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7일 일요일

리뷰 : EVE burst error(3)(1995/11/22,시즈웨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EVE burst error> 세 번째 리뷰입니다.
우선 그림 수색 의뢰를 받은 코지로 스토리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그림 수색은 뭐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 코우의 집을 방문한 코지로는 순간적인 착상으로
그림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추리해 냅니다.
의뢰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추리이며
그것도 라이벌인 니카이도 코앞에서 밝혀내죠.

잃어버렸다던 그림이 왜 집에 숨겨져 있는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액의 보수는 코지로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지로에게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니카이도는 왠지 별로 분한 것 같지 않습니다.
아직도 '2중의 의미로 소장을 손에 얻는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허세처럼 보이지는 않고 진짜로 별 타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코지로의 조사 결과, 니카이도의 배후에는 '미도'라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니카이도는 대체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걸까요?



그 후, 코지로는 도서관의 마츠노에게서 받은 입장권으로
푸딩과 함께 외국인 학교 안에 있는 수영장으로 가게 됩니다.

수영은 푸딩만 즐기라고 하고,
코지로는 수영복도 입지 않고 평범한 복장으로 수영장 구경이나 합니다.
근데 수영장에서 우연히 야요이를 만나게 되죠.



또한 야요이와 같이 수영장에 놀러 온 마리나도 만나게 됩니다.
두 주인공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지만
수영복이 감히 블로그에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화려합니다.

마리나는 대화 중이던 코지로와 야요이를 보고,
코지로가 야요이를 헌팅하는 걸로 착각하죠.
굳이 예전에 애인이었다고 설명하는 것도 구질구질하니
대충 헌팅이 맞다고 얼버무립니다.



야요이가 수영장에 있어서 불편했던 건지,
코지로는 수영장에서 나와 학교 밖으로 나갑니다.
근데 갑자기 화재 경보가 울리더니
근처에서 어떤 여고생이 불량배들에게 유괴당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코지로는 유괴를 막기 위해 불량배들과 싸우게 됩니다.



그 후, 마리나까지 현장으로 뛰쳐 나오고 불량배들은 도망치게 됩니다.
코지로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요구하지만
마리나는 '도와준 건 고맙지만 함부로 관심갖지 말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여고생의 이름 정도는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이름이 '미도' 마야코입니다.
미도라는 성이 희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나중에 코지로는 마야코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마야코는 자신을 도와 준 코지로를
마리나와 같은 소속의 수사관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뭐, 그런 셈이라고 대충 긍정하고
마야코의 아버지가 엘디아라는 나라의 대사관 소속이라는 걸 캐냅니다.
니카이도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마야코의 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그 날 저녁, 사무실에 있던 코지로는 코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를 받은 코지로는 코우의 집으로 향하게 되는데
코우의 집 상태가 너무 수상했기 때문에 집으로 잠입하기로 합니다.
근데, 현관에서 뭔가 크게 당황한 표정인 니카이도가 나오는 걸 목격하게 되죠.

코우의 집으로 들어가 보니, 코우는 집 어디에도 없고
거실에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코지로 다음으로 들어 온 것은 히무로 쿄코라는 여성입니다.
갖고 있던 모델건으로 위협해서 정체를 알아 보는데
아무래도 쿄코는 살인범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외국인 학교 교장인 코우의 횡령 의혹을 조사 중인 수사관이라고 합니다.

대화 끝에 쿄코도 코지로는 범인이 아니라는 걸 납득합니다.
쿄코는 경찰에 연락하고,
코지로는 쿄코에게 연락처만을 남긴 후 흔적을 지우고 사라지기로 합의합니다.



다음날 아침, 코지로는 카츠라기 탐정사무소로 향합니다.
야요이 말로는 니카이도가 살인 용의자로 수배됐다고 합니다.
코지로는 자신의 흔적을 정성껏 지웠지만
당황해서 도망간 니카이도는 흔적을 지우지 못했던 거죠.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듣게 되는데,
전혀 얼굴을 몰랐던 그 시체의 정체는 바로 코우였습니다.



코지로에게 그림을 찾아 달라고 했던 코우는 가짜였던 겁니다.
코지로가 찾은 그림은진짜 코우가 집 어딘가에 숨겨둔 그림이었습니다.
진짜 코우가 해외로 나간 사이에 가짜가 집주인인 척하고 탐정을 고용했던 거죠.
코지로는 가짜에 낚여서 그림을 찾아 줬던 겁니다.

