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8일 일요일

리뷰 : 전국란스(1)(2006/12/15,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란스 시리즈의 7편인 <전국란스>입니다.
본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만 확실히 하겠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서 이 게임을 다시 플레이할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왜냐면, 앞으로 몇 살 더 먹고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저는 죽어요. 과로사할 겁니다.
아침에 시작하면 삼시세끼를 잊고 하루 종일해야 하고,
저녁에 시작하면 잠을 잊고 밤을 새야 하는,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체력과 영혼을 모두 쏟아 부어 정신없이 플레이한 게임이었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할 것 같네요.



제가 란스 시리즈를 좋아했던 계기가 란스 6편이었기 때문에
7편 전국란스는 제가 발매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최초의 란스 게임입니다.
당시에도 기대가 매우 컸는데, 그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줬던 게임이었죠.

저는 본래 일본 전국시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이 게임을 계기로 많은 것을 공부했습니다.
지금 시절이었으면 나무위키 같은 것을 보고 퉁쳤겠지만,
그 때는 그런 식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인터넷 자료가 부족했죠.
그래서 관련 책과 소설을 수십권을 읽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읽었던 모든 책에서
주요 목적이었던 우에스기 겐신의 비중은 낮았습니다만
어쨌든 게임으로 인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죠.
옛날에도 그 정도로 이 게임에 매료되었던 겁니다.



제 윗세대에 <귀축왕 란스>가 있었다면
저희 세대에는 전국란스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전설적인 게임 <귀축왕 란스>에 비견되었던 게임입니다.

<귀축왕 란스> 당시 앨리스소프트는 
제대로 된 전략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던 경험도 없었으며,
캐릭터와 세계관도 기초가 거의 없는 상황 속에서 창조해야 했습니다.

반면에, 전국란스는 오랫동안 축적된 노하우로 만들어진 게임이며
정립된 란스 세계관과 일본 전국시대라는 역사적 기초가 존재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실 역사적인 내용을 많이 바꾸었기 때문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리라고 보네요.



기본적인 스토리는 대륙 동쪽의 섬나라 JAPAN으로 놀러간 란스가
우연히 만난 오다가의 영주, 오다 노부나가에게 실권을 받아
오다군을 이끌고 여러 소국으로 쪼개진 JAPAN을 통일하는 전쟁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란스가 이렇게 열심히 전쟁을 하고 다니는 이유는 
타국을 침략해서 미녀들을 차지하기 위함이죠.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목표는 국력을 늘리는 겁니다.
내정을 하든, 전쟁을 하든, H이벤트를 보든
뭘하든지 간에 많은 휘하 무장들이 필요한데
이 게임에는 코스트 제한이 있기 때문에 등용할 수 있는 무장 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어차피 초반에 등용할 수 있는 무장이라고는 애매한 무장들 뿐이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도 일단 국력 상승을 통해 코스트부터 올려야 합니다. 



국력은 자국의 영토를 개발해서 올릴 수 있습니다.
5명 이하의 무장의 건설 능력치 합이 요구 값보다 높으면 개발에 성공하고,
실패해도 모자란 수치만큼 한 번 더 실행하면 됩니다.

하지만 게임 초반에는 건설 능력치가 좋은 무장도 모자라고,
무엇보다 행동횟수 1번이 정말 소중하기 때문에
건설로 코스트를 올리는 방법은 효율이 너무 낮습니다.
개발보다는 결코 다시 전쟁으로,
옆나라를 점령해서 코스트를 올리는 편이 훨씬 낫죠.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단순히 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한 턴 내에 우세한 전과를 올리는 겁니다.
물론,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무참하게 짓밟으면서 플레이해도 재미있겠지만
난이도가 그렇게 쉽게 설정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전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죠.



애초에 초보자에게는 난이도가 꽤 높게 느껴지는 게임입니다.
좀 만만해 보이는 아래나라와 다소 재수없게 생긴 놈이 다스리는 윗나라를 제외하면
손쉽게 점령할 수 있는 나라가 없어요.

