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제목인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제목이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여계가족>의 2편은 2005년에 나왔고,
실키즈는 2006년도부터 발매하는 게임 스타일을
독특한 스타일에서 좀 더 대중적인 모에 스타일로 변화시켰습니다.
변화된 실키즈의 노선 위에서는
어른스럽고 색다른 분위기의 게임인 <여계가족> 시리즈가
다시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었죠.
지금에야 과거를 돌이켜 보면, 고작 6~7년 후의 속편이었지만
당시에는 <여계가족> 시리즈의 신작이 나온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발매되었을 당시에는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평범한 게임 정도로 평가하고 있죠.
스토리는 절대적으로 보면 부족한 점도 많은 스토리지만
시리즈 1편, 2편에 비하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카라사와 가문의 남자 당주는 이미 죽었고,
현 당주는 병에 걸려 제대로 등장조차 안 하는 노부인입니다.
카라사와 가문 장녀의 남편인 이타미는
카라사와 가문의 재산을 통째로 차지할 음모를 꾸미고 있죠.
이타미의 비서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사실 주인공은 이타미에게 몰래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이타미 때문에 사망했기 때문이죠.
이타미를 몰락하게 할 증거는 이미 모아뒀지만
결정타를 먹일 타이밍을 재고 있는 중입니다.
이타미의 부인인 장녀 토와입니다.
병으로 움직이기도 힘든 당주 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이타미의 더러운 성격에도 불평 한 번 토로하지 않는 정숙한 아내죠.
주인공은 토와를 동경하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고지식한 스타일이라 답답합니다.
이타미의 악랄한 계략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자신이 어떻게든 설득해서 막아보겠다 이런 소리만 하고 있죠.
이타미는 설득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고
토와 말 들으면 백퍼센트 망하는 엔딩입니다.
이 캐릭터의 해피 엔딩이 없다는 점이 많은 분들에게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메인 악역의 부인이었으니 후일담 정도는 저도 궁금한데
제대로 묘사된 스토리는 없었죠.
차녀인 시에입니다.
안하무인에 오만한 성격으로
자매 중에서 유일하게 후계자 자리에 큰 욕심을 갖고 있죠.
뭣도 모르고 욕심만 많은 아가씨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날카롭고 상당한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자매들에 비해 후계자가 되기에 적합한 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을 싫어하지만,
주인공에게 심한 일을 당한 이후에도
손익을 계산하여 주인공과 손을 잡는 냉철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막내인 키라라입니다.
어린 애같은 성격에 무방비합니다.
주인공을 '오빠'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해변에서 놀아달라고 떼를 쓰죠.
사실 그런 태도는 모두 계산된 행동입니다.
속으로는 주인공이 믿어도 되는 인물인지 계속 관찰하고 있죠.
유산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위기상황에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두뇌는 갖추고 있습니다.
과거 어떤 사건때문에 기억상실에 걸렸던
침착하고 조용한 소녀죠.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역할이 애매했기 때문에
저는 이 캐릭터야말로 스토리의 중심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안리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스토리는 ㄴㅇ루트입니다.
약에 취해서 주인공이 여성 캐릭터들을 습격하고 다니는 스토리죠.
주인공은 키라라를 덮친 이후에 방에 감금해둡니다.
안리는 주인공에게 키라라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는데
사실대로 대답할 수는 없으니 저택 밖에서 봤다고 대답하죠.
빗속에서 계속 키라라를 찾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말하는 걸로 볼 때,
주인공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과
키라라가 주인공 방에 있는 것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공포에 질려서 도망가죠.
겉보기와 달리 무지막지한 힘을 갖고 있고, 주인공은 순식간에 제압당합니다.
중요인물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정말 엄청난 공포입니다.
주인공에게 켕기는 점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무서워요.
진짜 악역인 이타미조차 명함도 못 내밀 공포입니다.
척보기에는 악랄하고 비열할 뿐, 무능해 보이는 이타미는
그래도 악역으로서 포스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그릇이 작은 인간인 건 맞습니다.
카라사와가의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수법도
유괴, 감금, 약물 같은 치졸한 방법입니다.
마침, 가족들이 모여있는 무대가 외딴 섬이었기 때문에 통하는 방법일 뿐이지
그다지 대단한 계획이라고는 할 수 없죠.
그래서, 주인공도 다소 방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타미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결정타를 먹일 시기를 간만 보고 있었죠.
이타미가 감금 작전을 실행하기 직전에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결과를 알고 있는 저에게는 굉장히 답답한 주인공이지만
이해를 못할 건 아닙니다.
이타미는 그만큼 허술한 악당처럼 보이니까요.
의외로 치밀함도 겸비하고 있는 악당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정체는 진작에 간파하고 있었고,
배신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죠.
사건 당일 주인공에게 알려준 시점보다 훨씬 전에 섬에 도착했으며,
외부로 연락하지 못하도록 통신을 끊어 버렸습니다.
통신을 끊기 직전에 외부와 연락해서
경찰이 아무 움직임이 없다는 보고까지 받는 철저한 모습까지 보여줬죠.
통신회선을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고,
언제든지 수리가 가능한 상태로 둔 점은 실수였지만
이런 방심은 허용 가능한 범위입니다.
워낙, 압도적인 우세였으니까요.
이런 위기를 해결함에 있어 주인공의 역할은 너무 없었습니다.
그냥 주인공이 이타미에게 두들겨 맞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다른 캐릭터가 이미 다 해결했다는 결말이 되었죠.
주인공은 폼만 잡을 줄 알았지 이타미에게 철저히 당하고
반격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렇듯 스토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스펜스 요소의 부족함입니다.
배드엔딩은 대부분 이타미가 깡패들을 이끌고 와서 섬을 장악하고
여성 캐릭터를 붙잡아서 ㄴㅇ하는 엔딩입니다.
주인공 혼자서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재앙과도 같은 엔딩이죠.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내는 것이
이 게임의 메인 스토리일 것입니다.
근데 게임 중반부까지 주인공은 여성 캐릭터들과 친목질만 하고 있을 뿐,
딱히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습니다.
얼마나 큰 위기가 임박했는지도 모르고 방심만 하고 있죠.
다소 느슨한 분위기로 스토리가 진행되어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스토리의 절정 부분에서는
이 거대한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그렇게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부분마저 날림으로 처리해 버린 거죠.
스토리 처음부터 끝까지 서스펜스적인 재미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재미가 있는 척했던 낚시만이 있었을 뿐이죠.
총평하자면, 분위기만 잘 잡아놓고 스토리로 망치는
실키즈의 옛날 그 모습 그대로의 게임이었습니다.
원화가 때문인지 <미육의 향기>를 재밌게 하신 분들이
이 게임을 많이 찾았던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실망을 하셨었죠.
그래도 주인공이 자매들을 포섭하는 과정과
과정에 부수하는 H씬은 꽤 괜찮았습니다.
캐릭터들의 역할도 나름 잘 분배되었죠.
제가 기대했던 시리즈 방향성과 달랐던 것은 아쉬웠습니다만
1편과 2편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훌륭합니다.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실키즈가 옛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선언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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