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1일 일요일

리뷰 :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2)(1994/1/28,HARD)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는 처음 플레이하는 분들께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정은 빡빡한데 스탭을 모으는 일이 진척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1월 1일에 게임이 시작되어 첫 영화를 2월 28일에 상영하게 되는데
영화 찍는 날짜를 고려하면 늦어도 2월초까지는 스탭들을 모아야 합니다.
시작 시점에서 주인공은 아는 사람이 전혀 없습니다.
여러 장소를 돌아 다니며,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해야 하죠.

이런 초반부에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은 시간관리와 체력관리입니다.
시간의 경우는 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만 해도 30분,
이동할 때는 최소 한 시간이 소요되어,
아무 성과도 없음에도 몇 시간이 후딱 가 버립니다.

체력의 경우는 이동할 때 소모되는데, 
1월 1일부터 열흘 정도는 대다수의 가게가 휴가 중입니다.
이동 하는 곳마다 휴가이다 보니 계속 이동만 하게 되고,
계속 이동만 하면 체력이 금방 바닥나 버리고,
바닥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주인공은 무려 26시간을 잡니다.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리죠.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의 일정은 생각보다 빡빡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휴식시간을 잘 조절하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죠.
2월달에는 영화를 안 찍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1년동안 내내 영화를 안 찍는다면 배드엔딩이지만
2월 한 번정도는 영화를 안 찍어도 괜찮습니다.


스탭을 다 모은 후에는 여배우를 영입해야 합니다.


가장 빨리 영입할 수 있는 여배우는 리블입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어머니가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여배우 셋 중에서 개런티가 가장 비싸지만 
그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성깔 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배우로
특히 연극단 '파워 멀티플라이'와 작업하면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합니다.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잘 나왔습니다.
대히트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괜찮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죠.
데뷔작치고는 좋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면  카페주인, BAR주인, 레스토랑 주인, 선술집 주인과
여러 스탭들이 데뷔를 축하해 줍니다.
영화 재밌게 잘 봤다면서 말이죠.
단 한 사람, 리블의 어머니만이
'내 딸을 그런 졸작에 출연시키면, 여배우 이미지가 훼손되잖아!'라고 따집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다 적당히 괜찮았다고 평가하는데
이런 모욕까지 들어야 하나요?
설령 영화가 모자랐다고 해도 좀 좋게 말할 수 있잖아요.

게다가, 영화의 완성도가 순전히 감독탓인가요?
가장 개런티가 비싼 여배우를 영입했는데
여배우가 싸움질만 할 줄은 저도 몰랐죠.
여배우가 연기만 열심히 했으면 영화가 성공했을 텐데
저도 피해자입니다.

다른 배우같은 경우는 '영화 잘 봤어. 데뷔 축하해!'라고 하거나
'감독님, 저도 빨리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라고 하는데
리블 진영은 너무 오만하기 짝이 없네요.

어떤 사람은 복수를 위해서 리블을 
쓰레기 포르노 영화에 출연시키겠다고 하던데
기분이 좀 상했기는 하지만 리블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저는 복수를 위해 다음 영화는 다른 여배우와 찍어서
성공하는 모습을 리블의 어머니께 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영화는 4월말까지 촬영해야 합니다.



이미 스탭들을 다 모집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스탭들을 따로 영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촬영기간 사이사이에 특별한 이벤트가 존재하죠.

이번 이벤트는 카메라담당 스탭 중 하나인 링고의 '누드사진 유출 스캔들'입니다.
범인을 잡지 않으면 링고가, 범인을 잡으면 범인이 떠납니다.
범인은 희소성이 있는 음악 담당이기 때문에
범인을 잡아야 할지 고민은 되지만 정의를 위해 범인을 쫓아냈습니다.



다음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는 쟈1지 크레졸입니다.
이름의 어감이 약간 거슬리네요.
일본어라서 그렇게 쓰여졌을 뿐, 진짜 발음은 '저지'같은 걸 기대했지만
알파벳으로는 'ZAZI'입니다.
검열을 위해 그냥 크레졸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크레졸의 개런티는 리블의 반값밖에 안 하지만
실력면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스탭들하고 싸우는 빈도는 리블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아무튼 크레졸과 함께 찍은 영화는 전과 달리 대히트를 쳤습니다.
제 복수는 성공한 거죠.



