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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7일 일요일

리뷰 : DE JA(2)(1990/6/15,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로 나뉘어져 있으며 두 번째 편입니다.


<시작할 때 주인공이 꾸는 꿈>

DE JA의 주인공은 고고학자 하츠시바 류스케입니다.
이 시기 엘프사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능력은 있지만 여자를 밝힌다는 설정입니다.

파격적인 학설로 언제나 주목받는 고고학자이지만
고고학 학회장과의 불화로 고고학 학회에서는 찍혀있는 상황입니다.



악역인 고고학 학회장, 휴우가 라이조 때문에 주인공은 고고학 회관도 들어갈 수 없는
신세입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어느날, 주인공이 쓴 책의 팬이라며 사이토라는 사람이 찾아옵니다.



골동품점에서 오래되어 보이는 지팡이를 하나 샀는데
이 지팡이를 구매한 이후부터 매일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매일밤 꿈에, 금발의 여자가 자기에게 손짓을 한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그다지 이 말을 믿지 않았지만
조사를 위해 지팡이를 맡습니다.



그리고 조사 도중 자신도 그 꿈을 꾸게 됩니다.
대체 이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사이토 전무가 지팡이를 구매했다는 골동품점입니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어떤 할머니가 나타나서 지팡이와 수정을 팔았다'고 합니다.

주인 뒤에 있는 할머니가 바로 그 할머니입니다.
게임 내내 골동품점을 방문하다 보면 딱 한 번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습을 드러냈을 때, 시간이 멈춘 듯한 묘사를 하며
할머니는 초현실적 존재라는 걸 암시합니다.

대체 이 할머니는 누구일까요?


그 후, 주인공은 일을 의뢰한 사이토 전무를 찾아갑니다.



사이토 전무의 비서 하루나입니다.
하루나에게 사이토 전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이토 전무는 죽었다고 합니다.

뭐, 주인공에게 유령이 찾아 온 건 아닙니다.
주인공에게 지팡이에 관한 의뢰를 마친 직후 사망한 것입니다.



52세인 사이토 전무의 부인인 24세 아미입니다.
이런 게임에서 나이 차이가 큰 부인은 의심대상 1순위입니다.

부인의 말에 의하면 사이토 전무는 자동차 뺑소니에 의해 사망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고고학 동료이자 메인 히로인인 가챠코입니다.
본명은 혼다 미미코지만,
주인공이 가챠가챠 시끄럽다고 하여 가챠코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과 티격태격하면서 점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동료이상 연인미만의 관계를 유지하는 츤데레 캐릭터 정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가챠코의 정체는
'주인공밖에 모르는 바보', '용서와 자애의 여신', '아낌없이 주는 가챠코'입니다.

주인공이 자료 조사를 위해 고고학 회관에 들어가고 싶어 하자
가챠코는 바로 자기 조수로 변장해서 같이 들어가자고 합니다.

처음에 말했듯이 주인공은 고고학 학회장에 찍혀 있는 상황이며
주인공을 몰래 학회관으로 들였다는 게 밝혀지면
가챠코마저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인공밖에 모르는 바보 가챠코에겐 그런 거 없습니다.



가챠코와 함께 조사를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편지를 하나 받게 됩니다.
편지에는 '지팡이를 고고학 학회에 인도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주인공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과 가챠코와 사이토씨의 부인과 골동품점 주인뿐입니다.

벌써 네 명이나 알고 있으며 죽은 사이토 전무가 어디가서 말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네 사람 중 고고학 학회와 관련있는 사람은 가챠코 뿐이니
가챠코가 배신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챠코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인공을 도와줬는데
이런 배은망덕한 경우가 어디있습니까?

바로 가챠코 집에 쳐들어가서 폭력을 행사하려고 합니다.
가챠코의 멱살을 잡은 후 나오는 커맨드는 <때린다>, <발로 찬다>, <범한다>입니다.
물론 진짜로 그런 걸 저질러 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역공이나 당하고 미수에 그칩니다.

가챠코가 차분히 설득하자 주인공은 범인이 가챠코가 아니라는 것을 납득합니다.
당연하게도 가챠코는 화를 내는데 화를 내는 이유는
'주인공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주인공이 몇 번 사과하니 쉽게 용서해 줍니다.
과연 주인공밖에 모르는 바보.



가챠코의 친척동생인 카오리 입니다.
저 모습을 하고 놀랍게도 고등학생이라고 합니다.
최소 대학 졸업자인 가챠코보다 더 나이가 많아 보입니다.

카오리는 지팡이의 비밀을 알 것같은 사람으로 
'신주쿠의 아버지'라는 점쟁이를 찾아가 보라고 합니다.



신주쿠의 아버지입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지만 안타깝게도 지팡이를 가져오지 않아
결정적인 얘기를 듣지 못합니다.


지팡이를 가지러 연구실에 가면 연구실이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지팡이를 도둑맞은 것입니다.
범인은 고고학 학회장 휴우가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지팡이는 고고학 회관 어딘가에 숨겨져 있습니다.
휴우가는 주인공이 지팡이를 탈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비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합니다.


