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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4일 일요일

리뷰 : 카와라자키가 일족2(2)(2003/6/6,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두 번째 편입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2는 호러 스릴러+저택물+루프물의 구성입니다.
에로와 광기가 넘쳐 흐르는 카와라자키 저택에서 탈출하기 위해 
플레이어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플레이어는 그 선택지를 여러 방법으로 조합해 보지만
탈출은커녕 무수한 배드엔딩만을 보게 됩니다.
수도 없이 저택의 비극을 보며 루프한 이후에야
겨우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2가 플레이어에게 체험시켜 주려는 내용은
원래 1편인 <카와라자키가 일족>에서 실키즈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은 도스 시절 환경에서 분량 및 시스템이 다소 제한적이었으나,
2편에서는 좀 더 많은 H씬, 화려한 연출, 다양한 엔딩 등을 적극적으로 추가하였습니다.


다만,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단점이 많이 보입니다.
전작이 시대의 제한 속에서도 최대한의 시스템 활용도를 보인 반면에,
2편은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



일단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점은 쓸데없는 장면과 분기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플로우 차트에서
빨간색은 아직 가지 못한 곳, 노란색은 모든 장면을 회수하지 못한 곳,
그리고 녹색은 모든 장면을 회수한 곳입니다.



노란색이나 녹색 부분을 클릭하면 나오는 씬 섬네일입니다.
한 위치에 장면만 일곱 개가 들어있습니다.
Now printing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이 아직 보지 못한 장면인 거죠.
100프로 클리어를 노린다면 이런 모든 장면을 수집하여
저 차트 전체를 녹색으로 바꿔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이걸 다 녹색으로 만드는 건 전혀 쉽지 않습니다.



게임 내에서 나오는 선택지입니다.
'안나의 방에 간다', '마키의 방에 간다', '현관 홀에 간다', '주방에 간다',
'나와츠나의 방에 간다', '자신의 방에 간다' 등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선택지가 나오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플로우 차트가 정신이 없습니다.
이걸 다 모으기 위해서는 위의 선택지를 온갖 방법으로 조합해야 합니다.

'안나의 방에 간다' 후에 '마키의 방에 간다'와
'마키의 방에 간다' 후에 '안나의 방에 간다'는 단순히 순서의 문제일 뿐이지만
플로우 차트를 전부 모으기 위해서는 이 모든 조합을 다 실험해봐야 하는 겁니다.
선택지가 6개나 되는데 순서까지 다르게 하면서 하나하나 다 해봐야 한다고요.
이게 무슨 비밀번호인가요?

그렇게 이 조합, 저 조합을 힘들게 실험한다고 결과가 딱히 다르지도 않습니다.
사실 그도 그럴게 이 상황 이후 주인공이 납치당하는데
안나의 방을 먼저 방문하든, 마키의 방을 먼저 방문하든 차이가 있는 게 더 이상합니다.
게임 제작자 측면에서도 조합마다 전부 결과를 다르게 만드려면
스토리를 수 백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그럼 스토리 차이도 없고, 모으는 방법은 더럽게 힘든
장면들을 왜 이렇게 많이 만든 걸까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게임 진행에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이 장면들을 다 모으지 않아도 엔딩을 보는 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 장면들을 다 모은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요.

따라서, 쓸데없는 장면들이 많지만 안 모으면 그만입니다.
골수 엘프빠가 아닌 이상 누가 이런 중복 장면들을 하나하나 다 모으려고 하겠습니까?
문제는 제가 바로 골수 엘프빠였다는 거죠.
2000년대 초중반의 엘프사는 독특하게도 골수팬일수록 더욱
의미없는 고통을 받게 하는 회사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실 루프물로서의 구성에 있습니다.
이 게임은 각 부를 시작하면서 기차를 탄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잠에서 깨기 직전, 주인공을 '유마'라고 부르는 안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역할도 하며,
게임의 전체 스토리를 생각하면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장면입니다.
이 게임은 루프물이기 때문에 만일 주인공이 사망하는 배드 엔딩을 봤다면,
각 부의 첫 장면인 이 장면으로 돌아오도록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대부분의 경우에 겨우 얼마 전의 선택지로 돌려 보낼 뿐입니다.



2부 플로우 차트입니다.
배드엔딩을 보면 되돌려 주는 포인트가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표시된 위치에 되돌려 줍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는 저 위치보다 아래의 장면에서밖에 루프를 할 수 없다는 얘기죠.

목표로 하는 엔딩에 도달하는데는 편한 방법이죠.
루프하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까요. 
근데 이런 방식으로 루프하면 저 포인트보다 위에 있는 대부분의 장면을 못 보잖아요.
게다가, 플레이어에게 어느 선택지가 잘못된 건지 사실상 답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루프 구간이 너무 길면, 불편하고 긴장감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이 나오던 시기는 이미 자유자재로 세이브/로드가 가능하던 시기입니다.
루프 반환 포인트를 플레이어가 세이브/로드를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3부입니다.
무수히 비극을 루프하며 나와츠나의 음모를 모두 꿰고 있는 주인공이
그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이죠.
나와츠나가 훔쳐보지 못하도록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이 난입한다거나
여성 캐릭터들이 함부로 납치당하지 않도록 모아놓고 지키는 행동 등을 합니다.