히무로 쿄코는 코지로에게 이번 살인 사건을 같이 조사하자고 연락합니다.
하지만, 코지로는 저번 보수도 빚 갚느라 다 털렸는데
돈도 안 되고 위험해 보이는 이런 일을 맡을 생각이 없습니다.



밤에 카츠라기 탐정사무소에 가서 야요이를 만나니
언제나 쿨해 보였던 야요이는 술에 취해 꽐라가 되어 있습니다.

살인 용의자로 수배중이던 니카이도는 자살했다고 하며,
탐정사무소가 망할 처지에 놓이자 직원들은 모두 도망갔다고 합니다.
야요이는 아버지와 코지로가 나간 이후,
탐정사무소를 몇 개월도 유지 못했다고 자책합니다.



이런 야요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코지로는
야요이를 집으로 보내 주고 H씬까지 진행되어 둘은 재결합하게 됩니다.
완전히 상심에 빠진 야요이를 도와주는 방법은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 내고 니카이도의 결백을 밝히는 것입니다.

코지로는 히무로 쿄코에게 연락해서 이번 살인 사건 조사에 협력하기로 합니다.



그날 밤, 코지로에게 웬 암살자같은 여성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이름은 시리아라고 합니다.
시리아는 푸딩을 찾아서 코지로의 사무소에 찾아 온 겁니다.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푸딩은 어느 새 사라진 상태입니다.
글렌의 정보에 의하면 뒷세계에서 푸딩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다고 하는군요.

시리아는 이미 어딘가에서 다리에 총을 맞고 온 상태입니다.
코지로는 다친 여성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정성껏 치료해 줍니다.
오해를 풀고 이야기해 보니 
시리아가 푸딩의 현상금을 노리고 온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야요이는 코지로의 사무소에 아침 밥을 해주러 찾아 왔는데
무려 알몸 상태인 코지로와 시리아를 목격하게 됩니다.

야요이는 뛰쳐 나가 버리고, 
코지로는 시리아와 대화를 마무리하고 바로 카츠라기 탐정사무소로 향합니다.
사실 시리아와도 이미 H씬이 있었기 때문에 억울할 것도 없었지만
코지로 생각에는 그래도 억울한 점이 있었는지
필사적으로 야요이에게 '이건 다 푸딩을 위해서 한 거야'라는 변명을 합니다.
야요이는 '그럼 나하고는 바바로아를 위해서 한 거였냐?'라고 소리칩니다.
흥분해서 말이 안 통하는 상태입니다.

어쩔 수 없이 코지로는 변명을 포기하고
일단 쿄코와 함께 살인 사건 수색을 하기로 합니다.



코지로 파트 설명이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이번엔 시점을 변경해서 마야코의 경호를 맡은 마리나의 스토리를 살펴 봅시다.
마리나가 경호를 맡게 되면서 마야코에 대한 위협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마리나의 실력으로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또 위협이 올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마야코가 다니는 학교 교장인 코우라는 사람이 살해됐다고 하는데
코우의 살인 현장에는 중동에서 사용하는 나이프가 놓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수법을 쓰는 중동의 유명한 살인청부업자가 있는데
국적이나 인적 사항도 전혀 알 수가 없고
생김새는 물론,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살인자의 별명은 '테러'라고 합니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잘 지었습니다.
중동에서 온 테러. 이보다 무서운 이름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중동에서 유명한 살인자가 일본에 왔다고 발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경찰의 의견대로 니카이도라는 사람을 용의자로 발표하게 됩니다. 

테러가 마야코를 노린다면 마리나의 힘으로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연 테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리나의 주변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외국인 학교의 교사로 있는 시리아라는 선생님입니다.
시리아는 은연중에 마리나에게 이 일에 너무 끼지 말라고 위협하기도 합니다. 



사실 의심스럼다는 범주를 넘어 섰습니다.
야밤에 마야코를 인질로 잡고 마리나와 싸우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수상한 사람은 스즈키라는 보험 조사원입니다.
마리나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만났던 사이인데
하이잭 사건 때 마리나를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마리나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보여주는데,
연상 취향인 마리나도 스즈키를 멋있는 중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평범한 보험 조사원치고는 너무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시리아와 싸울 때도 스즈키의 도움을 받았는데
스즈키는 아예 총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도와준 사람을 추궁할 수도 없고,
뒷조사를 해 보니 보험회사도 스즈키 본인도 신원이 확실합니다.



중요한 상황마다 등장해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이는
이 사람은 정말 평범한 보험 조사원이 맞는 걸까요?