기세등등해서 리블의 어머니에게 말을 걸면
리블 어머니는 딴 소리나 합니다.
리블의 애완동물이 사라졌으니 찾아달라고 하는군요.

'당신 딸 없이 영화 대박쳤다'는 생각으로 아무리 말 걸어 봐야
애완동물 얘기 밖에 안 합니다.
부들부들거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애완동물부터 찾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의 노력 끝에 리블에게 애완동물을 찾아 주었습니다.
리블이 기뻐하는 모습이 참 귀엽네요.
그 후, 리블의 어머니도 '감독, 우리 리블을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라는 태도를 보여주는데
복수를 다짐했던 제가 민망해지네요.



다음 여배우는 시골에서 온 신인인 마리에입니다.
리블의 1/4의 개런티로 정말 싼 가격입니다.
촬영할 때, 화도 잘 안 내요.

신인이기 때문에 화를 내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걸 떠나서도 인성 자체가 훌륭합니다.
마리에와 싸우는 스탭은 그 누구를 붙여줘도 싸우는 싸움닭 스탭이죠.

하지만, 마리에와 영화촬영을 하면
여배우만큼은 인성보다는 실력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장면 완성도가 다른 여배우에 비해 15~20프로가 낮아요.
연출 지시 이런 것도 큰 효과는 없어서 수습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마리에와 스탭들의 노력으로 대히트까지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평가받는 영화는 나왔습니다.



그 다음 이벤트는 '포르노 영화 퇴출 논란'입니다.
SF 전문 원작가인 '마도카'와 애국주의 전문 각본가 '나테라'
두 여성이 포르노 영화를 퇴출하자고 주장하는 거죠.



퇴출 여부는 주인공이 선택하는데
퇴출을 선택하면 포르노 전문 원작가 '코우겐'이
퇴출 안 한다를 선택하면 SF 전문 원작가 '마도카'가 떠납니다.
원작가가 몇 명 없고, 특히 '코우겐'과 '마도카' 두 사람은
원작을 가장 많이 쓰는 작가 1,2위인데
둘 중 한 명을 떠나 보내야 해서 아쉽습니다.

저는 제 배우들을 포르노에 출연시킬 생각이 없기 때문에
포르노 전문 작가 '코우겐'을 내보냈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찍다 보면 10월말에는 영화제가 있습니다.
장르별로 감독상을 하나씩 뽑으며,
최종적으로 최고의 감독상을 한 명 수상합니다.
최고의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찍어서
장르별 감독상을 여러 개 수상해야 하죠.

리블하고 한 번, 크레졸하고 두 번 정도 대히트 영화를 성공시켰습니다만
결국 최고의 감독상 수상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12월에는 선인장 이벤트가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이 시기에 좋아하는 여성에게 선인장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여배우 세 명 중 한 명에게 선인장을 선물해서 연인이 될 수 있죠.
여배우와 호감도가 부족하면 선인장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1년동안 마을을 적당히 돌아 다녔다면 모두 문제 없이 선인장을 받아줍니다.
저는 처음에 리블을 선택했는데 받아 줄 거라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싹싹하던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리블은 
1년 내내 태도 변화 없이 '안녕하세요'라는 사무적인 인사밖에 나누지 않았었죠.



그 후, 1년간은 영화를 찍지 않고 리블과의 여러 이벤트를 감상하는 시기입니다.
차갑던 리블도 많은 태도 변화를 보여줍니다.
다시 영화를 찍는 건 그 다음 해 3월이 됩니다.



이동할 수 있는 장소에 리블의 집이 추가되었습니다.
어느 날, 리블의 집에 가보면 리블의 어머니가
'여배우 집에 함부로 드나들면 어떡하냐?
내 딸과 동급 감독이라도 되고 나서 여기에 오던지 해라'라고 화를 냅니다.

뭐, 어머니가 없을 때 몰래 방문할 수도 있긴 하지만
저 발언은 제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다시 한 번 최고의 영화를 찍어서 인정받는 감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크레졸과 함께 다시 한 번 대히트의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기세 등등하게 리블의 어머니를 만나면
어머니는 '내 딸 없이 그런 대박인 영화를 찍으면 어떡하냐?'고 화를 냅니다.

음... 그런 반응을 기대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닌데요.
그보다 히트 감독 됐잖아요. 딸이나 제게 주세요.


