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3일 일요일

리뷰 : 맑은 뒤 두근두근 가슴설렘(1997/4/25,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맑은 뒤 두근두근 가슴설렘>은 <맑은 뒤 가슴설렘>의 속편으로
윈도우용으로 발매된 게임입니다.



독특한 점은 팬디스크가 아니라 정식 속편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물론 전작의 주요인물 대부분이 그대로 등장하는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란스> 시리즈 같은 판타지물이 아닌 이상,
학원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죠.
다수의 히로인마다 개별 엔딩이 있는 게임에서는 
구조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전작이 가벼운 러브 코미디 스타일로 
누군가와 확실히 연결되지 않는 엔딩이었기 때문에
이런 속편이 나오는 게 가능했던 거죠.

캐릭터와 스토리가 전작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은 전작을 먼저 플레이할 것이 권장되는 게임입니다.



전작이 시스템적으로 충분히 편의적이었는데
놀랍게도 거기서 더 발전된 시스템을 보여줍니다.
불필요한 선택지가 하나씩 사라지는 시스템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예 필수적인 선택지의 글씨색을 파란색이나 녹색으로 표시해 줍니다.
필수적인 선택지가 쓸데없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정말 수월하게 진행할 수가 있죠.

너무나도 훌륭한 시스템이라
과거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을 하면서 불편했던 문제들이
이 게임에서는 전혀 없는 수준이에요.



전작의 주요 캐릭터들을 그대로 등장시키는 것은
게임을 식상하게 만들 우려가 있었으나,
이 게임은 두 가지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는데
하나는 적절한 신 캐릭터의 등장이었고
또 하나는 수학여행으로 게임의 배경을 일신한 것입니다.



사실 신 캐릭터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꼈고,
역시 이 시리즈의 최고 캐릭터는 츠키미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여행에서 보여준 다양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어떤 꿈을 꾸던 주인공이 갑자기 열 대를 쳐맞으면서 시작합니다.
이번 게임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무수히 두드려 맞는데,
평소에는 맞아도 싼 짓을 골라하는 주인공이지만
자면서 소리쳤다는 이유로 맞는 건 너무하잖아요.



단순한 기상씬에서 벌써 137대를 맞았습니다.
헛소리하고 쳐 맞고, 성희롱하다 쳐 맞고를 
짧은 시간에 일곱 번이나 반복한 결과죠.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여성 캐릭터들에게 얼마나 쳐맞는지가 업적입니다.
게임 내내 맞은 횟수가 누적되며, 세이브할 때도 그 횟수가 표시되죠.

한 번에 137대나 맞은 건 프롤로그다 보니 특히 많이 맞은 겁니다.
보통은 한 번에 수십대정도 맞을 뿐이죠.
그래서 게임 끝날 때쯤에는 얼마나 맞느냐.



이 정도입니다.
저는 쓸데없는 선택지를 거의 고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맞지는 않은 편이에요.
보통 3800대 정도를 맞는다고 합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맞잖아요.
이 정도면 맞은 사람은 물론, 때린 사람도 몸이 상하겠습니다.

저번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패턴을 지나치게 우려먹는다는 점입니다.
뇌절의 끝을 볼 수 있죠.
다양한 패턴의 개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패턴은 조금 줄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좋은 캐릭터와 적당한 스토리로 이루어진 러브 코미디입니다.
전작까지만 플레이했을 때는 너무 옛날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게임의 발전을 보니 속편이 더 나왔어도 괜찮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마지막의 "To be Continued"에도 불구하고
결국 새로운 작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성공적인 속편이 나왔다면,
획일화된 에로게 판에서 그 독창성을 높이 평가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이 게임만으로는 '지금 트렌드에는 맞지 않는 게임'이라는 평가만을 내릴 수밖에 없네요.

댓글 4개:

  1. 하레노치 시리즈 리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이 시리즈를 해보지 못했지만 말씀하신 "90년대 촐싹 계열" <- 전 이런 감성이 좋더라구요. 까불까불 하고 여주한테 희롱 하다가 쳐맞기도 하고.
    어릴때 본 만화책에서도 이런 캐릭터가 많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언제부턴가 안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미연시 게임에서도 비주얼 노벨로 넘어가면서 주인공이 초식 계열로 변한것 같고..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고 그래서 더 90년대 PC98 게임에 관심이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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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ick//
    확실히 주인공의 개성은 옛날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레노치 시리즈가 그런 옛날 감성을 많이 담고 있는 점은 좋았지만 지나쳤던 부분도 있어서 요즘 기준으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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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하레노치 리뷰 시리즈가 칵테일 소프트 카테고리안에 들어가 있지 않네요. 넣어 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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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ick//
    일단 수정은 하였습니다.
    라벨 분류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되어 신경을 못쓰고 있네요
    지금 분류는 미흡한 점이 많은데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아이디어가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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