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7일 일요일

리뷰 :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1)(1996/12/26,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엘프사에서 96년도에 발매한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입니다.
너무 멋지고, 남자가 봐도 반할 게임이죠.

시대적 보정없이 PC-98 에로게를 모두 모아 놓고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하나 뽑는다고 하면,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뽑는 게임은 이 게임일 것입니다.
그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이죠.


이 게임은 엘프사의 마지막 PC-98 게임입니다.
굳이 이 게임이 없더라도 엘프사는 
PC-98시절 에로게 업계의 패권을 차지한 회사였습니다.
<동급생> 시리즈, <드래곤나이트> 시리즈, <유작>, <하급생>,
거기에 <DE JA>시리즈나 <워즈 워스>까지,
질과 양에서 엘프와 대적할 수 있었는 회사는 없었다고 봅니다.

이런 당대 최고의 회사에 칸노 히로유키가 이적하게 됩니다.
<EVE ~burst error~>라는 걸출한 게임의 시나리오를 쓴
당시 최고의 시나리오 라이터중 하나였죠.

최고의 회사와 최고의 시나리오 라이터가 모여 만든 게임이
바로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였습니다.



주인공은 타쿠야라는 이름의 학생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파격적인 학설로 역사학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사람인데
사고에 휘말려 실종되고 사망으로 확정됩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아버지에게서 보내 온 소포를 받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죽기 전에 보냈을 뿐이라고 생각했으나
소포에 동봉되어 있는 편지에는
아버지의 생존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편지에는 밤 10시에 켄노미사키라는 봉우리로 가서
그곳에서 기다리는 누군가를 만나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주인공은 어떤 소리를 듣고 봉우리 뒤편으로 가 봅니다.



그곳에는 누군지도 모르는 금발의 여성이 알몸으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주인공을 본 금발의 여성은 갑자기 주인공에게 키스를 하더니 
그대로 눈을 감고 죽어 버립니다.
더더욱 놀랍게도 그 후 죽은 여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끝날 생각을 하지 않는데,
아버지의 친구이자 학교 교장인 류조지와 주인공의 계모 아유미가 나타납니다.
류조지는 주인공에게 총을 겨누고
아버지에게 받은 물건을 내놓으라고 협박합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아유미도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는 물건을 넘기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지진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정신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정신을 잃어 버리기 직전, 아무도 모르게 뒤에 서 있던
자신의 클래스메이트인 칸나를 목격합니다.
저 위에 CG에도 잘 보면 뒤에 칸나의 몸통이 보이죠.

주인공이 정신을 차려 보니 아직도 어두운 밤이었으며,
류조지도 아유미도 칸나도 전부 사라져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유미의 무사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집에 돌아 와도 아유미는 보이지 않았죠.


다음날 아침, 주인공에게 후배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후배는 학교에서 아유미를 목격했다고 합니다.



학교로 달려가는 중, 류조지를 만납니다.
어제 갑자기 총을 겨누던 사람이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인공에게 인사를 하는군요.
지나치게 뒤끝없는 사람입니다.
주인공은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화도 못 냅니다.



겨우 찾아낸 아유미 역시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주인공의 아버지가 연구하던 병렬세계 때문이죠.
류조지가 총을 겨누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인 겁니다.

주인공은 50시간 정도의 범위에서 다양한 병렬세계를 이동하며
주인공을 둘러 싼 여러 미스터리를 파헤치게 됩니다.

시스템과 연관된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 정도가 초반부 스토리입니다.


주인공 타쿠야는 걸어다니는 리비도라고 불리는 호색한으로 유명한 학생입니다.
변태 행위를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화하면서 저급한 소재를 많이 쓰는데
이게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호불호가 꽤 갈리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이 나오던 시기인 90년대의 주인공들은 
지금에 비해 헛소리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타쿠야는 좀 심한 편이기는 합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중인데도
주인공의 실없는 소리 한, 두 마디에 맥락이 끊길 뿐만 아니라
대사가 몇 마디씩 늘어져 버립니다.



주인공 학교의 보건의사 에리코입니다.
주인공의 담임선생이기도 하죠.

보건실에 있는 경우는 많지 않고,
업무 땡땡이치고 산책을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수상한 학교장 류조지의 뒷조사를 하는 겁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변장을 하고 돌아다닐 때도 있습니다.
비주얼로만 따지면 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군요.



안타깝게도 이 캐릭터 전용 루트는 없습니다.
다른 캐릭터 루트에서 좋은 활약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일이죠.



류조지의 비서인 미츠키입니다.
첫 인상은 엘프사 게임에서 자주 존재하는 날카로운 인상인데
상냥한 성격의 캐릭터입니다.



