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9일 일요일

리뷰 : 엽기의 함 시리즈 그 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엽기의 함 시리즈는 리메이크를 제외하면 총 네 편이 나왔습니다.
이미 <엽기의 함>과 <엽기의 함 제2장>은 리뷰했죠.
이래저래 비판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둘 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펭귄 워크스라는 회사에서 발매된 두 작품입니다.
<엽기의 함 제3장> 1999년 11월 26일 발매
<엽기의 함 제4장> 2002년 8월 9일 발매

두 게임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재미도 없고, 할 말이 많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꽤 화제가 되었던 이전 두 작품과 달리 3장과 4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원화가 요코타 마모루를 비롯하여
이전 스탭들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른 건 모르겠고 원화가가 바뀐 게 가장 컸죠.
원화가만 똑같았어도 욕은 먹겠지만 판매량은 좋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3장, 제4장 모두 전작에서 특별하게 계승된 게 없는 작품입니다.
노골적으로 이름빨만 받겠다는 작품이었죠.



엽기의 함 제3장입니다. 이번 무대는 방송국입니다.
주인공은 드라마 제작을 꿈꾸는 프로듀서 유망주입니다.
근데 방송국에 취직하자마자 사장이 부릅니다.



시리즈 전통의 여사장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의 꿈 이런 건 관심도 없고 주인공을 뽑은 이유는 모 사건의 수사를 위해서입니다.



방송국의 인기 리포터 사에코가 말려든 사건을 수사하라는 내용입니다.
뭐에 말려들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말려든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왜냐?
방송 도중에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고, 몸을 비비꼬고 합니다.
이 리뷰를 보시는 주요 독자분들은 벌써 대충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셨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세히는 설명할 수 없지만 요약하자면,
방송국 어딘가에 있을 리모컨 들고 있는 사람을 찾아야 되는 겁니다.

이걸 알아채다니 정말 명탐정이로군요.
다른 게임들에서는 리포터가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요.'라고 하면
스탭들이나 시청자가 다들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던데요.



같이 수사를 하는 견습탐정으로 이름은 에리입니다.
아침에 치한에게 당하는 걸 도와줬더니 오해하고
주인공을 발로 차버린다는 뻔한 클리셰로 만나는 캐릭터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방송국을 돌아다니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이 캐릭터 저 캐릭터를 만나고 다니는 게 주요 시스템입니다.
시스템 자체는 좋은 점은 없지만 딱히 비판할 내용도 없군요.



대체 범인의 마수가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댄스 아이돌 중 한 명도
방송 중에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돌은 방송중에 쓰러지기까지 합니다.
이렇게까지 무리시키다니 범인이 안 들키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3장의 내용은 살인범 찾기가 아니라 파렴치범 찾기인가 하는 도중에
쓰러진 아이돌이 사망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 역시 살인사건이었던 거죠.

그리고 뭐, 살인범보다 나쁜 방송국 내부의 수많은 변태들과
파벌 싸움에 휘말리면서 살인범을 찾아다닌다는 내용입니다.

이 게임 역시 추리물로서 비판점이 많이 보입니다만
가장 비판하고 싶은 부분은 또 멀티엔딩입니다.
저는 1장, 2장에 멀티엔딩의 활용방식에 대한 비판을 가한 적이 있는데
3장도 그렇습니다.



이 게임의 진범은 루트에 따라 달라집니다.
범인이 두 명인데 둘이 공범이 아니라, 
루트별로 다른 전개를 보여주며 범인이 달라지는 방식인 거죠.
굉장히 기발한 방법입니다만, 정말 다루기 어려운 전개방식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범인은 달라지는데, 
그 두 스토리가 유의미한 차이를 거의 안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공통적인 부분이 많을 뿐더러
범인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부분까지 별 차이가 없으니
스토리가 앞뒤가 안 맞는게 아닌가하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나쁜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도 전작에 비해 많이 딸리지만
그냥 저냥 할만한 수준은 됩니다. 세간의 평가와 달리 완전 쓰레기까지는 아니에요.
오히려 '엽기의 함'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지 않았다면
그다지 비판받지 않았을 게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난한 게임입니다. 제4장에 비하면요.



엽기의 함 제4장의 무대는 아마추어 만화 전시회입니다.
작품 내에서 코믹 갤러리라고 불립니다.
주인공은 대학생으로 코믹 갤러리에서 자원봉사 경비를 하기로 합니다.



또다시 빠지지 않은 시리즈 전통의 여사장 캐릭터입니다.



주어진 시간내에 이런 저런 장소를 방문하는 시스템도 여전하죠.

전작들과 비슷한 건 이것뿐입니다.
추리물 전개도 부족하고, 스토리의 깊이도 부족하고, 잔인한 CG도 없고,
분위기도 너무 가볍게 흘러서 이걸 왜 엽기의 함 시리즈에 포함시켰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입니다.



글쎄요. 이렇게까지 시리즈를 연장하는 게 과연 상업적으로 이득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주요 장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엽기의 함 느낌이 안 들어요. 
엽기의 함의 성공 포인트를 전혀 캐치하지 못하고 제작된 게임입니다.


총평하자면, 도스 시절에서 윈도우 시절로의 전환, 주요 스탭 변경 등의 문제가 겹치며
3장과 4장은 시리즈가 계속 되는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책임을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책임을 다 하지 못했고 엽기의 함 시리즈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3장과 4장이 나오지 않았다면, 진설 엽기의 함 시리즈가 나올 때,
시리즈가 계속 유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여러 모로 시리즈 팬들에게는 민폐인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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