엔딩 사망 장면의 잔인함도 <카와라자키가 일족>에 비해 심한 편이지만,
그보다 저 위 마키에의 표정을 보세요. 얼굴만 봐도 벌써 무섭잖아요.

스토리도 예사롭지 않지만, CG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원화는 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게임의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호러 분위기는 좋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은데
우선 호러만 강조하다보니 쉬어갈 타이밍이 없습니다.

쌍둥이 루트는 이제 좀 쉬어가나 하는 타이밍에 주인공을 찔러 버립니다.
갑작스러운 배드 엔딩이기도 했고, 찌른 이유도 소름끼치지만
저는 무슨 일이 생길 거라로 어느 정도 짐작했습니다.

게임 자체가 너무 긴장된 흐름으로 가다보니, 방심할 틈을 주지 않고
반전도 충격이 약해집니다. 강약조절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군요.



가장 아쉬웠던 점은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카와라자키가 일족>의 미사코를 상당히 좋아했는데,
미사코 같은 밝은 캐릭터가 잡음영역에도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 캐릭터의 존재만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고
위에서 언급한 강약조절도 쉽게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잡음영역은 쓸데없는 엔딩이 많고, 반복적인 구간이 많아서
플레이하기가 좀 피곤한 시스템입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도 마찬가지였고,
그 게임에서는 배드엔딩만 수십 번을 볼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카와라자키 일족>에서 비교적 덜 피로했던 이유는
'미사코와 함께 이 미친 곳을 꼭 탈출하겠어.'라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있었기 때문이죠.
잡음영역은 그런 동기가 부족했습니다.

옛날에는 잡음영역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이 게임에서 아쉬웠던 건 결국 캐릭터였던 것 같습니다.



잡음영역은 2001년에 D.O. 클래식으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다른 리뷰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D.O.는 자신들의 장단점을 잘 모르고
리메이크를 했다고 생각됩니다.

시나리오는 그대로인 채로,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를 완전히 교체했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는데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원작보다 안 무섭잖아요. CG가 분위기를 못 살려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D.O. 공식 홈페이지 리메이크 페이지에 인물 소개가 잘못 나왔습니다.
마리코 소개란에 미사오 CG를 걸어 놨어요.
아무리 혹평받은 리메이크라지만 이러면 안 돼죠.



총평하자면, 사실 <카와라자키가 일족>과의 비교는 취향 차이입니다.
잡음영역의 분위기가 더 좋다는 분도 많겠죠.

잡음영역도 충분히 인상깊은 게임입니다.
고전 저택물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4개:

  1. 백개먼님 블로그에서 카와라자키가 언급을 보니 너무 반갑네요... 제 인생 최고 에로게거든요
    잡음영역은 사실 처음 들어보는데 카와라자키가랑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 들으니 꼭 한 번 해 보고 싶네요ㅎㅎ 90년대 게임 특유의 음습한 작화를 보니 더욱 해보고싶군요

    저택물은 뭔가 나름 물량 자체는 있는 편인데 괜찮은 작품은 적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마침 좋은 작품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백개먼님이 쓰시는 카와라자키가 리뷰도 꼭 한 번 읽고 싶네요.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라서요

    인사가 늦긴 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양질의 리뷰 보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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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kle p// PC-98 시절은 저택물이 흥했다고 얘기되는데
    생각보다 좋은 작품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프리콧의 몽환야상곡과 D.O.의 잡음영역 정도만이
    카와라자키가 일족에 비벼볼 정도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시절로 넘어가도 이 장르에는 딱히 좋은 작품이 없어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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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택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림체가 끌려서 뒤늦게 플레이 해봤는데 답답한 플레이시스템 때문에 다른 장점이 다 가려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킵안되는 대사 ,장면을 선택지 한두개 바꾸려고 몇번을 반복해서 봐야하는점은 괴롭기까지 하네요. 엔딩 절반정도 보다 도저히 못하겠어서 스포일러나 찾아볼까했는데 다행히(?) 거의 모든대사와 엔딩을 직접번역해서 자막까지 달아논 영상을 올려놓으신분이 계셔서 그냥 그걸보는걸로 퉁치고 끝냈습니다. 분위기,소재,그림체,비지엠 다 마음에 들었는데 플레이하기 불편한점 딱하나 때문에 다른장점이 안보이더라구요. 하렘블레이드도 그렇고 저한테는 플레이의 쾌적함이 생각보다 큰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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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헤헤//

    PC-98시절 게임들이 독특한 점이 많아도
    지금 하기에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편의성때문이죠.
    에로게는 예전에 비해 발전된 요소가 다른 게임에 비해 많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역시 세월이 한참 흘렀으니 지금 게임들과는 차이가 큽니다.
    일본에서도 여러 게임들이 영상으로 올라오더라고요.

    우리나라에는 번역때문에 영상으로 올리는 것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데
    직접 번역까지 해서 올리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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