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1일 일요일

리뷰 : 애자매4 ~분해서 기분 좋았다고 말 못 해~(2014/5/3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애자매> 시리즈의 4편인
<애자매4 ~분해서 기분 좋았다고 말 못 해~>입니다.
실키즈 이름으로 발매된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죠.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시리즈 2편, 3편과 달리 
4편은 꽤나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먼저 자세히 리뷰하지 않았던 전작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우선 2편인 <애자매 츠보미 ~더럽혀주세요~>입니다.
2004년에 발매되었죠.

매우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1편에 비하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인지도가 없었던 게임입니다.

스토리가 완전 같지는 않았지만
캐릭터나 분위기가 1편하고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점은 딱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출 면에서 독특한 시도가 있었지만 딱히 장점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죠.

게다가, 1편 윈도우판의 칙칙한 색감이 생각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픽은 사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만
어차피 묻힌 게임이라 대부분은 그 사실에 신경쓰지 않았죠.
그냥 망한 게임이었습니다.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인지 2006년에 발매된 3편
<애자매 ~어느 쪽으로 할 거야~>는 
그야말로 무지개색 총공격을 시도합니다.
문제는 그래픽만 총천연색으로 바뀐 게 아니라
스토리도 싸구려 러브코미디로 바뀌었다는 거죠.

2편이 전작하고 비슷했기 때문에 애매하게 묻혔다면,
3편은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 자체가 전작 모욕 수준이었어요.



사실 저는 그렇게 싫어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1편에 그렇게 큰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3편에는 좋아하는 성우가 꽤 많이 나왔거든요.
캐릭터도 지나치게 오버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나름 괜찮았습니다.

다만, 스토리도 개그도 모두 수준 이하였던 건 맞습니다.
의미도 없는 설정, 밑도 끝도 없는 상황극, 짜임새도 없는 스토리 등등
많은 요소들이 스토리를 산만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자매가 나온다는 것 이외에는 전작과 너무 단절되어 있어서
대체 왜 '애자매'의 이름을 갖다 붙인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3편 이후 한참 후에야 애자매 4편이 발매됩니다.
실키즈가 문 닫기 전에 발매된 마지막 작품이죠.



초반 스토리는 정통 ㄴㅇ극처럼 전개됩니다.
못생기고, 비만이며, 직업도 없는 주인공이
의사인 유부녀 에리코를 치밀한 계획으로 함정에 빠뜨린다는 스토리죠.
꽤 그럴싸한 초반부입니다.



에리코와 H씬 성공 후 방심했는지,
부주의하게도 에리코와 호텔에서 같이 나오다가
에리코의 딸인 키요미에게 목격당하게 됩니다.
그래도 어떻게 잘 속여 넘겨서
키요미와도 그런 관계가 되는 것에 성공합니다.
키요미는 H씬 후에 심하게 울음을 터뜨리고
주인공이 집까지 데려다 주죠.



그 후, 게임이 슬슬 개그 장르로 변질되기 시작하는데
키요미의 집 앞에서 주인공을 목격한 언니 마나미는
다짜고짜 주인공의 안면에 펀치를 날립니다.



정의로운 폭력에 굴하지 않은 비열한 주인공은
어찌어찌 마나미도 함정에 빠뜨려서
에리코, 마나미, 키요미 셋과 좋은 관계가 되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 후로는 하루가 멀다하고 아침, 점심, 저녁에
세 모녀를 부르는 스케쥴 편성 게임이 되죠.
시스템이 그다지 복잡한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금방 익힐 수 있지만
모든 엔딩을 보려면 골치 아픈 면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어찌어찌 정통 ㄴㅇ극으로 흘러 왔지만,
본편에서는 그런 어두운 분위기가 많이 사라집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다들 특이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주인공에게 큰 혐오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을 좋아하냐고 물어 보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H씬을 하는 건 아니에요.
협박이 큰 의미가 없는 수준입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세 모녀에게 쩔쩔 맵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거짓말을 많이 섞었기 때문에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는 전개가 지속되죠.
그리고 이런 전개가 굉장히 코믹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주인공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마나미도 꽤 재미있습니다만
진정한 웃음벨은 분노 상태의 에리코입니다.
평소에는 쿨하고 인내심이 많아 보이는 캐릭터지만
한 번 화를 내면 엄청나게 폭주하죠.
주인공이 진정시키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주인공이 조심성이 없어 목격을 많이 당하기 때문에
목격자 입막음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목격자 캐릭터들도 정상이 아닙니다.