그 후로도 연말까지 여러 영화를 찍을 수도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도 존재합니다.

스탭들도 꽤 변경되는데 군대에 끌려가는 스탭들이 꽤 있죠.
그 외에도 '마약 파동'으로 체포되는 스탭도 있습니다.
음악 담당 한 명, 미술 담당 한 명이 체포되죠.
저는 각본가 중 한 명이 워낙 판타스틱하게 각본을 써서
그 각본가는 틀림없이 마약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무죄였습니다.
정신세계가 남 달랐을 뿐이었죠.


Bar 주인이나 카지노 주인이 
본인이 쓴 시나리오 좀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원작을 파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꼭 있습니다.
주인공이 영화감독으로 좀 성공하니까 영화가 쉬운 줄 알고
개나 소나 영화 사업에 뛰어 드는 거죠.

그래도 Bar 주인 같은 경우는 제가 영화를 잘 못 만들어도
'손님은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난 그런 영화도 좋더라.'라고 말하며
저에게 용기를 주었던 사람입니다.
사람 간에 의리가 있기 때문에 50만 골드정도 하는 원작정도는 사 줄 수 있죠.



리블과의 즐거운 나날 후에 연말에는 주인공에게 영장이 날라 옵니다.
12월 영화를 마지막으로 주인공마저 군대에 끌려가는 운명에 놓이게 된 거죠.



마지막 상영회입니다.
영화 상영회 직전 군인들이 주인공을 끌고 가려고 하자
새로운 영화를 감상할 한 시간만 기다려 달라면서
스탭들과 마을주민들이 군인 앞을 막아섭니다.

실랑이 끝에 계급이 높은 군인이 나타나 한 시간만 기다려 주기로 합니다.
그 군인은 늘 촬영 중에 나타나
'군인들이 전쟁으로 고생하는데 너희들은 영화나 찍고 있냐'고 화를 냈었지만
사실은 주인공 영화의 팬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상이 이 게임의 대략적인 흐름입니다.
소개하지 못한 이벤트도 몇 개 있고,
엔딩도 각 캐릭터별 엔딩 뿐만 아니라 
군인 엔딩, 악당 엔딩, 도박꾼 엔딩 등 여러 가지 엔딩이 있죠.



총평하자면, 시스템에도 아쉬운 부분이 보이고, 인터페이스도 미흡하며,
이벤트 개수가 적게 느껴지는 점도 있고, 버그도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복각판이 발매된다면
저는 그 복각판을 망설임없이 추천할 겁니다.
HARD의 사정을 봤을 때, 아마도 전부 해결된 복각판이 나오기는 힘들겠지만요.

명작 고전 게임은 다소 모자라더라도
그 단점을 넘어서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팬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도 탁월한 자유도와 매력적인 캐릭터, 다양한 패턴의 이벤트 등
여러 면에서 그만큼의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일, 성인게임이 아니었고 과거에 한국어 지원이 되었었다면
<레슬엔젤스3>나 <하이리워드>정도의 인기는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재미있는 게임을 찾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이 시절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말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어서오세요, 시네마 하우스에.

댓글 2개:

  1. 악당엔딩이나 도박꾼 엔딩은 어떻게 플레이 하면 볼수있나요? 아니면 군대끌려가는 엔딩을 안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저는 계속 군대끌려가는 엔딩만 나와서 혹시 감독대상(올해의감독상) 타면 재능인정받아서 안끌려갈까 싶어서 열심히 노가다한 끝에 3년차때 수상4개 성공하면서 감독대상 수상하는데 성공했는데, 엔딩에선 역시나 군대로 끌려가길래 다른엔딩은 없는걸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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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헤헤//

    군인 엔딩(캐릭터엔딩과 아무것도 안 한 엔딩 이외)
    -군 선전 영화 3번 촬영하면 됩니다.

    도박꾼 엔딩
    - 초반부에 카지노에서 누적이득 100만?정도로 계속 이기면 비밀 카지노를 소개 받습니다.
    비밀 카지노에서도 누적이득이 커지면 도박꾼 엔딩입니다.
    후반부에는 볼 수 없는 엔딩인 것 같습니다.

    악당엔딩
    - 이건 정확한 조건을 모르겠는데
    돈이 없을 때, 알 카로이드(카지노 주인)에게 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후, 알 카로이드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자주 일을 받으면
    12월에 악당엔딩 이벤트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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