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0일 일요일

리뷰 : 새댁만화경(2005/2/25,옐로피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5년까지 네토라레 불후의 명작이 탄생할 것이며, 곧 네토라레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예전에 제가 했던 예측 중에서 가장 크게 틀렸던 예측 중 하나입니다.
애니메이션보다 에로게 산업이 잘 나갈 거라고 예측했던 것만큼이나 틀려 먹었죠.

사실 마냥 틀렸다고 하기에는 아까운데, 저 발언을 했던 건 정말 옛날이었습니다.
네토라레라는 용어가 에로게 좀 했다는 오타쿠들에게조차 생소했던 시절이었어요.
'네토라레가 뭐임? 사토라레(2001년 일본영화)는 아는데'라는 반응을 몇 번이고 봤습니다.

그 때에 비하면 네토라레라는 용어는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는 꽤 많이 퍼진 용어가 되었습니다.
AV나 만화 등에서 네토라레는 다소 화제가 되는 장르가 되었죠. 
또한 예전에 일본 성인 남녀 AV 인기 장르 랭킹이라는 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
남녀 모두 1위가 '네토리, 네토라레'였던 겁니다.
이 정도면 제가 예측했던 '네토라레의 시대'가 왔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요?


양심적으로 고백하자면, 지금의 현실은 제 예측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옛날부터 에로게 전문이었고, AV나 만화 따위는 어찌되든 알 바 아니었죠.
제가 말한 '네토라레의 시대'란,
순애물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 당시 예로 들었던 것은 key사인데
그런 회사의 순애물까지도 네토라레의 엔딩이 하나 정도 끼어있는 그런 시대였던 겁니다.
무슨 마약했길래 이런 생각을 했나 싶지만, 그 때는 반정도 진심이었습니다.

반은 농담이었어요. 그렇잖아요.
당시 제가 지인들에게 네토라레의 매력을 열심히 설파했음에도,
그 누구도 넘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러나 보니, 저도 반발심이 생겼고 다소 오버해서 미래를 예측했던 거죠.
 

지금의 NTR 문화와 제 예측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네토라레를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저는 좀 더 주인공이 모르는 곳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미스테리에 중점을 둔 작품을 원했습니다만
현재 그런 묘사를 제대로 하는 작품은 거의 없죠.

다시 말해 저는 네토라레가 하나의 스토리 소재가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현재 인기있는 네토라레는 그 자체가 성적 취향인 겁니다.
스토리에 대한 고민은 하나도 없이,
판에 박힌 NTR물만 나오더라도 에로하면 그만인 작품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게 제 과거 예측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이유입니다.

예측 실패와는 별개로, 당시의 저는 '네토라레의 시대'를 몰고 올
'네토라레 불후의 명작'을 오매불망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제 예측과는 달리 에로게판에서 네토라레물의 성장은 지지부진했고,
ㄴㅇ계열의 메이저 회사들마저도 네토라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죠.


그러던 중 한 때 업계 1위급이었던 한 회사가 네토라레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하는데,
그 회사는 바로 제가 늘 사랑하는 회사 엘프 사였습니다.

사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였죠.
엘프 사는 잘 나가던 시절이든 몰락했던 시절이든
게임 내에서 부분적으로 네토라레의 성향을 꾸준히 내비춰 왔으며,
저는 그런 게임의 영향을 듬뿍 받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저와 엘프 사가 네토라레로 다시 뭉치게 된 것은 필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저에게 처음으로 에로게의 멋짐을 알려줬던 엘프 사가
다시 한 번 저에게 최고의 네토라레 게임을 선사해 줄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엘프 사가 네토라레 전문 회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도부터입니다.
저는 엘프 사의 2008년도부터 2015년까지를
시나리오 라이터의 이름을 따서 '도텐 메이카이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해당 시기 엘프 사의 네토라레물은 모두 도텐 메이카이의 시나리오였죠.

이 시기를 위한 준비작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엘프 사는 2008년 이전에 이미 자회사인 옐로피그에서
도텐 메이카이 시나리오의 네토라레물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것이 2005년의 <새댁만화경>과 2006년의 <남편 앞에서 X해져>인 것입니다.



