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8일 일요일

리뷰 : 번개전사 라이디 1&2(ZyX)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ZyX, 직스라고 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때, 진짜로 한 때만 좋아했던 회사인데
이 회사의 작품 중 하나인 <음내감염2>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저는 출처 불명의 루머인 <음내감염3> 발매를 믿었고 
그로 인해 ZyX를 계속 눈여겨 보았지만 <음내감염3>는 아무 소식도 없었습니다.
딱히 마음에 드는 다른 게임도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ZyX는 제게 있어 금방 잊혀진 회사가 되고 말았죠.



<번개전사 라이디> 시리즈는 ZyX의 게임 중에서도 흥행했던 시리즈였습니다.

1994년 9월 20일 <번개전사 라이디>
1995년 12월 22일 <번개전사 라이디2>
2012년 10월 26일 <번개전사 라이디3 ~역습의 사신관~>
2015년 3월 27일 <라이디 3.5 ~포레스 위기일발~>

리메이크와 재판매가 많았던 게임이지만
정식 신작은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리메이크가 많았기는 하지만 3편은 17년만의 속편입니다.

<컁컁 바니>시리즈를 리뷰할 때,
14년만의 속편인 <투신도시3>가 <컁컁 바니> 시리즈 다음으로
가장 오랫만에 나온 속편이라고 설명드렸던 적이 있는데
잘못된 정보였습니다.
<번개전사 라이디> 시리즈가 더 오래됐네요.

착각한 이유는 3편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리뷰를 쓸 때만 잊고 있었던 게 아니라 최근까지도 잊고 있었어요.
이번에 검색해 보고 기억났습니다.

저는 3편과 3.5편은 플레이하지 않았고,
PC-98 시절의 1,2편과 그 리메이크만 플레이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1편과 2편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번개전사 라이디>입니다.
번개를 다루는 여전사 라이디가 주인공이죠.
잡혀간 마을처녀들을 구하기 위해 탑을 모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3D 던전형 RPG게임으로 당시에 많이 나왔던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던전에는 여성형 몬스터들이 등장합니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옷이 벗겨지며 야시시한 CG가 나오죠.



총 여섯 개 층으로 이루어진 탑을 모험합니다.
일단은 미니맵이 있으나 그냥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각 층 보물상자에서 지도를 따로 찾아야 볼 수 있습니다.
지도를 찾기 전에는 미니맵 대신 좌표를 보고 미로를 헤메야 합니다.

RPG로서의 번개전사 라이디는 꽤 비판을 많이 받는 편인데
밸런스가 엉망인 탓이 큽니다.
특히, 필살기를 사용할 때, MP 절반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MP가 너무 빨리 소모될 뿐더러, 효율성도 의문이 듭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더 큰 문제는 바로 미로찾기입니다.
공략집 없이 플레이하기에 상당히 짜증나는 시스템입니다.
틀림없이 직선길로 똑바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돌아서 가고 우회전하고 전혀 다른 장소로 워프하고 지 마음대로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버그인줄 알았어요.

3D 던전에서 이런 트랩이 있는 게임은 많습니다.
근데 이 게임은 3D맵, 미니맵 그 어디에도 전혀 함정이라는 표시가 없고,
뭔가 이상하다는 대사 한 마디도 없어요.
1층부터 6층까지 모든 벽이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도 없습니다.
좌표를 일일히 보면서 진행하지 않는 이상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마냥 헤메는 겁니다.


또, 게임 진행상 막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벽을 통과해서 가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아무 표시가 없습니다.
게임 진행이 갑자기 막혔다하면 모든 의심가는 벽에 
일일히 부딪혀 가면서 통로를 찾아야 돼요.

어떻게든 숨겨진 벽을 찾았다면 그 벽이 어떤 벽인지 꼭 기억해둬야 합니다.
찾아낸 이후에도 그 벽이 3D맵, 미니맵 그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아요.
만일, 그 벽이 어떤 벽인지 까먹는다면 또다시 의심가는 벽에
죄다 부딪혀 가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각 층에는 여성 보스가 존재하는데
마을 처녀들을 성고문하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보스들에게는 각각 약점이 있기 때문에,
보스를 만나기 전에 약점을 알아내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전투도 못해 보고 당하게 됩니다.

약점을 모르거나, 전투에서 패배하면 라이디가 붙잡혀 고문당하게 됩니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마을처녀를 구하고 라이디가 보스를 고문하죠.


라이디가 함무라비 대왕과 같은 지역 출신이었는지 
철저하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을 고집합니다.
패배한 보스들은 처절한 고문을 당하면서 용서해 달라고 소리치지만,
냉정한 라이디는 '넌 아무리 빌어도 그만두지 않았잖아.'라는 논리로 
끝을 볼 때까지 고문합니다.



