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천사들의 오후2 ~미나코~>는 1편 발매 2년 후인 87년도에 발매되었습니다.
87년도에도 여전히 Jast는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회사였고,
여성 주인공에,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에로게였습니다.
시스템은 여전히 명령 입력식이었습니다.
전작 리뷰에서 85년도에 이미 명령 선택식 어드벤쳐가 존재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87년도에는 이미 명령 선택식이 대세가 되었고요.
천사들의 오후2의 시스템이 발전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단순한 이동조차도 '오른쪽 간다' '뒤 간다' 같은 명령어를 입력했지만,
2에서는 방향키만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명령 입력식입니다.
시대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픽 좋은 H씬을 계속 보여주는 것 이외에는 별 가치없는 수준의 게임입니다.
전작에 비해 거의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연이어 88년도에 나온 <천사들의 오후2 번외편>입니다.
다행히도 이 게임부터는 명령 선택식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편의 번외편은 남는 CG 전시회에 불과했지만,
2편의 번외편은 상당히 잘 만든 작품입니다.
이 번외편이야말로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의
최고 작품이라고 평하는 분도 있을 정도입니다.
천사들의 오후2에 등장하는 모두들 동경하는 코즈에 선배입니다.
2편에서 코즈에에게 복잡한 가정사정이 있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그 가정사정이 번외편에서 밝혀지는 겁니다.
번외편의 주인공은 코즈에의 의붓오빠입니다.
주인공과 코즈에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이지만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진지한 연애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지만 옛날 게임이니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 역시 주인공이 만나는 여자마다 다 H씬이 있어요.
시대의 요구가 그랬기는 하지만 지금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어색한 느낌이 계속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칭찬할 부분은 스토리가 당시 기준으로 좋다는 점도 있지만
본편 스토리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번외편으로 정리하려고 한 점입니다.
단순히 남은 CG 처리나 인기있는 게임 우려먹기가 아니고
게임 세계관 내의 다른 시점을 보여주려 한 시도가 마음에 듭니다.
89년도에 발매된 <천사들의 오후3 ~리본~>입니다.
시리즈의 인기는 여전했지만 평가는 갈리는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도 별 볼일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래픽이 훅 가버렸다는 겁니다.
Jast는 순전히 그래픽으로 승부를 본 회사였기 때문에 논란이 더 심각했습니다.
89년도에는 엘프 사의 <드래곤나이트>나
페어리테일 사의 <맑은 뒤 큰 소동>이 발매된 해였습니다.
안 그래도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그림체가 망가지는 큰 실수를 저지른 거죠.
다행히도 90년에 발매된 <천사들의 오후3 번외편>에서는
그림체가 다시 훌륭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때 이름이 알려졌던 천사들의 오후는
이 천사들의 오후3 번외편을 말하는 것입니다.
'1편'이나 '2편 번외편'같은 혁신적인 점은 없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천사들의 오후는 이것밖에 없었고
그때 당시의 게이머들에게는 나름 파격적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번외편이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3편 본편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차라리 제목을 4편으로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과 <천사들의 오후4 ~유우코~>의 시점에
사오리 사건이 터집니다.
당대 에로게를 대표했던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는
문제의 <사오리 ~미소녀들의 관~>과 아무 관계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게임들을 제치고 적폐 대표로 찍혀버린 겁니다.
한바탕 피바람이 불었던 Jast가 93년도에 발매한
<천사들의 오후3 번외편 '반성판'>입니다.
'반성판'이라는 부제가 참 어이없습니다.
이 게임이 당대 다른 게임보다 더 과격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닙니다.
반성판도 결국 모자이크 처리만 되었을 뿐이죠.
91년도에 발매된 <천사들의 오후4 ~유우코~>입니다.
마찬가지로 사오리 사건에서 저격된 게임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서스펜스물로 전환되었습니다.
원래부터 별 스토리가 없던 시리즈이기 때문에
장르가 자유자재로 변환됩니다.
Jast가 더 이상 그래픽만으로 버틸 수 없게 된 시점이기도 합니다.
별 스토리없이 H씬만 쏟아내는 게임으로는
더이상 다른 게임들과 경쟁이 안 되었던 거죠.
문제는 이런 소재를 다뤄도 다른 게임들과는 경쟁이 안 되었다는 겁니다.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는 사오리 사건 이후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과격한 CG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스토리였습니다.
먼저 그리고 싶은 원화부터 그리고 그 후에 대충 스토리를 끼워맞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도 않는 게임들을 발매했습니다.
이 이후에도 시리즈는 계속 나왔지만
전부 쓰레기같은 게임들뿐이었고 굳이 다 소개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을 내자면, 천사들의 오후 시리즈는 그래픽만 좋은 회사가 망하는
전형적인 순서를 그대로 밟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오리 사건때문에 몰락했다기에는
사오리 사건의 직접적인 대상이었던 페어리테일 사는 여전히 잘 나갔죠.
천사들의 오후 초기 시리즈의 업적은 대단했지만
사실 계속 이어나갈만한 시리즈는 아니었습니다.
시리즈끼리의 연결점을 만들었다면 좀 더 수명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천사들의 오후 3 번외편"은 IBM PC용 DOS로 출시된 적이 없고 PC-88이나 PC-98용 버전이 비공식적으로 변환되어 퍼지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이와 관련하여 누가/언제/어떻게 만들었는지 등 알고 계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글삭제tomyun//
답글삭제죄송합니다. 저도 pc통신 시절에 에로게를 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도스게임은 변환이나 번역이 어떤 경로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