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4일 일요일

리뷰 :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1)(1994/1/28,HARD)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HARD사는 1986년도부터 에로게를 발매했던 업계의 큰 어른 중 하나였습니다.
HARD사를 대표하는 시리즈는 <신나는 아야요씨>시리즈로
무려 다섯 편이나 발매되었습니다.

HARD사가 80년대에 발매한 게임들은 호평을 받기도 했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HARD사의 게임들은
호불호가 갈리거나 평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HARD사는 95년도에 마지막 게임을 발매한 후,
사실상 해산 상태가 됩니다.

저는 원래 HARD사의 리뷰를 한참 전에 계획하고 있었습니다만
결국 PC-98 에로게 리뷰의 맨 마지막으로 미루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HARD사가 최근에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도 10월에 <신나는 아야요씨> 2편 복각판이 발매되었죠.

HARD사의 부활과 함께 사람들은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의 복각판이 발매될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HARD사의 리뷰를 마지막까지 미뤘던 이유도
그 복각판을 기다렸기 때문이죠.
안타깝게도 제가 기다리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을 것 같아서
결국 한 발 앞 서 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는 94년도에 발매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매 당시에는 판매가 잘 안 되었다고 합니다.
훗날, 높은 평가를 받기는 했습니다만 그건 나중 일이었죠.
판매 당시 온당한 평가를 받았다면 HARD사의 수명이 좀 더 길어졌을 겁니다.



무대는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 사는 '파라이소'라는 가상의 혹성이며,
주인공은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입니다.
이 게임은 배우 및 스탭들을 모아서 영화제작을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죠.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시네마하우스의 오너가 방향을 알려줍니다.
우선, '원작자'와 '각본가'를 영입하라고 하는군요.



카페나 레스토랑 등을 돌아 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반응해 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꾸준히 말을 걸어야 겨우 대답하는 사람도 있죠.
초반에는 다른 스탭들은 찾기 쉽지만,
원작자를 찾는 건 비교적 어렵습니다.
원작자들이 대체로 늦게 등장하게 시스템이 짜여져 있죠.


원작자는 기본적으로 다섯 명이 있습니다.
여러 장르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호러물', 'SF물', '연애물', '포르노' 등 대체로 한 장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죠.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은
누구의 어떤 원작이 대박을 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비싼 원작이라고 무조건 대박인 것도 아니고,
싸다고 해서 절대 대박치지 못하라는 법은 없죠.

어떤 원작의 경우는 각본가가 각색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스토리가 본인이 다루기 힘든 작품이기 때문이죠.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원작, 호러물 <사랑스러운 사람>의 경우는
각색하겠다고 나서는 각본가가 단 두 사람뿐입니다.
게다가 다행히 각본가를 잘 만나 각색을 한다고 해도
대박을 치기 힘든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멋도 모르고 구매한 플레이어는 원작 값 50만 골드를 날리게 되죠.

다행히도, 원작은 여러 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뭐가 대박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이것 저것 다 구매하시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원작을 구했다면 다음은 원작을 각색할 각본가가 필요합니다.
각본가는 총 아홉 명이 있는데
원작자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연애물' 전문이나 '서스펜스물', '포르노' 전문 각본가 등이 있죠.
같은 원작이라도 어떤 각본가에게 부탁했느냐에 따라서
구체적인 묘사가 달라지게 됩니다.
같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도 '연애'를 강조할 수도 있고,
'호러'를 강조할 수도 있는 거죠.

그냥 묘사 정도가 바뀐다면 양반입니다.
아예, 원작 파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국을 강조하는 각본가는
어떤 원작이라도 '밀리터리'와 '애국주의'를 영화에 끼얹어 버리기도 하고,
어떤 작품이든 냅다 포르노로 바꿔 버리는 각본가도 있으며,
예술을 하겠답시고 영화를 혼돈의 카오스로 바꿔버리는 작가도 있습니다.

각본가의 경우는 한 명에게 일단 부탁을 했다면,
다른 각본가에게 부탁은 불가능하고 내용이 어떻든
그 내용으로 영화를 찍어야 합니다.
좋은 각본가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어떤 원작에 어떤 각본가가 어울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이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장르에 어울리는 원작도 있고,
단 한 장르에만 어울리는 원작도 있습니다.
대히트를 노리지 않는다면, 원작을 냅다 포르노로 바꿔 버리는 재미도 가능하죠.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애국주의'를 중시하는 각본가하고는 절대 일하지 마세요.
대박치는 경우가 전혀 없으며, 영화 내용도 쓰레기입니다.
심지어 게임이 멈추는 버그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각본가가 각본을 쓰는데는 열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영화를 촬영할 스탭들을 모아야 합니다.
필요한 건 조연, 조감독, 카메라담당, 미술담당, 음악담당, 어시스턴트입니다.

