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 한정으로 지금 플레이할 요소가 딱히 없습니다.
특별히 이 게임 및 제작사에 큰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시라면 우연으로라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일이 거의 없으며, 리뷰를 감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번에 리뷰한 <핑키퐁키>가 고전 엘프 게임 중 가장 현대 미연시와 비슷한 느낌의 게임이었다면
두 달 후 발매된 <RUN RUN 광주곡>은 역대 엘프 게임 중 가장 이질적인 느낌의 게임입니다.
첫번째 특이한 점은 무려 '아케이드 형식의 액션 레이싱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엘프는 RPG나 어드벤처 게임만을 발매했습니다.
<두근두근 셔터찬스!!>가 액션 RPG이기는 했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는 탑뷰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다른 RPG들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RUN RUN 광주곡 같은 횡스크롤 방식 액션 게임은 엘프사에서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거기에 레이싱 게임이라니 에로게 역사 전체를 통틀어봐도 상당히 드문 방식입니다.
각 경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캐릭터를 세 명 고를 수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각각 점프, 스피드, 체력, 스태미너 등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점프와 스피드는 무슨 능력치인지 알기 쉽지만
체력과 스태미너는 정확히 어떤 능력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스피드가 높을 수록 좋다고 하는데
막상 플레이해보니 그 차이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제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계속 플레이 했습니다.
캐릭터를 고르면 적이 등장합니다.
적은 각 스테이지마다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 스테이지를 깨더라도 적 캐릭터는 고를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로 특이한 점은 2인용이 된다는 점입니다.
나름 많은 에로게들을 봐 왔지만 2인용은 처음 봤습니다.
대부분의 에로게는 시스템 자체가 2인용으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액션 레이싱 게임이다 보니 2인용을 만든 듯 합니다.
하지만 노하우가 없었는지 이 게임의 2인용은 상당히 이상합니다.
1인용 플레이어는 앞서 설명드린 주인공팀 10명 중에서 3명을 고르게 되는데
2인용 플레이어는 아군 캐릭터를 고를 수 없고 무조건 적 캐릭터를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맵을 따로 고를 수 없고 적 캐릭터를 고르면 그 적이 나온 맵도 같이 따라오는 방식입니다.
여러모로 불완전한 2인용 게임입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2인용을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갑자기 추가한 듯 합니다.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가난한 마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세계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한다는 게 끝입니다.
마을에 큰 빚이 있다거나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거나 하는 배경도 없습니다.
그냥 낙후된 마을에서 돈을 벌고 싶을 뿐입니다.
주인공에게 코치를 부탁합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거드름을 피우지만
촌장이 '세계의 여자를 꼬실 수 있다'고 하자 바로 승낙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게임 플레이 내내 존재감이 전혀 없습니다.
딱히 코치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H씬에서도 대사 한 마디 없는데
엘프 게임 역사상 가장 존재감이 없는 주인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스테이지는 총 일곱 개가 있습니다.
일본 지방대회 -> 일본 전국대회 -> 아시아 예선 -> 아시아 본선 -> 유럽 예선 -> 유럽 결승 -> 미국에서 하는 최종 결승
순서입니다.
아시아에서 결승까지 치르고 왜 유럽에서 다시 예선을 치르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 진행은 단순합니다.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무조건 적보다 빨리 달리는 겁니다.
트라이애슬론이지만 자전거도 수영도 없이 그냥 냅다 달리는 것 뿐입니다.
점프를 굉장히 높이 할 수 있습니다.
점프를 해도 스피드상의 이점은 없지만
건물 지붕 위로 갈 수도 있고 장애물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장애물이 문제인데 그래픽상 장애물을 구별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화면에서 위쪽과 아래쪽 모두 장애물에 걸린 상태입니다.
아래쪽의 캐릭터는 장애물에 걸렸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위쪽의 캐릭터는 기둥에 걸린 것도 아니고 기둥 밑의 대들보에 걸린 상황입니다.
살짝 점프해서 넘어가면 기둥 뒤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원근법 상으로 말이 안됩니다.
이런 식의 장애물이 너무 많아서 레이싱에 방해가 됩니다.
레이싱 중간중간에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붉은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놓은 H를 건드리면 상대방이 넘어집니다.
능력치에 따라 넘어져 있는 시간이 다른데
어떤 캐릭터의 경우는 한참을 넘어져 있어서 이 아이템만으로도 엄청난 차이를 벌릴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S라던가 J라던가 해골 등의 아이템을 봤는데
무슨 효과가 있는지 전혀 느낌이 오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액션 게임으로서의 RUN RUN 광주곡은 수준 이하의 게임입니다.
물론 옛날 게임인 것을 감안해야 겠지만
이 게임이 나오기 전년도에는 닌텐도에서 <슈퍼 마리오3>가 발매되었습니다.
RUN RUN 광주곡은 <슈퍼 마리오> 1편과 비교해도 나을 것이 없는 정도입니다.
굳이 전설적인 게임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당시에 발매된 횡스크롤 액션 게임 들과 비교해보면 그래픽과 조작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기종의 차이입니다.
RUN RUN 광주곡의 기종인 PC-88과 PC-98은 빠른 그래픽 변화 효과에서
콘솔 게임기, 특히 당시를 풍미했던 닌텐도의 '패미콤'에 한참 밀렸습니다.
따라서, PC-88, PC-98 게임은 액션, 슈팅 게임이 많지 않으며,
패미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한자를 사용하는 RPG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마우스를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그리고 닌텐도에서는 엄격히 규제한 성인 에로게 등이 많이 있을 뿐입니다.
결국, 성인 에로게인 RUN RUN 광주곡을
PC-88, PC-98 기종으로
액션 게임으로 만들었을 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RUN RUN 광주곡이 엘프의 유일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당시 엘프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액션 게임을 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엘프가 '다음부터는 액션게임을 만들지 말자'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던 건 알겠습니다.
레이싱은 3판 2선승제로 승리하면 살짝 H씬이 나옵니다.
무조건 승리만 한다고 좋은 게 아니고
얼마만큼 큰 차이로 이겼느냐에 따라서 분량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승리 후의 서비스 씬 그래픽 자체는 당시로서는 훌륭했으며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듭니다만
H씬은 CG 하나당 한, 두문장 정도로 휙휙 지나갈 정도로 빈약합니다.
이 게임이 풍부한 에로씬을 가지고 있던 <핑키퐁키> 직후에 나온 게임이라 더더욱 아쉽습니다.
대사 하나 없는 허무한 엔딩입니다.
프롤로그 이후 코빼기도 안 보이던 주인공이 갑자기 나타나서 헹가레를 받고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RUN RUN 광주곡은 하필 액션 게임으로 만들어져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게임입니다.
제대로 된 고전 액션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닌텐도 계열의 게임을 추천하고
제대로 된 고전 에로게를 즐기고 싶다면 RPG나 어드벤처류 에로게를 추천합니다.
제대로 된 고전 액션 에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포기하는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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