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3일 일요일

리뷰 : 벚꽃의 계절(1996/4/26, 티아라)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Jast의 자회사 중 하나였던 티아라의 <벚꽃의 계절>입니다.
현재는 별 인지도가 없는 게임이지만,
적당히 재미있는 러브 코미디 학원물 전개와 검증된 캐릭터의 투입으로
당시에는 꽤나 화제가 되었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단순한 명령선택식 어드벤처입니다.
중간중간에 중요한 선택지도 있고 각 캐릭터들과 호감도를 쌓아 나가며
호감도에 따른 개별 엔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에로게와 비슷한 시스템인데
96년도쯤되면 이런 시스템의 게임이 이미 많이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아직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만능 스포츠맨입니다.
선배, 후배, 동급생 가릴 것 없이 여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을
자신들의 부로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오른쪽부터 야구부의 매니저 키요미, 테니스부의 미오, 수영부의 레이코입니다.



학원물에는 빠질 수 없는 클래스메이트, 세이아와 메이미입니다.



주인공의 반으로 전학오게 된 루리입니다.



주인공의 담임인 쿄코와 후배인 아키입니다.


뭐 대충 이런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러브 코미디물로,
스토리는 딱히 훌륭한 점은 없지만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평범한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당시 상당히 주목받았던 게임입니다.
그 이유는 캐릭터 때문이죠.

90년대에 KBS, SBS의 애니메이션을 보셨거나,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제가 오늘따라 캐릭터를 강조하는 이유를 벌써 눈치채셨을 지도 모르겠군요.





SBS에서 방영한 <마법기사 레이어스>, 
<천사소녀 네티>라는 이름으로 KBS에서 방영된 <괴도 세인트테일>, 
그리고 말이 필요없이 아직도 유명한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당시 인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대놓고 표절했습니다.
'벚꽃의 계절'이 아니라 '벚꽃의 표절'입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이나 에로게의 캐릭터를 완전 새로 창조한다는 건 힘든 일이죠.
이미 엄청난 수의 캐릭터가 존재하고
지금도 수많은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환경에서
어떻게 완전 새로운 외관이나 개성을 창조해 낼 수 있겠습니까?

부분적으로라도 어딘가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를 만들거나
아니면 참신함에 집착한 나머지 억지스러운 개성을 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잘 만든 작품같은 경우는 어디선가 본 듯한 개성이라도
어떻게든 모티브가 된 캐릭터의 색깔을 최대한 숨기고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 내려고 합니다.

반면에 이 게임이 비판받는 이유는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없이
원 캐릭터들의 인기에 편승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 내내 모든 힘을 다해 외치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의 표절을 알아 주세요'라고 말이죠.
단순히 외관과 성격이 비슷한 것뿐만이 아니에요.



<마법기사 레이어스> 3인방입니다.
다른 애니메이션 표절 캐릭터도 있는데 굳이 이 셋이 붙어 다닙니다.
제작자들이 외관과 성격을 표절한 것만으로는 
자신들이 한 표절을 알아채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괴도 세인트테일>의 미모리 세이라 표절 캐릭터같은 경우는
아예 수녀복을 입혀놨어요.
아예 세인트테일 표절 캐릭터와 함께 
매일 밤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 달라는 기도까지 하지 그랬나요.



사실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니시노 쇼코라는 이름인데 저는 오랫동안 이 캐릭터가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의 이나바 쇼코의 표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애천사전설 웨딩피치>의 포타모스의 표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군요.
아무튼, 표절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게 치사한 짓을 벌인 티아라는 그 후에 어떻게 됐을까요?
표절을 이유로 법의 철퇴를 맞고 엄청난 배상을 했을까요?
아니면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반성하게 되었을까요?
티아라가 만든 다음 작품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벚꽃의 계절의 다음 작품인 <마법소녀 파라다이스>입니다.
캐릭터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탓이 아닙니다.
티아라는 법의 철퇴도 반성도 없이 또 표절을 한 거죠.



총평하자면, 지금은 동인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의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 자체는 큰 비판을 할 부분이 없는 무난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원작 팬들에게는 표절 캐릭터를 등장이 플러스가 될 수 있고,
어떤 팬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겠죠.

KBS에서 <천사소녀 네티>를 재밌게 봤던 제 의견을 말하자면,
세월이 지난 게임에 도덕적인 비난을 할 생각은 딱히 없었지만
그렇다고 익숙한 캐릭터들의 등장이 딱히 플러스는 아니었습니다.

댓글 1개:

  1. 노아//
    CG감상 메뉴는 당시 메이저한 회사들도 늦게까지 도입 안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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