하지만, 흐름이 다소 어색합니다.
주인공은 이전까지 루프에서 경험한 일에 대해서는 꿈정도로 생각할 뿐입니다.
1부와 2부에서 이전의 루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던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근데, 3부에 이르러서 이렇다 할 계기도 없이
이 저택의 사람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확신에 차서 행동한다는 건 어색하잖아요.
지나가던 손님인 나츠코를 쫓아내겠다고 
초면에 싸대기 한 대 때리거나 성추행을 하는 방법까지 씁니다.
만일 주인공의 기억이 진짜로 꿈이었으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죠?

물론, 나츠코의 경우에는 평소 알지도 못하고 꿈에서나 봤던 사람이
진짜로 저택에 왔으니 확신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게임 내에서 그런 묘사는 많지 않았죠.
주인공이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풀었어야 합니다.



3부의 또다른 아쉬운 점은, 3부에 진입하면 이미 배드엔딩따위는 없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설령 나와츠나 일당이 나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그 음모를 막을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잖아요.

실제로도 주인공의 생각대로 되지 않은 부분은 꽤 많습니다.
켄고의 납치를 막으려고 했는데 안나를 도와주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미 납치가 된 이후라는 식이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일이 잘 풀려서
나와츠나의 음모가 실패하는 엔딩이 됩니다.

3부에도 여전히 선택지가 많고, 스토리 분기도 있습니다.
선택지를 이용해서 3부에만 있는 배드엔딩이나, 
아니면 1,2부로 전환되는 장면이 있었다면,
루프를 이용한 시행착오를 표현할 수 있었겠죠.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모두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성공해버렸습니다.
저는 루프물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2의 루프는 저택의 호러를 강조하는 역할로는 성공했지만,
시행착오 요소는 부족했습니다.



마지막 4부는 옆자리의 안나가 사라져 있는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루프의 이유와 여러 가지 진실이 밝혀지는 내용입니다.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고 암시적인 내용이 많은 편이지만
전반적인 진실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안나를 찾기 위해 카와라자키 저택으로 향하지만
매번 역앞에서 나타나던 오지랖 엑스트라 노인조차 안 보입니다.
노인이 늘 자랑하던 마누라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낼 뿐이죠.

아무튼 주인공은 안나를 찾기 위해 카와라자키 저택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 이후의 내용에 대해서 관심있는 분께서는 직접 플레이하시길 권장합니다.



총평하자면, 루프물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엘프는 이 게임 이전에 걸작 루프물을 두 개나 만들었던 회사였습니다.
그 때의 노하우를 쏟아 부었다면 훨씬 좋은 게임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전체적으로는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 잔인함, 에로, 캐릭터, 스토리 대부분의 면에서
전작의 우수함을 계승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후에 나온 몇몇 게임들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죠.

틀에 박힌 에로게가 아닌 독특한 스타일의 성인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는 분께는
지금도 추천할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3개:

  1. 이 글 정말 재밌게 봤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하시는 게임 리뷰하실때의 그 신나죽겠다는 바이브가 진짜 너무 좋습니다 결말 스포 끝까지 안하시는 매너까지 최고시네요ㅋㅋㅋㅋㅋㅋ
    갠적으로 저한테 1이 너무 최고라 2는 안하려고 했었는데 하... 정말 안할 수 없게 하시는 리뷰네요
    제가 노가다성 게임에 약해서 끝까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백개먼님 추천하시는 게임 해보고나서 후회한 적은 없으니... 믿고 해보겠습니다

    덧글은 늦게 달지만 요 몇주간 백개먼님 하원기가 리뷰 보는 재미에 살았네요ㅎㅎ 정말 오래 존버할 가치가 넘치는 글이었습니다 좋은 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유작... 애자매...미육의향기... 등등 아직도 리뷰해주실 게임이 많다는것도 기쁩니다
    겨울이라 슬슬 동급생2 생각도 나는 시기네요ㅎㅎ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늘 몸조심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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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kle p//
    2를 추천하기에 가장 고민되는 점은 지나치게 하드코어하다는 점입니다.
    노가다는 리뷰에도 적었다시피 안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장르에 면역만 있으시면 충분히 재미있게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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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각단계마다 루프를 손쉽게 벗어나는것도 아니고 1부 2부 3부 4부 한단계씩 넘어가는것만해도 심각한 노가다로 시간 많이 잡아 먹던데 그렇게 오랜시간 게임하게 되면서 더 몰입에 빠지니 엔딩을 보고난후 명작이란 느낌이 들더군요ㅋ(못난 사람도 자꾸보면 잘생겨보이는거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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