RPG로도, 스토리로도 다소 애매했던 이 게임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여전사 라이디가 고문하고 고문당하는 SM플레이 씬 때문입니다.

21세기가 되어서는 이런 종류의 게임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여전사나 여병사나 여해적이나 발키리나 공주기사나 대마인 등등
싸우는 히로인과의 과격한 H씬이 들어있는 게임 말이죠.
이 시기에도 싸우는 히로인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과격한 씬은 그 수요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리메이크를 플레이한 분들 중에는
라이디 시리즈가 왜 인기있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평가를 하시는 몇 분을 보았는데
게임 자체가 월등히 뛰어 났다기보다는
그 시대에 블루오션이었던 소재를 잘 활용했던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년 후에 발매된 번개전사 라이디 2입니다.
이렇다 할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없던 전작에 비해
부족했던 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RPG파트부터 살펴 보면, 일단 미니맵은 오토매핑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주인공이 걸어다닐 때마다 미니맵이 완성되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전작과 달리 실시간으로 미니맵을 볼 수가 없고
미니맵 버튼을 눌러 따로 켜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미니맵 외에는 대체로 전작의 단점들이 많이 개선되었는데
레벨 밸런스도 괜찮아 졌고, 
필살기도 정해진 MP를 쓰고 충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살짝 짜증나는 부분은 던전에 빈 방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문에 들어갈 때마다 위에 화면과 같이 
'보다', '생각하다', '이동' 명령어가 뜨는 빈 방이 나옵니다.
1개층에 이런 방이 열 몇 개가 나오는데,
그 중 많아야 방 하나 정도에서 아이템이 나오고 나머지는 전부 쓸모가 없어요.

'보다'를 선택하면 그냥 빈방이라고 나오고, 
'생각한다'를 선택하면 별 소용없는 생각만 합니다.
어쩌다 한 번씩 아이템이 나오니 
'보다'나 '생각한다'가 쓸모없다는 걸 알지만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어요.
그러다 보니, 게임 흐름이 너무 자주 끊깁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3D맵을 걸어 다니게 만드는 걸로 충분한데,
굳이 빈 방을 만들 필요가 없잖아요.
제작자가 굳이 고생고생해 가며, 플레이어를 귀찮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많이도 만들었습니다.
몇 걸음 걷다가 빈 방, 또 몇 걸음 걷다가 빈 방, 이런 식입니다.
공실률이 너무 높아서 건물주가 걱정이 될 정도에요.



스토리는 전작과 비슷하게 납치된 마을 처녀들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납치범인 도적단을 깨부수고, 도적단에게서 노예를 사들이는 흑막을 추적하게 되죠.
스케일이 점점 커지며 종교단체 및 신과의 전투까지 벌어집니다.



여전히 게임의 인기는 고문하기/당하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를 주려는 시도만큼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총평하자면, 지금 이 시점에는 훨씬 좋은 대체재들이 많은 게임입니다.
오랜만에 1,2편을 잡았지만 굳이 3편을 구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안 들었는데
그만큼 매력이 애매합니다.

대체재가 많다는 사실을 제쳐놓고 생각하면 
게임 자체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라이디가 당하는 장면보다는 하는 장면이 더 좋아요.
제가 만일 94, 95년도에 이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굉장히 마음에 드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4개:

  1. 리뷰 잘 봤습니다. 안해봤지만 드래곤나이트 초창기 작품을 90년대 느낌으로 새로 만든 느낌이네요. 던전 rpg에 에로를 섞는다는 원초적 로망은 저도 항시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인데 게임성과 작품성 모두가 걸출한 성인용 rpg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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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리뷰 잘 읽었습니다. 질문 하나 있는데요, 리프사의 게임을 리뷰할 때, 대표작인 시즈쿠와 키즈아토를 리뷰할 생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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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np21//
    리메이크는 편의성 개선이 아쉬웠습니다.
    귀찮은 부분의 여전히 많더라고요.
    북미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던데
    북미에서 통하는 매력이 뭔지 궁금하네요.

    feveriot//
    개인적으로는 해당 스타일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건
    앨리스소프트의 란스6이나 GALZOO아일랜드입니다.
    벌써 15년전 게임들인데 그 이상의 게임을 못 본 것 같네요.

    niu67//
    필스노운, 시즈쿠, 키즈아토 세 작품을 리뷰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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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미에서 라이디 리메이크가 인기가 있있던 이유 바로 그림체 아닐까 싶었어요. 미국에는 일본애니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라이디에 대한 북미 평가를 찾아봤는데요, 시스템이 좋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북미에는 라이디보다 훨씬 나은 게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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