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8일 일요일

리뷰 : 취작(1)(1998/3/27,elf)

* 이 리뷰는 근거없는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취작>입니다.
DOS시절 최고의 에로게 회사였던 엘프 사의
첫 윈도우 시절 신작이기도 합니다.

시리즈 전작인 <유작>의 흐름을 이어간 이 게임은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들은 얘기로는 2004년도에 '그 게임'이 발매되기 전까지
에로게 사상 최고의 판매고를 올렸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찌감치 한국어 패치가 만들어진 게임중 하나이며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취작의 캐릭터를 이용한 인터넷 짤이나 합성도 여럿 나올 정도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귀작>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합성할 때 주로 <귀작>을 많이 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귀작>의 인지도가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에
그냥 뭉뚱그려서 취작 합성으로 퉁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강렬한 캐릭터성으로 인해 게임이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는 점은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 이 게임은 성실하게 기숙사 경비원을 하면서
밥 해주고 목욕물을 데워주는 건전한 게임입니다.
학생들이 잘 지내는지 CCTV도 열심히 봐야 하고
수시로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학생들의 상태를 알려주기도 하죠.

알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더 길게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아무도 안 속겠죠.
그냥 한 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실제 스토리는 변태 아저씨 이토 슈사쿠가 여자 기숙사에 잠입하여
비디오와 카메라로 학생들의 은밀한 모습들을 촬영하고 협박한다는
단순한 스토리의 ㄴㅇ물입니다.

요즘의 ㄴㅇ게임들도 자주 사용하는 보편적인 스타일로
<유작>과 비교하면, 딱히 충격적이지도 않고 신선함이 부족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성과 이름을 적으라고 합니다.
옛날 게임에서는 자주 사용되었던 방식이긴 한데
이름뿐만이 아니라 성을 적으라는 점은 독특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름을 적든지 간에
아저씨의 본명은 '슈사쿠'이며, 기숙사에서 통하는 가명은 '카토'입니다.
이럴 거면 왜 이름을 적으라고 했는지 모르겠군요.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는 게임인 탓인지
게임이 프롤로그에서 자꾸 플레이어에게 나쁜 짓을 하자고 꼬십니다.

'솔직히 말해봐. 사실은 내가 좋은 거지?
자, 나와 함께 다시 한 번 즐겨 보자고.
너는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너는 나고, 나는 너라고.'

게임의 대략적인 설명 이후에는 선택지가 뜹니다.
슈사쿠가 혀깨물고 자살하거나,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간다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이걸 선택하면 진짜로 게임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슈사쿠 마음대로 하게 한다를 선택해야 
게임이 시작되죠.

사실 게임을 구매한 시점에서 동의는 다 받은 거나 마찬가지이지만
다소 과격한 범죄를 행하는 에로게니 특별히 동의를 받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동의하기 힘들다 하시는 분은 
지금부터 나올 제 리뷰도 다소 불쾌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슈사쿠는 한 달간 경비원으로 위장하여
본인딴에는 성실하게 경비일을 하며 일을 저지를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한달 동안 일하며, 본인이 노리는 8명의 여성 캐릭터들을 추렸으며
비디오, 카메라, 로프, 면도기 등의 장비를 준비했죠.



콘도 나기사입니다.
슈쿠세이 음악학원은 굉장히 고급스러운 학교로 집안이 부유한 학생들만 다닐 수 있는데
나기사는 그 중에서도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 스타일입니다.
누구에게나 상냥한 스타일이죠. 슈사쿠에게도 상냥한 태도를 보입니다.



마에지마 카오리입니다.
나기사가 상냥한 부잣집 아가씨의 전형이라면
카오리는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오만한 부잣집 아가씨의 전형입니다.
이사장의 손녀딸이기도 하죠.

슈사쿠를 굉장히 멸시하고 있는데
슈사쿠의 본성까지 눈치챈 건 아니고 그냥 천박해 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나즈키 시호입니다.
나기사와는 친한 친구라는 설정입니다.