<새댁만화경>은 옐로피그에서 2005년에 발매되었습니다만
2년만에 그래픽을 개선하여 <새댁만화경 완전판>이 나왔고,
다시 2년만에 엘프 사에서 애니메이션 추가판이 발매되었습니다.

지금 가장 유명한 것은 2009년에 발매된 애니메이션 추가판이죠.
<남편 앞에서 X해져 버려>와 합본으로 발매되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도 이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무고한 도둑 누명을 쓴 유부녀가
마트 경비원에게 협박 받아서 타락한다는 정석적인 NTR물입니다.



다른 게임에 비해서 독특한 면은
주인공과 여성 캐릭터의 타락에 이르기까지의 심리묘사를
상당히 자세하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많은 NTR물에서 간과하는 부분이죠.

엔딩 역시 일반적인 NTR물과는 다르기 때문에
NTR에 익숙한 분들에게도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입니다.

대체적으로 평범한 NTR물은 아니고 상급자용입니다.
에로적인 측면에서는 그렇게 특출나지 않기 때문에,
전형적인 NTR물이 질린다 하는 사람이
독특한 재미를 찾고 싶다 할 때 플레이할만한 게임이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네토라레당하는 쪽인 남편의 비중이 많이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네토리와 네토라레, NTL과 NTR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 게임은 빼앗는 쪽에 중점을 둔 네토리, NTL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둘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편이 아니고,
리뷰에서 용어를 굳이 구별해서 사용하면 혼란스럽기 때문에 
대체로 구별하지 않고 NTR, 네토라레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다만, 제 취향적으로는 남편의 입장을 거의 활용하지 않아서 좀 아쉬웠죠.
용어를 따지자면 제 취향은 엄격한 의미의 네토라레입니다.



총평하자면, 에로에 치중한 NTR물이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이 게임만의 특색이 좀 더 있기는 하지만 다른 리뷰에서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 싶어요.

이 리뷰를 작성한 이유는
당시 제 입장과 앞으로 소개할 엘프 사를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소개할 '도텐 메이카이의 시대'의 예고편인 거죠.

아무튼 엘프 사는 2008년 드디어 본격적인 NTR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며,
다음 리뷰는 그 첫 게임 <미육의 향기>입니다.

댓글 3개:

  1. np21//
    개인적으로는 연애질도 NTR도 좋아합니다.
    내용에 적었다시피 그런 것들이 결합된 게임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죠.

    제 예상보다는 탁월한 심리묘사나 독특한 상황의 게임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참 아쉽습니다.
    다른 매체에서는 따라할 수 없고 에로게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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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런 작품도 있었군요..... 이건 어떤 느낌으로 타락하나요? 솔직히 저렇게 강압적인 사이로 시작하는데다 부부간 사이도 좋으면..... 가텐계처럼 히로인의 정조관념이 막장인가? 솔직히 제가 ntr물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단 깊이있는 ntr물에 내상입는 이유가 못해도 몇년씩 쌓아왔던 유대를 박살내버리기 때문일까요....(순수하게 개인적인 이유로요)
    그래서 요즘 대다수 ntr물들이 ntr의 탈을 쓴 치녀물인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들기 편하고 + 내상도 적거든요. 그냥 우리간의 인연이 끝장났다기보단 조금 과장해서 험한말로 x나홀을 잃어버렸단 느낌일까요....
    그래서 전 너무 가벼운것도 싫고 너무 진중한 ntr도 싫어서... 개인적으로는 '적당히' 빌드가 있으면서도 너무 진중하지 않고 여차하면 뺏기지만 주인공 본인이 능력이 있거나 선택을 잘하면 ntr회피가 가능한 것. 정도가 취향일까요.(예를 들어 마검사 리네시리즈가 있네요, 혹시 아시나요?)
    오늘 시험도 끝나서 주저리주저리할게 많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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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독자들//
    그런 성향이시라면 이 게임에 적응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게임이지만 도텐 메이카이 특유의 질척질척한 심경 변화가 큰 작품이라서요.

    마검사 리네는 모르겠네요.
    NTR물은 대부분 해보지만 동인 쪽은 신뢰가 있는 몇개 팀 게임을 제외하면 거의 모릅니다.

    댓글을 읽어보니 완벽하게 일치하는지 모르겠지만
    루네의 '그래도 아내를 사랑한다' 시리즈 정도면 취향에 맞으실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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