지팡이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지팡이 탈환이 필수입니다.
주인공은 지팡이를 탈환하기 위해 고고학 학회로 잠입할 방법을
찾아다닙니다.



자료를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켄지라는 청년입니다.
이 청년은 학회로 몰래 들어올 수 있는 비밀통로를 알고 있습니다.

켄지는 가챠코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점을 이용하여 켄지에게 비밀통로를 알려주면
'가챠코의 팬티를 가져다 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됩니다.

절대로 켄지가 먼저 가챠코의 팬티를 달라고 한 게 아닙니다.
주인공이 먼저 제안한 겁니다.
메인히로인의 팬티를 조연에게 갖다 준다고 약속하는 주인공이라니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아니 애초에 가챠코와는 동료 관계일 뿐인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심지어, 가챠코의 의사따윈 묻지도 않고 지맘대로 약속해 버립니다.


물론, 주인공도 그 후에 실수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챠코 앞에 가서 차마 팬티를 달라는 얘기는 못하고 우물쭈물합니다.
하지만, 아무 얘기도 안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사정을 설명합니다.

사정을 들은 가챠코는 당연하게도 크게 분노합니다.
근데 분노하는 이유가 또
'너는 내 팬티를 다른 남자가 갖게 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냐.'입니다.
그마저도 주인공이 사과와 감언이설로 설득하자
어쩔 수 없이 팬티에 자기 이름까지 적어 인증해서 주인공에게 주게 됩니다.
주인공밖에 모르는 바보...



가챠코가 늘 이런 식이니 주인공이 지멋대로 기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약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DE JA2>를 리뷰하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챠코의 포즈>

지팡이를 탈환하러 가기 전에 가챠코와 이곳저곳을 방문하며 조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미술관에서 엄청난 그림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꿈에서 본 금발의 미녀와 똑같이 생긴 몇 백년 전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행적도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 후 여러 조사를 거치고
켄지에게 팬티를 주고 비밀통로를 알아내고
학회관에 잠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학회관 지하의 비밀창고에서 도둑맞은 지팡이와
세트인 수정까지 찾아냅니다.

이걸 찾아낸 이후 학회관 앞에서 비서 하루나와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뜬금없이 하루나에게 방금 훔친 지팡이와 수정을 보여주며
'너희 집엔 이거 없지?'를 시전합니다.

...왜죠?
대체 왜 범죄 현장 코앞에서 훔친 물건을 보여주는 거죠?
딱히 하루나를 의심할 이유가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믿을 이유도 없잖아요?

기껏 훔쳤으면 빨리 도망갈 생각을 해야죠.
아예 대놓고 범인이라고 광고를 하고 다니면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챠코가 지팡이의 비밀을 알렸다는 걸로 의심해서
가챠코에게 폭력까지 쓸 뻔 했잖아요.
근데 정작 주인공은 왜 이렇게 비밀을 온동네에 퍼뜨리고 다니는 거죠?


어쨌든 지팡이를 찾아 왔으니 신주쿠의 아버지에게 보여줍니다.



지팡이에 달려있는 다섯 개의 링에 그려진 문양입니다.
신주쿠의 아버지에 의하면 각 문양은
왼쪽부터 지구, 태양, 금성, 화성, 수성을 의미합니다.
링을 잘 돌려서 문양의 순서를 맞추는 퍼즐입니다.

과연 어떤 순서인 걸까요?
주인공은 열심히 고민하죠.

근데, '수금지화목토천해명'만 알아도 답이 대충 짐작이 되지 않나요?
하지만 태양, 수성, 금성, 지구, 화성 순서로 맞춰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커맨드를 전부 눌러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귀찮은 작업이죠.

동네를 돌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말 걸고 다니고,
별 이유없이 열어주지도 않는 집 문을 두드린 이후에야
답을 맞출 수 있습니다.
답은 역시 태양,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죠.

퍼즐은 너무 쉬운데 쓸데없이 질질 끄는 장면이라 너무 아쉽습니다.
저는 처음 플레이 때는 이 부분에서 계속 막혔는데
방금 말했던 것처럼 열어주지도 않는 집 문을 두드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대체 왜 안되는 거야?' 하면서 퍼즐만 맞췄으니 진도가 나가지 않았죠.

무엇보다 초등학생도 풀 법한 퍼즐을 한참 후에 풀어놓고
'이런 걸 풀다니 역시 난 천재'라고 하는 주인공 때문에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사실 어드벤처 게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라도 
너무 빨리 문제를 해결해 버리면
플레이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게임이 재미없어져 버리기 때문이죠.



아무튼 퍼즐을 풀면 지팡이에서 종이가 하나 나옵니다.



수정과 함께 보면 비밀이 잠들어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죠.
포세이도니아라는 섬의 저 위치로 가야합니다.

주인공은 당장 섬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가챠코에게 같이 가자고 연락합니다.