우물쭈물한 태도에 좀처럼 말을 잘 하지 못해서 슈사쿠를 답답하게 합니다.
가슴이 크고 몸매가 좋다는 설정으로 
슈사쿠가 속으로는 온갖 욕을 다 하면서도 노리고 있습니다.



나구모 치아키입니다.
체형이나 스타일이 어려 보이는 캐릭터죠.

슈사쿠에게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카오리나 아사미, 아야카처럼 슈사쿠를 적대하고 있다기 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스타일입니다.



쿠리하라 아사미입니다.
외관이 보이시할 뿐만아니라 성격도 터프합니다.
정신연령이 어린 편인 치아키와 친구로서
치아키의 약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도 맡고 있죠.

몸매도 모델같이 좋다는 설정입니다.
슈사쿠가 다른 캐릭터를 평가할 때도 '아사미급 몸매!'라고 평가를 내리죠.

슈사쿠를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캐릭터 중 한 명인데
역시나 슈사쿠의 본성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후지마 모에코입니다.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스타일로
통금시간도 어기고, 담배도 피고, 남자친구와 문란한 성생활을 저지르기도 하는
문제아 캐릭터입니다.

의외로 순수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으며,
슈사쿠는 겉보기와는 달리 좋은 사람일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도 하고 있습니다.



타카베 에리입니다.
이름이 에리라서 그런지 감이 예리합니다.
쓸데없는 아저씨 개그는 집어 치우고 감이 예리한 정도가 아니라 초능력자 수준인데
학교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막연히 불안하다고 하는 수준이라서 슈사쿠가 하는 일까지는 막지 못하지만
그만큼 몰래 촬영하기는 힘든 캐릭터입니다.



미나미 아야카 선생입니다.
기숙사 학생들의 지도를 맡고 있습니다.
카오리를 많이 신경쓰고 있는데
사실 <유작>의 쿠미와 마찬가지로 카오리에게 애인을 빼앗겼기 때문이죠.

슈사쿠가 가짜 경비원이라는 사실까지 간파하고 있으며,
다음주 월요일 아침에 슈사쿠의 정체를 밝힐 속셈을 갖고 있습니다.
아야카때문에 슈사쿠는 월요일 오전 5시에 기숙사에서 
도망가야 하는 신세가 된 거죠.

따라서, 게임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월요일 오전 5시까지의 36시간입니다.
고작 36시간 가지고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게임을 진행해 봅시다.


이 게임은 OYGS라는 시스템으로
1시간에 네 번씩 행동할 수 있습니다.
한 번 행동하는데 15분이 걸린다는 뜻이죠.



15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7명의 학생 캐릭터 방을 방문하는 일,
아야카 선생에게 전화하는 일,
화장실 혹은 탈의실에 방문하는 일,
그리고 경비원실에 가만히 있는 일 등이 있습니다.



각 캐릭터의 방에 가면 비디오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 카메라는 두 시간, 디지털 카메라는 한 시간동안 작동하죠.

캐릭터의 방에 카메라를 몰래 숨겨둔 후,
한, 두 시간 후에 다시 방문해서 카메라를 다시 찾아 와야 하는 게임입니다.
처음 시작하면 슈사쿠가 소지한 비디오 카메라는 한 대, 
디지털 카메라는 다섯 대밖에 없기 때문에
회수를 안 하면 중요한 때에 사진을 못 찍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방에 누군가 있는 상태에서는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회수할 수 없습니다.
방에 들어간 이유를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다시 나와야 하죠.

한 시간 단위에 똑같은 방을 두 번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18시 15분에 나기사 방에 들어가기로 했다면,
18시 30분에는 나기사 방에 들어가는 걸 선택할 수 없다는 겁니다. 