어떤 나라는 전쟁시작 하자마자 총알세례를 퍼부어서
우리 무장을 원턴 킬을 내버리고,
어떤 나라는 개떼를 뚫고 멸망시켰더니 다시 부활해 버립니다.

우리는 행동횟수 제한으로 한 턴에 두 번 쳐들어가는 게 한계이고
그나마도 무장 숫자가 적어서 그 두 번 전쟁하기도 쉽지 않은데,
적은 세 번, 네 번씩 쳐들어와서 아군을 초토화시킵니다.

내정과 방어에 점령하며 기회를 엿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영토를 대여섯개 가지고 있고 적의 영토는 하나 밖에 없어도,
적의 무장과 병력이 늘어나는 속도가 우리보다 훨씬 빠른 것처럼 느껴지죠.

게다가 이 게임에는 득점이라는 게 있어서,
한 턴이 진행될 때마다 득점이 1씩 깎이는데 이게 또 사람 마음을 급하게 만듭니다.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져 진도를 빼지 못하면,
게이머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사실은 그렇게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임 요령을 모르고, 좋은 무장을 등용하는 비법도 모르는 초보라도
계속 버티다 보면 마군이 알아서 등장하고 사기아이템 작전허가권도 얻을 수 있으며, 
또 몇 달이 지나면 마군이 물러나는 이벤트도 자동으로 발생하죠.

천천히 깨서 득점 0점으로 클리어하더라도 최소 5점은 보너스로 받을 수 있습니다.
웬만하면 10점 보너스 정도는 받는 편이 좋겠지만
5점 보너스라도 에리나 같은 캐릭터를 뽑아서 잘 쓴다면 충분히 도움이 되고요.
점수에 좀 더 신경을 써서 클리어 보너스를 많이 받으면
2회차부터는 수월하게 게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 게임을 쉽게 플레이하는 방법이라면 좋은 무장을 등용하는 겁니다.
우에스기 겐신과 우르자를 조합하면
거의 아군이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도 있죠.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요괴왕네 사는 그 분의 성능이 어마어마하고,
다케다가의 기마대도 성능이 상당하죠.
하지만, 그런 캐릭터들을 등용할 수준이 되는 게이머는
이미 사기캐릭터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에요.
초보자도 사용할 수 있어야 사기 캐릭터죠.
따라서, 초보자에게 우에스기 겐신만큼 좋은 캐릭터는 없습니다.



설명한 것 이외에도 다양한 컨텐츠가 있는 정말 방대한 게임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어요.
죄다 설명하기에는 너무 분량이 많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는 정말 대충대충해서 이 정도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특정 이벤트를 발생시키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시스템만이라면 쉽게 익힐 수 있는 게임이니
직접 플레이하면서 확인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보네요.

다음 리뷰부터는 캐릭터와 스토리 위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할 말은 엄청 많을 거에요.

댓글 2개:

  1. 여러번 시도했지만 항상 초반에 빌빌거리다 말아버리곤 했던 전국란스네요. 그래도 6편은 게임 자체가 던전 퀘스트 형태에 성장이 되니 계속 진행할만했는데 이건 시스템을 이해하기 전에 나가 떨어지더군요. 공략 보다보면 할맘이 사라지고...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시도해보고 싶어지네요. 이번에 gog에서 출시했다던데 그 버전을 구입 고려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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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everiot//
    저도 사실 노가다로 해결할 수 있는 RPG를 조금 더 선호하긴 합니다.

    전국란스는 초반만 넘겨도 급격하게 어려워지는 구간이 있어서,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적당히 수비적으로 해야 하는데
    리뷰에 적었듯이 그게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마군이 등장해서 점령 못한 나라들을 점령하는데
    그게 게이머에게 완전 망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1회차에는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일단 어떻게 되는지 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처음할 때는 그걸 몰랐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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