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5일 일요일

리뷰 : 츠마미구이(2002/3/15,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Only you -리쿨스-> 이후로 5년 반만의 앨리스소프트 게임 리뷰입니다.
과거에는 앨리스소프트의 PC-98 게임을 주로 소개해 드렸는데
이번에는 앨리스소프트의 윈도우 시절의 게임을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앨리스소프트는 90년대 가장 뛰어났던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동의 엘프, 서의 앨리스'라고 불리며,
당대 최고의 회사였던 엘프 사와 감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회사였죠.

옛날 리뷰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저는 PC-98 시절의 앨리스소프트 게임이
과연 엘프 사와 비교할 수준이 맞는지 의아해 했었습니다.
물론 앨리스소프트에서도 좋은 게임을 많이 개발했지만,
그래도 엘프 사와는 꽤 수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윈도우 시절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앨리스소프트는 엘프 사와 비교될 수준이 아니었죠.
정확히 말하자면, 앨리스소프트는 엘프 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과 양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회사였습니다.

엘프 사가 2000년대 들어 점점 힘이 떨어지고 있었던 반면에,
앨리스소프트는 기복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최고 수준의 게임을 꾸준히 발매했습니다.

앨리스소프트가 발매한 게임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 게임 전부를 리뷰할 생각은 없고 중요한 게임 일부만을 리뷰할 생각이지만,
그 일부의 중요한 게임들만 해도
어느 정도가 있는지 현재 계산이 안 서는 수준으로 많죠.
앨리스소프트의 명작들을 전부 리뷰하기 전에,
제가 블로그 문을 닫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명작도 많고, 할 얘기도 많은 회사에요.


이렇듯 앨리스소프트는 에로게 역사상 최고의 회사로 손색이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우익 문제입니다.

사실 앨리스소프트가 우익 논란이 있다거나 
우익 의혹이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앨리스소프트는 논란의 여지도 없고 의혹의 여지도 없는 우익입니다.

이것은 게임 한 두개의 문제도 아니고,
애매하고 은근한 상징 몇 가지의 문제도 아닙니다.
앨리스소프트가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낸 과정은
굉장히 지속적이고 노골적이었죠.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기는 하지만,
개별 게임 리뷰마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리뷰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른 사이트에 잘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쪽 정보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앨리스소프트 리뷰 전체를 거르시기를 권장합니다.
그 정도로 우익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임이 없어요.  



아무튼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앨리스소프트의 <츠마미구이>입니다.
본래 츠마미구이의 뜻은 '군것질한다' 이런 식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말로는 딱 들어맞는 표현이 없어서 그렇지 정확한 번역은 아닙니다.

'츠마미'의 뜻은 '손으로 집는다'는 뜻으로
'츠마미구이'란 '손으로 집어 먹는다'는 뜻이죠.
창작물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튀김같은 걸 요리할 때,
주인공이 집어 먹으려고 하면 '츠마미구이 금지!'같은 대사가 나오곤 합니다.
이 게임의 제목은 그런 츠마미구이의 '츠마' 부분을
'아내'를 뜻하는 '츠마'로 바꾼 언어유희입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부녀물입니다.
'신감각 치유계 유부녀 어드벤처'를 표방했죠.


이 게임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바로 저가형 에로게의 조상님 격이라는 겁니다.
앨리스소프트가 당시 계속 오르던 게임 가격에 의문을 품고
다른 게임의 3분의 1 가격으로 발매했다고 합니다.

요즘의 저가형 에로게라면 내용이 짧고 부실하며 
빠른 템포로 사건 및 H씬을 전개시키는 스타일의 게임이 많은데,
츠마미구이는 템포가 그다지 빠르지 않고 내용이 충실한 편입니다.


아쉬운 점은 보이스가 없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보이스가 없는 게임도 많이 나왔고,
더군다나 이 게임은 저가형이기도 하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H씬이 주목적인 게임에 보이스가 없다는 점은
요즘 플레이하기에는 치명적인 문제죠.
다행히도, 2010년부터 판매되는 다운로드판에는
보이스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것은 2002년판이었는데,
보이스가 없어서 그런지 플레이하는 내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보이스가 있는 2010년판을 구해서 설치했는데
설치 경로가 2002년판하고 똑같아서 파일을 그대로 덮어 써 버렸죠.

2002년판은 덮어 쓰여져서 실행이 되지 않았고,
2010년판은 세이브 파일이 호환되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 플레이한 것들을 죄다 날려 먹고 말았던 거죠.
바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번 리뷰는 특히 CG를 거의 게재하지 않았는데
이런 비극적인 사정이 있습니다.
세이브해 놓은 것들을 하나도 못 쓰게 되어 버렸어요.


게임의 스토리를 한 번 살펴 봅시다.
평범한 대학생인 주인공은 옆집에 사는 치호라는 미망인을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모하는 마음을 전하기는 쉽지 않았고
둘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태였죠.



그러던 중, 옆집에 카나에라는 유부녀가 이사를 오게 됩니다.
주인공은 치호와 가까워지기 위해 카나에에게 한 수 배우기로 하죠.
과연 주인공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H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그리하여, 카나에에게 H한 조교를 받아
치호에게 그대로 써 먹는다는 스토리입니다.


스토리는 그다지 충실한 편이 아니지만
조교 시뮬레이션으로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조교를 계속 실행함으로써 점점 과격한 H씬을 볼 수도 있고,
색다른 코스튬을 사용할 수도 있죠.
대화 이벤트를 통해 조교에 사용할 포인트도 모아야 하고,
카나에, 치호 두 캐릭터의 호감도 포인트도 있습니다.
그에 따른 각 캐릭터의 엔딩도 존재합니다.



그래픽은 요염하고, 캐릭터는 성숙했으며, H씬은 농후했습니다.
갖춰야 할 요소를 충실히 갖추고 있는 게임이죠.
저가형인 것을 감안하면 훌륭한 편입니다. 



총평하자면, 20년된 H씬 위주의 에로게는
언제나 최근의 더 좋은 게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옛날에 플레이할 때 마음에 들었다면 모를까
이제 와서는 좀 늦은 감이 있었죠.
예전과 달리 카나에의 캐릭터가 괜찮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게임 자체의 평가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네요.

역사적 의의 측면에서는 
유부녀물로서나 저가형으로서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괜찮은 유부녀물이 많고,
다운로드판 기준으로 오래된 게임치고 그다지 저가도 아니기 때문에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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