18시 15분에 나기사 방을 찾아갔는데 나기사가 방에 있다면
19시가 되기 전에는 나기사 방을 들어갈 방법은 없습니다.
카메라를 한 번 회수하지 못하면 최소 1시간 후에나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빈틈을 노려 카메라를 잘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카메라를 회수하면 몰래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CG는 에리의 방에서 찍은 사진이죠.
고생해서 설치하고 회수한 것치고는 심각하게 별볼일 없는 사진입니다.
아무 것도 안 찍힌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사실, 이건 특수한 경우고
에리 이외에는 대부분 하교 이후에 옷 갈아 입는 장면정도는 찍을 수 있습니다.



18시에는 밥을 해줘야 합니다.
부잣집 아가씨들이 사는 기숙사에 쉐프도 없어 경비원이 밥을 합니다.
보일러가 없어 경비원이 장작을 때기도 하니
카오리 할아버지는 의외로 수전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요리를 하면서 각 캐릭터들의 식사에 최음제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최음제는 15알밖에 없지만 시험삼아 마구잡이로 투입해 보겠습니다.

모든 캐릭터의 식사에 넣어 봤지만
식사가 덜 준비되었다고 저녁을 안 먹는 캐릭터도 있고,
모에코처럼 통금시간에 늦어서 저녁을 못 먹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최음제 가격이 적지 않을 텐데 대부분을 내다 버렸네요.



카메라를 회수했는데 아무 사진도 찍지 못한다면
슈사쿠는 OTL의 자세로 좌절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카메라로 좋은 장면을 찍는 건 장난 아니게 어려운 일입니다.

1) 설치할 때 방에 아무도 없을 것,
2) 회수할 때 방에 아무도 없을 것,
3)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방에서 H한 이벤트가 있을 것

이 기적의 3박자가 맞아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아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맞추겠습니까?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와중에 학생들은 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밤 열 두시면 잘 시간이 맞긴 해요.
36시간동안 잠도 안 자고 열심히 행동하는 슈사쿠가 이상한 놈일 뿐이죠.

에리가 속옷 차림으로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기껏 인사하러 와서는 대화하다 말고 딴 데를 쳐다보는 에리입니다.



방이 비어있어야 카메라 설치라도 할 텐데
다들 자느라고 방을 비울 생각을 안 합니다.
뭐, 생각해 보면 취침중이니까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게임으로서는 어떨까 싶네요.
이래서야 몇 시간동안 아무 일도 못하는 꼴입니다.

슈사쿠가 일방적으로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한참 어린 여성들에게 취침 방해한다고 구박만 받는 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은 일이죠.



기껏 저녁에 최음제를 먹인 캐릭터도 
그냥 복도에서 얼굴만 붉히고 돌아다닐뿐 특별한 액션이 없습니다.
게다가 작은 변화조차도 한, 두 시간일뿐이고
깊은 밤이 되면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방에서 그냥 잠만 잘 자요.

최음제 한 알을 먹이든 두 알을 먹이든 아무 이득이 없습니다.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를 경험할 수가 없네요.



밤새도록 한 시간에 한 번씩 방에 찾아가면 여성 캐릭터들이 짜증을 냅니다.
하지만, 아침만 되면 모든 원한을 다 잊고 친절한 캐릭터로 돌아오죠.
해고되도 할 말이 없는 짓이었는데
정말 착한 캐릭터들이네요.

착한 캐릭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일요일이 슈사쿠에게는 기회입니다.
토요일에는 아무 진척이 없었으니 일요일에 뭘 해볼 수밖에 없겠죠.



근데 일요일에는 갑자기 다들 본가로 돌아가서 쉬겠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가족과 보내는 날인 거죠.

각 캐릭터들이 기숙사를 비우는 시간이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슈사쿠 입장에서는 36시간 밖에 없는데
캐릭터들이 잘 거 다 자고, 외출할 거 다 하면 어쩌자는 거죠?

