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8일 일요일

리뷰 : REIRA(1994/4/28,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키즈 발매시기 상으로 다음 리뷰는 <하원기가일족>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엘프에서 발매된 <카와라자키 일족2(하원기가 일족2)>와
함께 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REIRA입니다.



<REIRA>는 엘프 사로 치면 <METAL EYE>와 비슷한 게임입니다.
근미래를 다룬 SF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동급생>, <워즈 워스>, <드래곤나이트4> 같은 명작 사이에 끼어 있던
<METAL EYE> 1편, 2편과 마찬가지로
REIRA도 <하원기가일족>, <노노무라병원사람들>, <애자매> 사이에 끼어 있다는 점입니다.

위의 세 편은 자타공인 고전 실키즈의 최고의 작품들입니다.
REIRA는 저 사이에 끼었음에도 어떻게 이토록 인지도가 없을까요?



REIRA는 SF물입니다. 2050년 쯤의 미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슬레이브돌이라는 이름의 인간형 안드로이드가 개발된 상태입니다.

이 슬레이브돌은 아이작 아지모프의 작품에 나오는 로봇들과 달리,
진짜 인간처럼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살인도 합니다.

이런 안드로이드의 범죄를 막기 위해
대안드로이드범죄과라는 걸 창설했습니다.
대안드로이드범죄과의 형사를 헌터라고 부릅니다.
주인공인 카노우 료의 직업은 헌터입니다.



이번 목표는 연쇄 살인을 저지른 슬레이브돌, 레이라입니다.
주인공은 레이라가 한 스크랩 공장에 드나든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주인공이 스크랩 공장에서 레이라를 추적해 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적인 스토리입니다.

여기까지의 설정만 보면 꽤나 재미있어 보입니다.


스크랩 공장에는 뭔가 수사쩍은 공장 오너와
공장 오너의 취미에 따라 여성 슬레이브돌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슬레이브돌 아리시아입니다.
주인공이 처음 공장에 찾아 왔을 때, 오너의 명에 따라
공장 곳곳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다 안내해 준 이후에는, 오너의 명에 따라 주인공에게
그렇고 그런 접대를 해 줍니다.

오너는 주인공에게 뇌물을 준다는 생각이었겠지만,
주인공은 (받을 건 다 받고 나서)이런 행동을 좋게 보지 않았고,
오너를 수상쩍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여러 면에서 메인 히로인 같은데,
중반부에는 은근히 비중이 없습니다.



사무실을 담당하는 슬레이브돌, 에리노아입니다.
쿨한 캐릭터입니다.
다른 장소와 달리 사무실에 도착하면, 반드시 그녀와 별 내용도 없는 대화를 해야만
다른 장소로 떠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지만, 귀찮습니다.
왜 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창고를 담당하는 아니스입니다.
오너의 명에 의해 주인공이 비밀 창고로 접근하는 걸 막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주인공이 비밀 창고로 들어가자
'주인공을 좋아했다'고 고백하면서 주인공을 다시 밖으로 내보냅니다.
하지만, 결국 오너에게 벌을 받게 되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다른 캐릭터와 달리
이 캐릭터는 중반부 이후, 별 이유도 없이 전혀 등장이 없습니다.
다른 캐릭터는 별 의미없어도 등장은 계속 했는데 말이죠.



소피아입니다.
매력적인 외모와 몸매로 오너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슬레이브돌입니다.

처음 공장을 방문할 때, 노크를 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게 된다면,
오너와 소피아의 서비스신을 볼 수 있습니다.
뭐, 굳이 그 때 안 봐도 게임 내내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용광로를 담당하는 메이입니다.
말괄량이에 츤데레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오너에게 유일하게 습격당하지 않은 슬레이브돌입니다.
아리시아와 소피아가 늘 그녀를 보호해 줬습니다.

주인공과는 처음에 티격태격했던 사이지만,
메이가 오너에게 습격 당하는 것을 주인공이 구해 준 이후로는
주인공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카린입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주인공에게 흥미를 가졌고,
주인공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대쉬해 오는 캐릭터입니다.


REIRA에는 이렇듯,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옵니다.
시대를 고려했을 때, 그래픽 역시 훌륭한 편이죠.


H씬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주인공과의 H씬과 오너와의 H씬입니다.

주인공과의 H씬 중에서도 특정 H씬은 포인트 클릭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 괜찮은 그래픽 등으로 H씬은 훌륭한 편입니다.
H씬만큼은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노노무라병원사람들>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에로게로서는 괜찮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드벤처 파트입니다.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많은 어드벤처 게임의 방식과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실키즈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과 달리
REIRA는 멀티 엔딩 시스템이 아닙니다.
큰 스토리 줄기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죠.