근데 당일날 아침 공항에는 가챠코 대신 검은 양복의 사나이가 나타나
비디오 테이프를 주고 사라집니다.

주인공은 8미리 비디오를 챙겨두었고 공항에서 바로 비디오를 재생합니다.



가챠코가 휴우가에게 유괴되어 있습니다.
휴우가는 지팡이와 수정을 내놓으라고 협박합니다.

근데, 휴우가는 꽤 명성이 있는 학자이자 고고학 학회장인데
이렇게 대놓고 범죄 증거를 남겨도 되는 걸까요?
지팡이와 수정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학자 생명까지 버릴 필요는 없잖아요.
비디오에는 아까 그 검은 양복만 출연시키면 될 텐데
꼭 본인이 범죄자라는 증거를 남깁니다.


주인공은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가챠코를 찾아다닙니다.
도중에 카오리를 만나 같이 찾아다니죠.


<이래뵈도 고등학생 카오리>

그리고 우연히 만난 켄지에게서 휴우가가 고고학 학회 지부 중 어느 한 곳으로 갔다는
정보를 알게 됩니다.

그 장소는 홋카이도의 삿포로, 오사카, 큐슈의 하카타입니다.
참고로 주인공은 도쿄에 있습니다.

가챠코를 찾기 위해 저 세 곳을 둘러 봅니다.
근데 저 장소들은 한 번 가는 데도 몇 시간 씩 걸리죠.
그 장소들을 두, 세번씩 왕복해야 합니다.
가챠코를 찾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기차 및 비행기 시간으로만 최소 36시간입니다.
걸어다니고 찾는 시간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최소 공략 시간입니다.
헤메기라도 하면 수십시간이 흘러가 버리는 거죠.

가챠코가 유괴된 긴박한 상황에 이렇게 긴 시간은
게임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합니다.
특히, 비행기 및 기차 여행마다 가벼운 개그 이벤트가 있어서
더더욱 긴장감을 떨어뜨리죠.
엘프가 자주 쓰는 방식이기는 합니다만 이 게임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비행기의 스튜어디스>

가챠코가 유괴당해서 힘겨워 하는 동안
주인공은 기차 및 비행기에서 편안하게 수면을 취합니다.

삿포로, 오사카, 하카타를 두 번씩 갔다 온 후에(기차, 비행기 시간만 30시간 걸립니다)
다시 본인의 연구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연구실에서 휴우가의 협박 비디오를 자세히 살펴 보고
단서를 찾아내죠.
단서를 너무 늦게 찾아냅니다.
일분일초를 아까워 하면서 기차, 비행기 내에서 비디오를 보며 단서를 찾아내야지요.
기차에서는 잠만 자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주인공은 가챠코가 잡혀있을 만한 곳으로 향하면서
가챠코가 걱정되어 잠이 안 온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30시간동안 실컷 퍼잤으면 누구라도 잠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유괴당한 가챠코를 구해냅니다.
가챠코를 구해낸 장소에는 어떤 여자의 시체도 있죠.
살해당한 겁니다. 누군지는 굳이 말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가챠코는 주인공과 함께 택시를 타고 주인공의 연구실로 와서 샤워를 합니다.
유괴 및 감금을 당해서 몸과 마음 고생이 심각했을 터인데도
주인공이 당장 출발하자고 하자
순순히 포세이도니아 섬으로 주인공을 따라갑니다.
마지막까지 주인공밖에 모르는 바보입니다.


포세이도니아 섬에도 여러 퍼즐과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다만, 포세이도니아 섬에서 일어나는 모험의 비중이 너무 낮아서 아쉽습니다.
리메이크 판으로 해보니 섬에 도착했을 때는 진행도가 이미 85프로가 되어 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모든 일의 원흉을 만나게 됩니다.

이 여자는 대체 무슨 부탁을 하기 위해서 매일 꿈에 나타난 것일까요?
사실 그 내용은 좀 아쉽습니다. 좀 더 중대한 비밀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어쨌든 여러 퍼즐과 함정을 돌파하고 주인공은 해피엔딩을 맞습니다. 




마지막에 그래도 가챠코와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나쁜 짓을 일삼던 휴우가는 포세도니아 섬에서 사망하고 말죠.
고고학 학회 최대의 오점이라는 신문기사가 났습니다.
이 게임이 나온지 10년 후에 일본에서는 진짜로 고고학 계의 최대의 오점이 들통나게 됩니다.



총평하자면, 정말 훌륭한 게임입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의 어드벤처 게임들을 살펴봐도 
이정도 퀄리티의 게임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당시로서는 훌륭한 그래픽과 참신한 퍼즐도 장점입니다만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스토리입니다.
거듭 나오는 지팡이의 비밀과 주인공이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지금 나오는 어드벤처 게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죠.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리메이크도 있는 만큼 
지금 즐겨도 손색이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가챠코가 너무 매력적입니다.
엘프사의 고전 게임 캐릭터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과 가챠코가 그 후에 어떻게 됐을지는 <DE JA2>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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