조연은 연극단을 통째로 영입하는 방식입니다.
'파워 멀티플라이', '가이아사', '전광'의 세 연극단이 존재합니다.
출연료 차이가 있기는 한데, 실력 차이는 그만큼 크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연극단의 특색을 파악하는 겁니다.
일례로, '가이아사'같은 경우는 나이대가 많은 배우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학원물을 찍을 때는 고용해서는 안 되는 거죠.


나머지 스탭들은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저는 대체로 실력보다는 인성을 중요시하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촬영시에 분탕을 치는 스탭들은 쳐내야 합니다.
싸움질하느라 촬영이 진행이 안 되는 경우까지 있어요.

조감독 같은 경우는 초반에 강제 선택하게 되는 '프레드릭'이 가장 좋습니다.
유능하고 인성 좋은 조감독인데 8월쯤에 군대를 가 버립니다.
그 후, 실력도 없고 싸움질만 잘 하는 조감독들을 보고 있으면
프레드릭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음악담당같은 경우는 같이 작업하지 않기 때문에
딱히 인성은 볼 필요가 없습니다.
주의할 점은 음악가는 횟수 제한이 있고,
약물 복용같은 사고를 쳐서 떠나는 음악가가 많다는 점입니다.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떠나는 음악담당들이 누군지 잘 파악하고
떠나기 전에 고용해서 뽕을 뽑아야 한다는 거죠.

어시스턴트는 무조건 B팀만 사용했습니다.
A팀과 C팀은 싸움을 너무 많이 해요.
어시스턴트 주제에 감히 싸움이나 하냐같은 소리를 할 생각은 없지만
한 타임에 세, 네 번씩 싸우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하루 종일 싸움만 하다 끝납니다.

마지막으로 '주연' 여배우가 필요합니다만
그건 다음 리뷰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스탭들을 전부 모으면 영화를 촬영하게 됩니다.
먼저 스케쥴을 짜는데 S, M, L은 짧은 장면, 중간 장면, 긴 장면을 의미합니다.
스탭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회식 일정도 짜야 합니다.
또한 회식한 다음 날은 피곤하기 때문에 촬영을 쉬어야 하죠.
스탭들의 피로와 불만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스케쥴을 짜야 합니다.

스케쥴은 조감독이 초안을 짜주는데,
변경할 수 있기는 하지만 변경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군부대 선전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는 군인이 조감독을 하게 됩니다.
군인 조감독같은 경우는 회식 후에도 쉬는 날 없이 촬영을 강행하죠.
피로와 불만이 관리가 안 되서 영화 완성도는 개판이 나버리지만,
어차피 군부대 선전 영화는 망해도 
정해진 돈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스케쥴을 변경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케쥴을 다 짠 이후에는 촬영 모드입니다.
촬영하면서 각 스탭에게 '격려'나 '연출지도' 등을 할 수도 있고,
'휴식'이나 '스케쥴 변경', '촬영 포기'도 할 수 있습니다.
한 장면을 다 촬영한 후에는 완성도가 퍼센트로 표시되죠.

완성도는 스탭들의 역량 외에 '불만', '피로'의 영향을 받습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격려나 연출지도를 할 수도 있고 
같은 장면을 다시 찍을 수도 있죠.

이 게임을 처음 하시는 분들은
거장 영화감독 빙의해서 같은 장면을 '이건 아니야' 하면서
몇 번이고 다시 찍을 수도 있는데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그렇게 하면 불만, 피로도가 관리가 안 됩니다.
완성도가 오히려 떨어지게 되죠.



또한, 특정 장면에서는 어떻게 연출할지 선택지를 통해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면 분위기에 맞는 연출을 선택해야 하죠.
무서운 장면에서 뜬금없이 웃으라고 하는 선택지도 있고,
세트 만들기가 귀찮다고 적당히 하는 선택지도 있으며,
의미 없이 여배우를 벗기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직접 만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원작', '각본', '주연', '조연', '연출'에 따라 영화가
세세하게 달라지게 되죠.
이런 점을 특히 신경써서 제작했기 때문에 다양한 패턴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두 달에 한 번 꼴로 영화를 찍게 됩니다. 
영화를 찍어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다시 영화를 찍는 거죠.


이 정도가 이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입니다.
다양한 조합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결과물을 감상할 수 있죠.

영화를 꼭 잘 찍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영화를 아예 안 찍는 플레이도 가능해요.
영화를 1년 동안 촬영하지 않으면
주인공이 군대에 끌려가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영화가 히트치고, 감독상을 받는 것도 이 게임의 재미입니다만
이 게임은 결국 에로게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단순히 포르노 영화를 찍을 수 있고,
여배우를 의미없이 벗길 수 있어서 에로게인 게 아니죠.
실제 게임 플레이할 때는 더더욱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 소개한 기본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세부적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과
주인공이 여배우와 어떻게 이어지는가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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