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1일 일요일

리뷰 : CRESCENT(1993/10/21,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CRESCENT>는 <프리미엄>시리즈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게임입니다.
애초에 <프리미엄3>로 개발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 에피소드를 모아 놓은 옴니버스식 게임입니다.
'마성의 사육제', '소녀탐정 보디어택', '박사의 보이지 않는 욕망',
그리고 '금단의 온천' 이 네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프리미엄>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에피소드에 괜찮은 스토리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어느 정도 스토리에 살이 붙었고, 개그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설정과 H씬이 전부인 게임입니다.
<프리미엄2>에 비해서 큰 발전을 한 것 같지 않습니다.


스토리 외적인 부분에서 발전된 부분을 찾는다면
포인트 클릭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에피소드를 선택하면 나오는 선택지입니다.
'마우스 커맨드 병용', '마우스 only', '그림을 본다'
이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림을 본다'는 CG감상입니다.

'마우스 커맨드 병용'은 기본적으로
<프리미엄>과 같은 명령 선택식 구조입니다.



'미도리를 본다', '사무소 안을 본다' 같은 커맨드를 클릭하여
스토리를 진행시켜 나가는 방식입니다.
포인트 클릭 방식은 H씬에서 잠깐 활용됩니다.



반면에 '마우스 only'를 선택하면 게임 내내 포인트 클릭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여자의 얼굴 옆에 보이는 저 돋보기가 마우스 포인트입니다.
저 포인트로 여자를 클릭하면 여자를 보는 것이고,
배경을 클릭하면 배경을 보는 것이죠.

포인트 클릭 방식에 대해서는
<ELLE>을 리뷰하면서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CRESCENT의 포인트 클릭 방식 도입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포인트 클릭 방식을 처음 도입했던 <ELLE>은 이미 2년전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CRESCENT의 특이한 점은
'마우스 커맨드 병용'의 명령 선택식과 '마우스 only'의 포인트 클릭식의
스토리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은 에피소드라도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집니다.
단지 텍스트만 약간 변경되는 정도가 아니라 설정이 달라집니다.

저 위에 보이는 여성의 경우 명령선택식일 때의 이름은 '미도리'이지만,
포인트 클릭식일 때의 이름은 '치나미'입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이름까지 다릅니다.



'마성의 사육제' 에피소드입니다.
명령 선택식일 때는 왕성을 마녀에게 빼앗긴 왕자가
성을 되찾기 위해 성으로 잠입하여 마녀와 싸우는 스토리입니다.
근데, 포인트 클릭식일 때는 마녀에게 속은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설정이 완전히 변해버렸습니다.


애초에, CRESCENT가 스토리가 거의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두 방식에 의한 스토리 변화가 큰 재미를 주지는 못합니다.
스토리는 변화했지만 CG는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사실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독특한 시도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게임 전에 마우스를 사용할 지, 키보드를 사용할 지를 선택하는 게임은 많았지만
두 선택에 의해 게임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마성의 사육제' 에피소드는 양 방식에 따른 스토리 변화가 가장 큰 작품입니다.
명령 선택식인 왕자 편은 개그가 가장 뛰어난 작품입니다.



'소녀탐정 보디어택'은 탐정이 인질이 된 아가씨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인질 아가씨를 구하기 위해 자기 조수를 대신 인질로 하는 등,
정신없는 내용입니다.

제목이 소녀탐정으로 되어 있는데, 탐정은 남자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박사의 보이지 않는 욕망'은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개발한 박사의 이야기입니다.
투명인간이 되어서 여자기숙사에 잠입합니다.



'금단의 온천'은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이 어떤 여관을 발견하고, 거기서 묵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네 에피소드 모두, <프리미엄>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내용이 없어 아쉽습니다.


총평하자면, 역시 아쉬운 게임입니다.
멋진 그래픽과 빈약한 스토리라는 초반 실키즈 게임의 공통적인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만의 독특한 시도가 엿보이는 점에서
<프리미엄>처럼 남는 게임을 모아서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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