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4일 일요일

리뷰 : EVE burst error(4)(1995/11/22,시즈웨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EVE burst error>의 이식판 및 리메이크에 대해 다루는 리뷰입니다.
사실상 똑같은 게임이나 H씬만 추가된 버전들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것은 97년도에 나온 세가 새턴판입니다.
18추 등급으로 나왔지만 많은 야한 부분이 삭제가 되었죠.

변경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데 기본적인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원화나 스토리, 진행방식 등이 원작에 충실했던 이식판이었죠.
보이스도 추가되었고 애니메이션을 원작에 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변화된 것들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 당시 세가 새턴에 이식된 많은 에로게들이 그러하였듯이
그냥 잘 이식된 작품입니다.
뭐, 원작 발매 후 불과 1년 반만에 나온 작품이니까요.



그 다음 게임은 2003년에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2판
<EVE burst error PLUS>입니다.
유일하게 한국어로 번역되어 국내에 정식 발매된 작품이기도 하죠.



딱 첫 장면만 봤을 때, 이 게임은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카네의 디자인이 원작에 비해 너무 별로였죠.
하지만, 아카네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물도 아니었고,
대체로 리메이크 중에서 가장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원작에 비해 아쉽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저는 언제나 도전적인 변화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깔끔하게 잘 뽑힌 디자인이라고 평가합니다.



플스2에서는 세모 버튼, 윈도우판에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간단하게
시점변환이 가능합니다.
원작에서는 세이브를 통해 시점을 바꿔야 했고,
그 세이브도 정해진 장소에서만 할 수 있었으나 PLUS는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시점 변환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대사 도중에도 시점 변환이 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많이 빼고,
약간이지만 추가된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어판도 있으니 오늘날 EVE burst error를 플레이하고 싶으신 분들께
저는 이 버전을 추천하고 싶네요.



그 다음은 2010년도에 나온 PSP판
<burst error -EVE The 1st.->입니다.
처음 이 게임 발매 소식과 함께 캐릭터 디자인이 올라왔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댓글 분위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사실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부트 수준으로
원작과 다른 부분을 찾아야 할 게 아니라
비슷한 부분이 뭔지 찾아야 하는 수준입니다.

신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했고,
스토리는 새로운 장면이 여럿 추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있던 장면도 세부적인 것들은 전부 바꿔 버렸어요.
게다가, 원작 시스템도 버리고 선택지형 비주얼 노벨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원작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하는 리메이크보다
도전적인 변화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렇기는 한데...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적어도 EVE burst error라는 게임이 뭔지 알고 싶다 하는 분께는 권하고 싶지 않네요.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새로운 EVE burst error에 도전해 보고 싶다 하는 분들만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2016년에 PSVITA판으로 나온 <EVE busrt error R>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지금까지 나왔던 리메이크들의 요소들을 받아 들였지만
일단은 95년판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원작 그대로에 채색만 달리 했다고 하는데,
변화를 사랑하는 제 취향을 떠나서 어색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남성 캐릭터의 경우는 차라리 다시 그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했어요.
이건 뭐, 저랑 싸우자는 수준이었습니다.



모든 CG가 나빴던 것도 아니고, 괜찮은 추가 요소도 보입니다.
다만, 불필요하다고 해서 빠졌던 마지막 부분이 다시 부활한 건 아쉽네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PS2판이 가장 괜찮았습니다.



총평하자면, PC-98 시절을 통틀어서 
최고의 자리를 놓고 다툴만한 명작 에로게입니다.

스토리의 마지막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급하게 끝나 버렸죠. 
안타깝게도 수많은 리메이크 중에서 
그 부분을 명쾌하게 해결했던 리메이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을 포함하더라도 그 시절 스토리 게임으로 최상위권이었으며,
그동안 여러 게임에서 어설프게 활용하던 멀티 시점을 완벽하게 활용한 스토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훌륭했습니다.
후속작을 생각하지 않았는지 인기있는 캐릭터를 다수 죽이기는 했지만,
살아 남은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들을 활용한 다수의 속편들이 나오기도 했죠.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있는 에로게입니다만
가장 추천하는 건 에로가 없는 PS2판입니다.
에로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분께는 PS2를 윈도우로 이식한 버전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댓글 6개:

  1. 이브 리뷰를 끝내신 것을 축하합니다. 제가 한창 PC98 게임들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시즈웨어에서 나온 칸노 히로유키의 게임을 해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는 회사별로 모든 게임을 해보자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또 거기에서 파생된 브랜드들을 이어서 하는 식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JAST의 모든 게임을 해 보고, 여기서 파생된 버디 소프트, 블랙 패키지, 캣츠 프로, 디스커버리, 페어리테일 전반, 칵테일 소프트, 멜로디, 오렌지 소프트, 스튜디오 트윙클, 엘프 등등을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플레이하며 엔딩 스태프롤을 보면 게임회사들간의 관계나 제작 스태프들의 관계를 알 수 있어서 더욱 재미가 있습니다.