문제는 탐문 수사입니다.
방금 전에 나왔던 여러 캐릭터들을 심문하지만,
약간의 개그만 있을 뿐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게임 내내 하는 일이라고는
여러 캐릭터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몰라'라는 대답을 듣는 일 뿐입니다.

정말로 증인들이 아무 것도 모릅니다.
'레이라를 아니?', '별 다른 일은 없었니?', '지하실에 들어가는 방법을 아니?'
게임 내내 질문 할 거리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전혀 듣지 못합니다.

별 시원찮은 얘기를 듣더라도, 주인공이 추리해서 답을 알아낸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REIRA의 경우는 대부분 우연히 답을 알아냅니다.

레이라를 그렇게 찾아다녔지만, 레이라는 아무 조짐 없이 갑자기 튀어 나옵니다.
지하실에 들어가는 방법을 그렇게 묻고 다녔지만,
우연히 정전 한 번 일어나자 문이 열립니다.

이게 문제에요.
형태만 갖추고 있을 뿐 수사도, 추리도 형편없습니다.
플레이 타임은 쓸데없이 늘어나고, 긴장감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REIRA가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가진 최악의 문제점은,
바로 H씬입니다.

그렇습니다. 앞뒤가 안맞는 얘기입니다.
바로 위에서 REIRA는 훌륭한 H씬을 갖추고 있다고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과 타이밍이 뒷받침되지 않는 H씬입니다.

시스템적인 문제점은 역시 포인트 클릭 시스템 때문입니다.
H씬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게임 화면의 모든 포인트를 클릭해야 합니다.
한 포인트라도 놓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로서는 자신이 클릭하지 않은 포인트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계속 클릭해도 단계가 넘어가지 않아서
똑같은 화면을 10분정도 계속 보고 있던 적도 있습니다.

또한, REIRA에는 읽은 문장 스킵 기능은 없습니다.
컨트롤 키를 이용해서 문장을 스킵할 수는 있죠.
근데, H씬에서는 이게 안 먹힙니다.
어떤 키를 눌러도 문장이 스킵이 안 됩니다.
손에 쥐가 나도록 클릭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스템은, 앞의 포인트 클릭 시스템과 합쳐져 엄청난 마이너스 시너지를 냅니다.


H씬이 나오는 타이밍도 어이가 없습니다.

게임 후반부, 공장 오너가 살해 당하고 그렇게 찾아 헤메던 레이라가 갑자기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레이라를 추적합니다.
게임 내내 느슨하던 분위기가 드디어 긴장감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레이라를 찾아 이곳 저곳을 탐색하던 중, 메이를 만납니다.
메이는 주인공과 같이 수색하겠다고 하죠.
몇 번 수색하다가, 메이와의 H씬이 나옵니다.
긴장감이 훅 떨어집니다. 레이라 추적 안 하나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H씬은 쓸데없는 시스템으로 인해
엄청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겨우 고개를 내밀던 긴장감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메이와의 H씬 후, 주인공은 단독으로 수색합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레이라를 찾아냅니다.
레이라와 이 대화, 저 대화를 하다가 레이라가 또다시 도망갑니다.
이렇게 죽었던 긴장감이 겨우 살아나던 중,
아리시아가 등장합니다.

'설마, 안돼, 그건 아닐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아리시아의 H씬이 나옵니다.
레이라 추격따윈 포기해 버리고 싶어 집니다.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이 게임이 망한 이유입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왜 이렇게 긴장감을 끊어 먹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H씬을 빨리 넘길 방법을 모두 막아놓고,
가장 필요없는 시점에 넣어 놓았습니다.
H씬이 플레이어의 게임 몰입을 방해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스토리 상으로도 말이 안 됩니다.
공장은 폐쇄된 곳이 아닙니다. 나가려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습니다.
레이라가 공장 밖으로 도망가면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1분1초가 아까운 시점에 이렇게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죠?
답답하고 짜증납니다.

결말에는 약간의 반전이 있지만, 복선도 부족하고 충격도 덜 합니다.



총평하자면, 에로게로서는 높이 평가할 부분이 어느 정도 있지만,
형사물 어드벤처로서 치명적인 단점이 너무 많은 게임입니다.
내용은 그다지 없지만, 플레이 타임은 오래 걸리고, 재미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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