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츠마미구이>는 당대 유부녀물 중에서
상당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게임입니다.
저는 꽤 오래 전에 에로게 유부녀물 인기순위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츠마미구이>는 그 순위에서 2위였습니다.
참고로, 1위는 <츠마미구이2>였죠.
당시에는 <츠마시보리>나 <츠마미구이3>가 나오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유부녀를 다룬 게임이 지금보다 적었기 때문에
지금 순위는 많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튼, 적어도 당시에는 이 게임이 유부녀물의 대표격이었죠.
현재의 저는 유부녀물을 나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할 당시에는 유부녀 속성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게임 1편과 2편에 대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는 않아요.
그리고 세월이 바뀌어 취향이 변한 지금,
저는 다시 한 번 츠마미구이 시리즈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은 제 인생의 트라우마 게임 CARNIVAL 리뷰부터 끝내도록 합시다.
리뷰 1편에서는 주인공의 만행과 제가 주인공을 싫어하는 이유를 주로 설명드렸는데,
2편에서는 먼저 이 게임의 구조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이 게임은 총 3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고,
저번에 소개해 드린 줄거리는 시나리오1에 해당합니다.
각각의 시나리오는 서로 다른 캐릭터의 시점을 보여주는데
시나리오1은 마나부의 시점, 시나리오2는 타케시의 시점,
시나리오3은 리사의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죠.
1편 종반부에서 주인공이 이중인격이었다는 점을 확실히 드러내지만,
주목해야 할 인물은 타케시입니다.
리뷰 1편에서는 이 캐릭터에 대해 소개하지 않았죠.
타케시는 주인공의 다른 인격입니다.
다시 말해, 주인공은 이중인격이라는 거죠.
사실 그 이전부터 복선을 상당히 많이 깔아두었습니다.
딱히 반전을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보여집니다.
타케시는 어릴 적부터 학대를 받아왔던 마나부가 만들어낸 인격입니다.
폭력에 순응하는 마나부와 달리 타케시는 당한만큼 갚아주는 성격이죠.
어린 시절에는 두 인격이 서로 대화도 하면서 공존하는 관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타케시는 학대를 일삼던 어머니를 절벽에서 밀어 죽여 버렸고,
충격을 받은 마나부는 타케시를 머리 속 깊은 곳에 가둬 버렸던 거죠.
마나부는 어머니 사망의 진상을 기억에서 지워 버렸고,
타케시는 어릴 적 친구인데 어느새 사라져 버린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사와 선배를 살해한 건 당연히 타케시이며,
마나부가 찾던 리사 폭행범도 타케시입니다.
리사가 여러 거짓말을 했던 이유도
타케시의 존재를 마나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무튼 시나리오2는 타케시 시점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마나부가 타케시의 존재조차 헷갈리고 있는 반면에,
타케시는 마나부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시나리오2의 내용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더 자세히 보여주고,
시나리오1에서 일어났던 마나부의 행동을 새로운 시점에서 관전하고,
중간중간에 뛰쳐 나와 포악한 짓을 하는 스토리죠.
뭔가 애매했던 마나부의 캐릭터와 달리,
화끈한 타케시의 캐릭터를 선호하는 분들이 계셨는지
시나리오2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시나리오2는 불필요했다는 입장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주인공이 이중인격이라는 사실은
게임이 숨기고 싶어했던 반전이 아닙니다.
또한, 타케시가 저지른 행위 역시 시나리오1에서 대략적으로 암시했죠.
그리하여 시나리오2는 새로운 시점의 이야기인데
새로운 사실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죠.
좀 더 과격한 H씬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것뿐이에요.
스토리적으로 불필요합니다.
타케시의 캐릭터 자체도 크게 필요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릴 적 기준으로는 온순한 마나부와 과격한 타케시가 확실히 대비가 됩니다.
하지만, 게임의 주요 사건이 일어나는 때에는
이미 마나부가 타락해서 연쇄 감금과 강X을 하고 있어요.
타케시하고 하는 짓이 똑같잖아요.
하이드씨가 포악한데, 지킬 박사도 포악하다면
이중인격이라는 설정이 있을 이유가 뭐죠?
좀 더 마나부의 캐릭터를 순하게 표현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이유로 시나리오2는 저에게 똑같은 스토리를
한 번 더 플레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껴진 겁니다.
마나부가 감금하는 것까지 도와주고, 타케시가 폭력을 행사해도 포용했던
리사의 행동 원리를 설명해 주죠.
사실 리사는 어릴 적부터 변태인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아 왔습니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암시가 있는데 결국 방관했죠.
리사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아버지가 하는 행위를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해서는 안 될 몹쓸 짓이라는 건 어렴풋이 눈채채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성격 좋은 아가씨로 성장한 리사였으나 그 속은 공허했죠.