집에 돌아가는 아사미에게 가족과 통화했냐고 물어보자
아사미는 태연하게 가정부와 통화했다고 대답합니다.
동네 양아치처럼 입고 다녀서 잊고 있었지만 아사미도 부잣집 아가씨였죠.
갑자기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결국 아무 성과도 못 얻자 슈사쿠가 개빡치면서
아예 선택지를 자기 마음대로 룰렛 돌려서 골라 버립니다.
게임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말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지경까지 온 거죠.

슈사쿠가 잘 고르기라도 하면 말을 안 하겠는데,
본인도 방법이 없기는 매한가지에요.
방문해봤자 방에 사람이 있을 때도 많고,
카메라 설치해봤자 아무 것도 찍히지 않습니다.
이럴 거면 플레이어한테 그냥 맡기던지 의미없는 시간만 흘러갑니다.


이렇게 아무 것도 못 해 보고 다시 밤이 되었습니다.
캐릭터들이 방에서 취침하면 또 아무 것도 못할 텐데
그 이전에 어거지로 협박이라도 해 봐야죠.
나기사와 아사미의 방이 비어 있을 때를 찾아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사진 몇 개를 놓고 협박문을 작성합니다.



그 후, 치아키가 갑자기 겁에 질린 얼굴로 나타나서 '아저씨, 그러면 안 돼'라고 합니다.
아사미에게는 기껏 적은 협박문이 통하지 않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치아키와 상담을 한 모양입니다.

아무 증거도 없으니 슈사쿠는 자신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고 잡아 떼는데
치아키는 그걸 또 속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어떡하지? 벌써 경찰에 신고해 버렸는데..."
그리고 나서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잡아 뗄 방법이 없습니다.
별 수 없이 도망쳐야죠.



황급히 도망가지만 경찰에 붙잡히는 엔딩도 아니고
경찰차에 치어 죽는 엔딩입니다.
권선징악의 결말이네요.



총평하자면, 23년 전의 옛날 게임답게 고난이도의 게임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조건은 너무 빡빡하고,
스케쥴은 전혀 널럴하지 않은데,
카메라는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힌트가 거의 없는 수준이며,
슈사쿠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순간부터는 
어찌어찌 수습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정도죠.

요즘 사람들이 플레이한다면 당장 공략집부터 찾아보려고 할 겁니다.
인터넷으로 공략집을 얻기 쉬운 시대니까요.
그만큼 첫 플레이에서 게이머들은 아무 답을 찾을 수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이 된 게임중에서는 독보적으로
ㄴㅇ씬의 질과 양이 풍부한 게임인데 난이도가 너무 높은 점이 아쉽습니다.
난이도가 좀만 더 낮았더라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이번에도 아무도 안 속았을 겁니다. 유명한 게임이니까요.
아마도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런 리뷰를 쓴 의도까지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싶네요.

취작은 이렇게까지 허술한 게임도 아니고,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게임도 아닐 뿐더러,
이 게임에 대한 제 '애정'마저도 이 정도가 아닙니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리뷰 1편 속에서
취작이 2004년 이전까지 가장 많이 판매되었던,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에로게라는 것은 진실입니다.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무엇이고,
이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는 방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음 편에서 제대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댓글 6개:

  1. 거짓말 난무하는 1편 리뷰 잘봤습니다. 게임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는 슈사쿠를 해보고 매우 실망했지만 도촬게임의 측면에서 봤을때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2편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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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ityou2//

