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9일 일요일

리뷰 : 프라이빗 스쿨(1989/3/13,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 한정으로 지금 플레이할 요소가 딱히 없습니다.
 특별히 이 게임 및 제작사에 큰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시라면 우연으로라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일이 거의 없으며, 리뷰를 감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리뷰는 엘프사의 두 번째 작품 <프라이빗 스쿨>입니다.
1989년에 PC-88, PC-98용으로 동시에 발매되었습니다.


 

이 시기 엘프가 좋아하던 장르인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8,90년대의 어드벤처 게임은 공통적으로 진행과 조작에 불편한 점이 많은데 프라이빗 스쿨도 그렇습니다. 발매시기를 고려할 때, 어느정도 참작해야 할 부분입니다.


스토리는 심부름센터를 하는 류지에게 온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됩니다.
의뢰내용은 '헤어진 여자친구 고토 키쿠나가 변한 이유를 찾아달라'는 것.

직접 찾아와서 의뢰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편지에는 조사 대상의 사진 한 장 넣어놓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불친절한 의뢰였지만 편지에 동봉되어 있는 의뢰비는 무려 '10만엔'.
지금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89년도 기준으로는 훨씬 더 큰돈입니다.
주인공이 아직 일을 맡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돈부터 보냅니다.
나중에 의뢰인을 만나서 확인해 보면 이 의뢰인은 금수저도 아닙니다.


<금수저는커녕 전재산을 의뢰비용으로 보낸듯한 의뢰인>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한 짓이지만 그만큼 절실한 의뢰였다고 생각합시다.


<변하기 전의 고토 키쿠나>

나중에 의뢰인을 만나게 되면 키쿠나의 사진을 한 장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의뢰인이 가진 유일한 키쿠나의 사진이랍니다.
아무리 89년도라도 그렇게 사진이 부족했을까요?
의뢰인이 키쿠나와 연인 관계가 맞았는지 의심이 드는 부분입니다.


어쨌든 주인공은 조사대상인 고토 기쿠나가 시로바라 단기여자대학 기숙사에 산다는 정보 하나만을 가지고 일단 조사에 나섭니다.


<기숙사 관리인과 대학 총무과의 여성>

대학 총무과의 여성은 당연히 학생들을 일일히 알고 있지도 않고
기숙사 관리인은 주인공을 수상히 여겨 조사에 응해주지도 않습니다.

조사가 난관에 부딪힌 주인공은 
기숙사 앞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고 기가 막힌 생각을 떠올리는데
그것은 청소부 아르바이트로 기숙사에 잡입하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여자 기숙사인데 남자 청소부가 고용되어 여학생들 개인 방까지 청소해 줍니다.
개중에는 부재중인 학생도 있고 청소를 거부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104호에도 추녀라는 설정의 여학생이 하나 있습니다만 굳이 보여드리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조사대상인 고토 키쿠나는 부재중이지만 다른 학생들에게서 키쿠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청소부가 수상쩍게도 기숙사 학생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조사에 협조해 줍니다.


102호의 치하루 같은 경우는 청소를 하러 가면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서로 밀어내기 게임입니다.
정해진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미니게임이기는 한데
대학생씩이나 돼서 청소부하고 이런 게임을 하자고 하니
순수한 건지 모자란 건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같이 놀아주면
"역시 이런 놀이는 둘이서 해야 재밌어"라고 좋아합니다.
평소 때는 혼자서 이 놀이를 했답니다.
벽하고 한 건가요? 어쩐지 불쌍해집니다.
옆 방 애들은 놀아주지도 않나봅니다. 실제로 101호의 사나에는 공부가 취미라고 합니다.


청소와 함께 조사를 하다보면 키쿠나가 정말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변하기 전의 키쿠나 사진을 보여주면 
1학년인 사나에나 치하루는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로 키쿠나는 화려하게 변했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히로코의 전 남자친구>

조사도중 의뢰인에게서 302호의 히로코와 그의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나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는데
의뢰인의 경우와 같이 어느 순간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히로코도 똑같이 화려하게 변했다는 것입니다.


<시로바라단기대학의 교감(왼쪽)과 학원장(오른쪽)>

특이하게도 대학에 교감이 있습니다.
조사를 계속 하다 보면 수상한 사람은 교감과 기숙사 관리인, 이 둘입니다.
둘이 모여 무엇을 꾸미는 듯한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엘프사의 게임을 어느정도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여자 기숙사
여학생들의 갑작스러운 변화
기숙사 관리인

뭔가 느낌이 오는 키워드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상황은 점점 급박하게 흘러가고
기숙사생들은 자꾸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수상하던 주인공의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주던 학생들은 갑자기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부하고 주인공은 청소부에서 해고까지 당하게 됩니다.


 <갑자기 변한 치하루와 트레이시(...누구세요?)>


 <기숙사 옥상에서 자살시도를 하려다 주인공에게 제지당한 료코>

대체 무엇이 이 학생들을 이렇게 만드는 걸까요?

주인공은 관리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기숙사로 다시 잠입, 관리인실에서 결정적인 증거물을 확보하게 됩니다.


<관리인실에서 발견된 화장실 사진>

역시 그렇습니다. 무려 1989년도부터 내려오던 엘프사의 전통.
약속된 스토리였습니다.

스토리는 요약해서 보면 나름 흥미진진해 보이지만
막상 플레이하면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했지만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이렇다 할 이벤트도 없고 
특색있던 주인공과의 대화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점 지루해집니다.

게다가 엘프 게임으로서는 독특하게도 후반부까지 에로 이벤트가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에로 이벤트의 절대양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실, 이건 시대의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PC-88, 98 시절 플로피 디스크에 들어갈 수 있는 게임 분량은 한도가 있었고
프라이빗 스쿨은 엘프 게임 중에서도 초창기의 게임입니다.
오히려 이 게임이 5,6년 늦게 나와서 캐릭터 당 여러가지 이벤트를 추가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장점은 상당히 훌륭한 그래픽입니다.
제가 <두근두근 셔터찬스>의 리뷰를 PC-98버전 위주로 했기 때문에
차이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근두근 셔터찬스>의 PC-88버전과 비교해 보면 프라이빗 스쿨은 훨씬 색감이 훌륭합니다. PC-98버전과 비교해 봐도 프라이빗 스쿨이 한 수 위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배경CG까지 총합해보면 CG의 수는 100장이 넘는데 당시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을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총평하자면,
당시로서는 훌륭한 그래픽과 엘프사 최초의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중요한 의의가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스토리 면에서는 뒤이어 나오는 엘프 명작들에 비해 평범하기 때문에 굳이 20년도 더 지난 지금, 플레이할 가치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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