마나미 학교의 선생님인 준코 같은 경우는
대놓고 독특하게 만든 천연 캐릭터죠.
워낙 발상의 차원이 다른지라 주인공조차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가장 주인공과 충돌없이 주인공을 잘 따르게 된 캐릭터이기도 하죠.


준코 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자신을 혐오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실제로도 많은 직장에서 그 때문에 짤리게 되었지만
만나는 캐릭터들마다 주인공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주인공에게 심한 짓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심지어 에리코의 남편이자 자매의 아버지인 케이스케마저도 주인공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케이스케는 평소에는 술을 안 마시는데
주인공과 술을 마시는 걸 그렇게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상한 캐릭터들이 모여 있는 가족이기 때문에
후반부의 해결 파트에서도 별 희한한 논리들이 다 나옵니다.
주인공이 제일 정상인처럼 보인다는 반응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재미있어요.
많은 실키즈 게임들이 결말 파트를 간과하고 무시해서 졸속으로 처리했지만
이 게임은 정상적이지는 않아도 에로게다운 방식으로 훌륭하게 묘사했습니다.


이런 시트콤 같은 분위기가 장점이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특히, 초반부에는 정통 ㄴㅇ물처럼 전개되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도 있었죠.

저도 그런 쪽으로 기대가 컸습니다만,
기대에 대한 실망과 예상치 못한 재미를 저울에 달아봤을 때
예상치 못한 재미 쪽이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실키즈는 꽤 오랫동안 독특함을 추구했던 회사였습니다.
그 독특함이 재미로 연결된 적이 별로 없어서 문제였지만
이 게임은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스토리에 대해 더 자세하게 전해 드리고 싶었지만
특이한 캐릭터와 복잡한 인간관계가 엉켜 있어서
리뷰에 간결하게 쓸 수가 없는 내용이네요.
웃음만큼은 보장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플레이하기를 권장합니다.

H씬은 CG중복이 많아 억지로 늘린 감이 있으나
그걸 제외해도 분량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에로 목적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댓글 2개:

  1. 안녕하세요 리뷰 항상 일요일마다 매번 기대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추천해주신 게임 자체도 재미있고 알던 게임이어도 글이 재밌어서 새로 플레이하듯이 쏙쏙 익혀서 항상 즐겁게 보고 있어요

    이번에 올려주신 애자매 4는 네임발+원화만 보고 당연히 엄청 다크한 능욕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다고 하니 더 궁금해지네요ㅎㅎ 저런 그림으로 개그라니 기대됩니다

    +혹시 리뷰 예정인 게임중에 Force사의 게임도 있으실까요? 그리고 사실 제가 백개먼님의 블로그를 게임 Carnival을 검색하다가 걸려서 들어오게 된건데 이 게임 감상도 적으실 생각 있으신지 궁금해서..댓글 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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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나가는바람//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Force사는 제가 아는 회사가 맞다면,
    그다지 리뷰할 만한 게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아는 게임들을 검토는 해 보겠습니다.

    Carnival같은 경우는 저에게 나쁜 쪽으로 의미깊은 게임입니다.
    옛날에 써놓은 글이 많아서
    당장이라도 리뷰할 수 있기는 한데
    다른 계획이 많이 밀려 있습니다.
    만일 2주 후에 리뷰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몇 개월 후에나 리뷰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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