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7일 일요일

리뷰 : 공주기사 안젤리카 ~당신은 정말 최저의 쓰레기에요~(2007/2/23,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주기사 안젤리카 ~당신은 정말 최저의 쓰레기에요~>입니다.
과거 이 게임에 대한 제 평가는 가혹했는데
그 때 했던 제 평가는 이렇습니다.

"이 게임이 더 쓰레기에요."

나무위키를 보니, 
이 게임이 2채널에서 잠깐 밈화가 된 적이 있을 정도로 괴작이라고 적혀 있고,
지금 남아있는 평가들을 봐도 전혀 개그 장면이 아닌 부분에서 웃겼다는 등
조롱하는 식의 평가가 많았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지나치게 오버한 H씬 텍스트와 
그걸 열심히 연기한 성우의 분투때문이었습니다.

또다른 이유로는 캐릭터들이 H씬에서
너무 심하게 옷을 껴입고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 게임뿐만 아니라 
이후 이런 스타일로 나온 실키즈의 게임들이 
대부분 착의 H씬밖에 없어요.
알몸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관입니다.
심지어, 어떤 게임에서는 목욕할 때도 옷 입고 목욕하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조롱받았던 게임이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제가 이 게임에 실망했던 이유와는 좀 달랐죠.
이번 플레이에서는 저런 비판점에 집중해서 플레이를 해 보았지만
저에게는 특히 와닿는 문제점은 아니었습니다.



게임의 세계관은 판타지 세계로서
적당히 사연있는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공주기사 안젤리카 및 그 외 높은 지위의 여성 캐릭터들을 조교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다지 쓸만한 스토리는 없고, H만을 거듭하는 게임이지만
에로게로서 딱히 문제될 건 아니죠.



이 게임은 조교물입니다.
플레이어는 여러 행위를 선택하면서 여성 캐릭터들을 조교할 수 있습니다.
계속 조교를 반복하면 조교 레벨이 높아지고
조교 레벨이 높아질수록 행위를 당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반응도 변화하게 되죠.
뭐, 조교물의 당연한 공식입니다.

어떤 조교물 같은 경우는 행위나 신체부위마다 개발도가 있어서
특정 행위를 더 많이 하면 그 부분을 위주로 조교되는 게임이 있긴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 부류는 아니고 그냥 총체적인 레벨이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수학적으로 딱딱 나눠지는 조교물은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조교횟수에 따라 레벨이 올라가기 때문에,
태도가 변화되는 계기가 스토리상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그냥 캐릭터가 갑자기 변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거죠.


이 쪽 장르의 장점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H씬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과
같은 H씬이라도 레벨에 따라 다양한 반응의 조교를 즐길 수 있다는 점,
혹은 고고하고 자존심 높은 캐릭터를 점점 타락시키는 재미 등을 들 수 있겠죠.



조교물은 오랫동안 연구되었던 장르였고,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르는 아닙니다.
조교물 중에서 좋아했던 게임이 있긴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좋아했던 건 아니고, 다른 요소가 좋았던 거죠.

사실 이 게임도 조교물에 대한 제 비선호도를 제외하면
비슷한 게임들과 비교할 때 큰 단점이 있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대체로 당시의 조교물 평균 수준의 게임이었죠.
그럼 당시에 제가 했던 혹평은 왜 나온 걸까요?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LUNE사의 <전을녀 발키리>와 큰 틀에서 완벽하게 똑같았어요.

애초에 조교물들이 대체로 비슷비슷한 느낌이 있고,
<전을녀 발키리>는 당대 조교물의 대명사급으로
그 장르에서 가장 핫한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지나칠 정도로 많이 비슷했어요.
LUNE에서 나온 스탭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그래도 회사가 바뀌었으면 어느 정도 변화를 줬어야죠.
심지어, 당시 LUNE는 망한 회사도 아니고
<전을녀 발키리>의 속편을 비롯해서 여러 조교물들을 꾸준히 발매하는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회사였는데요.
 
이전까지 실키즈의 게임들은 제가 호평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색깔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게임들이었습니다.
에로게 업계의 대세인 모에 붐에 편승하지 않고,
비교적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좀 더 도전적이고 독특한 스토리가 많았죠.
그래서 저는 실키즈에 꾸준히 기대를 걸었던 겁니다.

근데 <애자매> 3편과 공주기사 안젤리카를 거치면서
실키즈만의 색깔이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노선을 바꿔 버린 거죠.
이 이후에 실키즈에서 발매된  <학원최면례노>, <공주기사 올리비아> 등은 
안젤리카보다는 재밌게 했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의 뻔한 게임이었습니다.
장르만 진부했던 게 아니라, 내용 자체가 뻔했고
인상적인 장면 하나 내세울 게 없는 게임들이었죠.



저는 안젤리카를 실키즈 노선 변경의 상징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했으며,
실키즈에 실망할 때마다 이 게임을 원망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런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오랜만에 해도 비슷한 게임들에 비해 재미가 없다고 느껴졌어요.
이번에도 재평가는 없었습니다.



총평하자면, 별 특색없는 조교물입니다.
일부 의견만큼 조롱받을 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플레이어의 흥미를 끄는 무언가도 존재하지 않아요.
굳이 저 시절의 조교물을 찾으신다면
<전을녀 발키리> 시리즈나 <공주기사 올리비아>가 낫다고 봅니다.

이런 인상적이지도 않고, 
많이 플레이하지도 않은 게임을 리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후 실키즈의 노선 자체가 이 쪽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려면 어쩔 수 없었죠.
실키즈는 이런 노선의 게임을 다섯 개나 더 냈는데
모두 리뷰 안 할 겁니다.


에로게 회사의 역사가 오래되면 
이렇게 스타일을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기한 LUNE도 현재는 조교물 안 만들고 MC물만 만들고 있죠.

실키즈가 앞으로의 노선을 조교물로 가닥을 잡고 
<전을녀 발키리> 스타일로 가기로 했더라도
그 안에서 실키즈만의 느낌을 내려고 했다면
저는 이렇게까지 비판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노선을 변경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그냥 베끼는 수준으로 따라갔다는 점.
그것때문에 저에게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실망감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 2개:

  1. 애자매 시리즈를 리뷰할 거죠??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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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Unknown//
    애자매 시리즈는 당연히 리뷰 계획에 있습니다만,
    에로 위주의 게임이고 제가 그다지 좋아하는 시리즈가 아니라
    리뷰 내용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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