    히루타 마사토의 문장력에 매력을 느꼈던 저는 다른 많은 게임들의 문장이 생각보다 어설퍼서 인재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간간히 눈에 띄는 라이터는 있었는데 사이토 켄보(斉藤 ケン坊)정도 입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문장이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던 회사의 게임들이 있는데 바로 히메야 소프트의 게임들입니다. Bacta라는 게임이 특히 그러했으며 포보스라는 게임은 엘프의 엘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히메야 소프트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니 엘프의 중심 그래피커들과 아베 사부로(安部 三郎)라는 시나리오 라이터 겸 프로듀서가 주축이 된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아베 사부로는 엘프 초기시절 게임이나 립스틱 어드벤처에서 히루타 마사토와 호흡을 맞췄던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후에 아아루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코코로라는 충격적인 게임을 내기도 했습니다. 아베 사부로와 히루타 마사토 중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지만 페어리테일 초기의 명작 살인의 드레스는 아베 사부로의 작품으로 추측합니다. 왜냐하면 엔딩 스태프롤에서 게임 구성을 와타나베 유키자부로(渡辺 雪三郎) 라는 사람이 했다고 나오는데, 아베 사부로의 가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 게임은 히루타 마사토가 쓴 것으로 알려질 만큼 문장의 느낌이 비슷합니다.

    이브가 발매된 시즈웨어는 히메야 소프트에서 나온 브랜드인데 역시 엘프 게임의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픽 면에서도 그렇고, 시나리오 면에서(열락의 학원을 제외하고) 라이터인 칸노 히로유키의 문장력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히루타 마사토와 칸노 히로유키가 추구하는 주제는 다르지만, 글 쓰는 스타일이 너무 비슷했습니다. 후일 칸노 히로유키와 함께 작업했던 음악가 타카미 류(高見 龍)가 유노 리메이크 발매 후 했던 인터뷰(https://automaton-media.com/articles/interviewsjp/20170124-38850/)를 읽어보고 왜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열락의 학원을 만들고 게임이 팔리지 않자 칸노 히로유키는 잘 팔리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고, 잘 팔리는 게임인 히루타 마사토의 모든 게임을 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는 아마 히루타 마사토의 글쓰는 솜씨를 열심히 연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득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그래피커의 대표는 노구치 마사츠네(野口 征恒)라는 사람으로 페어리테일의 스틸 소드라는 게임에서 처음 이름을 보이며 히루타 마사타와 함께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이후 히루타 마사토가 만든 엘프로 갔으며, 엘프를 떠나 시즈웨어로 간 시기는 1994년 쯤으로 추측합니다.1994년 엘프의 드래곤 나이트4에 이름을 보이며, 이후 시즈웨어의 Desire에 이름이 등장합니다. 그는 이브에서 원화를 제외한 그래픽 전반을 감독했습니다. 그는 애니메이터로도 활동할 만큼 그림실력이 뛰어나며 내일의 죠라는 만화의 엄청난 팬이기도 한데 엘프 게임의 배경에 죠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때문입니다.

    이런 관계들로 추측했을 때 엘프와 히메야 소프트, 혹은 시즈웨어의 관계는 크게 나쁘지 않았고 교류도 어느정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후일 칸노가 엘프로 이적하는 계기도 되지 않았을까요. 속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요.
    어쨌든 히루타 마사토의 게임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칸노의 작품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가 시나리오를 쓴 게임들은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하급생 2와 다르게 라임색 류기담X를 금방 끝낼 수 있었는데 역시나 평범한 게임이었습니다. 거기에 비해 이어서 하는 젊은아내만화경은 문체가 키사쿠와 너무 비슷해 깜짝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거기다 게임 플레이형식은 선택에 따라 점수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베드 엔딩이 될지 다음으로 진행할지를 결정하는 엘프 초기작 핑키퐁키와 비슷해서 도텐메이카이의 정체가 히루타 본인, 아니면 칸노처럼 히루타의 문체를 연습하고 체득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고 매주 꾸준한 리뷰 쓰시는 것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답글삭제
    답글
    1. hityou2님의 해박한 정보력에 놀라고 갑니다.

      삭제
    2. 칭찬 감사합니다. 엘프 관련 게임쪽에만 잡지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삭제
  2. hityou2//
    리뷰를 하다 보면 순서가 늘 고민이 됩니다.
    사실 이번 리뷰를 하면서도 EVE 시리즈 순서대로 갈 것이 아니라
    칸노 히로유키의 이후 행적을 먼저 따라가고 그 후에 EVE로 가는 편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그만두었습니다.

    답글삭제
  3. DMM에서 살펴보니 두 종류가 있더군요.
    1) EVE burst error, 2) EVE burst error A, 3) EVE burst error R
    대충 1) 예전판 2) 리마스터 성인판 3) 리마스터 전연령판 같은데 맞을까요?

    답글삭제
  4. feveriot//
    네, 다른 차이는 없고 R은 리마스터, A는 어덜트로 보면 정확합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