과거 주인공과 잠시 사귀었던 적도 있습니다.
아직 주인공에 대해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듯한 모습도 보이며,
류조지가 이상해졌다면서 주인공에게 상담하기도 합니다.



인상대로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는 때도 있습니다.
이미 류조지에게 최면에 걸려 조종당하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전용 루트가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그녀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주인공의 계모인 아유미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젊은 제자와 결혼했던 거죠.
주인공에게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어머니입니다.

아직도 젊은 나이이지만 상당히 성숙해 보이는 인상입니다.
회사에서도 유능하여, 책임자의 직책으로 엄청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다 아유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부하 직원은 다른 꿍꿍이가 있을 뿐더러
보고도 없이 행동하여 사고만 치고 다닙니다.
비난은 아유미가 혼자 다 듣습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상당히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실제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이고,
주인공과 나이 차이가 실제보다 더 많이 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갭을 메우기 위해서인지 나이에 걸맞지 않은 귀여운 모습을 보일 때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자신을 호칭할 때, "아유미는..."하는 3인칭을 씁니다.  

개인적으로는 성공적이지 못 했다고 봅니다.
저는 3인칭화를 오글거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아유미가 쓰기에는 너무 나이값을 못하는 것 같아요.
어리게 보인다 보다는 무리한다, 애쓴다 이런 느낌이 자꾸 듭니다.



주인공의 동급생인 미오입니다.
시장의 딸로서 부잣집 아가씨이고 
제가 좋아하는 정통파 츤데레입니다.
주인공과는 예전에 좋은 관계였고, 
간접적인 고백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당시 미츠키와 관계를 맺고 있었고,
미오는 학교에서 둘이 관계를 맺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죠. 
틱틱대는 말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타쿠야를 마음에 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주인공 아버지의 학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마을의 명물 봉우리인 켄노미사키에
중요한 비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주 조사를 갑니다.

이런 미오의 가설에 주인공은 코웃음을 쳤지만,
주인공이 켄노미사키에서 금발의 여성을 목격한 이후에는
그녀의 조사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녀와 함께 켄노미사키를 조사하는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의 동급생인 칸나입니다.
얌전한 성격처럼 보이나 남자관계다 더럽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이 캐릭터의 진가는 등장 타이밍입니다.
중요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등장하며,
미스터리한 존재감을 어필합니다.

마치 세계관의 모든 의문점을 해소해 줄 것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정작 칸나 루트에서 밝혀지는 사실은 많지 않습니다.



인기 아나운서인 카오리입니다.
아유미의 회사에서 벌이는 공사에서는
날벼락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계속 일어나는데
카오리는 방송을 통해 그런 문제를 규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모습 이외에 류조지 등 여러 악역들과 밀회를 하며
음모를 꾸미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에게 누명을 씌우는 경우도 있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소개입니다.
스토리 하나하나가 기가 막히게 훌륭하다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이 게임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러한 스토리들을 하나로 엮는 방식에 있죠.

비결은 ADMS라는 시스템입니다.
ADMS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4개:

  1. ...드디어..! 기대 됩니다.

    답글삭제
  2. 아유미가 자기 이름을 스스로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고, 나중에 스스로 밝히는데 왠지 다음글에서 밝히실 것 같아 이유를 쓸수가 없군요.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PC98시대 게임을 관련있는 회사별로? 플레이하는 습관이 있어 반가운 느낌이 듭니다.^^

    답글삭제
  3. Pc98 떼놓고 봐도 순위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기대되는 리뷰네요

    답글삭제
  4. feveriot//
    늘 재미있게 봐주시고 기대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np21//
    너무 방대하다는 점이 에로게에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당대 명작 엘프 게임 대다수가 한국어판이 비공식으로 나왔는데
    YU-NO는 안 나와서 오히려 인지도가 떨어져 버렸죠.

    hityou2//
    지적 감사합니다.
    사실 게임 내에서 스스로 이유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리뷰를 제대로 못 쓴 게 맞습니다.

    이유를 밝히기 직전의 장면이 아유미의 감정이 북받혀 오르는 장면인데
    3인칭을 지나치게 쓰는 게 너무 어색해서 반발이 있었고,
    그때문인지 안경, 헤어스타일과 달리 3인칭은 좀 억지로 갖다 붙인 것 같다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 측이고요.

    리뷰에는 이런 장황한 얘기를 쓰기 싫어서 넘겨 버리고,
    이번에도 엄밀히 따지면 오류입니다.
    제 리뷰를 다시 읽어 보면 스스로도 이런 걸 찾아내는데
    수정하기 귀찮아서 그냥 적당히 왜곡(?)하고 있습니다.ㅠㅠ

    헤헤//

    오래 전에 에로스케의 점수 순위를 봤을 때는
    이 게임이 최고였는데 그 이후로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네요.
    화앨2, 란스10정도가 그 위로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