    저는 취작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스토리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호불호는 많이 갈리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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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슈사쿠는 스토리텔링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던 부분이 있어서 저도 좋게 기억하는 편입니다. 다만 이사쿠와 슈사쿠 모두, 게임 속 주인공과 유저를 어디까지 따로 구분할 수 있는가를 가지고 하나의 심리실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봅니다. 이사쿠에서 게이머의 관음증적 욕구와 주인공의 정의실현의 욕구가 따로 노는 스토리적 상황을 가지고 선택의 딜레마를 제시하며 윤리적 고민을 던져주고, 어느정도 게이머의 관음증적 욕구에 대해 이사쿠급으로 취급하며 냉소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에 비해 슈사쿠는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주인공=게이머=슈사쿠로 상정하고 게이머의 관음증적 욕구를 슈사쿠의 것과 동일하게 출발시켰다가 진엔딩을 통해 오히려 분리를 유도하며 오히려 승화시키는 접근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둘 모두 의미가 있는 주제지만 슈사쿠가 좀 더 게이머에 대해 호의적인 접근이었달까요. 물론 애초에 이런 정도로 도촬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어낸게 상당히 게이머를 시험하는 도전적인 작품이지만요. 개인적 작품적으로는 던전탈출식을 빌린 이사쿠의 시스템이 좋았지만.. 이야기는 오히려 슈사쿠가 더 완결성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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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everiot님의 의견 잘 읽었습니다. 제가 말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히루타 마사토, 또는 엘프의 작품을 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립스틱 어드벤처, De-JA, Elle, 드래곤 나이트, 워즈 워스, 노노무라 병원 사람들, 카와라자키 일족, 동급생 시리즈, 이사쿠와 같은 이야기 자체의 재미입니다. 이 작품들은 게임 시스템이 뛰어날수도, 아닐수도 있지만 이야기 본연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전작과 비교하면 폐쇄된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그린 이사쿠의 내용이 그저 별 내용없이 기숙사에서 도촬만 하는 슈사쿠보다 훨씬 재밌었다는 뜻입니다.

      feveriot님이 말하신대로 게임의 캐릭터가 유저에게 직접 접근해온다는 점에서는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진엔딩에서 유저를 승화시키려 했다는 부분을 저는 다르게 해석합니다. 단지 히루타가 유저를 조롱하거나, 혹은 장난을 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히루타는 게임에서 메타픽션적 요소를 꾸준히 도입했었습니다. 배경의 등장인물을 클릭하면 유저에게 게임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주인공이 독백으로 유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직접적으로 유저를 놀리기 시작하는데, 그 시작은 동급생2의 요시키라고 생각합니다. 요시키와 대화를 하다보면 그는 주인공에게 결국 자신이 하는 행동과 다를바 없는 행동을 주인공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주인공은 어떻게 보면 게임속에서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여자와 관계를 가지기 위해 행동하고, 요시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그 방법이 요시키의 경우 사진을 찍어 협박을 한다는 차이가 있지요.

      결국 이 요시키를 주인공으로 한 것이 슈사쿠라는 게임이 됩니다. 동급생과 슈사쿠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같은 게임입니다.

      동급생: 여자들의 스케줄을 조사한 후, 이벤트를 발생시켜 호감도를 올린다.
      슈사쿠: 여자들의 스케줄을 조사한 후, 이벤트를 촬영해 협박점수를 올린다.
      동급생: 여자에게 고백한 후, 호감도에 따라 성공하면 그녀와 연인이 된다.
      슈사쿠: 여자를 협박한 후, 협박점수에 따라 성공하면 그녀가 성노예가 된다.

      슈사쿠라는 게임을 만든 것 자체가 유저들의 본질은 요시키라고 놀리는 것입니다.
      슈사쿠에 재미를 붙여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스케줄에 따라 멋진 협박 재료를 얻고 슈사쿠와 한몸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진엔딩이 되면 갑자기 변화하는 상황에 몰입해 원래 유저는 착했다는 식으로 변해갑니다. 하지만 이건 결국 히루타의 손에 유저가 놀아나는 꼴입니다. 게임 제작자에 의해 유저는 능욕을 원할수도, 착한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겁니다. 그리고 엔딩후에 유저의 손에 주어지는건 더욱 성공적인 도촬을 위한 늘어난 아이템들입니다.