그 와중에 만나게 된 것이 바로 마나부&타케시였던 겁니다.
마나부 얘는 무슨 어릴 적부터 말하는 게 재수없습니다.
중2병이 엄청 빨리 왔나 봐요.
시나리오1과 중복되는 부분은 또 불필요했다고 생각하지만
리사 시점의 어릴 적 이야기, 이즈미와 종교행사에 가서 제기하는 논의,
마지막 부분의 마나부와의 문답 등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시나리오2와 3에도 더 불평했지만,
지금 플레이해보니 시나리오1에 대한 제 반감이
2와 3의 평가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게까지 나쁜 수준은 아니에요.
시나리오 라이터의 이름을 보고
기대를 꽤 많이 한 게임이었는데 많이 실망했었죠.
하지만, 이 게임이 저에게 최악 중에 최악으로 남게 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바로 오프닝 영상입니다.
뛰어난 작화, 유려한 영상미의 풀애니메이션에
노래까지 훌륭한 이 게임 오프닝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게임과 별 관련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 게임은 에로게 분야에서 오프닝 낚시로 유명한 게임 중 하나였죠.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도 오프닝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이 그만큼 훌륭하고 유명했으니까요.
'OP 사기' 같은 코멘트를 자주 보긴 했지만
뭘 사기친 것인지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근데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제가 그동안 영상을 보면서 정립한 이미지와
실제 게임의 캐릭터가 들어맞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리사가 압도적으로 높고, 이즈미가 그나마 나으며,
두 캐릭터 정도는 아예 등장하는 의미조차 없었습니다.
주인공을 두고 리사와 이즈미가 사랑싸움을 하는 장면같은 건
실제 게임에 거의 없었고,
아름다운 자매 사랑을 보여주던 훈훈한 언니는
게임에서 썩은 표정으로 주인공을 개패고 있었으며,
유쾌하지만 진지할 때는 진지한 누님처럼 보이던 여경은
감금 피해자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영상동안 주인공이 1초 눈 부라리는 장면 가지고
이 게임이 광기 게임이라는 상상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게임의 오프닝 영상은 시나리오 라이터와 함께
이 게임을 기대하게 만든 주축이었으며,
제 실망감의 낙폭을 더 키운 주범이기도 합니다.
이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지금도 가끔 이 게임의 오프닝 노래를 들으면 깜짝깜짝 놀라요.
근데 게임을 다 플레이하고 나서도 이 게임 영상이 계속 보이는 겁니다.
오프닝 영상이 너무 훌륭하고 유명해서요.
니코동에서 '개인적 에로게 오프닝 영상 모음집'같은 영상을 볼 때마다
갑자기 막 튀어 나왔어요.
전주 딱 2초만 들어도 짜증이 몰려 오는데
깜빡이도 안 켜고 계속 뛰쳐 나와요.
아무리 충격적이고 화가 나는 게임이라도
악감정은 플레이하는 그 때뿐이고
웬만하면 금세 잊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이 게임은 제 인생에 계속 튀어 나와서
그 분노를 상기시켜 줬어요.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이 잘 만든 오프닝이
이 게임이 저에게 최악 중의 최악이 된 이유입니다.
가식적인 오프닝을 보면서 게임의 스토리를 생각할 때마다
원한이 골수에 사무치게 되었죠.
이 오프닝 영상은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도 나와서
이번에 또 제 심기를 건드리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AVI 파일을 다른 파일로 바꾸는 간단한 작업으로 회피할 수 있었네요.
그렇게까지 트라우마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고
몇몇 장점도 보이는 게임이죠.
시나리오 라이터에 대한 기대가 적었더라면,
오프닝에 사기를 당하지 않고 상응하는 각오를 하고 플레이했더라면
저와 이 게임의 사이는 좀 더 좋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이번에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이 게임 때문에 나온 증상으로
퇴근길에 이 게임을 할 생각에 가슴이 괜히 울렁거리고,
집에 와서도 무기력증으로 컴퓨터를 켜기가 싫었고,
플레이하는 도중에도 계속 목이 마르더라고요.
아마, 10년 후에 제가 다시 이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해도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제게 있어 CARNIVAL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저주같은 게임인 거죠.
저 카니발 오프닝은 낚시용 오프닝 말고 진짜 본편의 내용을 담은 다른 버전의 오프닝 동영상을 특정 조건에서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이스터에그마냥 숨겨놓은거 보면 제작사가 노린 게 아닐까 싶을 지경....
답글삭제이칠공//
답글삭제타이틀 화면을 켜놓고 있으면 오프닝이 나오는 게임이 적은 건 아닌데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보는 쪽이 너무 쉬웠죠.
게다가 플레이하기 전에는 대부분 애니메이션 오프닝 쪽을 먼저 접하게 되고요.
저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는 그런 오프닝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느낌이라도 알았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