세 번째로 수상한 사람은 코지로라는 장발의 남성입니다.
처음에는 마야코를 우연히 도와 준 일반 시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사건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느낌입니다.

곱씹어 생각해 보면 수상한 점 투성이인데,
수영장에 수영복도 안 입고 와서 헌팅한답시고 자신의 주변인물인 야요이에게 접근했으며,
수영장에 있다 말고 갑자기 밖으로 나가 유괴당하는 마야코를 도와줬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야코와 만나
'자기는 마리나와 같은 소속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 수상쩍은 인물에 대해 아는 건 얼굴하고 이름 밖에 없는데
뒷조사를 하고 싶어도 코지로라는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명입니다.

사실 뒷조사도 필요없이 절친한 친구인 야요이에게 물어 보면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엇갈림이 멀티 시점 게임의 매력이죠.
나중에 코지로는 마리나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걸 역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마리나는 또 그걸 역으로 이용하는 함정을 파는 등
다양한 활용도를 보여줍니다.


그럼 그 절친한 친구인 야요이는 뭘하고 있느냐?
그녀가 운영하는 사무소는 여러 악재로 망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놓여있는데
야요이는 왠지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마리나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냐고 묻자, 예전 애인과 재결합했다고 합니다.
지금 애인 아침밥 해 주겠다고 시장 보러 가는 길이랍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카츠라기 탐정사무소에 가보면
침울해 있는 야요이를 볼 수 있습니다.
애인이 재결합하자마자 바람을 폈다고 합니다.

사과하면 용서해 줄 생각도 있었는데 사과는 안 하고
'젤리'가 어쩌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 놓았다고 합니다.
마리나는 '그래도 사과할 생각이었으니까 사무소까지 찾아 온 거다'라고
야요이를 위로합니다.

이런 점 또한 멀티 시점의 매력이죠.
코지로의 시점으로는 볼 수 없었던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부분은
이 게임의 재핑 시스템이 가장 높이 평가받는 부분인 해킹 장면입니다.
미도 외교관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 코지로는
그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국가 기밀을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명색이 국가 기밀인데 그렇게 쉽게 해킹이 될 리가 없습니다.
때마침 누군가가 정식으로 접속해서 그걸 추적하지 않는 이상 해킹은 불가능한 상황이죠.



한편 마리나도 궁지에 몰려 있는 상태이고
미도 외교관을 조사해서 이 사건을 풀어내면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부장은 그녀를 돕기 위해 은근슬쩍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자리를 비워주죠.
마리나는 힌트를 통해 국가 기밀이 담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도해 봐도 중요한 정보를 보기 위한 권한이 부족합니다.
비밀번호는 알고 있는데 그 커널을 뚫고 비밀번호를 입력할 시간이 부족한 거죠.



코지로와 쿄코는 마침 접속한 사람 덕분에 해킹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코지로 역시 중요한 정보에는 접속 권한이 없는 상태입니다.

근데 상황을 보니 마침 접속한 누군가도 정상적으로 접속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코지로는 과감하게 현재 접속해 있는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기로 합니다.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해서 답답하던 마리나는
해킹을 하고 있던 누군가의 신호를 눈치챕니다.

그 사람에게 비밀번호를 알려 주고 서로 협업해서
중요한 정보를 캐내기로 하죠.


코지로와 마리나, 둘 다 상대에게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의사를 눈치채고 호흡이 척척 맞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듀오를 하는데
합이 환상적으로 맞는 경우와 같습니다.
끝나고 친구 요청이라도 보내고 싶은 관계인 거죠.

이런 상황을 코지로-마리나 간의 시점을 계속 변환해 가면서 플레이하는 겁니다.
재핑 시스템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뛰어난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까지가 개략적인 스토리 설명입니다.
스포일러를 꽤 많이 한 것 같지만 사실 아쉬움이 많을 정도로
일부분에 불과한 이야기들입니다.

직접 플레이하시면 더 많은 반전과 명장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을 약속드리며
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게임은 이후로 많은 리메이크가 되어 왔으나 큰 틀은 모두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과 비슷합니다.
리메이크 별 몇 가지 차이점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2개:

  1. 재핑시스템인지 뭔지 플레이 하는 내내 플레이하기 번거러움에 치를 떨었는데 해킹장면 진입하면서부터 모든 불만이 사라졌었던 기억이나네요 저 한순간을 위해 만든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정말 잘뽑아낸 씬이라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
  2. 헤헤//
    EVE시리즈 전체로 봐도 명장면이었죠.
    그 이후의 게임들도 똑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정도 박력을 내지 못해서 참 아쉽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