      슈사쿠의 진엔딩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이제 "성인게임은 그만해야지" 라고 생각한 유저는 얼마나 될까요? 아니면 "아주 신선한 시도였으니 다른 성인게임도 해볼까?"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게임 제작자인 히루타는 유저들이 게임을 그만두길 원하진 않았을 겁니다.

      저는 히루타의 팬이므로 결국 슈사쿠를 열심히 플레이했습니다. 모든 스케줄표를 매우고, 모든 협박재료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게임중 나오는 모든 대사를 확인한 후에 든 생각은 다시 이야기의 본질에 치중하는 히루타의 작품을 하고싶다는 것입니다.

      히루타 마사토의 팬인 제가 그나마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건 여기라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 읽는데 불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삭제
    2. hityou2님의 생각 저도 잘 봤으며 불쾌감 전혀 없이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써주신 내용을 읽어보니 저도 동의가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슈사쿠가 진엔딩만으로 과연 스토리적 완결성을 충분히 띨 수 있는가?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은 게이머를 희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 솔직히 슈사쿠는 어디가서 이걸 재밌다고 하기조차 꺼려지죠. 진엔딩이고 자시고 게임의 주요 과정과 게임의 주요 플롯은 어쨌든 도촬과 협박이니까요. 제가 볼 때도 이사쿠에서 느껴지는 게이머를 이사쿠와 동일시키며 자극을 하는 부분이 슈사쿠는 애초에 시작부터 그걸 전제로 하기에 훨씬 크며 스토리도 별개 없다고 봅니다.
      다만 저는 직접적으로 희롱하려는 결론을 가지고 접근했다기보단 게이머에게 딜레마를 제시하고 자 한번 네 모습을 거울을 통해 한번 보라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안에서 네가 한 선택들을 봐라. 네가 한 선택은 이런 것들이었지만 우리가 준비한 엔딩을 본 후 어떻게 살지 다음은 당신의 선택이다.' 저는 엘프 게임이 웰메이드로 나오기 시작한 드나4 동급생 이사쿠 하급생 슈사쿠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런 관점을 게이머에게 전달하는 의도가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슈사쿠에서는 그것을 조금 더 쉽게 제시했다고 보여지구요. 왜나면 메타적인 딜레마 제시를 숨기지 않고 거의 직접적으로 제안했으니까요. 결국 누구나 계속 게임을 했겠지만 진엔딩을 보고 나서 한순간이라도 계속 하는 것을 고민하거나 조금의 딜레마가 생겼다면 그건 프로듀싱 의도가 성공한 거라고 봅니다.
      게임이 하나의 재밌던 경험을 넘어서 게이머의 실제 삶에 의미있는 경험을 던지고자 의도했다고 보여지며 그게 일종의 딜레마 제시한 의도였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슈사쿠도 겉보기엔 어떻게 봐도 도촬 협박 게임이고 진엔딩만으로 그걸 덮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그걸 해본 게이머에게 하나의 경험과 의미로써 유니크한 존재감이 있는 스토리텔링이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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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의견들을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리뷰를 장황하게 쓰기 싫기 때문에 부실한 면도 있습니다.
    리뷰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같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의견들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심각하게 편애하는 게임이고
    feveriot님께서 좋은 의견을 많이 써주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제 생각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hityou2님의 의견을 보고 뉴 단간론파 V3 엔딩에 대한 논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단간론파 V3를 할 때 이렇게 결말을 내도 괜찮겠냐라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찬반양론이 많이 갈리더라고요.
    취작도 인터넷이 더 활발하던 시기에 나왔다면
    좀 더 많은 찬반론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댓글에서 불쾌할 수도 있는 부분은 제가 관리하겠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사양말고 글을 써주세요.
    플레이하신 분의 의견이라면 웬만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6주 후에는 엄청 호불호가 갈렸던 게임의 리뷰를 적게 될 것 같은데
    그 때는 제가 경고문을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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